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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원 : 스타워즈 스토리 (Rogue One: A Star Wars Story, 2016)

새로운 희망은 어떻게 탄생했나


J.J. 에이브람스의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 (Star Wars : The Force Awakens, 2015)' 이후 새롭게 선보인 스타워즈의 새 영화는 다름 아닌 에피소드 3의 프리퀄 격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에피소드의 형식을 취하지 않고 '로그원'이라는 별도의 제목을 갖은 이 영화는 기존 스타워즈 에피소드 시리즈들과 유사하면서도 차별점을 동시에 갖고 있는 작품이다. 일단 차별점부터 이야기해보자면 '로그원 : 스타워즈 스토리'에는 제다이가 등장하지 않는다. 아니, 등장 여부를 두고 혹여 다른 의견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에 바꿔 말해보자면, 제다이가 이야기의 중심이 아니다. 오히려 따져보자면 오리지널 3부작 이야기에 중심이 되는 배경인 데스스타가 다시 한번 중요한 설정으로 등장하는 영화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가장 큰 흥미이자 중심이기도 한 제다이의 이야기가 없다는 것은 '로그원'의 장점이자 단점이 된다 (스포일러라 말하지는 않겠지만 그 단점은 영화의 마지막, 아주 잠깐의 순간을 통해 해소돼버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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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원 : 스타워즈 스토리'를 홍보할 때 '기존 스타워즈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들도 즐길 수 있는 최초의 스타워즈'라는 식의 문구를 본 적이 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스타워즈의 팬 입장이 아니라면 쉽게 즐기기는 부족한 측면이 없지 않다. 다시 말해서, 만약 스타워즈의 팬이 아니라면 이 영화의 많은 부분들이 단점으로 고스란히 느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중반 이전까지 '로그원'의 전개는 맥락만 아주 간단하게 소개하는 식이고 캐릭터 역시 등장 이상의 공감 포인트를 전달하는 것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스타워즈 특유의 화면 전환 방식으로 빠르게 전개되는 각각의 이야기는 이 세계관이 익숙한 이들에게는 어느 정도 감안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지만, 그렇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눈요기가 끝나면 다른 눈요기가 등장하는 것 이상의 흥미는 아마도 주지 못할 듯싶다. 중반부를 넘어서면 스타워즈 시리즈 가운데도 역대급의 우주전과 지상전이 그야말로 화려하게 펼쳐지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는 재미가 있지만, 중반 이전까지는 확실히 팬의 입장에서 보아도 단조롭고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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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의 오랜 팬으로서 '로그원'이 재미있는 영화라는 것은 단순히 팬이라 대부분의 단점을 이해한다는 측면이 아니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영화로서 은연중에 발견할 수 있는 작은 재미와 감동들이 이 영화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오프닝 타이틀과 음악이 등장하지 않은 것은 엄청난 이질감으로 다가왔지만 (아마도 에피소드 시리즈가 아니라는 걸 스스로 강조하기 위함인 듯), 에피소드 3과 4 사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익숙한 반란군과 제국군의 전함들과 전투기들, 그리고 익숙한 스톰 트루퍼들의 모습과 스치듯이 묘사되는 낯익은 캐릭터들에 관한 이야기들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가장 감동스러운 장면은 아마 이 영화 스스로도 이 장면이 이 정도의 감동과 슬픔을 주게 될 줄은 몰랐을 맨 마지막 장면과 그 이전 다스베이더가 등장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스베이더의 그 짧은 장면은, 과장을 더해서 이 장면 하나 만으로도 이 영화를 충분히 볼 만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포스와 감동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캐릭터가 갖는 힘이라는 것을 새삼 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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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장점 가운데 '로그원'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이라면 역시 프리퀄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즉, 아쉬운 점이 없지 않지만 이 영화를, 특히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에피소드 4를 다시 보고 싶어 지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리고 어쩌면 무심히 보고 지나쳤던 에피소드 4의 첫 시퀀스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는 점에서, 아주 좋은 연결 고리였다고 생각된다. 프리퀄 성격을 갖는 작품들의 경우 간혹 과하게 연결 고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후편의 등장하는 대부분의 이야기를 설명하려 드는 경우들이 있는데, 그보다는 '로그원'처럼 아주 최소한의 연결 고리만을 자연스럽게 완성해 내는 편이 더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을 보면서 어쩌면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점. 그 새로운 희망이 어떻게, 어디서부터 탄생했는가에 대한 점을 비로소 떠올려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것과 동시에 전혀 예상치 못한 캐리 피셔 (레아)의 죽음으로 인해 바로 이 지점, '로그원'과 '새로운 희망'의 연결 지점이 더 큰 감동과 의미를 갖게 된 것도 이 영화가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된 점이 아닐까 싶다. 언제나 당당하고 멋진 여성상을 보여주었던 레아 그리고 캐리 피셔의 명복을 빌며.


