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와 악마 (Angels & Demons, 2009)
쏠쏠한 재미의 미스테리 로드무비


너무나 잘 알려졌다시피 이 작품 <천사와 악마>는 <다 빈치 코드>를 썼던 댄 브라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한 영화로, 영화화된 <다 빈치 코드>와 마찬가지로 론 하워드가 연출하고 톰 행크스가 주연을 맡고 있다. 책이 그러하였듯이 영화적인 것보다 원작에서부터 계속되온 종교적 논란 때문에 더욱 화제가 되었던 <다 빈치 코드>와는 달리, <천사와 악마>는 이런 면에서 훨씬 조용한 편이다(영화나 책을 읽어본 분들을 아시겠지만, 이 작품에는 그다지 종교적으로 크게 논란이 될 정도의 묘사는 -결과적으로- 없다). <다 빈치 코드>가 책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탓에 영화에서 많이 힘이 빠져버린 경우였다면, <천사와 악마>는 책을 일찌감치 사두긴 했지만 사실상 내용이 거의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읽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거의 댄 브라운의 원작에 영향을 받지 않는 선에서 영화를 관람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개봉일에 보게 된 <천사와 악마>는 대규모 자본이 투자된 미스테리 스릴러로서 나름 쏠쏠한 영화였으며,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지루하지 않게 관람할 수 있었던 오락영화였다.

(참고로 본 리뷰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원작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쓴 리뷰라는 점을 참고해주세요~)





영화의 알려진 줄거리는 간단하다. 교황이 죽자 바티칸에서는 전통대로 교황을 선출하는 모임인 '콘클라베'를 갖게 되는데, 이와는 다른 줄기의 이야기로 세계 최대의 과학연구소 'CERN'에서 진행한 연구의 결과물인 반물질이 도난되면서 이 두 가지 사건이 하나의 적을 두고 있음을 알려주고는 여느 때처럼 로버트 랭던(톰 행크스)이 등장해 이 사건들을 풀어가게 된다.

개인적으로 종교적인 신념을 떠나서 이런 미스테리한 사건들을 약한 사실에 근거하여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워낙에 좋아하기 때문에 이 작품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확실히 전작 <다 빈치 코드>보다는 더 흥미로운 방식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두 작품의 이야기가 크게 다를 것이 없기도 하지만, 추리 소설을 읽을 때 다음 장이 궁금해서 휙휙 읽어나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을 정도로, 이 영화의 전개와 구성은 '오락영화'로서 손색이 없을 듯 하다. 어느 다른 리뷰에서 보았던 표현인데, 이렇게 책을 '휙휙'넘기듯 영화를 만들어내는 측면에서는 원작자인 댄 브라운도 그렇지만 이 영화의 각본을 담당한 아키바 골즈먼과 연출을 맡은 론 하워드의 재능이 십분 발휘되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서 내용의 깊이가 그리 깊거나 디테일하지는 않지만 군더더기 없이 진행되며 딱 보여주고 설명해야 할 것만(오락영화를 벗어나지 않는 한에서) 설명하고 지나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 영화의 디테일을 따지고 든다면 사실 미흡한 측면이 참으로 많다. 이런 영화에서 흔히 생략하고 마는 언어 문제만 봐도 바티칸의 경찰들이 영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일부 장면만으로 이 영화가 '제대로'하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주인공인 랭던이 라틴어나 이탈리아어를 전혀 모른다는데 더 문제가 있다고 해야겠다. 책을 쓸 정도의 관련 지식을 번역본으로만 접한 것인지 의심이 될 정도로 전혀 다른 언어를 모르는 랭던의 모습은, 안그래도 비중이 덜한 그의 캐릭터의 깊이를 더 깍아먹는 부분이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오락영화'로 볼 때 나름의 의미를 갖게 되는 영화라 이렇게 깊이 디테일을 따지고 들만한 '필요'가 별로 없다고 생각된다. 물론 오락영화 임에도 이런 소소한 디테일들과 아는 만큼 더 보이는 설정들을 여기저기 배치해 두었다면 더더욱 재미있는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이런 기대치까지 짋어져야할 영화는 굳이 아니라고도 생각된다.

