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리뷰] 장면과 대사들로 다시보는 <마법에 걸린 사랑> 블루레이

2007년작으로 오랜만에 극장에서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었던 월트디즈니의 실사영화 <마법에 걸린 사랑 (Enchanted)>은, 픽사나 드림웍스 등에 왕좌를 내준 뒤 이렇다할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었던 제작사 월트디즈니의 전환점이 될 만한 작품이었다. 극장에서 관람했을 때 역시도 '와! 재밌다!'를 넘어서는 디즈니의 야심과 반성이 엿보인다고 생각했었는데, 블루레이로 다시금 찬찬히 감상해보니 역시 장면 하나하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새로워 진' 혹은 '변해야 할' 디즈니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블루레이 리뷰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장면과 대사에 집중하여 이야기해볼 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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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마법에 걸린 사랑>은 디즈니의 고전 애니메이션들을 연상시키는 애니메이션으로 시작된다. 이는 설정 상으로 동화책 속 주인공이 마녀의 계획으로 인해 현실로 오게 되면서 겪는 사건들을 위한 구성상의 꼭 필요한 조건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월트디즈니 하면 익숙한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서두에 깔고 시작하는 것은 '본래 디즈니는 이랬다'라는 말로 이해할 수도 있을 듯 하다. 이렇게 간단하게 얘기하고 나면 '그러면, 기존 디즈니는 다 나쁘다는 말이냐?'라고 반문할 수 있겠는데, 물론 디즈니가 추구하던 가치가 다 좋지 못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전 <피노키오> 블루레이를 리뷰하면서 이야기한 것처럼, 월트디즈니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서 많은 것을 가장 먼저 이뤄낸 선구자적인 존재였으며, 세계 수 많은 아이들에게 그야 말로 '꿈과 희망을' 안겨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였음은 두 말하면 잔소리이겠다. 