May the force be with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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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캐리 피셔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 그날 늦은 밤 보게 된 '로그원'은 정말 의미가 남다르더군요. 마지막 장면 ㅠㅠ

2. 매즈 미켈슨이라는 배우를 좀 더 활용했으면 어땠을까도 싶지만, 그보다 더 아쉬운 건 포레스트 휘태커가 연기한 캐릭터. 이 캐릭터는 막말로 등장 안 했어도 전혀 상관없는 정도로 활용되는 것에 그치는데... 참 아쉽;;

3. 견자단이 연기한 치루트 캐릭터는 호불호가 좀 강하게 나뉠 것 같아요. 특히 팬들 사이에서. 음... 전 좀 아쉽.

4. 진 역할을 맡은 펠리시티 존스의 얼굴에서 여러 번 루크 (마크 헤밀)의 얼굴이 겹쳐지더군요. 그 표정 있어요 ㅎㅎ

5. 돌비 애트모스 포맷으로 보았는데 화려한 우주전에서 확실히 애트모스 사운드의 활용도를 최적으로 즐길 수 있었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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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스트레인지 (Doctor Strange, 2016)

페이즈 3의 본격적인 시작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MCU)의 세 번째 페이즈는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새로운 캐릭터 영화와 새로운 확장 세계관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닥터 스트레인지 (Doctor Strange, 2016)'가 본격적인 시작점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그 역할을 싱크로율이 상당한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무언가 MCU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기존에 참여하고 있는 배우들도 연기파 배우들이 많지만, 대표작 '셜록'을 비롯해 독특한 아우라를 보여주는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합류는 기존의 성격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의 분위기를 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많이들 이야기했던 것처럼 '닥터 스트레인지'는 마치 '아이언맨' 1편과 유사한 느낌이다. 새로운 시작. 그리고 매력적인 캐릭터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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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줄거리와 구성은 몹시 전형적이다. 안하무인으로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실력파 의사인 스트레인지가 어느 날 불의의 사고를 당해 두 손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고, 이를 고치기 위해 찾아간 네팔의 어떤 곳에서 에이션트 원이라는 존재를 만나 새로운 세계의 능력을 배워, 거대한 음모와 맞서게 된다는 이야기다. 신체의 장애 (혹은 상실)를 해결하기 위한 여정은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를 떠올리고, 사건을 계기로 숨겨진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는 과정은 '배트맨 비긴즈'를 비롯한 많은 히어로물을 연상케 한다. 


또한 이들이 펼치는 마법 가운데 공간을 자유자재로 조정하는 순간은 마치 '인셉션'의 유명한 꿈속 설계 장면의 총정리 버전 같은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이후 벌어지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 그리고 동료와의 관계에 관한 설정 등도 아주 익숙한 전개를 따른다. 솔직히 액션 장면들을 비롯해 앞서 언급한 '인셉션'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영상이 볼거리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이것 만으로 '닥터 스트레인지'를 재미있게 즐기기에는 조금 부족할 듯하다. 결국 이 전형적인 새로운 영웅의 탄생 담에 키 포인트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한 닥터 스트레인지라는 캐릭터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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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만약 닥터 스트레인지라는 캐릭터 자체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면 이 영화는 앞서 언급한 이유들처럼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줄거리와 구성이기 때문에 화려한 볼거리가 제공된다 하더라도 그다지 흥미를 느끼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익숙한 것들로 둘러 쌓여 있음에도 이 캐릭터에게 매력을 느끼게 된다면 이 이야기는 하나하나를 새삼스레 공감하며 즐길 수 있게 된다. 뻔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캐릭터의 매력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베네딕트 컴버배치라는 배우와 닥터 스트레인지라는 캐릭터의 만남이 기존 MCU에는 없었던 매력과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점이다. 


