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 (Oz: The Great and Powerful, 2013)

마법같은 '영화'로의 초대



너무도 익숙한 '오즈의 마법사'를 가지고,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가 오즈에 오기 전의 이야기를 다룬 샘 레이미의 '오즈 :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은 하지만 기존 '오즈의 마법사'나 이와 비슷한 설정을 갖고 있는 뮤지컬 '위키드'를 전혀 무시해도 될 만큼 스토리나 캐릭터에 치중하고 있는 작품은 아니다. 그렇다고 디즈니 영화 답게 마냥 행복하고 순진하기만 한 어린이용 영화라고 보기도 어렵다 (하지만 이렇게 봐도 무방하다). 처음 포스터와 스틸컷만 보고는 왜 샘 레이미가 이 영화, 이 시나리오에 끌렸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는데, 특히 디즈니라는 스튜디오가 그랬고 전체관람가의 너무 착하기만한 영화가 그랬다. 하지만 극중 오즈(제임스 프랭코)가 켄터키를 떠나 오즈에 도착하기 전까지 풀스크린의 흑백으로 펼쳐지는 영화 장면을 보고선 '혹시....?'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영화의 말미에 가서는 왜 이 영화를 선택했는지 비로소 수긍할 수 있었다. 샘 레이미는 마치 마틴 스콜세지가 '휴고'를 통해 그러했듯, 이 작품 '오즈 : 그레이드 앤드 파워풀'을 통해 '영화'라는 것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  Walt Disney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사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굳이 '오즈의 마법사'의 이야기를 꺼내들지 않더라도 몹시 단순한 편이다. 주인공 오즈가 변화를 겪게 되는 것은 물론 그 주변의 캐릭터들과 선과 악으로 나뉘어진 캐릭터들의 묘사도 디즈니 영화의 전형을 그대로 갖추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펼쳐지는 오색 찬란한 오즈의 모습에서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놀라운 장관을 만나게 되는 편도 아니다. 오히려 CG수준은 이전 작품들 보다 좀 못해서 마치 예전 영화들에서 배경을 그림으로 활용했던 것에서 느꼈던 이질감과 같은, 블루스크린을 통해 표현된 배경과 인물들 간의 이질감이 느껴진다 (혹시 일부러??). 사실 이 영화를 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샘 레이미 감독보다도 미셸 윌리엄스, 제임스 프랭코, 레이첼 와이즈, 밀라 쿠니스 등의 화려한 출연진 때문이었는데,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배우들의 매력 측면에서도 그다지 매력적이지는 못한 작품이었다 (특히 밀라 쿠니스의 팬들이라면 실망할 만하다).



ⓒ  Walt Disney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여기까지만 설명을 들어보자면 샘 레이미의 '오즈'는 볼 이유가 하나도 없는 작품이라는 것처럼 들리는데, 사실 영화가 종반에 이르기까지 내 마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영화가 클라이맥스에 이르기 전까지 가장 매력적인 장면이 오즈가 켄터키에서 마술하던 흑백 시절이었을까. 하지만 그래서인지 영화는 클라이맥스에 가서 바로 그 흑백 장면에서 보여주었던 매력을 다시 한 번 꺼내들었다. 영화 속 오즈가 그러했듯 이 가짜 아닌 가짜 마술이 갖는 매력 즉, 영화라는 것에 대한 매력에 대한 표현이 그것이었다. 오즈에 도착한 이후 시골의 마법사이던 오즈의 모습은 마치 한 명의 영화 감독처럼 느껴졌다. 자신이 만든 작품에 대해 스스로도 만족이나 자신감을 갖지 못해 영화를 만드는 일을 포기하려고까지 마음 먹은 영화 감독. 어쩌면 이 영화는 영화 팬들은 물론 아직까지 빛을 발하지 못한 수 많은 영화 감독들에게 '너는 이미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영화 감독이야'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극 중 오즈의 모습은 분명 그렇게 보였다. 결국 이렇다할 개봉기회조차 얻지 못하던 영화 감독 오즈는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조력자들과 함께 자신 만의 영화를 완성해 내고, 영화 감독으로서의 자신의 모습에 비로소 용기를 얻게 된다. 