개인적으로 그런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월트디즈니 였기에 후기 작품들에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가치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는 아이들이 보기에는 너무 선입견이 짙은 설정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작고 예쁜 동물들은 친구 같은 존재이지만 덩치 큰 육식동물(혹은 공룡)들은 무조건 악당으로 설정되는 점이나, <슈렉>에서 이미 잘 비틀어 주었듯이 못 생긴 것은 곧 저주라는 공식을 은연 중에 심어버린 이야기 들은, 어른들이 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주로 보는 것이기에 더 큰 위험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물론 이런 보수적인 구조를 완전히 다 바꾸려고 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마법에 걸린 사랑>에서는 '더이상 이대로 있다가는 안되겠다'라는 변화에 대한 디즈니의 절박함마저 엿보인다. 사실 예전에는 애니메이션 하면 다른 스튜디오는 하나도 모르고 오직 '= 디즈니'이던 시절이었는데, 최근에 와서는 그 입지가 픽사나 드림웍스에 비해 상당히 위축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서두에 애니메이션 부분은 최대한 기존 클래식 애니메이션에 가까운 구성을 취하고 있다. 백마탄 왕자와 공주, 성, 마녀, 동물친구들, 뮤지컬 시퀀스는 디즈니를 구성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라고 할 수 있는데(왕자가 공주를 보자마자 '결혼합시다'라고 얘기하는 장면은 이런 디즈니스러움을 노골적으로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대사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에 서두에는 이들이 모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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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이야기는 주인공인 지젤 (에이미 아담스)이 현실 세계인 뉴욕으로 오게 되면서 조금씩 변화하게 된다. 뉴욕으로 온 만화 속 주인공 지젤은 사람들과 처음 만나게 되면서 역시나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자신의 장신구를 뺏어간 할아버지에게 하는 그녀 최대의 나쁜 표현은 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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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안 좋은 분이군요' 정도다. 그런데 이 대사를 할 때도 잘 보면 조금 머뭇거리고 부자연스러워 하는 지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동화 속에서 지젤은 한 번도 누구에게 나쁜 말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뉴욕으로 오자마자 그는 누군가에게 나쁜 말을 해야만 할 상황에 닥치게 되고, 부자연스러운 말투로 '별로 안 좋은 분이군요'라는 본인 최대의 악담을 하게 된다. 여기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건, '별로 안 좋은 분이군요' 라는 말조차 부자연스러웠던 지젤이 뉴욕에 더 오래 머물게 되면서 점점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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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로버트 (패트릭 뎀시)의 집에 와, 욕실에서 샤워를 끝낸 지젤은 이 신비로운 샤워 시설에 감탄하며 '마법 같아요'라고 한다. 이는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일단은 지젤이 대표하는 바가 '디즈니'이고 뉴욕으로 표현되는 현실의 모습은 역시 현재 애니메이션 계의 현실이라고 볼 때, 현대의 애니메이션들이 추구하는 바와 갖고 있는 가치들은 디즈니 입장에서 보아도 마법처럼 매력적이고 동경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다르게 말하면 이 마법 같은 요소들이 주변에 널려있는데 이것들을 고스란히 받아들여도 될지 주저하는 디즈니의 모습까지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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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지젤의 모습이 현실에 와서도 이어지고 있음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역시 'Happy Working Song' 장면을 들 수 있겠다. 동화 속에서와 마찬가지로 노래로 동물들을 불러모아 신나게 청소하는 지젤의 모습은 장소만 동화 속에서 뉴욕으로 바뀌었을 뿐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제목과 '노래하며 일을 하면 피곤하지 않다네'하는 가사에서 알 수 있듯이, 디즈니가 영원히 동화같은 이야기로 들려주고 싶은 것은 즐겁게만 하면 힘들지 않다, 어려운 일도 생각하기 나름이다 라는 진리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마냥 행복함'을 점점 세상에서 '바보 같음'과 동일하게 생각하면서 디즈니도 함께 어려워 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디즈니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약간의 보수적인 색체는 있었지만, 동심에서나 이해할 수 있는 순수함 측면에 있어서는 사실 가장 선구적인 존재라고 생각되는데, <마법에 걸린 사랑>은 바로 이 디즈니적 순수함(동심에 가까운)과 현실의 괴리감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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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에서 막 뛰쳐나온 지젤에게는 너무나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은 것이 사실. 