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3 (Transformers: Dark of the Moon, 2011)

마이클 베이의 너무 과했던 욕심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화제작 '트랜스포머 3'를 보았다. 개인적으로 관람 전 이미 수많은 악평들을 접하고 나서 보게 되는 경우는 그 의견에 물들어 같이 다운되기 보다는, 오히려 반대심리가 작용해서 '난 재미있을 것 같은데?'라는 식으로 보게 되는 경우가 더 많은데, 그래서 실망도 덜 하게 되고 그럭저럭 나쁘지 않게 보게 되는 편이다. '트랜스포터 3'의 기대치는 다른 이들의 평을 듣기 전에도 그리 높은 것은 아니었다. 그냥 '극장에서 볼거리를 가득 2시간 넘게 체험하면 그걸로 족하다' 라는 기대 정도, '트랜스포머에게 뭘 더 바래'라는 식의 태도였는데, 결과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 정도에 머물렀으면 그럭저럭 괜찮았을 작품이었지만, 마이클 베이는 이 작품에 과한 욕심을 부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뭘 더 바래' 수준에서 딱 만족할 만한 볼거리와 이야기를 담아냈다면, 좀 더 심플하고 딱 좋은 수준의 영화가 되었을텐데, 마이클 베이는 본인이 잘하던 장점마저 퇴색시켜버렸을 정도로 이 세 번재 시리즈 작품에 많은 것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 시도 혹은 끼워넣기가 차라리 보여주기 측면이었다면 괜찮았을 텐데, 스토리에 관련된 것이었다는 것이 가장 큰 함정이었달까.