ⓒ  Walt Disney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잠깐 영화 감독 오즈에 대한 이야기로 빠졌지만, 서두에 말했듯이 이 영화는 영화를 본다는 것에 대한 마법 같은 경험에 대한 샘 레이미의 환기이다. 클라이맥스에서 오즈가 펼치는 마법은 은유도 아니고 직접적으로 영화라는 매체를 지칭하고 있다. 즉,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서 더 이상 마법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 영화를 본다는 것에 대해 샘 레이미는 다시 한 번 '오즈의 마법사'라는 판타지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다. 그렇다보니 영화 내내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이 '오즈'의 이야기는, 영화가 끝난 뒤 제법 매력적인 이야기로 느껴졌다. 물론 그렇게보아도 아쉬운 점이 여럿 발견되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영화가 관객에게 말하고자 했던 그 메시지와 방식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1. 본문에도 있지만 레이첼 와이즈와 밀라 쿠니스의 측면에서만 본다면 아쉬운 점이 특히 많은 영화였네요. 디즈니라는 점을 감안해도 말이죠. 전 미셸 윌리엄스의 광팬인데 물론 이 측면에서 봐도 아쉽기는 했어요.


2. 마지막은 미셸 윌리엄스의 짤방.



ⓒ  Walt Disney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Walt Disney Pictures 있습니다.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극한의 백조의 호수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항상 그랬다. 그의 이름을 알게 해주었던 영화 '레퀴엠 (Requiem For A Dream, 2000)'이 그랬고, 얼마 전 왕년의 스타 미키 루크를 다시금 끌어올린 '더 레슬러 (The Wrestler, 2008)'에서도 그랬다. 아로노프스키는 항상 대상을 어떤 상황에 던져 두고 적당히 마무리하는 것보다는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불안한 심적 갈등과 신체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 왔었다. 극한이라는 것은 언제나 완벽이라는 것과 강박이라는 것을 동반하게 되는데, 이런 것에 관심이 많던 아로노프스키에게 '백조의 호수' 는 언젠가는 반드시 영화화 해야 했을 작품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아로노프스키는 백조의 호수를 상당히 늦게 접하게 되어, 한 명의 배우가 백조와 흑조의 두 가지 자아를 연기해야만 하는 심리적 압박에 대해 떠올리게 되었다고 하는데, 영화는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감독 스스로도 정작 백조의 호수라는 작품에 자세한 내용은 뒤늦게 알았던 터인지, '블랙 스완'에서는 누구나 알법한 이 유명한 이야기의 줄거리를 두 차례나 거듭 설명하고 있다).
 




뉴욕 발레단의 무용수 니나 (나탈리 포트만)는 누구보다 완벽한 안무와 실력을 갖고 있는 발레리나지만 백조와 흑조를 모두 연기 해야 하는 발레단의 새해 첫 작품인 '백조의 호수'의 주인공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을 단장 인 토마스 (뱅상 카셀)로 부터 듣는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가능성을 보게 된 단장은 니나를 주인공인 백조 여왕으로 캐스팅하고, 그녀는 더 완벽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작품에 몰입 또 몰입한다. 그 과정 속에서 니나는 자신이 잘 하지 못하는 분야라고 할 수 있는 흑조를 더 완벽하게 연기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강박과, 같은 발레리나로서 딸을 지극정성으로 보호하는 동시에 큰 기대를 품고 있는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한 압박, 그리고 자신에게 자리를 빼앗겨 버린 전 백조 여왕인 베스 (위노나 라이더)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자신이 갖지 못한 흑조의 매력을 갖고 있는 릴리 (밀라 쿠니스)가 자신의 자리를 노리고 있는 것에 대한 강박까지, 이 모든 것들을 여린 몸으로 견뎌내야 한다.