로버트는 화내지 않고 차근차근 설명해주지만 마치 아이같은 지젤에게 어른 같은 현실의 이야기는 인정할 수 없다기 보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니까, '아, 뉴욕이란 곳에서는 이럴 수도 있군요' 하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안달라시아는 안 그래요'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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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괴리감은 영화 곳곳에서 등장하는데, 영화의 하이라이트 라고 할 수 있는 'That's How You Know' 시퀀스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처음 지젤이 노래하려고 할 때 자꾸 노래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로버트의 대사에서나, 지젤의 노래를 거리의 악사들이 따라하자 '처음 드는 노랜데...' '엇, 이 노래를 아네? 하고 이야기하는 로버트의 대사를 굳이 삽입한 것은 예전 같으면 아무 설명없이 '디즈니 세계에선 다 가능해' 라고만 해도 되었던 것이, 로버트의 시각처럼 '어, 이거 말이 안되잖아'라는 시각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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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은 단순히 메시지적인 측면이나 대사의 삽입을 넘어서서 장면의 구성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센트럴 파크에서 벌어지는 'That's How You Know'시퀀스의 경우, 위의 스샷처럼 다양한 신세대 댄서들과 최신의 댄스 장르들이 결합된 단체 댄스장면을 볼 수 있다. 이는 감독의 말처럼 짧게는 다양한 문화가 함께하는 뉴욕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도 있겠지만, 더 나아가 생각해보자면 새로운 조류를 적극 수용해야만 하는 현실을 수렴한 구성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 이렇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과 동시에 고전의 오리지널리티를 간직하려는 움직임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시퀀스에서 노인들이 춤을 추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여기 출연하고 있는 배우들은 대부분 예전에 <메리 포핀스>같은 뮤지컬 영화에서 댄서로 출연한 경험이 있거나,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댄서/연기자들로서 영화 속에서는 잠시 등장할 뿐이지만, 감독은 이 장면에 얼마나 많은 것을 담으려고 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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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통해 디즈니의 변화와 변화하려는 노력을 부담스럽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는, 극 중 로버트와 같은 친절한 캐릭터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엄연이 얘기해서 로버트라는 캐릭터는 지젤과 관객 사이에서 괴리감을 줄이기 위해 중간자적 입장으로 활약하는 메신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로버트가 지젤에게 하는 대사들을 들으면 지젤이 이해 못할 현실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설명해 주는데, 보통 이런 구성의 영화에서 주인공에 관객이 100% 공감하게 되는 것에 반해 가끔 관객은 로버트의 입장에서 '맞아, 지젤. 너의 얘기는 너무 황당하잖아' 라고 생각하게 까지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말해서 지젤 입장에서 보면 로버트라는 존재는, 너무나 갑작스런 현실에서 '만화'처럼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존재이며, 이해가 안되는 일들을 조금이나마 그럴 수 있겠다는 정도로 수긍할 수 있도록 만드는 캐릭터라 할 수 있겠다. 여기에는 패트릭 뎀시에 따듯한 인상이 크게 한 몫 했음을 부인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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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런 따듯한 인상???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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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마스덴이 연기한 에드워드 왕자를 그리는 방식도 기존 디즈니 월드의 방식과는 조금 다르다. 에드워드 왕자라는 캐릭터는 지젤의 입장에서 보면 분명 애매한 존재다. 기존 작품들처럼 확고한 악당도 아니지만, 분명 사랑하는 다른 이가 있는 상황에서 별로 원치 않은 존재이며 무언가 지키고 싶지 않은 약속 혹은 예절이랄까. 그런 관계에 놓인 존재다. 아마 보통 디즈니 월드였다면 에드워드 왕자와 지젤이 연결되어야 했을 것이다. 지젤은 현실에서도 계속 왕자를 만나기만을 고대하고, 왕자 역시 현실 속으로 들어와 지젤을 만나기 위해 수많은 고난들을 이겨내 결국 둘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지냈다는 식의 결론 말이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에드워드 왕자라는 캐릭터의 존재는 분명 기존 디즈니의 작품들과는 다르다. 이런 식의 전개라 하더라도 보통 같으면 배신 당한 에드워드 왕자가 악당으로 변모하게 된다거나 하는 것으로 흘러가게 마련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너무도 쿨하게 지젤과 로버트의 관계를 받아들이고 있어서 오히려 바보처럼 보이기까지 한다(출연 작품들에서 연이어 이런 역할을 맡은 제임스 마스덴에게 '지.못.미'가 쏟아진 것은 어찌보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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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지젤과 마찬가리로 에드워드 역시 현실로 건너오게 되면서 조금씩 변화를 겪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후반 부에 결정적인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 전까지 다람쥐가 그렇게 얘기를 전할려고 노력했어도 단 한마디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던 에드워드는, 동화 속 이야기와는 다르게 지젤을 로버트에게 양보(?)하고 나서부터는 더 악조건임에도 다람쥐의 말을 단 한번에 완벽하게 이해하게 된다. 