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덧 2011년 한 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그 말은 다른 얘기로 하자면 올해 열심히 극장에서 챙겨 본 영화들 가운데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들을 손꼽아 볼 시기가 되었다는 얘기. 한 해를 쭉 돌아보며 봤던 영화 목록을 들춰보니 지난해와 비교하자면 조금은 심심했던 (더불어 개인적으로 극장을 찾을 시간이 좀 더 부족했던)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그래도 10작품을 꼽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으며 간발의 차로 여기에 들지 못한 작품도 2~3 작품 정도가 있었다 (너무나 동경해마지 않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옹의 '히어애프터', 올해 또 하나의 발견이었던 '혜화, 동', 마이크 리의 쓸쓸한 '세상의 모든 계절' 등이 바로 그 작품이다). 올 안해도 나를 울렸다가 웃겼다가 오감을 자극시켰던 작품들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10작품을 '올해의 영화'라는 타이틀로 꼽아보았다.

(순서는 관람 순)




1. 블랙 스완 (Black Swan, 2010)
극한의 백조의 호수

http://www.realfolkblues.co.kr/1447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촬영 방식을 택한 반면,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통해 판타지에 가까운 극적 변화를 담아냈던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야심작. 후반 부 백조의 호수가 시작되며 치닫는 극의 과잉된 리듬은 심장을 미치도록 요동치게 한다.





2. 파수꾼 (Bleak Night, 2010)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애처로운 간극
http://www.realfolkblues.co.kr/1451


역시 올해의 한국 영화! 데뷔작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무게감은 지금까지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영화적으로도 너무 아름답고 깊은 것은 물론, 과연 나는 기태였을까, 희준이었을까 아님 동윤이었을까를 떠올려 보게 했던 올해의 발견!





3. 수영장 (Pool, 2009)
꿈만 같은 치유의 슬로우 무비

http://www.realfolkblues.co.kr/1471



보는 내내 평화로움이, 보고나서는 영화의 장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평온함이 느껴지는 그런 작품. 자연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 지에 대해 말이 아닌 그림 같은 장면으로 보여주는 영화. 올 한해 수 많은 작품에서 수 많은 명장면이 있었지만, 내가 꼽은 올해의 장면은 바로 저 장면.





4. 슈퍼 8 (Super 8, 2011)
너무 행복했던 J.J의 스필버그 종합 선물세트

http://www.realfolkblues.co.kr/1505



스필버그라는 이름을 빼놓고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영화. 스필버그의 영화를 보며 영화 감독을 꿈꾸었던 한 남자가 스필버그와 함께 그의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는 말도 안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남. 이것만으로도 J.J는 올해 가장 부러운 남자.





5.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Part II)
마지막이 실감나지 않는 마법의 피날레

http://www.realfolkblues.co.kr/1518



보는 동안에도 실감나지 않았고 이후 블루레이로 다시 볼 때도 실감나지 않았고 지금도 실감나지 않는 해리와의 이별. 난 소설을 읽지도 않았고 다른 시리즈에 비해 특별한 정이 있던 것도 아니었지만 오랜 세월 함께 해오며 같이 성장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올해의 10작품 가운데 이 피날레를 꼽을 이유는 충분했다.





6.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1)
전편을 돌아보게 만드는 깊이 있는 프리퀄

http://www.realfolkblues.co.kr/1529



프리퀄이라는 유행의 한자락 인줄로만 알았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가장 모범 답안이었던 작품. 혹성탈출 시리즈 가운데 실망했었던 팀 버튼의 리메이크작까지 다시 보고 싶게끔 만든 놀라운 작품. 인간이 아닌 캐릭터에게도 이 정도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시저'라는 캐릭터는 올해의 캐릭터에 이름을 올리기에 충분할 듯. 이제 앤디 서키스가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을 날도 머지 않았다!





7. 북촌방향 (The Day He Arrives, 2011)
시공간 속 가능성을 얘기하는 홍상수

http://www.realfolkblues.co.kr/1538



아...홍상수. 홍상수의 마법은 '북촌방향'에서도 계속 되었다. 남녀상열지사를 그리는 것을 넘어서서 시공간의 무한한 가능성마저 열어둔 작법에 혀를 내두를 정도. 올 한해 극장에서 느꼈던 가장 따듯했던 순간은, 성준(유준상)이 여주인을 쫓아 소설을 나와 골목을 걷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8. 트리 오브 라이프 (The Tree of Life, 2011)
경이로운 우주 속 나를 느끼다

http://www.realfolkblues.co.kr/1560



테렌스 맬릭은 항상 철학적이고 심오한 주제를 다뤄왔었는데 그 가운데서도 '트리 오브 라이프'는 직설적이라고 할 만큼 그 탄생으로의 여행을 자처한 작품이었다. 인간의 역사를 비롯해 우주적 세계관과 그 안에 매우 사소한 인간의 감정적 부분들까지. 이 영화를 단순히 종교적인 영화라고 부르는 것은 이 영화에 대한 모독에 가깝다.