결국 '블랙 스완'은 강박으로 인해 극한으로 치닫는 주인공의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텐데, 물론 이 강박은 완벽하기 위함 때문이다. 즉 완벽을 향해 달려가는 니나는 (사실 이 작품은 강박 그 자체에 대한 텍스트에 더 가깝기 때문에, 본래 니나가 완벽주의자였는지 아니면 정황상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완벽해야만 했던 상황에 놓인 것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분위기로만 보자면 영화 속 니나는 둘 다 라고 할 수 있겠지만) 지나친 강박으로 인해 과도한 스트레스와 환상을 보게 되고, 더 나아가 자아분열까지 일으키게 된다. 이로 인해 니나는 엄마와 릴리의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하고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 속의 모습으로 보게 된다. 어디까지가 니나의 환상이 만들어 낸 허상인지 역시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이것이 허상이라는 것은 영화 내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는 근접한 카메라를 통해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조명하는 듯 하지만, 그와 동시에 완전하게 니나의 심리와 결합되어 움직인다. 여기에 동참한다면 관객 역시 니나가 겪는 불안한 심리와 강박을 그대로 느끼게 된다
 




(지하철 창에 비친 니나의 모습을 그리는 영상에서 우리는 감독의 전작 '더 레슬러'를 그대로 떠올려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주인공 뒤에 근접해서 들고 찍기 (Handheld)로 촬영된 방식에서 역시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작품은 아로노프스키의 전작 '더 레슬러'와 짝을 이루는 영화이기도 하다. '더 레슬러'에서 미키 루크가 연기한 랜디와 '블랙 스완'의 니나 모두 신체를 이용해 자신을 표현하는 예술가인 동시에, 부상에 대한 (혹은 신체의 변화) 공포가 있으며 신체를 활용하는 직업을 갖은 이로서 노쇠화에 대한 고민과 두려움을 안고 있다. 또한 서로에게 작용하는 방식 면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가족이라는 존재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어쩌면 극복 이상의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 한계에 자신을 밀어붙여 결국 크게 다르지 않은 결말을 맺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영상 측면에 있어서도 다큐멘터리를 찍듯 거칠고 현실적인 질감을 보여주고 있는데, 같은 촬영 감독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동일한 컨셉과 분위기로 구성된 영상을 만나볼 수 있다. 아마도 이 작품의 촬영 감독인 매튜 리바티크 (Matthew Libatique)가 아로노프스키와 '레퀴엠' '파이' 등 여러 번 호흡을 맞춰왔던 터라 원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블랙 스완'을 보고 나서 '더 레슬러'를 보게 된다면 좀 더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블랙 스완으로 돌아와) 아마 다른 감독이었다면 백조와 흑조를 모두 연기해야 하는 니나의 강박을 그리되, 심리적 갈등에만 집중하거나 관객에게 보여지는 영화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덜 신경을 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이 같은 심리변화를 시각적으로 묘사하는 것에도 몹시 흥미를 갖고 있는 감독이다. '블랙 스완'에서는 이런 불안함과 강박이 시각적으로 표현되는 정도가 영화가 시작할 때부터 조금씩 강도를 높여가더니 클라이맥스에 가서는 그야말로 그 강도와 속도가 심장을 뚫고 나올 정도로 폭발한다. 개인적으로는 아로노프스키가 택한 바로 이것. 주저 없이 극한까지 몰고 가는 영화의 속도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리듬) 강도에 흠뻑 반했다. 사실 '블랙 스완'은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발레 작품 '백조의 호수'를 그대로 다시 쓴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감독처럼 이 이야기를 잘 몰랐거나,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이 이야기를 겉핥기로만 알고 있었다면, 이야기가 주는 매력에도 흠뻑 빠질 수 있을 정도로 '블랙 스완'의 몰입 감은 최고수준이다. 또한 '블랙 스완'은 완벽한 '백조의 호수'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니나가 백조와 흑조 연기에 모두 완벽해 질 수록 영화는 점점 더 '백조의 호수'에 가까워 진다.
 





다시 매력을 느꼈던 그 '극한'의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블랙 스완'은 주인공인 니나가 극심한 자아분열을 겪게 되면서부터 백조의 호수가 공연되는 클라이맥스에 이르기까지 강도를 계속 높여 끝에 가서는 마치 '에반게리온'에서 에바와 신지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처럼, 일정 수준의 극점을 뛰어넘어 버린다. 이런 시각적인 표현 방법과 클라이맥스의 속도 그리고 이야기의 세기는 분명 과잉이다. 과잉이라는 것은 본래의 그릇을 넘어 넘쳐난다는 것인데, '블랙 스완'은 이 넘쳐나기를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 아니 애초부터 넘쳐나기를 작정하고 만든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과잉이 불필요하게 느껴지기 보다는 감정선을 잃지 않은 채 과잉의 끝까지 극한을 함께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적어도 나는 이 극한을 영화와 함께 경험했다. 진짜 얼마 만에 영화를 보며 손에 땀을 쥐는 것 정도가 아니라 심장이 터질 듯하게 극중 주인공과 같은 박동으로 뛰고, 허기지고 힘이 들 정도로 몰입하며 보았는지 모를 정도로, '블랙 스완'은 엄청난 에너지를 갖고 있는 작품이다. 다시 말해도 이것은 분명 과잉이지만, 너무나 매력적인 과잉이었다.
 





