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들 : 디 오리지널

3시간이 지루하지 않은 감독판



이미 지난 11월 개봉해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영화로는 상당한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는 우민호 감독의 '내부자들'이 무려 50분 분량이 추가 된 '디 오리지널'이라는 이름의 감독판으로 다시 개봉했다. 만약 이 영화를 아직 보지 않았다면 고민할 것 없이 '디 오리지널'을 선택했을테지만, 이미 2시간 10분 버전의 '내부자들'을 보았고 아주 만족하지는 않았던터라 이 감독판을 볼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이 들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다른 영화를 보러 갔다가 극장을 잘 못 찾아가서 시간이 되는 영화를 고르다보니)결국 이 3시간 분량의 감독판을 다시 보게 되었다. '내부자들'에 대한 전반적인 리뷰는 지난 글을 참조하고, 이번에는 간단하게만 소감을 추가하고자 한다.




내부자들 _ 뜨거운 연기로 살려낸 암울한 현실 - 리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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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추가 된 분량의 대부분은 안상구 (이병헌)와 이강희 (백윤식)에 관한 내용으로 특히 안상구가 어떻게 이강희를 형님으로서 믿게 되었는지에 대한 부분이 강조되었고, 이강희를 중심으로 한 조국일보의 기획회의 부분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일반판을 보고 가장 아쉬웠던 것은 내러티브에 대한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는데, 충분한 시간을 부여 받은 감독판에서는 이러한 부족한 점이 확실히 보완된 느낌이었다.


2. 전체적으로 내러티브의 완성도가 높아지다보니 3시간이라는 긴 러닝 타임은 물론, 이미 그 가운데 2시간 10분의 내용을 보았음에도 지루하다는 느낌 없이 감상할 수 있었다. 특히 오프닝을 조상구의 인터뷰 장면으로 시작한 것이 좋았고, 추가된 장면에 권력자들의 과한 접대 장면이 더 추가되지 않은 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 정도면 이미 충분했기에.


3. '디 오리지널'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조국일보를 배경으로 편집위원(?) 5인이 참여하는 기획회의 혹은 밀실회의 장면이었다. 이 장면은 본편에서 아예 빠져 있던 시퀀스였는데, 그렇다보니 여기에만 등장하는 배우들은 아예 첫 출연이나 다름 없었다. 이 중에는 동룡이 아버지이자 학주 역할을 맡았던 유재명 배우도 있었다. 그리고 이 장면은 명백히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오마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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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리고 메시지가 더 직접적이었다. 이전 리뷰를 하면서 말미에 '과연 우장훈이 강 건너로 가지 않을까?'라고 했었는데, 이번 감독판에서는 영화가 끝나고 이강희의 전화 통화 장면이 추가되었는데, 여기서 더 직접적으로 암울한 현실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관객들을 더 불편하게 만드는 이 마지막은 아마 '내부자들'이 가장 말하고자 했던 추악한 현실에 대한 메시지일 것이다.


5. 감독판에서도 달라지 않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이병헌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력이 끝내준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라면이 먹고 싶어진다는 점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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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들 (Inside Men, 2015)

