사실 잘 생각해보면 블로그를 운영하고 또 영화 커뮤니티를 들락 거리면서,
언제부턴가 다른 사람의 글을 잘 읽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나의 글에 달린 덧글들만 주로 본다던가, 트랙백으로 걸린 글들 가운데서도 대부분을 잘 읽지 않거나,
읽어도 그냥 그림책 보는냥 휙휙 넘겨버리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뒤 늦게야 알아챌 수 있었다.

즉 세상은 넓고 좋은 글은 넘쳐나는데, 나는 이른바 내 작은 눈에 의해 인증된 몇몇 글들만
읽어왔었고, 그들과 나를 저울질 하며, 나는 여기가 좋군, 너는 이점이 좋은데 하며 나혼자 만족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 조금에 필요에 의해 어떤 블로거에 영화 관련글을 읽게 되었는데,
뭐랄까, 한 순간에 내 자신이 무척이나 부끄러워 지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갑자기 그 동안 내가 써왔던 글들이 다 혼자 잘난 척 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내가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대충 써내려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나는 핸디켑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핸디켑을 극복해내는 자기 암시라고 생각해왔었는데,
이것이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핸디켑을 인정하고 불리함을 인지한 상황에서 겨루어야 극복도 수긍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말이다.

그 분의 글을 읽다보니 내가 가장 부족한 것을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나에겐 한동안 너무도 독서의 에너지가 채워지지 못했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이후에는 새로운 책들을 미친듯이 정독한 일도 거의 없는 듯 하고, 기껏해야 무협지와
이미 여러번 읽었던 소설들을 다시 읽는 것 뿐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갑자기 부랴부랴 커뮤니티를 뒤져 도서들 가운데 내가 관심있어 하는 분야와 관련된 책들의
정보를 캐내, 인터넷 쇼핑몰을 뒤져 새벽 시간에 급하게도 결제하고야 말았다.

영화 언어로 세상을 읽는 것도 좋은 경험이지만, 확실히 글을 쓰고 표현하는데에는 책 만큼
훌륭한 스승이 없다는 것을, 책을 읽기도 전에 깨달을 수 있었다.

어차피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 만족이다. 누구보다 잘 쓰기 위함도 아니고, 누구를 이기려고 쓰는 것도 아닐터.
난 순간 내가 초라해지는 것을 느낀 나머지 어쩔 수 없이 발동했을 뿐이다.


독서는 나의 힘.
리모컨은 한동안 던져버리고 책이 주는 즐거움에 몸을 맡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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