작품의 매력을 잘 살려낸 또 다른 주역은 역시 배우들이었다.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는 실로 대단했다. 동년배 여자 연기자들보다 항상 한 발 앞서는 연기를 보여주었던 그녀였지만, '블랙 스완'에서 그녀의 연기는 극한까지 몰고 간 감독 아로노프스키처럼 극한까지 표현해 내고 있었다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그녀가 작품이 끝난 뒤 쉽게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아마도 이 작품은 시각적인 표현이 지금처럼 없었더라도 아주 무서운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만큼이나 무섭도록 연기하고 있는 나탈리 포트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탈리 포트만이 발레 연기에 대역을 썼느냐 그렇지 않았느냐 하는 것은 이 판단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리고 뱅상 카셀의 경우, 아주 오래 전 '증오' 때부터 좋아했던 배우였는데 (나에게 있어 뱅상 카셀은 모니카 벨루치의 남편이 아니라 그냥 오롯이 뱅상 카셀이다), 오랜만에 큰 작품에서 깊은 인상을 주는 캐릭터를 연기한 것 같다. 특히 뱅상 카셀이 이렇게 목소리가 좋았었나? 라고 느낄 정도로 세련된 발레단 단장의 캐릭터를 세련되고 멋지게 소화해 내고 있다. 확실히 얼굴 속에 독기를 가득 담고 있는 뱅상 카셀의 캐스팅은 나탈리 포트만 만큼이나 완벽했던 것 같다. 그리고 덴젤 워싱턴과 함께 했던 '일라이'에서는 비주얼 외에 아무것도 보여주지는 못했던 것과는 달리, 밀라 쿠니스가 이 영화에서 보여준 '릴리' 라는 캐릭터는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게 하는 데에 아마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듯 하다.


Blu-ray 메뉴






Blu-ray : Picture Quality

MPEG-4 AVC 포맷의 1080P 화질 평가에 있어서는 앞서서 여러 번 언급했던 작품의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다큐멘터리를 보듯 거친 입자의 영상을 만나볼 수 있는데, 최신 영화 블루레이와 1:1 화질 비교했을 때에는 '아니 화질이 왜 이래?'하고 놀랠 수도 있으나, 본 소스를 트랜스퍼한 결과물 측면에서 본다면 오히려 우수한 화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측면의 평가는 영화의 엔딩 크레딧 부분을 보면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의도된 거친 입자와 차별화되는 선명하고 깨끗한 화질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이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확실히 샤프니스라던가 선명도와는 거리가 먼 화질이고 그레인을 가득 머금은 영상이지만, 이 모두가 의도된 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코 나쁘지 않은 화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반대로 만약 '블랙 스완'의 영상이 칼 같은 선예도로 표현되었더라면 전혀 다른 작품이 (단순 화질 측면에서는 만족스러운 타이틀이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감독의 의도와는 거리가 먼) 되었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말할 수 있겠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 MA 5.1 채널의 사운드는 극한으로 치닫는 작품의 리듬을 전달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특히 전작 '더 레슬러'와 '천년을 흐르는 사랑'에 이어 이 작품의 음악을 맡고 있는 클린트 만셀 (Clint Mansell)의 사운드 트랙이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있는데, 강약의 세기 전달에 있어 여느 액션 영화 못지 않은 쾌감을 준다.