어찌보면 지젤과 마찬가지로(어쩌면 더 한) 에드워드 역시 기존의 디즈니를 상징하는 캐릭터로서, 틀에서 벗어나는 과감한 행동 이후 바보 같은 모습을 벗는 구성은 역시나 의미심장할 수 밖에는 없다(영화 내용상 그렇다고는 하지만, 너무 해맑게 웃는 제임스 마스덴의 모습을 보며 여간 가슴 한 켠이 아려왔던 것이 아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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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는 뉴욕에서 지젤을 처음 만나자마다 반가움에 서두의 애니메이션에서 그랬던 것처럼 노래를 부른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뮤지컬 세상에서 혹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세상에서 노래하는 것은 전혀 어색한 것이 아니다. 여기서 노래란 말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기도 하고, 노래하고 춤추는 것은 행복한 동화 속 분위기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에드워드의 노래에 맞춰 함께 노래해야 할 지젤은 당황스런 표정을 지며 오히려 별로 노래하고 싶지 않다고 얘기하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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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때는 제법 충격이었다. 이런 장면이 디즈니 영화에서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고, 가장 핵심적인 요소를 제대로 파고든 경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노래하는 것을 어색해 하는 디즈니 캐릭터라. 특히나 지젤이 애니메이션에서 뛰쳐나온 캐릭터라는 점에서 노래하지 않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전면에 부각시킨 이 장면은 영화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이 장면에 대한 메시지는 아마도 그 틀안에만 있었을 때에는 몰랐으나 새로운 세상을 접하게 된 이후부터는 그간 본인이 해오던 것이 얼마나 당황스럽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지를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면서, 이제는 더 이상 관객들이 그냥 주인공들이 노래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믿는 때가 아니라는 점을(그러니까 인과관계가 정확하지 않은 '마냥' 그러려니 하는 구성은 봐주지 않음을) 깨달아야만 한다고 스스로에게 얘기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극중 인물들이 갑자기 노래하거나 하더라도 크게 이질감이 없는 편이라, 이런 세계도 계속 지켜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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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지젤의 변화는 로버트와 헤어지고 에드워드와 다시 안달라시아로 돌아가기 직전에 다시 한번 등장한다. 이미 안달라시아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지젤은 아무 의심없이 돌아가려는 에드워드에게 데이트 등에 핑계를 대며 돌아가지 않으려고 한다. '당장 갈 필요는 없잖아요' 라는 대사는 일반 영화 같으면 사실 별 큰 의미없는 대사일테지만, 하루 만에 만나 첫 눈에 반해 결혼까지 약속하는 동화 속 지젤에게서 나온 대사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무언가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분명 커다란 변화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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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 들어온 마녀와 결투를 벌이는 마지막 시퀀스에서 역시 기존 디즈니의 방식을 완전히 뒤엎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일단 더 이상 공주를 구하기 위해 마녀와 대결을 벌이는 왕자의 모습은 없으며, 오히려 남자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마녀에게 맞서는 지젤의 모습만이 있을 뿐이다. '용감한 공주가 구출하러 온다'라는 대사를 마녀가 일부러 해주는 것 역시 이 장면이 그간 보여주었던 구성과 전혀 다른 장면임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기 위한 장치이며, 지젤이 로버트를 구하러 가기 전에 구두를 벗어던지고 나가는 장면에서 구두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앵글은, <신데렐라>처럼 실수로 벗겨진 구두를 누군가가 찾아주길 기대하는 여자 주인공의 모습이 아니라, 남자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구두를 벗어던진 여자 주인공의 모습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장치이자 역시 의미심장한 앵글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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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와의 결투가 끝나고 나서, 그 결투가 벌어졌던 건물에서 서서히 멀어지는 카메라를 발견할 수 있는데 자세히 보면 이 성과 같은 건물은 월트디즈니의 상징인 로고 속 그 성과 매우 흡사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계속 얘기한 바와 같이 <마법에 걸린 사랑>이 단순한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월트디즈니가 스스로 주인공이 되는 영화임을 다시 한번 알려주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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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점들이 많이 발견되기는 했지만 그런거 다 제쳐두더라도 <마법에 걸린 사랑>은 월트디즈니의 마법이 아직까지 유효함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디즈니가 추구해오던 가치관을 어떤 감각으로 그려내느냐에 따라 다시 한번 마법같은 순간을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과 동시에, 디즈니 스스로 변화해야 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듯한 작품으로 상당히 많은 고민과 혼란을 겪는 듯한 모습마저 발견할 수 있었다.