다른 히어로들과의 능력치 밸런스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차원이 다른 마법을 선보이는 능력과 의사라는 본래 직업에서 오는 특별한 성격 그리고 능력을 얻게 된 이후에도 해결되지 않은 이전의 상처 (손의 문제)에 관한 메시지 그리고 멋진 수염과 기럭지 그리고 망토에서 오는 중후함과 아우라는, 몇몇 등장 씬에서 아이언맨 버금가는 강렬한 임팩트를 선사한다. 같은 이유로 이전에는 MCU의 캐릭터 가운데 토르를 가장 좋아했었는데, 앞으로는 닥터 스트레인지를 더 좋아하게 될 것만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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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닥터 스트레인지'는 이 캐릭터의 매력 만으로 밀고 나가는 영화다. 전형적인 히어로물 1편의 성격을 가진 영화라 다소 식상할 수 있는 부분을 캐릭터와 배우를 믿고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영화라 하겠다. 아, 물론 이런 자신감은 이미 세계관을 탄탄하게 다져 놓은 것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겠다. 또한 1편을 만들 때부터 사실상 속편 이후를 계획할 수 있다는 장기적 관점도 이러한 자신감의 이유일 것이다.


어서 닥터 스트레인지가 아이언맨, 토르, 캡틴 등의 히어로들과 함께 등장하는 장면들을 보고 싶다. 그가 MCU의 다른 캐릭터들과 어떠한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가가 페이즈 3의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1. 매즈 미켈슨이 연기한 캐릭터는 확실히 배우를 생각하면 아쉬운 점이 많아요. 좀 허술하게 묘사된 부분이 많았죠.

2. 그 밖에도 개연성 측면에서는 그냥 넘어가는 점들이 종종 있어요. 

3. 이 영화를 현실 세계 중심으로 보자면 (극 중) 레이첼 맥아담스의 이상한 하루 정도로 부를 수 있겠네요.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을 크게 놀라지 않고 빠르게 적응하는 그녀ㅋ

4. 그러고 보니 제가 좋아하는 토르와 스트레인지 모두 빨간 망토(?)를 ㅎㅎ 

5. 총 2가지 쿠키 영상이 등장합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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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엘 콜하스의 선택 (Michael Kohlhaas, 2013)

스스로 견디지 못함의 대한 울림



아르노 데 팔리에르 감독의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 (Michael Kohlhaas, 2013)'을 선택하게 된 것은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때문도 아니고, 영화의 줄거리 때문도 아닌 오로지 주연을 맡은 매즈 미켈슨의 극 중 모습이 커다랗게 담긴 포스터 한 장 때문이었다. 이 포스터는 뭐랄까, 여러 작품을 통해 조금씩 좋아해 오다가 '더 헌트'에 와서 비로소 애정을 고백하게 되었던 매즈 미켈슨이라는 배우의 매력을 120% 발산하고 있는 이미지였기에, 아마도 이런 단계로 그를 좋아하게 된 영화 팬들이라면 보고 싶어 안달이 날 수 밖에는 없는 그런 포스터였다. 회색 머리를 휘날리며 등 뒤에 검을 매고 있는 그의 모습은, 마치 '하이랜더' 같은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는데, 솔직히 포스터의 비주얼에 압도 당해 보게 된 영화였지만 내용은 그 와는 많이 달랐다. 아주 고전적이고 조용한 방식으로 '정의'라는 거대한 뜻에 질문을 던지는 그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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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판매하는 미하엘 콜하스는 매일 말을 팔러 시장에 가는 길에 지나던 다리에 통행세를 내라는 남작의 말에, 처음에는 반대하지만 일단 말 두 마리를 맡기고 나중에 되찾는 조건으로 그냥 지나간다. 하지만 나중에 말을 돌려 받으러 가보니 윤기가 흐르던 두 건강한 말을 다치고 더러워진 상태였으며, 이를 찾으러 갔던 하인 역시 공격을 받아 다치고 만다. 이를 부당하게 여긴 미하엘 콜하스는 법적으로 소송을 걸려 하지만 공작이 손을 쓴 탓에 전해지지 않자 직접 공주에게 이를 전하려 하는데, 대신 전하려던 아내마저 죽음에 이르게 된다.