클래식한 발레 음악과 기괴함과 불안함을 더해주는 인더스트리얼 계열 사운드의 조화는, '블랙 스완'의 음악을 단순한 클래식이 아니라 좀 더 특별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는데, 블루레이의 차세대 사운드는 이 두 가지을 모두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섬세함을 담아내고 있다. 또한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액션 영화 못지 않은 우퍼의 활용과 몰아치는 사운드의 향연 역시 추천할 만 하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부가영상에서 첫 번째로 만나보게 되는 것은 '제작과정'인데, 총 세가지 챕터로 나뉘어 각 주제별로 제작과정을 만나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감독인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인터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그 밖에도 편집자, 촬영 감독 외 스텝 들의 전문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촬영장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아, 무엇보다 풀HD의 깔끔하고 쨍한 화질로 만나볼 수 있는 것이 반갑다.
 





프로덕션 디자인에 관한 내용들도 비중 있게 들려주는데, 작품 속에서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었던 니나의 방과 같은 특별한 세트 외에도 뱅상 카셀의 연기한 단장의 공간들에서도 숨겨져 있는 디자인적 디테일에 대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촬영을 맡은 매튜 리바티크의 인터뷰와 작업 방식을 통해 이 작품의 독특한 영상이 어떻게 촬영되었는지를 직접 확인해볼 수 있다.






두 번째 챕터에서는 나탈리 포트만을 비롯해 뱅상 카셀, 밀라 쿠니스, 위노나 라이더 등 배우들의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들의 대한 이야기는 물론,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와 감독에 대한 생각, 그리고 이 작품을 연기하기 위해 각각 준비해야만 했던 것들에 대해 들려준다. 나탈리 포트만의 경우 니나를 연기하기 위해 수개월간 발레 연습과 혹독한 트레이닝을 해야만 했었는데, 물론 실제 영화에 사용된 장면들 가운데는 그녀가 연기하지 않은 장면이나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얼굴을 대체한 장면들도 있지만, 그녀의 많은 연습과 발레리나 연기에 의문 부호를 갖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세 번째 챕터에서는 '블랙 스완'에 사용된 특수 분장 및 효과, 그리고 컴퓨터 그래픽 등에 대해 만나볼 수 있다. 물론 이 작품에도 CG가 사용되기는 했지만 좀 더 실제 분장을 선호하는 아로노프스키의 성향에 맞게 가능한 부분은 최대한 실제의 것을 활용하는 한 편, CG의 경우도 실제 발레리나의 연기와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를 합성하는 모션 캡쳐를 비롯, 극 중 니나의 환상을 표현하는 데에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작과정 외에 '발레' '프로덕션 디자인' '의상 디자인' '나탈리 포트만 – 프로필' '대런 아로노프스키 – 프로필'에서는 각각 2~3분 여의 짧은 분량으로 각 주제에 대한 짧은 영상과 인터뷰를 수록하고 있다.

 




이 밖에 '감독과 배우의 대화 – 역할 준비하기'와 '감독과 배우의 대화 – 카메라와 함께 춤추기'에서는 각각 4분여, 1분 30초 정도의 짧은 분량이지만 대런 아로노프스키와 나탈리 포트만의 대화 형식으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폭스 무비 채널로 제공되는 감독과 4명의 배우들에 대한 인터뷰 영상이 수록되었다 (폭스 무비 채널 영상만 SD로 제공).

 



[총평]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블랙 스완'은 완벽 그 자체에 관한 텍스트이자, 아로노프스키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신체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자아분열의 심리묘사를 거침없는 과잉의 리듬으로 쏟아낸 심장 뛰는 작품이었다. 이런 극한의 백조의 호수를 다시 금 체험하기에 블루레이 타이틀만큼 좋은 선택은 아마 없을 듯 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주의 : 본 컨텐츠의 저작권은 'dvdprime.com'에 있으며 저작권자의 동의 없는 무단 전재나 재가공은 실정법에 의해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단,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음을 알립니다.