그래서 부제목에 '쏠쏠한 재미'라는 표현을 쓰게 된 것이다. 만약 이 영화가 치밀한 스릴러라던가 아니면 원작에 좀 더 충실한 작품이었다면(원작을 보신 분들의 평에 빗대자면) 아마도 쏠쏠한 재미보다는 실망스런 느낌을 더 받았겠지만, 좀 더 편한 자세의 오락영화로서 관람하기에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미스테리 요소들도 적절히 녹아있고, 극 전개도 빠르고, 좋아하는 배우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쏠쏠한 재미'를 얻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들은 역시 로마 시내의 멋진 풍광들을 대형 스크린을 통해 흠뻑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4K 상영으로 관람하였는데 대형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로마시내의 풍광은 우리가 이런 영화에서 느낄 수 있고, 기대하는 스케일 측면을 만족시켜주고 있으며, 스케일을 더 돋보이게 하는 카메라 워킹도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는 초반 연구소 장면도 그렇고 후반부에 몇 장면도 그렇고 굉장히 이질적인 카메라 쇼트가 등장한다. 초반 연구소 장면은 영화라기보다는 마치 HD다큐에서나 볼법한 앵글이 많았으며, 후반 부 랭던을 잡는 앵글 가운데는 영화 내내 보여주었던 스타일과는 사뭇 다른 앵글도 만나볼 수 있었다).

엔딩 스탭롤을 보면 컴퓨터 그래픽에 상당히 많은 스탭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로케이션 촬영과 CG가 결합된 영상은 보는 즐거움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영화의 마지막 반물질과 관련된 하늘 묘사 장면을 들 수 있을텐데(스포일러 없이 써보려니 어렵네요 ^^;), 마치 '천지창조'그림의 배경에나 등장할 법한 하늘의 묘사는 굉장히 환상적이면서도 한 편으로 현실적이었으며,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에 그 어느 장면보다 종교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개인적으로는 주인공 로버트 랭던 역할의 톰 행크스의 비중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 이 것은 단순히 연기 측면이라기보다는 내용적인 문제로서, 주인공이 능동적이기 보다는 약간 수동적에 가깝다고 느껴졌기 때문에 그의 캐릭터자체가 별로 부각되지 못한 것 같다. 그 반대로 이완 맥그리거는 본래 팬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에서도 역시 강함과 나약함을 동시에 갖고 있는 자신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 그의 목소리와 억양을 너무도 사랑(?)하는데 이 영화에서도 마음 껏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이것만으로도 만족스럽긴 했다 ^^;

<밴티지 포인트>를 통해 낯이 익었던 여배우 아예렛 주어 역시 매력적인 얼굴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 이상의 감흥은 없었으며, 스텔란 스카스가드 역시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아 크게 얘기할 부분은 없을 듯 하다. 아미 뮬러-스탈은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이런 양면의 이미지를 갖은 캐릭터를 연기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긴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선과 악을 다 갖은 얼굴로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원작을 읽으신 분들의 평을 들어보면 책을 읽을 때 느꼈던 긴장감이나 짜릿함은 영화에서 많이 사라진 듯 하다. 얼핏 들어보니 예전에 살짝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나 영화와 비교해볼 수 있었는데, 확실히 영화는 소설과는 방법론이 많이 달랐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천사와 악마>는 원작을 읽은 사람들이 더 손해를 보는 경우가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일찍이 사두고 거의 보지 못한 내 신세는 다행이랄까 ^^:


1. 신촌 메가박스 M관에서 디지털 4K상영으로 감상하였습니다. 콜롬비아 픽쳐스 로고 나올 때 확 화질 차이를 느낄 수 있더군요. 그런데 정작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는 워낙에 어두운 장면이 많아서인지 4K를 100% 즐겼는가에 대해서는 살짝 의문이 드네요. 물론 필름상영보다는 훨씬 월등한 화질이었습니다.

2. 영화에 등장하는 과학연구소 'CERN'은 실제로도 있는 곳 인것 같더라구요. 크래딧에 로고 사용 라이센스들이 나올 때 CNN과 몇몇 다른 회사들과 함께 CERN의 이름도 나오더군요.

3. 영화의 마지막 아민 뮬러-스탈의 대사 같은 경우, 확실히 종교적 논란을 염두에 둔 일부러 대사가 아닌가 생각되더군요.

4. 엔딩 크래딧을 언제나처럼 다 보고 나오는데, 마치 클래식 공연을 보고 나온 기분이었습니다. 크래딧에 흐르는 곡이 상당히 박력있었거든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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