ⓒ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개인적으로 '트랜스포머' 시리즈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다면 역시 황홀경에 가까웠던 변신의 순간과 블록버스터에만 느낄 수 있는 스케일, 그리고 영화라는 장르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현실감 있는 로봇 액션 정도를 들 수 있을텐데, 1편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관객에게 이런 경험이 일종의 비주얼 쇼크로 다가왔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충격은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약해지기 마련이고, 그렇다면 '트랜스포머'같은 시리즈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건 액션의 규모와 세기 그리고 할 수 있다면 정교함 정도를 더할 수 있을 텐데, 기본적으로 이 보완책이 피부로 느껴질 만큼 업그레이드를 보여주지 못하기도 했지만 더 큰 문제는 마이클 베이가 선택한 보완책이 이것 뿐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트랜스포머 3'를 보며 느꼈던 점 중에 가장 큰 부분 중 하나는 마이클 베이가 샤이아 라포프를 데리고 '스파이더 맨'을 찍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점이었다. 그러니까 단순히 로봇으로 표현되는 외계 생명체들이 지구에서 벌이는 SF액션 블록버스터가 아닌, 소년과 청년으로서 주인공 샘이 겪는 성장통, 사회의 일원으로서 겪게 되는 어려움, 여자친구 및 부모님과의 관계 등에 대한 현실적인 갈등마저 품고 있는 이야기를 그리려고 했던 것만 같은데, 앞서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트랜스포머'라는 시리즈에 (결과적으로) 이런 부분들은 너무 과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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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간 폭스가 떠나고 로지 헌팅턴-휘틀리가 합류한 여자 친구 역할은 결과적으로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다. 그냥 둘 사이를 가볍게 그렸다면 (정확히 말하자면 '그리려고 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마이클 베이가 연출한 것을 보면 다른 영화들이 그러하듯이 주인공들이 초반에 겪었던 갈등 요소가 외적인 사건 (이 작품에서는 센티널 프라임을 둘러싼 사건들)을 함께 겪으며 눈녹듯이 녹아 다시 화해하게 된다는 것으로 그리려고 했던 것 같지만, 결과는 보시다시피 아무런 감정의 변화도 이끌어내지 못하고 '엇, 쟤들 왜 저러지?' 싶은 괴리감만 준다. 또한 패트릭 댐시가 연기한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언가 오토봇 VS 디셉티콘의 대립구도 외에 다른 가지의 이야기를 노렸던 것 같은데, 이 부분 역시 제대로 살지 못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누군가는 이 글 초반에 있는 것처럼 또 다시 '트랜스포머에 뭘 더 바래'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이런 새로운 인물과 관계 그리고 이야기를 추가시켰다면 위에서 언급한 부분들은 어느 정도 반드시 소화되어야만 의미있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라, 더 바라는 것이 아니라 필수여야할 부분이었기에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참고로 예전 마이클 베이의 영화들 가운데 '아마겟돈'만 봐도, 어떻게 아버지를 잃은 딸이 바로 무사히 돌아온 남자친구에게 그렇게 반갑게 안길 수 있나 하는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브루스 윌리스가 자신의 딸과 딸이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고자 할 때 감정적으로 울컥하는 부분은 분명 존재했었던 것과 비교하자면, '트랜스포머 3'의 내러티브는 감정적인 부분을 배제해도 너무 배제한 느낌이다. 더 문제인 건 관객은 대부분 이렇게 무미건조하게 느끼는데, 영화 속 캐릭터와 (그 웅장하고 과도한) 음악은 그 어떤 감정적인 영화들 못지 않게 그야말로 '연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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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마이클 베이가 잘 못 건드린 부분 중 하나는 정치적인 이슈였는데, '트랜스포머 3'가 정치적인 것에 관심이 없다는 거야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렇다면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히 발을 뺏어야 했는데 이 작품에는 충분히 오해를 사고도 남을 장면이 포함되어 있다. 오토봇과 미군이 아랍국가에서 태연하게 작전을 진행하는 장면이 그것인데, 사실 보는 중간에도 '엇, 이거 뭐지?' 싶을 정도로 쉽게 말해 '개념이 없는' 장면이 아닐 수 없겠다. 영화에서 사건 전후로 어떤 설명이 있었던 것도 아니기에 이 장면에 대해서는 정말 순수할 정도로 그냥 넘어갔구나 싶은데, 지금이 냉전시대도 아니고 아무런 이유없이 (버젓이 아랍국가 차량임을 클로즈업 하는 방식까지 취하면서) 이들을 습격하는 오토봇과 미군들의 모습에서는 마이클 베이가 도대체 어떤 정치관을 갖고 있는지, 아니 정치관은 없는 것 같은데 (이것은 비난이 아님) 너무 무지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시 정리하자면 한 사회의 청년으로서 샘이 겪는 일들을, 여자친구, 부모님 과의 갈등 등에 대한 내용은 냉정하게 말해 전혀 없어도 '트랜스포머'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을 부분이었으며 넣고자 했더라도 최대한 비중을 줄였어야 했는데, 마이클 베이는 이 부분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점과 무지에 가까운 정치관은 '트랜스포머 3'에게는 필요없는 과한 욕심이자 가장 큰 패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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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1편부터 계속 말이 안되는 장면이나 스토리상 너무 간과하는 부분들이 많지만 그런 것들은 다 '트랜스포머에게 뭘 더 바래'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옵티머스 프라임이 줄에 걸려서 한동안 활약 못하는 거나 갑자기 오토봇들이 전후사정없이 포로로 잡혀있는 거나, 주요 캐릭터가 사라질 때 관객에게 슬퍼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 것이나, 도대체 왜 넣었는지 모르겠는 존 말코비치의 분량 등은 이 선에서 이해한다 (해본다)). '트랜스포머 3'는 과욕이 부른 아쉬운 작품이었다. 차라리 '이거 너무 단순하지 않나?' 싶을 정도의 의문점이 있었더라도 아마 그 편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갖을 필요없는 갈등 요소를 스스로 너무 많이 가져다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마무리 해버린 좋지 않은 전개였다.


