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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미트 트레인 (Midnight Meat Train, 2008)
오랜만에 만나는 제대로 된 호러!


올 여름은 지난 해에 비해 호러 영화들이 많이 개봉하지 않았던 것도 있고, 그다지 눈길이 가는 호러 영화들도
없어서 그냥저냥 흘러가나보다 했었는데, 그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끄는 포스터의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이 영화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이하 MMT)이었다. 개인적으로 클라이브 바커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들을
몇 편 보기는 했지만, 그의 소설을 아직까지 직접 읽어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클라이브 바커' 원작을 영화화 한 작품이기 때문이거나, 혹은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의 작품이라 특별히 보게된
경우도 아니었다. 하지만 들려오는 호평들과 포스터와 예고편에서 뿜어져 나오는 영화 속 세계의 '때깔'.
그리고 늦은 밤 지하철에서 살인이 벌어진 다는 것 외에 무언가 더 있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가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는데, 결론적으로는 요 근래 극장에서 본 호러 영화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고
마음에 드는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MMT'를 꼽게 될 것 같다.

(이후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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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의 줄거리는 사진작가인 레온(브래들리 쿠퍼)이 전시회 데뷔를 하기 위해 도시에서 벌어지는 좀 더
리얼한 사건들을 찾아 셔터를 눌러대는데, 그 와중에 우연히 한 남자를 카메라에 담게 되고, 지난 밤 일어난
여성 모델의 실종 사건과 연관이 있음을 깨닫고, 점차 전시회보다는 이 남자를 쫓는데에 집중하게 되고,
그를 추척한 결과 매일밤 그 남자가 지하철에서 잔인하게 살인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사실 원작을 읽지 않았고, 영화의 초중반까지 분위기로 봐서는 그냥 일종의 '싸이코'가 살육을 저지르는 것
정도인가 보다 했었는데(뭐 이런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MMT'에는 단순히 살인과 살육을 넘어서서
좀 더 미스테리하고 흥미로운 설정을 갖고 있었다. 특히나 살인이 단순히 살육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배달의 의미를 갖고 있고, 그 배달을 받게 되는 존재가 오랜 역사와 미스테리를 지니고 있는 인간 외의
존재라는 점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극중 비니 존스가 연기한 '마호가니'의 캐릭터도 단순히 살육을 일삼는
도살자라기 보다는, 종교적인 의식을 행하는 제사장의 느낌을 갖게 하는 캐릭터로 느껴졌다.
이런 이미지를 더욱 돋보이게 한 것은 아무래도 '마호가니'의 코스튬에 있었다. 이걸 단순히 의상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코스튬이라 표현한 이유는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다 이해할듯.
깔끔하게 정리한 스포츠 머리에 알렉산더 맥퀸의 캐리백과 존 갈리아노의 회색수트를 말끔하게 차려입은
마호가니의 이미지는, 호러 영화의 아이콘으로서 깊이 인식되기에 충분한 공포감을 전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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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공포스러웠던데에는 미스테리 스릴러 형식으로 이야기를 천천히 전개시켜나가는 긴장감 있는
전개방식도 한 몫을 했지만, 그보다도 '마호가니'역할을 맡은 비니 존스의 그 무표정과 움직임, 걸음거리
때문이었다. 훤칠한 키와 UFC 파이터와 맞상대를 해도 전혀 꿀리지 않을 듯한 체격, 그리고 바로 앞에서
나를 보고 있다고 생각만해도 오금이 저리는 그의 눈빛과 표정은, 이 영화를 가장 공포스럽도록 만드는
요인이었다. 비니 존스는 개인적으로는 2006년작 <엑스맨 - 최후의 전쟁>에서 주커노트 역할로 극장에서
만날 수 있었고, 가이 리치 감독의 <스내치>나 코미디 영화인 <그들만의 월드컵>같은 작품을 통해
짧지만 그 얼굴만은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였다. 하지만 이 작품을 통해 앞으로 비니 존스하면 ㅎㄷㄷ한
공포스러움과 함께 'MTT'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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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언급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클라이브 바커의 원작을 읽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다른 작품, 아니 다른 게임이 연상이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엑스박스 360용으로 국내에도 라이센스되어
소수 매니아들 사이에서만 반짝하고 사라진 호러 액션게임 <다크나스 (The Darkness)>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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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XBOX 360용으로 출시되어 개인적으로도 한 동안 몰입해서 싱글플레이를 즐겼던 <다크니스>)

