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신현이 (a_shitaka@nate.com)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쿨한 액션 영화

<원티드>는 마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지만 국내 팬들에게는 원작 자체의 인지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안젤리나 졸리'와 몇몇 작품에서 주연과 조연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던 '제임스 맥어보이' 주연의 액션 영화로 포장되어 소개되었던 영화다.

아무래도 <원티드>하면 예고편에서 보여주었던 기발한 총격 액션을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몇 해 전에 총과 권법을 크로스 오버한 액션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퀼리브리엄>과는 다른 총기 액션, 즉 총을 직선이 아니라 휘어져 나가도록 비껴 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 영화의 기본 설정은 <원티드>를 가장 잘 정의할 수 있는 기본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처음 <원티드>라는 작품을 인지했을 때만 해도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앞선 액션 장면들이 주가 되는 단순 ‘총질’ 액션 정도로만 알았었는데, 역시 탄탄한 세계를 기초로 하는 그래픽 노블 원작의 작품답게 히어로물과 쿵푸 영화에 기인한 설정들은 물론, 액션이나 전개에 있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쿨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이 영화의 감독인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 배우들이 감독 이름 외우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고 고백하는 인터뷰를 서플먼트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 는 러시아 출신으로서 <나이트 워치>를 통해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 <원티드>에서는 원작의 독특한 분위기에 자신 만의 촬영과 연출 기법을 적극 가미하여 색다른 액션 영화를 만들어냈다. 이 영화는 그 어떤 액션 영화들 보다도 특수효과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데, 총을 휘어져 나가도록 쏘는 것에서 야기되는 액션 장면들과 일반인들보다 심장 박동수가 빨라 시간을 느리게 쪼개어 컨트롤 할 수 있는 주인공의 능력이 발휘되는 장면 묘사에서도 그 만의 독특한 특수효과와 연출 기법이 잘 드러나고 있다.





감독인 티무르는 단순히 와이어를 이용한 점프와 액션에 그치지 않고, 치밀한 동선 연구와 슬로우 비디오를 카메라의 줌인 기법과 적절하게 섞어가며 와이어 액션에도 생기를 불어 넣고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총을 휘어지게 쏘는 것이 가장 인상적이고 대대적으로 홍보된 이 영화 액션의 장점이긴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시간을 세밀한 단위로 나누어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을 전제로 했기에 더 멋진 장면들을 만들 수 있었다.

<원티드>가 액션 영화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나름 반전 요소와 갈등 구조를 다루고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극의 흐름을 깔끔하게 전개하는데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구구절절 하지 않고 스피디한 전개와 깔끔한 마무리는 킬링 타임용으로는 물론이고, 좀 더 복잡하고 본격적인 속편을 기대하게끔 만든다.

Blu-ray Menu







유니버설 블루레이의 전형적인 메뉴 화면을 볼 수 있다. 유니버설 타이틀을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분들은 '장면 선택' 메뉴에 보이는 3가지 버튼의 실체가 궁금할텐데 이 부분은 글 후반부에서 그 궁금함을 해소해 드릴 예정이다.

Blu-ray Picture

1080p 풀HD의 해상도를 지원하고 있는 '원티드' 영상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선호도에 따라 평가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겠다. 오리지널 영상 자체에 그레인 노이즈가 상당히 많은 편인데, 이는 분명 극장 상영 시에도 그랬듯이 의도된 거친 화면이긴 하지만, 깔끔한 블루레이 화질을 선호하는 유저들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게 느껴질 듯 하다. 칼 같이 선명하고 분명한 화질보다는 거친 느낌을 선호하는 감독의 성향은 작품의 성격과 전작들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원티드>의 경우엔 선명한 화질로 제작되었어도 그리 나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아래 2장의 스크린 샷을 클릭하면 720P 해상도의 확대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그레인 노이즈가 화끈하게 드러나는 거친 화면의 장점이라면 좀 더 질감이 살아있는 영상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조명이 어두운 장면에서도 극선명 화질과는 또 다른 질감을 얻을 수 있는데, 노이즈에 민감한 유저만 아니라면 작품의 분위기가 맞물려 관람하는데 있어 지장은 없을 듯 하다. 다만, 최근 출시되는 신작 블루레이들이 전체적으로 선명하고 깨끗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어 <원티드>의 영상이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사람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감독에 의해 의도된 거친 화면이며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음을 밝힌다.

