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를 사랑한 남자 (Behind the Candelabra, 2013)

이토록 아름다운 엔딩



사실 이 포스터를 처음 보았을 때 '맷 데이먼 말고 다른 주인공이 참 마이클 더글라스를 닮았네' 라고 생각했었다.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암 진단을 받아 활동이 어렵지 않을까 때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마초 적인 연기를 통해 강한 인상을 남겼던 그라고 보기에는 너무 '예쁜' 미소를 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마이클 더글라스라는 존재를 분명히 확인하지 못한 채 보게 된 '쇼를 사랑한 남자 (Behind the Candelabra, 2013)'는 그냥 퀴어 영화로 불리기엔 참 좋은 영화였다 (뭐 하긴 대부분의 퀴어 영화는 '그냥 그런' 영화로 머무는 경우가, 그러니까 게이 라는 그 자체에만 머무르는 경우가 거의 없긴 하다). 참 좋은 영화인 동시에, 올해 극장에서 본 영화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엔딩 장면을 선사한 작품이기도 했다.



ⓒ  HBO Films. All rights reserved


앞서 포스터 속 주인공이 마이클 더글라스인지 잘 몰랐던 것과 마찬가지로, 난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사실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대부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은, 이 영화 같은 이야기가 사실은 실화라는 것 자체가 주는 감동이 있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실화의 여부와는 무관하게 관객을 흔들어 놓는 감동이 존재한다. 아, 만약 실화라는 것에 가까운 외부적인 감동 포인트가 있다면,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실제로 암을 극복하고 다시 이토록 멋진 연기를 펼친 마이클 더글라스라는 배우의 이야기일 것이다. 본래 연기를 잘하는 베테랑 연기자이긴 했지만, 실제 암 투병을 겪은 이후 만나게 된 '리버라치'는 캐릭터를 연기함은 분명 이전과 달랐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마이클 더글라스가 복귀 작으로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은 정말 더할 나위 없는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가 겪었던 실제의 경험이 더 극적인 요소로 과장되어 표현될 수도 있었지만, 리버라치의 삶은 어쩌면 그런 아픔들이 겉으로는 표현되지 않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더 농도 짙은 캐릭터를 표현해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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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어쩌면 참 뻔한 사랑이야기다. 리버라치 (마이클 더글라스)와 스콧 (맷 데이먼)의 관계에는 다양한 평범하지 않은 환경들이 존재하지만, 영화는 그 특별함 보다는 이 두 사람의 애정에 더 집중한다. 그 보편적 감성은 이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사실 이 영화에서 거부감이 들 수 있는 부분은 이들이 게이라는 이유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방식 일텐데,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신과 닮길 원하는 이나 역시 사랑한 나머지 상대의 요구대로 성형을 하는 이의 모습, 그리고 더 나아가 서로가 연인이자 부자 관계인 모습은 쉽사리 이해하기 힘든 요소들이었다. 하지만 영화가 전반적으로 담고 있는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정서의 표현으로 인해, 이들의 특별할 수 있는 관계와 행동들조차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여지를 충분히 담고 있어, 조금도 불편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까지 영화가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  HBO Films. All rights reserved


마지막으로 가끔 영화를 보다 보면 감독이 어느 한 장면을 만들기 위해 영화 전체를 만들었겠다 싶은 순간들이 있는데, 이 영화의 경우는 엔딩 장면이었다. 이 영화의 엔딩 장면만 생각하면 지금도 울컥하는데, 그냥 슬퍼서 울컥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아름답고 한 편으론 행복해서 울컥하게 되는 장면이었다. 러닝 타임 내내 들려주었던 두 사람의 이야기가 바로 이 순간을 위해 존재했던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완벽한, 아름다운 엔딩이었다. 스티븐 소더버그는 이 작품과 '사이드 임팩트'가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이런 결정은 번복해도 좋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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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젼 (Contagion, 2011)
21세기형 진짜 공포 영화