써놓고 보니 극장을 나올 때보다 훨씬 더 격해진 느낌이 있는데, 사실 훨씬 더 너그러운 자세로 관람한다면 제법 볼만했다 라고 얘기할 수도 있을 듯 하다. 아, 2시간 반은 너무 길었다. 쳐내야만 했던 부분들을 다 쳐내고 2시간 안으로 정리했다면 훨씬 좋은 오락영화가 되었을텐데 아쉽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Paramount Pictures 에 있습니다.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Indiana Jones And The Kingdom Of The Crystal Skull, 2008)
자급자족 오마주 영화

<인디아나 존스>는 개인적으로도 아주 추억이 많은 시리즈이다. 아마도 시리즈로서는 가장 많이 본
영화일 것이고, <스타워즈>의 메인 타이틀과 더불어 가장 인상적인 사운드 트랙으로 기억되기도 하는 영화이다.
그런 <인디아나 존스>가 무려 19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이미 그 기대감은 최고조에
이르렀으며, 숀 코네리가 결국 빠진 것이 아쉽지만 건재한 해리슨 포드는 물론 메리언 역의 카렌 알렌이 다시
출연한다는 소식은 인디아나 존스의 팬으로서 너무도 반가운 소식이었다.
보통 때 같으면 개봉일에 맞춰서 가장 처음으로 보았을 테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주말인 오늘에야
보게 되었는데, 그 동안 수 많은 인디아나 존스 4 관련 글을 읽지 못해 근질근질 했었다.
새롭게 돌아온 <인디아나 존스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기존 팬들에게 바치는 클래식 삼부작에 대한
전체적인 오마주이며, 새로운 세대에게 '인디아나 존스란 이런 것이다' 라는 것을 집약적으로 보여준
유쾌한 어드벤쳐 영화였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첫 번째 느낌은, 시리즈의 4편 격인 이 작품이, '4편'의 느낌이라기 보다는, 앞선 3편의 영화를
정리하고 추억하는 하나의 선물세트 같은 자급자족 오마주 영화같다는 생각이었다. 사실상 로즈웰 사건을
바탕으로 크리스탈 해골과 외계인, UFO라는 이야기로 결론지어진 것을 제외한다면, 처음 부터 끝까지 모든
구성과 장면, 시퀀스는 모두 1편과 3편까지에서 보여주었던 장면들을 인용하거나 혹은 그대로 다시 보여주는
것이었다. 장소를 비행기로 이동할 때 지도에서 빨간 줄로 경로가 표시되며 배경이 레이어로 겹쳐보이는
씬이나, 비행기에서 모자를 눌러쓰고 잠을 청하는 존스 박사나, 나찌라는 상대나, 미스테리를 해결해 과는
과정에서 본인의 의지와 더불어 악당에게 이용당하는 모습이나, 트럭이나 중형 장갑차 등이 등장하는
자동차 추격씬이나, 거의 완벽하게 같은 학교에서의 강의 장면과 이후 이어지는 집에서의 시퀀스나,
등장하는 배경이나 인물들의 모습 등 사실상 모든 설정이 새로운 것이 없고, 전작의 장점과 장면들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었다. 사실 다른 영화 같았다면 이런 설정에 굉장히 실망하고 아쉬웠을 텐데,
어린 시절 추억을 함께 한 <인디아나 존스>여서 이런 마음이 덜했던 것 같다.
뭐랄까, 오랜만에 초등학교 동창회를 하는 느낌이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돌아온 해리슨 포드의 모습은 확실히 나이가 느껴지는 모습이었지만, 본인이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나이든 것을 그대로 보여주길 원한 것처럼, 샤이야 라포프 정도의 나이에 아이가 있을 법한 극중 존스 박사의
캐릭터를 그대로 보여주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상당부분의 아날로그 액션씬을 직접 소화했을 만큼,
나이에 걸맞지 않은(?) 주먹질과 액션씬도 선보였다. 초반 책상 위의 사진으로 추억되는 것으로 등장하기도
하는 숀 코네리, 그러니까 헨리 존스가 함께 했으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아무래도 들 수밖에는
없었다. 그가 없기 때문과 샤이야 라포프의 등장으로 인해 그의 역할은 대부분 인디아나 존스가 지고 있는데,
그와 샤이아 라포프가 대화하는 장면에서, 3편의 재미를 엿볼 수 있어 좋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오히려
3명이 함께하는 시퀀스가 있었다면 더 재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악당인 이리나 스팔코 역으로 등장한 케이트 블랑쳇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특히나 그의 러시아식 영어 발음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는데, 아무래도 러시아식으로 영어를 발음하다 보니 왠지 갈라드리엘의 포스가 살짝
느껴지기도 했다. 역시나 전작에서 등장한 악당들의 모습이 그러하였듯, 이리나 스팔코의 캐릭터도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모습 외에는 크게 다른 것을 보여줄만한 기회가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샤이야 라포프는 이 영화로 인해 나름대로 완전 어린 이미지는 좀 벗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나
마치 <그리스>의 한 장면처럼 유니폼이라도 입은 듯 다르게 옷을 입은 두 집단 사이에서 결투를 벌이는 장면은
아주 재미있었다. 사실 처음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아, 샤이야 라포프가 인디의 액션씬을 많이 분담해
가겠구나'하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액션씬은 거의 인디가 그대로 다 하더라.