블랙 스완 (Black Swan, 2010)
극한의 백조의 호수

대런 애로노프스키는 항상 그랬다. 그의 이름을 알게 해주었던 영화 '레퀴엠 (Requiem For A Dream, 2000)'이 그랬고, 얼마전 왕년의 스타 미키 루크를 다시금 끌어올린 '더 레슬러 (The Wrestler, 2008)'에서도 그랬다. 그리고 그가 앞으로 연출할 작품인 '로보캅'과 '엑스맨 : 울버린 2'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는 것처럼, 애로노프스키는 항상 대상을 어떤 상황에 던져 두고 적당히 마무리하는 것보다는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불안한 심리와 신체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 왔었다. 극한이라는 것은 언제나 완벽이라는 것과 강박이라는 것을 동반하게 되는데, 이런 것에 관심이 많던 애로노프스키에게 '백조의 호수' 같은 작품은 언젠가는 영화화 해야 했을 작품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애로노프스키는 백조의 호수를 상당히 늦게 접하게 되어, 한 명의 배우가 백조와 흑조의 두 가지 자아를 연기해야만 하는 심리적 압박에 대해 떠올리게 되었다고 하는데, 영화는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감독 스스로도 정작 백조의 호수라는 작품에 자세한 내용은 뒤늦게 알았던 터인지, '블랙 스완'에서는 누구나 알법한 이 유명한 이야기의 줄거리를 두 차례나 거듭 설명하고 있다).


 Fox Searchligh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뉴욕 발레단의 무용수 니나 (나탈리 포트만)는 누구보다 완벽한 안무와 실력을 갖고 있는 발레리나지만 백조와 흑조를 모두 연기해야 하는 발레단의 새해 첫 작품인 '백조의 호수'의 주인공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을 단장인 토마스 (뱅상 카셀)로 부터 듣는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가능성을 보게 된 단장은 니나를 주인공인 백조 여왕으로 캐스팅하고, 그녀는 더 완벽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작품에 몰입 또 몰입한다. 그 과정 속에서 니나는 자신이 잘 하지 못하는 분야라고 할 수 있는 흑조를 더 완벽하게 연기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강박과 같은 발레리나로서 딸을 지극정성으로 보호하는 동시에 큰 기대를 품고 있는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한 압박, 그리고 자신에게 자리를 빼았겨 버린 전 백조 여왕인 베스 (위노나 라이더)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자신이 갖지 못한 매력을 갖고 있는 릴리 (밀라 쿠니스)가 자신의 자리를 노리고 있는 것에 대한 강박까지, 이 모든 것들을 여린 몸으로 견뎌내야 한다.


 Fox Searchligh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결국 '블랙 스완'은 강박으로 인해 극한으로 치닫는 주인공의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텐데, 물론 이 강박은 완벽하기 위함 때문이다. 즉 완벽을 향해 달려가는 니나는 (사실 이 작품은 강박 그 자체에 대한 텍스트에 더 가깝기 때문에, 본래 니나가 완벽주의자였는지 아니면 정황상 자의반 타의반으로 인해 완벽해야만 할 상황에 놓인 것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분위기로만 보자면 영화 속 니나는 둘 다인것 같지만) 지나친 강박으로 인해 과도한 스트레스와 환상을 보게 되고, 더 나아가 자아분열까지 일으키게 된다. 이로 인해 니나는 엄마와 릴리의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하고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 속의 모습으로 보게 된다. 어디까지가 니나의 환상이 만들어 낸 허상인지 역시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이것이 허상이라는 것은 영화 내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는 근접한 카메라를 통해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조명하는 듯 하지만, 그와 동시에 완전하게 니나의 심리와 결합되어 움직인다. 여기에 동참한다면 관객 역시 니나가 겪는 불안한 심리와 강박을 그대로 느끼게 된다.



 Fox Searchligh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아마 다른 감독이었다면 백조와 흑조를 모두 연기해야 하는 니나의 강박을 그리 되, 심리적인 면에만 집중하거나 관객에게 보여지는 측면에 있어서는 덜 신경을 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런 애로노프스키는 그가 앞으로 맡게 될 '로보캅'과 '울버린 2'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같은 심리변화를 시각적으로 묘사하는 것에 더 흥미를 갖고 있는 감독이다. '블랙 스완'에서는 이런 불안함과 강박이 시각적으로 표현되는 정도가 영화가 시작할 때부터 조금씩 조금씩 늘어가서 클라이맥스에 가서는 그야말로 그 강도와 속도가 심장을 뚫고 나올 정도로 폭발한다. 사실 나는 바로 극한까지 몰고가는 영화의 이 속도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리듬) 강도에 흠뻑 반했다. 사실 '블랙 스완'은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백조의 호수'를 그대로 쓴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감독처럼 이 이야기를 잘 몰랐거나,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이 이야기를 겉핥기로만 알고 있었다면, 이야기가 주는 매력에도 흠뻑 빠질 수 있을 정도로 '블랙 스완'의 몰입감은 최고수준이다. 또한 '블랙 스완'은 완벽한 '백조의 호수'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 같다. 니나가 백조와 흑조 연기에 모두 완벽해 질 수록 영화는 점점 더 '백조의 호수'에 가까워만 진다.