뜨거운 연기로 살려낸 암울한 현실



아마 '부당거래'를 본 관객이라면 '내부자들'을 보고 난 뒤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 단적으로 알 수 있는 것처럼 우민호 감독의 '내부자들'은 조폭, 검찰, 언론, 정부, 기업 등이 연루 된 이른바 권력 범죄를 다루고 있는 영화다. 뭐 아시다시피 이 이야기는 결코 즐거운 이야기는 아니다. 이 가운데 누구 하나 마음껏 응원하거나 공감할 만한 캐릭터는 찾아 보기 어려우며, 권선징악을 무작정 바라는 것보다는 오히려 씁쓸한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현실 같은 영화, 영화 같은 현실을 담고 있다. 또 다른 영화로는 역시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을 들 수 있을 텐데, '베테랑'이 똑같이 암울한 현실을 유쾌한 방식으로 그려냈다면 '내부자들'은 그 암울한 현실의 커넥션과 세기의 강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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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런 권력을 갖고 있는 이들의 관계와 범죄를 다룬 이야기가 어느 정도 익숙한 시점에서 이 같은 영화가 인상적이려면 일반인들은 쉽게 예상하거나 상상하기 어려운 커넥션의 디테일과 판세를 뒤집을 만한 카드를 영화가 얼마나 잘 숨기고 또 잘 꺼내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내부자들'은 그런 측면에서는 완성도가 조금 아쉬웠다. 이 꼬인 현실 만큼이나 영화가 다루고 있는 권력 범죄의 구도는 복잡하고 광범위하게 퍼져있는데, 그렇다보니 이 각각의 관계를 더 효과적으로 표현하는데에 조금은 버거움이 느껴졌다. 액션이나 감동이 아니라 전적으로 이야기가 주는 반전이나 전개 과정의 긴장으로 영화를 이끌어 가는 이 같은 장르의 경우, 끝까지 그 짜임새를 유지하지 못하면 관객들 입장에서 쉽게 이탈할 수 있는 여지를 주게 되는데 '내부자들'은 중후반부로 갈 수록 조금은 완성도의 아쉬움이 느껴졌다. 그러니까 '내부자들'은 짜임새 측면에서 깊은 인상을 받거나 호평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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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럼에도 '내부자들'을 볼 만하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많지는 않지만 적어도 확실하다. 이미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 등의 배우들이 그 확실한 이유다. 올해 한국 영화에서 연기 측면으로만 보았을 때는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이 대단한 배우들은 자신들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대단한 연기를 펼친다. 앞서 권력 범죄를 다룬 영화들이 관객들에게 어느 정도 익숙하다는 점과 마찬가지로, 조폭, 언론, 정부 관계자, 검찰 등 전문직 인물의 생활 연기 역시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한 편인데, 아주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한 것이 아님에도 '내부자들'의 배우들은 연기력만으로 그 인물들을 효과적으로 살려낸다. 조연들의 연기들도 마찬가지다. 흔히 이런 이야기를 다룬 영화에서 등장하는 주변 인물들의 경우도 어느 정도 관성화 된 연기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은데, 조연들의 연기도 전체적으로 수준이 높아서 보는 맛이 있었다. 특히 새삼스럽지만 이병헌이라는 배우가 참 연기를 잘 한다는 생각을 또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영화이기도 했다. 뭐, 그래서 더 아쉬움이 남는 점도 있고 (이번 영화에서 그가 연기한 안상구라는 캐릭터는 묘하게 배우 이병헌을 겹쳐지게 하는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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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부자들'을 제 2의 '부당거래' 혹은 올해 최고의 기대작으로 기대했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조금 기대치를 낮추다면 배우들의 뜨거운 연기 만으로도 충분히 볼 만한 작품이라 말할 수 있겠다.



1. 참고로 CGV에서 관람하였는데 상영 전 나오는 '자랑스러운 나라' 광고와 이 영화가 보여준, 실제와 좀 더 가까운 현실의 괴리감은, 다시 한 번 이 광고를 하는 것이 홍보 측면에서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을 또 하게 만들었음.


2. 영화가 묘사하고 있는 권력자들의 접대 장면의 수위가 조금 센데, 예전 같으면 '영화가 좀 심하네'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으나 언제부턴가 '현실은 더하겠지' 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 씁쓸한 현실이랄까.


3. 엔딩과 관련해서도 그리 희망적이지는 않더군요. 우장훈 (조승우)이 과연 강 건너로 가지 않을까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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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 (2013)

역사와 허구의 사이에서



'연애의 목적 (2005)' '우아한 세계 (2006)'등을 연출했던 한재림 감독의 신작 '관상'을 추석 연휴 느지막히 보았다. 아무래도 이 작품은 화려한 캐스팅으로 더 화제가 된 작품이기도 한데, 송강호를 비롯해 백윤식, 김혜수, 이정재, 조정석, 이종석까지 이름 만으로도 포스터를 부족함 없이 채울 면면의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는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수양대군이 자신의 반대파를 청산했던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관상쟁이라는 허구의 인물을 대입한 펙션 장르를 취하고 있는데, 결론적으로 보자면 역사와 허구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지 못한 조금은 아쉬운 작품이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최근 한국 영화 가운데 부담 없이 추천할 만한 웰메이드 영화를 꼽으라면 어렵지 않게 '관상'을 꼽을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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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션이라는 장르는 실제 역사에 근거하기 때문에 다른 장르의 영화들 보다 더 큰 흥미를 주게 마련인데, 그 점에서 '관상'은 전형적인(나쁘지 않은) 방식을 택했다. 역사와 허구의 비중을 두고 봤을 때 전체적인 비중은 역시 실제 역사에 더 크게 두고 있다고 봐야 할 텐데, 그렇기 때문에 결말에 대한 궁금증이나 전개 과정에서의 신선함은 아무래도 좀 떨어질 수 밖에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 가운데 재미와 흥미를 주는 것은 영화가 선택한 허구의 이야기, 즉 관상쟁이 내경 (송강호)의 이야기일텐데 여기서 좀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영화는 '관상'이라는 것을 제목으로 내세웠을 정도로, 비극적인 역사적 사건 가운데 새로운 가능성을 부여하고자 함이 엿보였다. 


