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퍼나지 - 비밀의 계단 (The Orphanage, El Orfanato, 2007)
(스포일러 있음)

<판의 미로>와 <헬보이>, 그리고 앞으로 제작될 <호빗>의 감독으로 유명한 길예르모 델 토로가 '제작'한
영화(감독이 아니다). 제목부터가 <판의 미로>스럽고, 포스터만 봐서는 정확히 귀신영화인지 괴물 영화인지
분간하기 쉽지 않은 영화. 사실 감독이야 그 이름을 믿고 영화를 보는 경우가 많지만, 아직까지 제작자의 경우는
확실히 그 이름만으로 영화를 선택하게 되지는 않는데, 이 영화 역시 길예르모 델 토로의 이름이 아니라,
일단은 헐리웃이 아닌 멕시코/스페인 산 영화라는 점이 흥미를 끌게 된 주 원인이었다.
사실 리뷰가 늦었지만 이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에는 볼 영화가 많아서 미루었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겨우
관람할 수 있었는데, 역시나 안봤으면 후회가 남았을 괜찮은 작품이었다.



이 영화는 얼핏보면 호러인가 싶은 느낌이 드는데, 호러라기 보다는 서스펜스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즉 이 영화는 장면에서 빵빵 터치면서 관객을 들썩들썩 놀라게 하기 보다는, 시종일관 리듬을 가지고
긴장감 속에 두근두근 하게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몇몇 장면만 봐도 주인공이 고개를 돌렸을 때
짠 하고 나타나겠지 했지만, 그렇게 예상되는 공포 장면을 넣기보다는 전체적으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으로
영화 전체를 이끌고 있다. 그래서 인지 깜짝 놀랄만한 장면이 예상될 때 심하게 가슴을 졸이고 있어도,
실제로 예상된 장면이 나와 놀라는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이 영화는 반전 영화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나름대로 이야기가 갖는 내용의 미지수로 영화를 이끌어가는 경우라
하겠다. 아이가 실종되고 그 아이를 찾던 도중에 예전 고아원에서 있었던 충격적인 사실들을 알게 되고,
다른 사람에게 역시나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아가면서 아들을 찾겠다는 신념하에 모든 일을 감행하는 모성애는,
슬픈 동화 같은 이야기와 맞물려 영화를 좀 더 많은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하나하나 단서를 추적해가는 설정이나, 그 과정 속에서 비밀을 하나하나 찾게 되는 설정,
그리고 환상과 사실을 뒤섞어가며 어느 것이 현실이고 어느 것이 환상인지 쉽게 분간하기 어렵게 만든 설정도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었다.



특히나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결말 부분이었다.
전개과정도 그렇지만 대부분이 결말 부분 때문에 별로라던가 불편했다거나 하는 감상평들을 보았는데,
개인적으론 그 결말 부분 때문에 영화가 더욱 마음에 들게 되었다. 보통 동화스런 이야기였다면 아들도
구하고 옛날 억울하게 죽은 아이들의 원한도 풀어주는 것으로 끝났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성격의 영화였다면,
아들도 찾지 못하고 그 자신마저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결말을 암울하게 그리는 것으로 막을 내리거나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사실상 결말부분이 앞서 언급한 두 가지 경우 가운데 후자를 택하고 있음에도 결정적으로
이 상황을 암울한 것이 아니라 아름답게 그리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보통 영화 같다면 영화 속의 로라처럼 아들을 살리기 위해 귀신들의 소리에 귀기울이지 말라고 계속 외쳐서
결국 아들을 현실로 돌아오게 했겠지만, 이미 아들의 죽음을 알게 된 어머니 입장에서는 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과 세계에 남는 것이 오히려 헤피한 엔딩이라는 것을 이 영화는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영화에서 초반에 언급되었던 피터팬에 관한 이야기가 영화의 마지막, '로라가 피터팬 동화 속 웬디처럼
늙어버렸어'하며 반기는 어린 시절 친구들의 대화 장면에서는 찡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맨 마지막 장면에서 로라를 그 동안 믿지 않고, 이런 일들 자체를 모두 부정했었던 남편 조차
(아마도 나타났을)로라의 모습을 보고 미소짓는 장면 역시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결과적으로 영화 속 입장처럼 자신도 결국 죽게 되었지만 사랑하는 아들과 그리고 어린시절 친구들과
영원히 함께 하게 된 것이 행복하게 느껴졌다면 영화가 감동적으로 받아들여지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었던 영화였다.

나는 아직 동심이 많이 남았는지, 이런 엔딩이 좋더라 --;;



* / 우리나라에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놀이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 / 확실히 집이 넓으면 무섭다!
*** / 여 주인공을 맡은 벨렌 루에다는 <씨 인사이드>에서 인상적으로 보았었는데 이 영화에서도
     자신만의 매력은 충분히 발휘한듯 싶다
**** / '비밀의 계단'이라는 우리말 부제 자체가 스포일러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EUREKA Pictures에 있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