다시 매력을 느꼈던 그 '극한의'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블랙 스완'은 주인공인 니나가 극심한 자아분열을 겪게 되면서 부터 백조의 호수가 공연되는 클라이맥스에 이르기까지 강도를 계속 높여 끝에 가서는 마치 '에반게리온'에서 에바와 신지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처럼, 일정 수준의 극점을 뛰어넘어 버린다. 이런 시각적인 표현 방법과 클라이맥스의 속도 그리고 이야기의 세기는 분명 과잉이다. 과잉이라는 것은 본래의 그릇을 넘어 넘쳐난다는 것인데, '블랙 스완'은 이 넘쳐나기를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 아니 애초부터 넘쳐나기를 작정하고 만든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과잉이 불필요하게 느껴지기 보다는 감정선을 잃지 않은 채 과잉의 끝까지 극한을 함께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적어도 나는 이 극한을 영화와 함께 경험했다. 진짜 얼마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손에 땀을 쥐는 것 정도가 아니라 심장이 터질 듯하게 극중 주인공과 같은 박동으로 뛰고, 허기지고 힘이 들 정도로 몰입하며 보았는지 모를 정도로, '블랙 스완'은 엄청난 에너지를 갖고 있는 작품이다.



 Fox Searchligh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는 실로 대단했다. 동년배 여자 연기자들보다 항상 한 발 앞서는 연기를 보여주었던 그녀였지만, '블랙 스완'에서 그녀의 연기는 극한까지 몰고간 감독 애로노프스키처럼 극한까지 표현해 내고 있었다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그녀가 작품이 끝난 뒤 쉽게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아마도 이 작품은 시각적인 표현이 지금처럼 없었더라도 아주 무서운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 만큼이나 무섭도록 연기한 나탈리 포트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뱅상 카셀의 경우, 아주 오래 전 '증오'부터 은근히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배우였는데 (나에게 있어 뱅상 카셀은 모니카 벨루치의 남편이 아니라 그냥 오롯이 뱅상 카셀이다), 오랜만에 깊은 인상을 주는 캐릭터를 연기한 것 같다. 특히 뱅상 카셀이 목소리가 이렇게 좋았었나? 라고 느낄 정도로 세련된 발레단 단장의 캐릭터를 멋지게 소화해 내고 있다. 확실히 얼굴 속에 독기를 가득 담고 있는 뱅상 카셀의 캐스팅은 나탈리 포트만 만큼이나 완벽했던 것 같다. 그리고 덴젤 워싱턴과 함께 했던 '일라이'에서는 비쥬얼 외에 아무것도 보여주지는 못했던 것과는 달리, 밀라 쿠니스가 이 영화에서 보여준 '릴리' 라는 캐릭터는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게 하는 데에 아마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듯 하다.


 
 Fox Searchligh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결론적으로 아주 불안하고 관객이 공포를 느낄 정도로 자아분열의 심리묘사를 다룬 대런 애로노프스키의 '블랙 스완'은 개인적으로 그의 최고의 작품으로 꼽고 싶다. 그리고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온 몸에 기가 빨려버린 것만 같은 피로감이 느껴졌지만, 또 한 번 이 극한의 예술을 한 번 더 맛보고 싶다.


1. 예전에는 그냥 흘려보거나 지나쳤던 발레 '백조의 호수'를 '블랙 스완'을 보고나니 너무도 다시 보고 싶어지더군요! 갖고 있는 DVD들 중에 백조의 호수 발레 공연 타이틀이 있는지 찾아봐야겠어요!

2. 잔잔한 것만큼이나 극한에 대한 도전적인 영화를 즐기는 저에게 있어서 '블랙 스완'은 올해의 영화 중 하나로 손 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3. 글을 쓰며 영화를 한 번 더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심장이 두근두근 떨려오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Fox Searchlight Pictures 에 있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