만약 이 영화가 부당함에 맞서 싸우는 영웅의 이야기를 그리고자 했다면 아내를 잃는 과정의 묘사는 물론, 그 이후 미하엘 콜하스의 여정 역시 훨씬 더 디테일하고 극적인 묘사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불친절 하다기 보다는 일부러 디테일을 걷어낸 듯 한 느낌이다. 복수를 감행하지만 그 순간은 결코 통쾌하지 않고, 어느새 반란군이 되어 버린 그의 일당이 조직되는 과정이나 여정 역시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즉, 이 영화는 부당한 것과 그것의 해결 혹은 극복에 포인트가 있지 않고, 그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갖고 오는 지를 보여주며, 관객에게 다시 어떤 선택을 하겠냐고 되묻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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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을 나오며 같이 본 이와 우스게 소리로 이런 얘기를 했다. '그러게 사람이 융통성이 있어야지'. 처음엔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만약 미하엘 콜하스가 조금은 융통성이 있는 사람이라 남들처럼 피해가거나 돌아갈 수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극 중 묘사되는 모습으로 미뤄보면 미하엘 콜하스가 꽉 막힌 사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조금은 융통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 그럼에도 그가 이 사건을 겪으며 했던 선택들은 조금은 날이 선, 그래서 본인 스스로도 어떤 의의를 두거나 정의를 행한다고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그가 만약 조금 더 융통성을 발휘 했다면 아내를 잃게 된 것을 비롯해 모든 일들을 겪지 않았을까? 라는 질문을 되 묻게 되었다. 그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그렇담 과연 '융통성'이라는 건 '정의'라는 것을 논할 때 선택 가능한 옵션인가 라는 의문도 더불어 갖게 되었다. '그러느니 죽는게 차라리 낫다'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의미가 있다'라는 것은 무엇이 반드시 옳다고 말하기 힘든 문제인데 (최근 본 '노예 12년'을 떠올려 보면 더욱 그렇다), 이 작품은 국내 개봉 제목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선택을 한 주인공의 이야기에 대한 답을 관객이 해야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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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처음 극장을 나오며 했던 '융통성'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가서 답하자면, 영화 속 시대를 배경으로 미하엘 콜하스의 상황이었다면 그가 융통성을 부려 두 필의 말을 잃고 부당한 일을 당한 것을 그냥 넘겼다 하더라도, 결코 평탄한 삶을 영유했을 것이라고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야 말로 조금은 비겁한 융통성의 결론인데, 어차피 결과가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는 계산에 그렇다면 좀 더 (상대적으로) 정의의 편에서 행하는 것이 나은 것이겠다 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극 중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이 계산적이거나 비겁하지 않았던 건, 그 스스로가 계산을 통해 한 일이 아니었고 오히려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행하지 않고서는 견뎌낼 수 없었던, 한 인간으로서의 고뇌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과 삶은 정의로운 영웅의 삶이라기 보다는, 정의로울 수 밖에는 없었던 현실적인 한 남자의 삶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하엘 콜하스의 여정이 아니라, 그가 그렇게 해야만 했던 내적 갈등과 그렇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던 그 '마음', 양심이라고 표현하기엔 무언가 부족한 그 마음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는 많은 것들을 너무 쉽게 견디는 것은 아닐까.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은 그 스스로 견디지 못함에 대한, 고요하지만 깊은 울림을 들려주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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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헌트 (Jagten, 2012)