초반 영화는 관상이라는 것에 대해 주목하고 그 관상을 기가 막히게 보는 주인공 내경의 존재에 집중한다. 내경이 오롯이 관상에 집중할 때만 해도 영화는 균형을 잃지 않았던 것 같은데, 내경이 관상쟁이를 초월한 한명회 못지 않은 책사에 가까운 능력을 발휘하게 되면서, 초반 흥미를 주었던 관상이라는 주제가 희미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다시 말해 처음에는 관상이라는 소재가 이 역사적 비극 가운데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낼지 기대와 흥미를 갖게 했는데, 내경이 관상이 아닌 사건에 더 깊게 연루될 수록 그 가능성을 희미해지고 조금은 단순한 사극이 되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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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이라는 소재를 처음 들었을 때 '아 이것은 필히 운명론과 맞닿게 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이렇게 되고 보니 더 전형적이라 하더라도 차라리 치열한 운명론과의 대립이 주가 되었다면 더 강렬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관상을 읽는 관상쟁이 내경. 역적 집안에서 벼슬을 할 수 없는 운명으로 태어난 내경의 아들 진형 (이종석), 그리고 왕의 될 운명보다는 역적의 상을 하고 있지만 왕을 꿈꾸는 수양대군 (이정재)의 이야기들을, 치열한 각각의 대립으로 그렸다면 끝까지 강렬한 작품이 되지는 않았을까 싶다. 영화가 비극을 그리는 방식은 역시 신파에 기반을 두고 있기는 했지만 나쁘지 않았고 역시 송강호의 열연 탓에 쉽게 빠져들 수 있었지만,  영화가 처음 던졌던 관상이라는 테마에 비하면 조금은 심심한 이야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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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아무래도 '광해'와 비교 혹은 연상 될 수 밖에는 없는데, 그럼에도 개인적으로는 '관상'이 더 인상적이었다 (내게 '광해'는 아무래도 심심한 작품이었다). 그 중심에는 역시 '멋진' 배우들이 있다. 이 역사 속 이야기에 짧은 시간 쉽게 빠져들 수 있는 건 거의 배우들의 응집된 연기력 때문이었다. 송강호 연기는 굳이 단점을 찾으라면 이제는 좀 더 힘 있고 무거운 연기를 한 번 봤으면 좋겠다는 것 뿐이고 (소시민 연기가 이제는 조금씩 지루해지기는 하는데 그래도 나쁘진 않다), 조정석은 너무 가볍기만 할 수 있는 캐릭터에 배우 본인이 갖고 있는 깊이가 더해져 무게를 만들어 냈던 것 같고, 존재 만으로 크게 서 있는 김종서 역할의 백윤식이나 김혜수의 연기도 나무랄 데가 없었다.


뭐 그래도 역시 '관상'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수양대군 역할의 이정재였다. '신세계'와 '관상'의 이정재를 보면 특별히 연기력이 갑자기 나아졌다 기 보다는, 자신에게 잘 맞는 캐릭터의 옷을 입게 되어 더 돋보인 듯 했다. 수양대군이라는 캐릭터는 양면성 보다는 오히려 완벽한 악으로 그려져야 했는데 (적어도 이 작품 속에선), 등장 장면에서 한 눈에 공포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정도로 공을 많이 들인 캐릭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정재의 수양대군이 워낙 매력적이었기에 앞서서 그의 운명론으로 영화가 전개되었어도 좋았겠다는 바램도 들었었고. 



1. 한 번 실수록 세 단락 이상 썼던 글을 날린 이후로 다시 쓰는 거라 집중력이 ㅠ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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