'체 (Che, 2008)'는 아직 보질 못했고 '오션스' 시리즈는 몸집이 커진 이후로 역시 보질 않았으니 스티븐 소더버그의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건 상당히 오래되었다는 걸 글 서두에 알게 되었다. 한 때는 헐리웃이 총아이자 천재 감독이라 일컬어지며 개인적으로도 아주 관심이 있었던 소더버그란 이름을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게 된 작품이 바로 '컨테이젼 (Contagion, 2011)'이었다. 사실 이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첫 번째도 두 번째도 배우들의 면면들 때문이었다. 맷 데이먼, 케이트 윈슬렛, 마리온 꼬띨라르, 로렌스 피쉬번, 주드 로, 기네스 펠트로까지, 이름만 들어도 영화 선택이 가능한 배우들이 여럿이라 이 작품도 주저없이 선택했다 (여기에 출연 사실을 몰랐던 존 호키스까지 더!). 영화에 대한 아무런 정보를 얻지 않은 채 극장을 찾는 스타일 덕에 이번 작품 역시 배우들 말고는 아무 정보가 없었는데, '컨테이젼'은 이 배우들이 주인공이 아닌 바이러스 그 자체가 주인공인 작품이었다. 그리고 진짜 무서운 21세기형 공포영화였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컨테이젼'이 소름 돋을 정도로 무서운 이유는 그 현실성에 있다. 좀비 영화는 말할 것도 없고 하물며 실제 있었던 사건을 다룬 전쟁 영화나 스릴러 영화라 하더라도 관객이 실제로 보면서 '아, 저건 내 얘기일 수 있겠다'라고 느끼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다르게 얘기하자면 공감대를 느끼며 영화를 내 것처럼 즐기는 것과 영화라는 것을 망각한 채 실질적인 공포를 느끼게 되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는데, '컨테이젼'은 적어도 나에게는 후자의 경우였다. 예전에 바이러스에 관한 영화를 볼 때에는 앞서 이야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딴 세상' 이야기로만 받아들여졌었는데, 직접적으로 내가 병을 앓거나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최근 몇년 사이에 신종 플루나 사스 등의 공포를 주변과 매스컴을 통해 실감하면서, 그와 크게 벗어나 있지 않은 이 작품의 내용이 몹시도 공포스럽게껴졌던 것이다. 실제로 많은 관객들이 '컨테이젼'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받아들였다는 것이 바로 그 좋은 예 일것이다.  

속수무책으로 바이러스에 당하는 인간들은 물론이고 이 재앙을 겪는 과정 속에서 무너지는 인간성과 사회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제는 그냥 무섭다 정도가 아니라 실제 저런 일이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혹은 이미 발생했거나) 일이기 때문에 저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나는 어떻게 할까 라는 걸 계획하게 되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 '컨테이젼'이 다루고 있는 바이러스와 그로 인한 사회와 인간성, 정부 및 기업의 음모 등은 영화에서나 현실에서나 새로울 것은 없는 것들이지만, 2011년이라는 시대가 만든 현실성이 이 영화를 더욱 공포스럽게 한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오랜만에 본 소더버그 영화. 소더버그는 여전히 이야기를 작은 조각으로 분리해 내는데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고 있었다. 소더버그의 영화 가운데 여러 명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것은 그의 이런 재능에 대한 자신감 이라고도 볼 수 있을텐데, 산만함 보다는 여러 캐릭터들의 이야기로 분리하고 재조합하는 과정을 통해 하나의 메시지에 집중하게 되는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컨테이젼'의 여러 인물들은 각각이 맡은 역할이 확실하기 때문에 좀 더 집중하면서 각자의 얘기를 들어볼 수 있었고, 각각의 이야기가 점차 하나로 완성되어 가는 전개 방식이 아니라 매순간 서로 작용하게 되는 방식이라 더 몰입도가 높지 않았나 싶다.


영화 속 누군가를 마냥 비난하는 것보다, 누군가를 영웅으로 만드는 것 보다도 이런 공포가 이제는 '더이상'도 아닌 그냥 현실이라는 사실이, 영화 속 바이러스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보다 훨씬 더 비중있고 공포스럽게 그려졌던 그런 작품이었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1. '다크나이트'에 나왔던 조연 배우들이 눈에 띄더군요. '라우'역할을 맡았던 친 한과 '라미레즈'형사로 나왔던 Monique Gabriela Curnen까지.

2. 다행히 극장에서 아무도 기침을 하지 않아 눈총 받거나 의심할 일은 없었습니다 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Warner Bros. Pictures. 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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