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공중파 3사의 연말 시상식(혹은 쇼)이 별다른 볼거리를 보여주지 못하게 되기 조금 전부터,
한해를 정리하며 가장 볼거리와 화제거리를 불러일으켰던 쇼는, 바로 케이블 채널의 MKMF였다.
MKMF는 그저 순위 프로에서 반복적으로 보여주었던 퍼포먼스가 아니라, 스케일이 틀리고 특별한 무대 인 만큼
각기 다른 뮤지션들 간의 콜라보레이션이 매번 돋보였던 행사라, 매해 가장 볼만한 쇼 이기도 하다.
올해 MKMF 역시 무한도전 본방을 물리칠 정도로(에어로빅 2부였던 것을 감안하면 제법 큰 기회비용을 지불한 셈이다),
기대했던 올해 MKMF는 그럭저럭 괜찮았던 무대였던 것 같다.
누가 무슨 상을 받았는가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수상 부분은 제쳐 두고 특별 공연만을 두고 얘기하자면,
원더걸스의 노바디 리믹스 버전은 크게 나쁘지는 않았지만, 크게 인상적이지도 않았던 것 같다.
작년에는 소녀시대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것과는 달리, 사실상 여자 그룹 가운데는 이렇다할 적수가 없었던 원더걸스는
고스란히 독무대를 부여 받았는데, 그런 것에 비해서는 너무 '노바디'에만 집중하는 모습같아 살짝 아쉽기기도 했다.
역시 가장 지금까지도 화제를 만들고 있는 빅뱅과 이효링의 합동 퍼포먼스.
이효리야 뭐, 블루레인 시절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한 눈 팔지 않고 좋아했던 가수이고, 빅뱅 역시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관심이 갔던 무대였는데, 중간중간 서로 화음이 그리 어울리지 않는 듯한 느낌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이효리의
클래스와 빅뱅의 간지가 잘 조화를 이루었던 무대였다고 생각된다. 확실히 이효리에 포커스가 있었던 것은 빅뱅 팬들에게
조금 아쉽게 느껴질 것 같다. 뭐 그룹과 솔로의 조화, 선배와 후배의 조화, Mnet 소속 이효리와 빅뱅의 조화라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쇼 구성이었겠지만, 각자 쇼를 보여주었어도 다들 괜찮은 쇼를 보여주었을 그들이기에 아쉬움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결과적으로는 함께 해서 더 화제가 되긴 했지만). G드래곤이 리믹스한 효리의 곡들은 다 괜찮았다.
그리고 가장 말이 많은 탑과 효리의 퍼포먼스에 대해서는 그다지 코멘트를 하고 싶지 않다.
앞서 언급했듯이 워낙에 효리의 팬이라 빅뱅을 좋아하지만, 가슴 한 켠에서 끓어오르는 부러움을 억눌러야만 했다.
탑이 데뷔전부터 이효리를 동경했던 사실은 유명한데, 꿈을 이뤘다는 점에서(가수가 된 꿈을 이룬것 보다,
이게 더 장하다!)그를 인정한다. 하긴 나도 한 때는 멋진 곡을 써서 이효리에게 꼭 선물하리라 꿈을 꿨던 때가 있었으니,
탑 군의 이런 퍼포먼스가 달리 다가왔을 수 밖에는 없었다(참고로 이 꿈은 아직 버리지 않았음 --;;).
비의 무대는 스케일은 있었으나, 아쉬움이 많았다고 할까, 특히나 동방신기가 한껏 휩쓸고간 다음 무대라
허전함이 많이 엿보였던 것도 있고, 차라리 신곡들 보다는 과거 히트곡들을 리믹스하거나 재해석하는 무대가
더 임팩트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동방신기. 사실 이번 앨범 전까지는 동방신기의 음악을 제대로 들어본 적이 거의 없었다. HUG의 경우는 어느 정도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알긴 했었지만, 오정반합 같은 곡은 제목이 특이해 알았을 정도고, 나머지 곡들은
잘 몰랐던 것이 사실(그래서 인지 최강창민이 등장하며 HUG를 부를 땐 왠지 반갑기 까지 하더라~).
이번 곡 '주문- mirotic'은 이랬던 내가 제법 많이 듣게 된 그들의 노래인데, 대부분이 mp3가 아닌 TV쇼에서 라이브로
들었었다. 이번 미로틱은 곡이 상당히 임팩트있고 세련되기도 하고 훅이 상당히 인상적이기도 하거니와, 그 안무가
상당히 독창적이고(일반적인 아이돌의 군무라고 보기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이질감과 동시에 세련됨이 느껴지는
안무다), 무엇보다 라이브 퍼포먼스가 상당히 인상적인 곡으로 느껴졌다. 매번 TV에서 볼 때 느꼈던 것이었지만,
이번 MKMF 무대를 보면서 드디어 정점을 찍고야 말았다. 특히 시아준수의 그 라이브는 정말 단순히 아이돌 그룹의
것으로만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훌륭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클로즈업 되던 장면에서 완전히 곡에 집중해 있느라
땀을 뻘뻘 흘리며 춤을 정말 온 근육을 다 동원해서 추던 그의 모습은 전율마저 느껴졌다. 그리고 소녀들의 인기를
먹고 사는 아이돌 가수가 저렇게 까지 얼굴 신경 안쓰고 열창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열창하는 그의 모습에서
동방신기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 그룹의 리더인 유노윤호는 확실히 (동방신기 멤버들이 다 그렇긴 하지만),
큰 무대를 여러번 겪으면서 경험을 통해 클래스를 느낄 수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유노윤호는 댄스 스킬 면에서도
훌륭하지만 특히나 그 표정과 분위기에서 풍기는 멋이 소녀들을 사로잡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여튼 개인적으로 이번 MKMF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동방신기의 미로틱 라이브였다.
이들의 라이브는 현재 가요 씬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사실 미로틱 라이브에 완전 빠져있던 나는 최근에서야 앨범에 수록된 버전을 듣게 되었는데, 라이브의 그 폭발하는
에너지를 접하고 나니 앨범버전이 오히려 심심하게 느껴지더라.
그래서 요즘엔 라이브 버전 UCC를 저장해 놓고 자주 보곤 한다.
'아이 갓 츄~~~~~우후후우~'
저 집중하는 시아준수의 표정을 보라! 저건 단순히 무한반복 연습만으로 나올 수 있는 퍼포먼스가 아니다!
'음반 공연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음악여행 '라라라' _ 이승열 편 (10) | 2008.11.27 |
---|---|
Q-Tip _ The Renaissance (4) | 2008.11.25 |
bjork - Nattura (2) | 2008.11.12 |
루시드 폴 _ 국경의 밤 (2) | 2008.11.12 |
Raphael Saadiq - The Way I See It (2) | 2008.1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