9. 머니볼 (Moneyball, 2011)
야구에 빗대어 전하는 삶의 위로

http://www.realfolkblues.co.kr/1567



처음엔 '단장'을 중심으로 한 디테일한 야구 영화라길래 기대를 했었는데, 아론 소킨이 참여한 이야기는 역시 야구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야구를, 특히 메이저리그를 즐겨보는 이들이라면 흥미진진할 만한 내용들이 디테일하게 담긴 동시에, 극장을 나올 때면 Lenka의 'The Show'의 가사를 흥얼거리며 인생의 위로를 받게 되는 참 '좋은' 영화였다.





10. 드라이브 (Drive, 2011)
이토록 황홀한 아름다움

http://www.realfolkblues.co.kr/1570



'드라이브'는 올해를 통틀어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 중 하나였다. 누군가 '이제 라이언 중에 고슬링이 최고'라고 얘기할 만큼 그가 만든 캐릭터의 이미지는 강렬했으며, 다양한 감독들과 걸작들의 향수를 담고 있으면서도 조잡하거나 유치하기 보단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이 영화의 이미지는, 뒷면에 선명한 스콜피오 자켓처럼 앞으로도 오래 기억될 듯 하다.




11.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奇跡, 2011)
크리스마스의 기적같은 영화

http://www.realfolkblues.co.kr/1585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을 보기 전에 올해의 영화를 정리한 것은 분명한 실수였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풀어낸 기적같은 영화는 보는 내내 행복함과 말못할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 영화를 만난 것이야 말로 올해 크리스마스에 내게 일어난 기적같은 일이었다.


이렇게 짧게나마 2011년 극장에서 본 영화들을 정리해보았다. 내년에는 제목만으로도 영화팬을 다리 떨리게 하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마지막 배트맨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와 리들리 스콧이 손수 만들고 계신 '프로메테우스' 그리고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 이후의 공허함을 채워줄 피터 잭슨의 '호빗'까지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이 생각 만으로도 2012년은 충분히 기대된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각 영화사 에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매년 상반기와 연말 혹은 연초에 가장 인상적으로 본 영화들을 '좋은 영화 베스트'라는 식의 이름으로 정리하곤 했는데, 이번에도 어느 덧 6월이 훌쩍 지나고 2011년 상반기를 결산해볼 시간이 다가왔다. 간단하게 총평을 해보자면 지난해 이맘 때에 비해 좋은 인상적인 영화들의 숫자가 조금은 적어진 듯 싶다. 지난해 상반기에 리스트를 꼽을 때에는 외국영화 만으로도 10작품을 쉽게 꼽을 수 있을 정도였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한국영화를 포함하여 딱 10작품을 선정할 수 있었다. 참고로 언제나 그렇듯이 선정 기준은 완전 개인적이며, 더 많은 좋은 영화들을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정리해 보았다.

(순서는 관람 순) 




1. 윈터스 본 (Winter's Bone, 2010)
소녀는 울지 않는다
http://www.realfolkblues.co.kr/1430 



제니퍼 로렌스 라는 여배우의 발견. 인생을 다 겪은 듯한 소녀의 표정과 몸짓 모두가 인상적이었다. 제목만 들어도 으슬으슬 추위가 느껴질 정도로 기억에 남는 작품.






2. 라푼젤 (Tangled, 2010)
디즈니가 가장 자신있는 마법의 세계
http://www.realfolkblues.co.kr/1440



'라푼젤'에서 보여준 디즈니의 마법은 여전했다. 디즈니는 이런 식으로 가면 된다. 픽사를 억지로 따라할 필요도, 오로지 기술적인 측면에만 매진할 필요도 없다.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 자신들이 해왔던 방식에 근거하여 조금씩 보완해 가면 된다. 갑자기 너무 다른 옷으로 갈아입으려 하기보단, 서서히 스타일 변신이 아닌 보완을 하면 될 듯.

 




3. 혜화, 동 (Re-encounter, 2010)
상처를 인정하는 방식
http://www.realfolkblues.co.kr/1443

올해 가장 인상 깊었던 국내 영화 중 한 편. 스물 셋 혜화의 지난 겨울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상처를 인정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아, 민용근 감독과 혜화 역의 유다인 씨를 비롯한 이들의 정말 투혼에 가까운 관객과의 대화 릴레이는 올해 그 어떤 영화 마케팅 방법보다 진실되고 값진 것이었다.





