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 (2008)

'두 번째 달'이라는 밴드의 음악을 몇번 인상 깊게 듣기도 했었고, 무엇보다 내가 가장 가고 싶은 나라 중 한 곳인
'아일랜드'를 여행하며 촬영한 다큐멘터리라니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던 '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
60분이라는 짧은 러닝 타임의 다큐멘터리는 60분 내내 아일랜드의 이국적인 풍경과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스크린 한 가득 담고 있었다.'바드 (BARD)'는 두 번째 달의 김현보와 박혜리가 주축이 되어 만든 아이리시 프로젝트 밴드인데,
임진평 감독은 이들이 아일랜드를 만나 연주하고 그 속에서 반응하는 것들을 카메라에 담았고, 나레이션으로 다큐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아일랜드라는 국가가 언제부터가 많은 이들이 동경하는 나라이기도 했고, 각종 영화나 밴드 등을 통해 최근들어
더욱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킨 나라이기도 한데(아마도 <원스>의 영향이 가장 컸다 하겠다), 바드의 경우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아일랜드 행을 결정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영화는 임진평 감독의 에세이집 '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와 패키지로 봐야만
어느 정도 수긍이 갈만한 작업으로 느껴졌다. 즉 아일랜드라는 곳에서 그곳 사람들이 자신들의 전통 음악을 어떻게 누리고
있는지, 음악과 그들의 삶이 얼마만큼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는 잘 보여주고 있지만, 사실 이런 것들은 이 다큐만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TV다큐를 통해 여러번 접했던 것들이기 때문에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는 시도였다고 하겠다(영화를 보는 내내 최근 EBS
에서 재미있게 보고 있는 '세계문화기행(?)'이 떠올랐다).


팜플렛에 담긴 감독의 말을 빌려오자면 '시나리오도 없고 생전 처음 가보는 나라 아일랜드. 하지만 뭔가 만들어 올 거 같은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라는 말을 볼 수 있는데, 여기에 결정적인 단서가 다 들어있는 것 같다. 아무리 다큐멘터리라도
어느 정도의 시나리오가 없었던 것은 결국 문제점으로 드러났으며, 막연한 기대는 결국 막연한 것으로 마무리되고 말았다고
할 수 있겠다. 영화는 6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밴드 멤버들이 아일랜드에서 겪는 소소한 연주 장면과 이동 등, 그리고
인터뷰 등을 담고 있지만, 그저 그들의 여행에 동참한 것일 뿐 아무런 이유를 찾아보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내가 더 중요하다, 나를 찾는 것이 우선이다, 우리는 왜 아일랜드처럼 전통음악을 계속 대중적으로 이어나가지 못하는가 라는
말들을 하고는 있지만, 정작 이런 얘기는 마지막에 듣기 좋은 마무리일뿐, 이런 말들이 나올만한 과정은 여행 속에 담겨있지
않았다. 그들이 왜 아일랜드까지 날아가 자신들의 음악을 들려주어야 했는지에 대한 진정이 보이지 않았고, 그저 아이리시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본토에 가서 직접 아이리시 음악을 느껴보고 싶다 그 이상의 것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반드시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영화는 그 이상의 것을 얘기하고 있다고 하는데, 60분 내에서는 그 과정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 문제다. 뭐랄까 너무 추상적이며 감독의 말대로 무언가 만들어 올 거 같은 막연한 기대만이 존재하는
다큐로 마무리 된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차라리 시규어 로스(Sigur ros)의 'Heima' 다큐처럼 단순히 연주하는 장면
만으로도 많은 의미와 진정을 전달하는 것을 본보기로 삼았어야 했을 것 같은데, 그저 개인적인 여행기로 그친 것이
아쉬움이 남는다.


이 다큐는 소자본으로 이루어진 인디 영화라 좀 더 아쉬운 말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아이리시 음악을 하는 밴드가 직접 아일랜드에
가서 겪게 되는 변화라던가 진지함에 좀 더 가까이 카메라를 기울였더라면 좀 더 괜찮은 다큐멘터리가 되었을 것 같은데,
결국 다큐가 다 끝날 때까지 밴드 멤버들과 카메라 사이에는 계속 벽이 존재했던 것 같다. 그래서 소통도 잘 되지 않았던 것이고.
영화라는 포맷으로 만나기에는 부족함이 많이 느껴졌던 다큐멘터리였다. 아마도 TV를 통해 방영되었다면 훨씬 더 좋은
감상평을 했을런지 모르겠다.


1. 포스터에는 대문짝만하게 '미로스페이스 개봉'이라고 적혀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시간이 맞지 않아 이대 후문쪽에 위치한
   필름 포럼에서 감상하였다.

2. 주말 오후임에도 나, 너, 어떤 남자, 이렇게 세명이서만 조촐하게 감상했다.

3. 잠시나마 오랜만에 모습을 볼 수 있었던 하림의 모습이 반가웠다.

4. 아...TV용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만나보았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계속 남는다..

5. 음악, 아일랜드, 여행 등 내가 너무 좋아하는 요소들만 있었던 영화였기에 더 아쉬움이 큰지도 모르겠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투아이드 필름에 있습니다.



블로그코리아에 블UP하기  RSS등록하기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