일단 <다크니스>의 세계도 전체적으로 어둠고 암울한 세계를 그리고 있으며, 영화 속 처럼 지하철이 등장하기도
하고, 액션 장면 중에 볼 수 있었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게임이기도 하며(영화 속 중간중간 장면들은
정말 게임 속 장면과 흡사했다), 무엇보다 아주 똑같지는 않지만, 주인공이 악마(혹은 다른 악한 어떤 존재)에
힘을 얻고 그들의 하수인으로 일하게 되는 설정은 몹시도 닮아있었다. <다크니스>는 그야말로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매우 영화적인 스토리를 갖고 있어서 게임을 하는 중에도, '이거 나중에 영화화하면 참 재미있겠다'
라는 생각을 안할 수가 없었는데, 'MMT'가 <다크니스>의 영화화 버전은 물론 아니지만, 영화 속 지하철의
느낌이나 어두운 세계의 분위기, 주인공 레온의 이미지 등은 게임 속 그것과 너무도 유사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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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비니 존스보다 더욱 반가웠던 배우는 주인공 '레온'역할을 맡은 브래들리 쿠퍼였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브래들리 쿠퍼는 제니퍼 가너 주연의 미드 <앨리어스>에서 '윌 티핀'역할을 맡기도
했었는데, <앨리어스>끝까지 나름대로 재밌게 본 입장에서는(많은 이들이 실망했음에도 ;;)윌 티핀을
스크린에서 주인공으로 만나게 되어 무척이나 반가웠다. 확실히 공포에 질린 듯한 브래들리 쿠퍼의 표정에서는
<앨리어스>에서 여친과 그 숨겨진 세계를 알게 되었을 때의 표정이 얼핏 비쳤다. 비니 존스의 카리스마가
워낙에 강한 영화이기 때문에 자칫 주인공임에도 비중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을 레온 캐릭터를 훌륭하게
연기한 듯 하다. 물론 극중 레온이 점차 거칠게 변해가는 과정이 좀 더 섬세하게 묘사되지는 못했지만
(채식주의자인 레온이 스테이크를 먹게 된다던가, 여자친구와 관계를 맺을 때 거칠게 변한다던가 하는 장면으로
레온이 마호가니를 쫓게 되면서 점차 그 처럼 변해간다는 설정은 충분히 이해할만은 했으나, 시간 상으로
약간 부족한 면이 없지는 않았다), 브래들리 쿠퍼의 연기문제라기 보다는 영화의 구성상의 약점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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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인 기타무라 류헤이는 이 영화가 호러이고 미스테리 이기도 하지만, 러브 스토리이기도 하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는데, 물론 레온의 여자친구가 등장하고 사건에 깊게 개입하기는 하지만, 러브 스토리로 까지 이해되기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수잔 호프 역으로 등장한 브룩 쉴즈는 그다지 큰 역할은 아니었지만 등장하는 것
자체로 의미를 두어야 할 것 같고,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머혼과 호흡을 맞추었던 바바라 이브 해리스의
모습도 반가웠으며, 깜짝 등장이라 할 수 있는 퀸튼 '램페이지' 잭슨의 등장도 흥미로웠다(아까 비니 존스의
체격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UFC파이터를 언급한 것은 바로 이것 때문 ^^;).

결과적으로 이 영화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은 그 세계의 색감도 너무 마음에 들었지만, 영화가 마지막으로
갈 수록 점차 드러나는 미스테리의 실상도 개인적으로는 매우 흥미로웠던 호러 영화였다.
새로운 연쇄살인마 캐릭터의 등장이라는 점에서도 흥미롭고(이것이 진정 시리즈화 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3편 정도의 시리즈물로 전개된다면, 2편에는 역할을 물려받은 레온이 마호가니 보다 더욱 잔인하고 화려하게
자신이 맡은 일을 수행하는 과정을 보여주면 좋겠고, 3편에는 우여곡절 끝에 자각하거나 아니면 <매트릭스>의
스미스 요원처럼 엄청난 힘을 갖게 되어, 단순히 그들에게 배달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그들의 세계에
직접 뛰어들어 그들을 모두 소탕한다거나, 아니면 그들과 인간들 사이에 이 경계가 깨져버려, 인간 세상으로
나와 혼란을 일으키는 그들을 물리칠 이가 '레온'밖에 없다는 설정으로 최후의 전투를 벌이는 영화도
재미있을 것 같다. 생각해보니 3편까지는 너무 길 것 같으니, 2편 정도로 축약해서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본다), 무엇보다 21세기에도 잘 어울리는 스타일리쉬한 호러, 그렇지만 정통호러의 느낌을 잃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오래만에 만나는 제대로 된 호러 영화였다.



1. 영화 속 '마호가니'의 대사는 단 한 마디 뿐이다.
2. '마호가니'라는 것이 어쿠스틱 기타에 사용되는 나무 재질이다보니 자꾸 딴 생각이;;
3. 근데 그 코스튬과 헤어스타일은 누가 정해준거지? 배달 받는 그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인가? --;;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Lionsgate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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