글의 성격이 달라 다 소개하지 못했지만, 주연을 맡은 에이미 아담스의 연기는 그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동화 속 지젤을 완벽하게 소화해 다시 한번 '에이미 아담스가 아니면 안돼!' 라는 생각을 하게 했고, <인어공주>를 비롯해 디즈니의 수많은 애니메이션들의 수록곡들을 만들었던 Alan Menken이 만들어낸 음악은, '그래, 영화 속에서나마 이렇게 마냥 행복한 걸 굳이 거부할 필욘 없잖아'라는 생각과 더불어 뮤지컬 영화의 또 하나의 명장면으로 기억될 순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블루레이 캡쳐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WALT DISNEY VIDEO에 있습니다.








마법에 걸린 사랑 (Enchanted, 2007)

오랜만에 극장에서 관람한 전체 관람가 영화이자 디즈니 영화!
그래서인지 사실 예매를 해두고도 살짝 망설여지기도 했었다. 기대는 되지만 혹시 너무 유치찬란한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유치찬란이었을지는 몰라도, 내가 유치해서인지는 몰라도
매우 재미있었던 영화였다.

이 영화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기존의 동화를 다룬 영화들과는 다르게,
기존 영화들이 현실을 사는 주인공이 동화속으로 들어가게 되, 그 속에서 겪는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면
이 영화 <마법에 걸린 사랑>은 이와는 반대로 영화 속의 주인공이 현실로 오게 되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 이런 시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런 룰에 가장 충실해 오던
보수적이라면 보수적인 디즈니가 자신들이 만든 룰을 반대로 적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이 영화는 디즈니 라는 점에서 여러가지로 생각해볼만한 작품이다.
일단 이제는 모두들 사실상 생명력을 잃었다는 2D 애니메이션을 영화의 초반부에 등장시키고 있다.
디즈니의 전성기를 함께 했던 2D애니메이션과 백마 탄 왕자님, 그리고 공주, 동물 친구들 등
전형적인 디즈니의 캐릭터들을 등장시키면서, 가장 디즈니 다운, 그리고 디즈니 스러움을 숨기지 않고 있다.
백마 탄 왕자는 공주(공주가 될)를 보자마자 '결혼합시다'라고 말하는데, 이것은 어쩌면 헛웃음을 짓게 하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론 가장 디즈니스러운 설정을 숨기지 않고 스스로 드러낸 장면이라고 하겠다.
애니메이션 시장이 2D에서 3D로 넘어오면서 전통적인 강자였던 디즈니는 다른 스튜디오의 최첨단
애니메이션들에게 조롱 아닌 조롱을 받아왔다. 팬들에게도 외면 당해 한동안 이렇다할 작품을 내놓지 못하였으며
이대로 최첨단의 시장에서 서서히 잊혀져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될 즈음이었다.

하지만 <마법에 걸린 사랑>은 이런 디즈니의 고민을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잘 극복한 작품이라고 하겠다.
바로 그들만의 장기이자 그들 특유의 장점을 오히려 강조하는 것으로 극복해 낸 것이다.
완전히 동화같은 이야기와, 디즈니 클래식 애니메이션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와 현대물에 자연스럽게 녹아낸점.
그리고 디즈니의 전성기에 빠질 수 없었던 뮤지컬 적인 요소를 완전히 소화해내면서 다시 한번 팬들을
그 때의 향수에 젖게 하는 동시에, 요즘의 관객들도 이 뻔하고 유치한 이야기에 감동받지 아니할 수 없도록
만들어버렸다. 특히 뮤지컬 적인 요소는 다른 분들도 이미 많이 언급했듯이 흡사 <메리 포핀스>나,
쥴리 앤드류스가 주연한 뮤지컬 영화들이 연상될 정도로 해맑고도 흥겨운 장면들을 연출하고 있다.
재미있는건 영화 초반의 내레이션을 바로 쥴리 앤드류스가 맡았다는 점. 엔딩 크래딧에서 그녀의 이름을 보니
이보다 더 반가울 수 없었다. 디즈니는 어떻게든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는데, 다른 모델을 보고 학습하는
방식이 아닌 자신들만의 장점을 오히려 더욱 강조하는 방식으로 성공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쥴리 앤드류스와 함께 크레딧에서 또 한명 이름을 보고 반가워했던 것은 바로 Alan Menken이었다.
그는 바로 <인어공주>를 비롯해 디즈니의 유명한 뮤지컬 스타일의 애니메이션들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음악들을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이었다. 영화를 보다보면 초반부터 중반즈음에 이르기까지는 '에이, 이거 재미있긴 하지만
좀 유치한것 아니야?'하는 생각이 종종 들곤 하지만, 이 영화에 백미라 할 수 있는 'That's How You Know' 장면
이후 부터는, 이 동화속에 완전히 빠져들게 된다. 그래서 이후 부터는 배우들의 오버연기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왕자, 공주, 마녀 등의 설정에도 전혀 어색해 지지 않게 되며, 어느새 지젤의 편에 서있는 나를 보게 된다.
사실 배우들의 연기는 상당히 오버스러운데, 그 이유는 바로 동화속에서 바로 나온 캐릭터라는 설정 때문이었는데
그래서 인지 이 같은 연기는 상당히 좋았다(뉴욕에 가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왕자옷, 공주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고 공원을 활보해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더라 -_-;;).