4. 블랙 스완 (Black Swan, 2010)
극한의 백조의 호수

http://www.realfolkblues.co.kr/1447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촬영 방식을 택한 반면,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통해 판타지에 가까운 극적 변화를 담아냈던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야심작. 후반 부 백조의 호수가 시작되며 치닫는 극의 과잉된 리듬은 심장을 미치도록 요동치게 한다.

 





5. 파수꾼 (Bleak Night, 2010)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애처로운 간극
http://www.realfolkblues.co.kr/1451

역시 올해의 국내 영화! 데뷔작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무게감은 지금까지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영화적으로도 너무 아름답고 깊은 것은 물론, 과연 나는 기태였을까, 희준이었을까 아님 동윤이었을까를 떠올려 보게 했던 올해의 발견!






6. 두만강 (Dooman River, 2009)
경계와 경유 그리고 약속
http://www.realfolkblues.co.kr/1454



장률 감독의 '두만강'은 전작들과는 달리 상당히 감정적이고 극적이며 떨려오기까지 하는 작품이었다. '삶의 슬픔이 침묵으로 흐른다'는 올해의 카피 후보. 개인적으로는 장률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와닿았던 작품.






7. 수영장 (Pool, 2009)
꿈만 같은 치유의 슬로우 무비

http://www.realfolkblues.co.kr/1471



보는 내내 평화로움이, 보고나서는 영화의 장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평온함이 느껴지는 그런 작품. 자연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 지에 대해 말이 아닌 그림 같은 장면으로 보여주는 영화. 위의 저 장면은 앞으로 후반기에 어떤 영화의 명장면이 나온다 하더라도 올해의 명장면으로 이미 결정.






8. 세상의 모든 계절 (Another Year, 2010)

메리를 둘러 싼 삶의 온도

http://www.realfolkblues.co.kr/1485



마이크 리의 전작 '해피 고 럭키'와 마찬가지로 마냥 행복한 영화라기 보다는 그 안에 삶의 고단함과 쓸쓸함을 담은 작품. 노년에 접어든 마이크 리에게 삶이란 결국 이런 깊이로 와닿는 것일까. 영화 속 메리에게서 나를 보게 되느냐, 타인의 모습을 보게 되느냐에 따라 전혀 달라지는 영화.





9. 슈퍼 8 (Super 8, 2011)
너무 행복했던 J.J의 스필버그 종합 선물세트

http://www.realfolkblues.co.kr/1505



스필버그라는 이름을 빼놓고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영화. 스필버그의 영화를 보며 영화 감독을 꿈꾸었던 한 남자가 스필버그와 함께 그의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는 말도 안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남. 이것만으로도 J.J는 올해 가장 부러운 남자.






10. 일루셔니스트 (L'illusionniste, 2010)

우리가 잊고 있었던 영화라는 마법

http://www.realfolkblues.co.kr/1506



사라져가는 많은 것들 가운데 영화라는 것으로 빗대어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실뱅 쇼메의 인상적인 애니메이션. 더 이상 영화의 마법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 보내는, 마법사의 쓸쓸한 여정.




* 올 하반기에도 더 많은 인상적인 좋은 영화들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여러분도!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각 영화사 에 있습니다.





수영장 (Pool, 2009)
꿈만 같은 치유의 슬로우 무비



태국의 '치앙마이'의 한 게스트 하우스에 한 여자가 도착하게 되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알고 보니 이 여자 사요는 이 게스트 하우스의 주인인 쿄코의 딸이다. 손님 없는 한적한 게스트 하우스에는 일을 도와주는 이치오와 가끔 놀러오는 키쿠코 그리고 어린 태국 소년인 비이가 함께 살고 있다. 

오모리 미카 감독의 '수영장 (Pool, 2009)'의 이야기 구조는 사실 위의 것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물론 이 짧은 이야기 속에는 미약하나마 갈등의 구조가 있기는 하지만, 이 영화가 '카모메 식당'과 같은 선상의 프로젝트로 기획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슬로우 무비'의 전형을 맛볼 수 있다. 이미 전작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이 슬로우 무비가 담고 있는 '치유'의 과정은 갈등을 극적으로 봉합하는 것이 아니라, 지루하리만큼의 여유로움을 통해 절로 아무는 과정이라고나할까, 아니 더 나아가 갈등 극복이 주가 되는 것이 아니라 여유 그 자체가 주인공인, 그래서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조제. All rights reserved
 

일본 영화에서는 자주 소소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기는 하지만 '수영장'은 그 가운데서 가장 느린 영화 중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앞서 '지루하리만큼' 여유로운 영화라고 했는데 그 이유는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기존의 영화들이 너무 자극적이기만 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즉, 매번 영화를 통해 '무언가 더! 더!' 만을 바라며 오감을 자극하는 민감한 것들에만 반응하느라 자칫 잃어버릴 수 있었던 혹은 누군가는 이미 잃어버렸던 느린 템포의 여유를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운 작품이라는 얘기다.