오랜만에 모습을 보게 된 카렌 알렌의 연기는 그 자체로도 반가웠으며, 그녀가 씨익 미소 지을 때는,
왠지 나도 미소짓게 되더라. 제법 기대했었던 짐 브로드벤트는 사실상 까메오 분량에 가까워 아쉬웠으며,
존 허트의 신들린(?)연기는 영화를 통틀어 가장 심오한 연기였던 듯 싶다 ^^;



사실 이런 스타일의 영화를 기대하거나 상상했던 것은 아니었다. 캐릭터와 설정은 그대로 이어가지만,
무언가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주는 '인디아나 존스'를 기대했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이렇기 보다는,
자급자족 식으로 자신의 시리즈를 그대로 복습하고 추억하는데에 대부분의 러닝 타임을 할애하고 있었다.
사실 이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19년 만에 돌아왔으니 다 같이 추억해보자는 것도 좋았지만, 그 정도가
쬐끔 과한 것도 사실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역시 나의 최고의 시리즈 중 하나는 <인디아나 존스>가 될 수 밖에는 없을 듯 하다.


1. 초반 짐 브로드벤트가 인디를 불러내는 장면에서 문 바로 옆에 '마커스'의 사진이 걸려 있는 것을 보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이렇게만 스쳐가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책상 위의 사진과 동상으로 다시 출연!

2. 사실 영화 속에서 가장 속으로 재미있었던 장면은, 나중에 인디아나 존스가
    'I Have a Bad Feeling About This'라는 대사를 했을 때였다. 너무나도 잘 알다시피 <스타워즈>시리즈에
    반드시 등장하기로 유명한 이 대사를, 다른 영화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한 솔로에게서 듣게 되니 참으로
    감회가 새롭더라 ^^

3. 초반 '인디아나 존스'라는 제목이 너무 폼 잡지 않고 쉽게 나온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좀 들었다.
    좀 더 폼나게 음악과 함께 등장했어도 좋았을 텐데 말이다.

4. 존 윌리엄스의 그 유명한 테마 음악이 흘러나올 땐, 나도 모르게 온몸에 소름이 돋더라~

5. 메박 M관에서 디지털로 보았는데, 포커스가 약간 어긋난 듯 싶었다. 시종일관 선명한 화질보다는
   약간 뿌연 느낌이었는데, 다른 극장에서 다시봐야 정확히 확인할 수 있을 듯 하다.

6. 감옥의 수 많은 언어로 쓴 낙서 가운데, '반환'이라는 한글이 유난히도 돋보이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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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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