영화를 보고 개인적으로 느낀 점은, 이 영화가 마냥 행복해 보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너무 여러 걸음 나가 생각해본 것이 아닌가도 싶지만, 결국은 '화(angry)'라는 단어조차 모르고, 그런 감정도
몰랐던 지젤이 현실에 점점 적응하면서 이런 감정들도 배우게 되고, 동화 속에선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던
노래들도 점점 잊어버리고, 그리도 꿈에 그리던 왕자가 나타났지만 돌아가기를 꺼려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결국은 순수한 사람이 현실에 물들어 버린 겪이 되어버려(물론 반대로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은 그녀로 인해
행복을 얻었지만), 마냥 행복하다고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들 칭찬하는 에이미 아담스의 연기. 그녀는 어디서 많이 본 듯 했으나 잘 생각이 나질 않았었는데,
집에 돌아와 찾아보니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디카프리오와 호흡을 맞췄던 바로 그 간호사 역할이었더라!
이후에 호평을 받은 <준벅>은 아쉽게도 보지 못해 사실상 그녀를 본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였으나,
앞서 언급했듯이 마치 쥴리 앤드류스가 연상될 정도로 동화 속에서 막 뛰쳐나온(실제로 그런 캐릭터니 ^^)
지젤의 모습을 완벽하게 연기하고 노래하고 있다. 특히나 직접 노래까지 불렀다니, 앞으로 그녀의 작품들이
더 기대되는 바이다.
그리고 기대를 모았던 제임스 마스덴. 팬들에겐 안습의 캐릭터로 불리며 이번에는 과연 사랑을 쟁취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았던 그. 이번엔 역할도 조건도 매우 좋은 바로 '백마 탄 왕자님!'. 뭐 결과적으로는 최악은 아니었지만
역시나 최선도 아닌 그의 결말에 아쉬움이 남는다 ^^;
미리 정보를 얻고 가지 않은 탓에 수잔 서랜든의 출연은 사뭇 신선했으며,
티모시 스펄은 해리포터에서 인상깊게 보아서 인지, 애니메이션만 보고도 그가 이 역할이겠구나 하고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확실히 디즈니의 마법은 아직 죽지 않았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2008년에 들어서자마자 1월부터 무척이나 바빠지게 되었다.
지난해 11,12월이 비교적 조금 한산한 분위기여서 더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1월에는 꼭 봐야할 영화는 물론이고, 단순히 보고 싶은 영화들도 너무 많아
과연 이 영화들을 다 소화할 수 있을지가 여러가지로 걱정되기 까지 한다
(시간의 제약은 현재로서는 거의 없는 상태이긴 하지만, 그 상황턱에 금전적인 여유를
처음으로 생각해봐야할지도 -_-;;)

현재 국내 1월 개봉예정으로 있는 영화들을 중심으로 기대를 한 껏 부풀려보자!
(순서는 가나다 순)


1. 그르바비차


보스니아 내전을 배경으로 모녀의 이야기와 여성, 전쟁과 평화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 개봉한 지는 그래도 제법 되었으나 아직까지도 못 보고 있는 영화.
과연 엄청난 작품들이 몰려오기 전에 관람할 수 있을 것인가!


