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탄생 : 울버린 (X-Men Origins : Wolverine, 2009)
궁금하긴 했었던 울버린의 탄생과정


<엑스맨>시리즈의 광팬은 아니었으나 1편부터 3편까지 모두 극장에서 거의 개봉일에 관람을 했었기 때문에 이 작품 <엑스맨 탄생 : 울버린>(이하 울버린)에도 관심을 갖긴 했었었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관심일 뿐 기대까지는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선택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배우이기 이전에 역시 감독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감독인 개빈 후드의 전작들이 <특명 델타포스 2,3>등 별로 미덥지 못한 영화들이었던 점 때문이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이 작품이 '외전'성격이라기 보다는 쉽게 말해 '짝퉁' 시리즈가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에 관심은 있었지만 기대는 하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코믹스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영화들이 그렇듯이, <엑스맨>시리즈를 극장에서 보면서 각 캐릭터들의 더 상세한 이야기가 궁금했었기 때문에 만약 이번 <울버린>을 보지 않는다면 코믹스를 따로 찾아서 보지 않는 이상은 이 궁금증을 풀만한 기회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에 일찌감치 관람하게 되었다(영화를 감상한 건 개봉 주였는데, 리뷰가 늦어졌네요 ^^;).

결과적으로 큰 기대가 없었기 때문인지 액션 영화로서 러닝타임내내 즐겁게 즐길만한 영화였고, 크게 부담스럽지 않는 작품이었다. 아, 물론 <엑스맨>과 연관지어 더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면 실망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영화는 간단하게 말해서 휴 잭맨이 연기하는 울버린이 어떻게 하다가 '울버린'이 되었으며 왜 그가 <엑스맨>시리즈에서 그렇게 거칠고 툴툴맞은 성격을 갖게 되었는지 설명하는 일종의 '비긴즈'이자 '프리퀄'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미국 코믹스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영화들의 캐릭터들은 상당히 세밀하고 디테일한 자신만의 역사들을 갖고 있는데(그 캐릭터가 비록 주연급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엑스맨 가운데서도 주연급이라 할 수 있는 울버린의 과거사가 궁금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예상했던 것처럼 울버린, 아니 로건의 일생은 불행하기 그지 없다. 돌연변이로 태어나 혼란스럽고 고통스런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그 능력 때문에 각종 전쟁에 참여하기도 하지만 본인 스스로 살육을 즐긴다던가 이 능력을 사용하는데에 별로 호전적인 인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로건이 울버린이 되는 과정에서 여러 명의 동료들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넘어가는데, 아마도 기존 코믹스인 엑스맨의 팬들이라면 가장 아쉬워할만한 부분이 바로 이들의 묘사나 비중이 아닐까 싶다. 코믹스의 기존 세계에 대해 그리 잘 알지 못하는 일반 관객이 보기에는 그저 수많은 돌연변이 캐릭터 중 하나 정도로 생각되거나 제법 비중이 있는 조연급 캐릭터들에 대해서만 살짝 관심을 갖게 되는 수준일테지만, 이 세계의 팬이라면 '아니, 저 능력자이자 비중있는 캐릭터를 이름도 언급하지 않고 지나가다니' 혹은 '저런 몇 장면 만으로 흘려버리다니'하는 불만을 갖기에 충분한 것도 사실일 듯 하다.




물론 기존 <엑스맨> 극장판 시리즈에서도 모든 캐릭터가 다 만족할만한 비중과 묘사의 기회를 얻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이번 <울버린>은 제목 그대로 '울버린'에 촛점을 맞춘 작품이다보니 타 캐릭터들에게는 관심이 덜가는 경향이 좀 더 심하지 않았나 싶다. 여러 명이 함께 등장하고 있는 포스터를 보면 마치 <엑스맨>처럼 각각의 캐릭터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 액션 장면이 가득 하겠구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아예 없는 캐릭터도 있고 있다해도 대부분은 1장면씩 밖에는 할당 받지 못한 분위기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엑스맨'의 팬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의 감상포인트 일 것이다. <엑스맨>에 대해 극장판 영화 이상으로 관심이나 정보가 없는 일반 관객들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제법 괜찮은 비중이라고 생각된다. 로건이 왜 울버린이 되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여기에 모든 포인트를 집중하고 있으며 주변 캐릭터들도 모두 울버린을 위해 작용하고 있다(그렇기 때문에 다른 캐릭터들에 공감대는 떨어질 수 밖에는 없다).