사냥감이 되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



유치원 교사인 루카스는 아내와 이혼했지만 아들 마커스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중이며,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가장 친하게 장난 치고 놀 정도로 착하고 평범한 남자다. 그런 루카스에게 어느 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아주 사소한 일이 발생한다. 가장 친한 친구의 딸이자 어쩌면 부모보다도 더 가까운 친구 같은 존재였던 클라라와의 사이에서 벌어진 아주 사소한 감정의 스침은 루카스를 하루 아침에, 모두가 혐오하는 범죄자로 발전시킨다. 토마스 빈터베르그의 '더 헌트 (Jagten, 2012)'는 '사냥'이라는 제목을 들어 억울한 상황에 놓인 주인공과 이 주인공을 범죄자로 몰아가는 어른이라는 이름의 이성과 그 무서움에 대해 이야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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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상황에 놓인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는 많다. '더 헌트'의 루카스 (매즈 미켈슨)의 이야기도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주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주인공, 그리고 남들보다 좀 더 친절했던 주인공은 어쩌면 그 친절함 때문에 본인도 인지하지 못한 순간, 아주 작은 우연으로 억울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것은 작은 실수가 아니라 작은 우연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루카스가 클라라에게 보인 행동을 실수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를 순간의 감정으로 거짓말을 해버린 어린 클라라의 실수 때문 만이라고 볼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건 원인이 없는, 과정이 원인마저 잠식해 버리는 이야기다. '더 헌트'가 매력적인 건 바로 이 과정을 매우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디테일한 부분은 다를 수 있으나 전반적으로 억울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구조를 갖고 있음에도 또 한 번 루카스의 이야기에 깊게 공감하고 답답함마저 느끼게 되는 것은, 그 깊이를 가볍게 다루지 않고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는 영화의 시선과 방식에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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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루카스를 억울한 상황으로 몰아 넣으면서도 상대적으로 그를 범죄자로 몰아넣는 동네 사람들과 친구들의 모습을 무지와 억지로 묘사하지는 않고 있다. 즉, 몰상식으로 한 사람을 몰아가는 모양새가 아니라 이들이 최대한 이성과 논리에 기대고 있다는 것을 영화는 충분히 보여준다. 그리고나서는 바로 그 이성이 얼마나 무서운 일을 벌이는 지를 가감없이 묘사한다. 그리고 관객에게는 더 나아가 (특히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더더욱) 루카스가 처한 상황이 분명히 억울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다른 한 편으론, 그걸 알면서도 만약 내가 저 마을의 한 일원이라면 굳이 루카스와 엮이고 싶지는 않다는 이기적인 생각까지 불러온다. 즉, 완전히 루카스의 편에만 서 있는 듯 하지만, 은연 중에 루카스를 멀리하는 그의 친구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기도 한 것이다. 이는 영화 후반부 클라라의 아버지이자 루카스의 친구인 '테오'를 바라보는 영화의 시선을 통해 다시 한 번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더 헌트'의 주인공은 분명 루카스이지만 다른 한 편으론 테오의 영화라고 느껴졌다. 그 만큼 테오의 행동과 갈등은 영화가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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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헌트'는 표면적으로만 보자면 인간의 이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쉽게 부서짐에 노출되어 있는 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누군가가 이로 인해 처절히 무너져 가는 과정 속에서도 '희망'이라는 가능성을 어렴풋이 열어두고 있어 더 인상적이었다. 사실 몇몇 장면은 너무 쉽게 이 희망의 가능성을 확장시켜 버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이런 생각을 할 때 쯤 영화는, 스윽 하고 다시 나타나 결국 아직도 사냥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혹은 더 혹독한 사냥의 시절이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남긴다.

사냥감이 되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 내가 누군가를 사냥하고 있는 지도 아마 그 전엔 알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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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즈 미켈슨의 연기는 정말 좋았어요. 이전 헐리웃 영화에서 보았던 악당의 모습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을 정도로요. 더불어 클라라 역할을 맡은 아이는 어떻게 이런 아이를 찾아냈을까가 더 놀랍더군요.


2. 주인공의 심리에 완전히 공감하도록 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론 그 사회의 입장에 서도록 만드는 연출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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