2. 마법에 걸린 사랑


디즈니 영화를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기에 어쩌면 실망을 하게 될런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정통 디즈니의 마법같은 이야기라는 점에서 기대가 되는 영화.
과연 포스터에도 역시 등장하지 못한 만년 안습 캐릭터 제임스 마스덴은 이번 영화에서
또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도 흥미로운 포인트.

3. 명장


주로 로맨스 영화를 만들어왔던 진가신 감독의 액션 영화.
무엇보다 이연걸, 유덕화, 금성무. 이 세 배우를 한꺼번에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기대가 되는 영화.
하지만 몇몇 홍콩영화들은 이러한 기대만 부풀리게 하고 커다란 실망을 안겨주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조심도 해야할 듯. 어쨋든 기대!


4. 미스트


<쇼생크 탈출> <그린 마일>에 프랭크 다라본트가 만든 괴물 영화.
일단 제목만 봐서는 그리 와닿지 않는(왜냐하면 이런 류의 제목에 당한적이 많기 때문에;;)
영화이긴 하지만, 들려오는 평으로는 상당히 괜찮은 괴물 영화라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


5. 스위니 토드


단연 1월 최고의 기대작!
팀 버튼과 조니 뎁 만으로도 흥분이 벅차오르는데, 죠니 뎁이 노래까지 하는 뮤지컬 이라니!!
이미 제작을 시작하였다는 순간부터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였던 영화.
왠지 이 분위기에 너무 잘어울릴듯한 알란 릭맨의 연기도 기대된다!


6. 에반게리온: 서(序)


부산영화제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아쉽게 놓치게 되어 정말 많이 아쉬웠던 영화.
에바의 광팬 중 한 사람으로서 에바를 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초 흥분상태.
'넌 혼자가 아니야'라는 의미심장한 문구가 벌써부터 기대되는구나.


7.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요즘 TV에서 문소리, 김정은 등 배우들이 너무 홍보를 하는 탓에 오히려 반감이
조금 들 정도이긴 하지만,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만든 임순례 감독의 연출력 때문에
가장 기대가 되는 작품. 이런 소재의 영화는 사실 안봐도 줄거리는(뭐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니
결말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뻔한데, 그렇기 때문에 다아는 신파 이야기를 가지고
어떻게 연출했을지가 궁금해지는 영화.


8. 더 재킷


얼핏 보았을 때 <미스트>와 함께 비디오용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애드리안 브로디, 키이라 나이틀리, 대니얼 크레이그 등 배우들의 이름을 보면
쉽게 지나치기 어렵다. 또한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SF스릴러 장르 역시
쉽게 지나치긴 힘든 유혹인듯.


9. 클로버필드


하도 J.J. 애브람스 얘기를 하길래, 당연히 그가 감독한 줄로만 알았지만 역시나 제작만 한 영화
(언제부터 J.J. 애브람스가 국내에서도 이 정도로 유명한 인사가 되어버린 것인지).
초대형 낚시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텍사스 소때처럼 몰려오고 있지만, 일단 기대만큼은
최고로 가지게 하는 영화가 아닐 수 없다. J.J가 감독을 맡지 않은 것이 장점이 될지 단점이 될지가
가장 관건이 될 영화.



이 밖에도 2008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로 인해 일단 예매한 영화가 3작품이며,
여기에 언급은 안했지만, 조쉬 하트넷 주연의 <써티데이즈 오브 나이트>나 <에이리언 VS 프레데터 2>
그리고 한국영화 <라디오 데이즈>와 <슈퍼맨이었던 사나이>까지 보게 된다면 정말 엄청난 1월 한달이될듯.

그래도 두근두근 기대되는 1월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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