예전 <삼국지 : 용의 부활>이 삼국지라는 설정을 가져온 액션 영화였던 것처럼 <울버린>역시 아주 냉정하게 본다면 <엑스맨>의 세계관을 가져온 액션 영화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물론 울버린 개인의 역사에 대한 설명의 기능은 충분히 담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액션 씬들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을텐데, 개인적으로는 계속 언급하지만(-_-;;) 큰 기대치가 없었기 때문이었는지 액션씬들도 크게 나쁘지 않았다. 이런 액션영화에서 기대하는 이른바 스케일있는 액션. 보는 순간 잠시나마 '오옷'하고 느끼게 되는 액션들이 제법 있었다. 물론 그 반짝이는 순간을 더 나은 액션 시퀀스로 이어가지 못한 부분은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기대했던 바는 그 정도였기 때문에 나름 나쁘지 않았다.

다만 가장 아쉬웠던 것은 바로 CG의 퀄리티였다. 이 작품이 과연 마블엔터테인먼트에서 공식적으로 제작하고 헐리웃 탑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하며 <엑스맨>이라는 시리즈의 스핀오프로서 인정받고 있는 작품인지 의심될 정도로 시대를 한참이나 거슬러 올라간 듯한 어색한 컴퓨터 그래픽은 확실히 몰입도를 해칠 수준이었다. 특히 헬기를 타고 벌어지는 액션장면에서는 헬기밖 배경과 헬기 내 인물의 이질감이 너무 심할 정도였으며, 후반부 액션 장면에서도 이들이 실제 그런 구조물 위에서 싸우고 있다고 느끼기 보다는 3D스튜디오 내에서 가상현실을 통해 겨루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같은 시기에 개봉한 <스타트렉 : 더 비기닝>의 컴퓨터 그래픽이 전우주를 상대로 했음에도 훨씬 실감났던 것과 비교할 때 더욱 아쉬움이 남는 컴퓨터 그래픽이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결론은 의외로 간단했다. 엑스맨 팬들은 모든 것이 울버린에 집중되는 바람에 심하게 소외되어버린 다른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모습에 무척이나 아쉬울 수 밖에는 없을 것이며, 일반 관객들에게는 <엑스맨>의 설정이 녹아든 괜찮은 액션 영화로서 즐기기에 큰 부족함이 없을 작품일 듯 싶다.


1. 그 노부부의 아들이 마치 휴잭맨인듯 옷이 죄다 맞춤싸이즈이던데, 로건은 나이를 천천히 먹으니 설마 이 노부부가 어찌되었든 로건과 연관되었던 것은 아니겠지요? ㅎㅎ

2. <엑스맨>시리즈의 매우 중요한 캐릭터가 깜짝 등장합니다. 이 분은 <엑스맨>에 등장할 때 모습을 보면 포샵이 너무 심한 것 같다는 느낌이 제일 먼저 들어요 ㅎ

3. 저만 그렇게 느낀 건지 모르겠지만 마지막 결투를 끝내고 구조물에서 떨어진 울버린의 모습을 보면 갑자기 머리가 짧아진 느낌이에요 ;;;

4. 또 그 노부부이야긴데, 결국 울버린의 코스튬과 같은 의상 코디는 그 할아버지의 작품이라고 해야겠네요.

5. 엔딩 크레딧이 모두 끝나고 추가장면이 있습니다. 떡밥도 있고, 본편 초반에 등장했던 대사를 인용하면서 '울버린'이라는 캐릭터에 깊은 슬픔과 역사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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