확실히 이런 '슬로우 무비'를 지향하는 작품들은 극중 캐릭터들 간에 감정을 주고 받는 것 보다, 영화가 관객에게 주는 감정이 더 도드라지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이 게스트 하우스에 관련된 인물들은 모두들 믿기 힘들 정도의 여유를 한껏 담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의 현재가 마냥 평온한 것 만은 아니다. 영화는 그런 배경을 아주 살짝 드러내는 것에 그치는데, 이 작은 단서를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무엇이든 받아들이는 자세와 마음가짐에 따라 스스로를 온전히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 조제. All rights reserved
 

이런 영화의 가능성을 돕는 장치 중 첫 번째는 바로 태국 '치앙마이'에 위치한 게스트 하우스 그 자체를 들 수 있겠다. 손님 하나 없고 자연과 맞닿아 있는 이 게스트 하우스의 정경은 그 것 만으로도 여유가 가득 느껴질 만큼 평화롭고 심지어 고요함까지 느껴진다. 리뷰의 부제목을 '좋은 아침의 영화'라고 쓰려고 했을 만큼 '수영장'에는 아침인사 (ぉけょぅ)가 자주 등장한다. '좋은 아침입니다~'라는 인사말이 여러 번 등장할 만큼, 이 게스트 하우스에서는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반대로 얘기하면 '좋은 아침입니다~'라는 인사말이 형식적인 인사로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정말 '좋은 아침'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장을 보고 이렇게 만든 요리를 둘러 앉아 맛보고, 근처에 살고 있는 고양이와 개들과 자연스럽게 공생하며, 수영장에 함께 모여 말없이 함께 노래할 수 있는 분위기 그리고 평화로움. 삶에 지쳐있는 관객들에게 이런 여유로움은 마치 꿈처럼 느껴진다.


ⓒ 조제. All rights reserved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요리들이다. '카모메 식당' '안경' '심야식당'의 음식을 담당했던 푸드 스타일리스트 이이지마 나미가 만든 요리들은 전작들처럼 그 자체로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이 느리고 여유있는 삶을 더욱 동경하게 만드는 강력한 장치로서 작용한다. 단순한 '음식'이 아닌 '요리'는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만 순간을 맛볼 수 있는 것처럼, 시간의 흐름조차 느껴지지 않는 이 영화에서 이이지마 나미의 요리는 그 과정 없이도 '슬로우 무비'를 대변하는 중요한 요소다. 

마지막으로 '수영장'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는 바로 음악, 노래다. 영화에는 두 번 정도 인물들이 노래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첫 번째는 쿄코가 혼자 기타치며 노래하는 장면이고, 다른 하나는 수영장을 배경으로 쿄코와 사요, 이치오, 비이가 함께 노래하는 장면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는 이 두 번째 장면을 내 인생의 장면 중 한 컷으로 영원히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이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아름다운 장면은 그 어떤 영화적 장치도 인물들의 별다른 움직임도 없었지만, 비이가 몸을 살랑살랑 흔드는 작은 움직임과 넷이서 입을 맞춰 함께 노래하는 것만으로도 영화라는 장르가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그리고 여유라는 것이 어떤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것인지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자연과 사람 그리고 이를 더 완벽한 하나로 만들어주는 음악. 이 장면은 완벽에 가깝다.
 

ⓒ 조제. All rights reserved
 

개인적으로 '수영장'은 보는 내내 평화로움이, 보고나서는 영화의 장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평온함이 느껴지는 그런 작품이 되어다. 답답하고 빠르게만 치닫는 삶 속에서 훌쩍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마다, 이 영화의 여유로움과 아침의 공기를 떠올려보게 될 것 같다. 아마 그것 만으로도 내 삶은 더 평온해지지 않을까.


1. 물론 그것만으로도 견디기 힘들 땐, 무리해서라도 치앙마이로 떠날 수도 있죠;;
2. 아니면 이 유튜브 영상을 무한반복 하거나요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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