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 왕이 된 남자 (2012)
우린 어떤 왕을 뽑아야할까
'마파도 (2005)' '그대를 사랑합니다 (2010)'를 연출했던 추창민 감독의 신작, 이병헌 주연의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익숙한 '왕자와 거지'의 설정을 조선의 15대왕 '광해'의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처음 이 작품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는 이병헌의 심각하고도 멋진 이미지와 포스터에, 광해를 둘러싼 음모와 미스테리가 담긴 작품일 줄로만 알았었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심각함 보다는 웃음이 시종일관 함께하는 오락영화였다. 이병헌이라는 걸출한 배우와 '왕'이라는 설정의 만남은 사뭇 기대되는 조합이었는데, 그 가능성과 아쉬움을 모두 보여준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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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줄거리는 아주 간단한다. 정치적으로 혼란한 시기에 있던 광해군 8년, 안전을 위해 자신과 꼭 닮은 이를 찾아 가끔씩 대역을 세우던 광해는, 어느날 반대파의 음모로 인해 목숨이 위태롭게 되고 이에 허균은 가끔 왕의 대역을 하던 '하선'을 왕의 대역으로 세우게 된다. 하선은 처음에는 그저 왕이라는 자리에 신기해하기도 불편해하기도 하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고 주변 상황(조선이 처한 상황까지)을 알게 되면서 점차 그저 대역이 아닌 자신의 '의지'를 갖게 된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이 영화의 그 다음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단순한 대역이었던 하선을 통해 진정한 왕과 정치, 나라에 대해서 생각해보게끔 하는 이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시기적절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이 '시기'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가볍게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본래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심각함 보다는 시종일관 유머가 섞여 있는 무겁지 않은 작품이었지만 그 유머가 겉돌지는 않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아직도 한국영화에서는 극과 너무 무관한, 누가 봐도 저 캐릭터는 웃길려고 나왔구나 하는 캐릭터가 그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해서 극에 녹아들지 못한 채 혼자 개그를 해서 관객을 민망하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적어도 '광해'의 유머는 극의 분위기와는 잘 녹아든 모습이었다. 하지만 결국 영화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이었기에 그 균형이 중요하다 하겠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균형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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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이유가 앞서 얘기한 '시기' 때문인 듯 한데, 평소 같으면 너무 진부한 하선의 정의로운 울부짖음에 '그래, 말을 다 좋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라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웠겠지만, 대한민국의 중요한 선거를 앞 둔 시점에서는 이 순진무구라고 해도 좋을 누구나 다 아는 정의의 메시지가 그냥 들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어느 누가 정의를 모르겠는가. 하지만 최근의 대한민국은 그른 것이 옳은 것으로 둔갑하는 것은 물론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잘못을 당당하게 '이게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또 용인되는 (혹은 설득되는) 세상이다보니, 보통 때 같으면 손발이 오그라들었을 아주 기본적인 정의 구현이 울컥할 정도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왕이 되고자 한 하선의 사자후는 결국 '백성을 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 하겠는데, 그것이 왕과 정치의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누가 모르겠는가. 그런데 워낙 백성을 위해주는 왕과 정치를 최근 접하지 못하다보니, 이 뻔하디 뻔한 진리가 감동적일 만큼 팍팍 뇌리에 꽂혔다는 것이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현재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문제이지만, 이런 시대를 잘 겨냥한 영화의 촉이라면 촉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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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는 12월 어떤 왕을 뽑아야 할까? 아니 과연 누가 진정으로 백성을 위하는 자일까.
1. 여기서 '왕 = 대통령'은 당연히 비유입니다. 대통령이 무슨 왕 같은 자리냐고 하시면 얘기가 산으로 가요. 그런데 더 씁쓸한 건 영화 속 광해는 왕이면서도 별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던 것에 비해, 우리가 겪었던 대통령은 영화 속 광해를 넘어서는 권력을 휘둘렀죠. 참.
2. 이 영화의 포인트는 누가 뭐래도 이병헌이라는 배우입니다. '왜 그랬어요?'라는 대사들을 땐 소름이;;;;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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