Blu-ray Sound

화질이 약간의 선호도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면 사운드의 경우는 대부분이 만족할 만한 우수한 수준이다. DTS-HD 5.1 채널의 오디오는 레퍼런스에 가까운 수준급 사운드를 들려준다. 무엇보다 <원티드>는 사운드 측면에서 장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장면들로 넘쳐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우리들의 귀에 실제보다 더 좋게 들리는 것은 아닌지 작은 혼동을 주기까지 한다. 주인공이 특수한 능력을 발휘하여 시간을 컨트롤 할 때 발생하는 SF적인 효과음의 공간감 전달도 훌륭하며, 무엇보다 총알이 휘어져 나갈 때의 사운드는 스피커 주변에서 바람이 이는 듯한 감칠맛이 난다. 보통 총기 액션의 경우 총알이 직선으로만 나가기 때문에 멀티 채널의 활용도나 공간감을 100%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있는데, <원티드>의 경우는 ‘휘어져’나가기 때문에 모든 스피커를 둘러가는 채널별 활용도가 높고, 스피커와 스피커를 이동할 때 느껴지는 사운드의 공간감도 매우 훌륭하다.






총기 액션에서 발생하는 효과음 외에도 스포츠카가 등장하는 체이스씬 이나 대형 기차가 철로에서 탈선하는 장면에서는 장면의 스케일을 고스란히 사운드로 돌려준다. 이런 대형 공간에서 벌어지는 액션 씬을 비롯해 마지막 폭파와 함께 하는 액션 씬에서는 다양한 소리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데, 주위를 기울여 보면 그 와중에 주인공의 발소리까지 생생하게 담겨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배경 음악과 총기 발사음, 격투로 인한 소리들, 그리고 폭발로 인한 소리들 까지 뭉개지지 않고 잘 표현해 내고 있다. 얼핏 단순히 높은 볼륨 감에 의한 쾌감만으로 사운드를 평가할 수 있는데, <원티드> 블루레이의 사운드는 이 같은 표면적인 측면은 물론, 디테일한 부분도 놓치지 않고 있는 사운드라 할 수 있겠다. (참고로 이 영화의 영화음악은 팀 버튼의 콤비로 더 익숙한 데니 엘프먼이 맡고 있다).

Blu-ray Special Features




스페셜 피쳐는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면면이나 이야기 자체 보다는 기술적인 면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또한 구성 면에서는 블루레이만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기능적인 메뉴들이 여럿 수록된 것도 인상 깊다. 메뉴 화면이 정형화되어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BD-Live!를 포함한 여러 부분에서 현재 유니버셜의 BD 타이틀들은 다른 스튜디오에 비해 기술적으로 다소 앞서나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가장 첫 번째로 만나볼 수 있는 것은 ‘My Scenes’인데, 제목처럼 영화 속 영상들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장면을 녹화하듯이 오려내어 클립으로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이다. 자신 만의 영상 클립을 만드는 방법은 리모콘의 빨강, 초록, 파랑 버튼으로 조작이 가능한데, 초록 버튼을 누르면 영상을 녹화하기 시작하고, 파랑 버튼을 누르면 정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장면에 상관없이 원하는 부분의 클립을 개수에 상관없이 만들 수 있으며, 이렇게 만들어진 클립은 인터넷 연결을 통해 친구에게 전송할 수도 있다.







<원티드>블루레이에는 ‘U-Control’이라는 기능이 수록되었는데 일반적인 PIP기능을 조금 더 확장시킨 편리한 기능이다. <원티드> BD에는 원작인 코믹스의 장면이 수록된 ‘Motion Comics’와 촬영장에서 따로 촬영된 카메라 영상과 스토리보드 영상 등이 담긴 ‘Scene Explorer’, 그리고 여러 제작과정이 담겨있는 ‘Picture in Picture’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 세 가지 영상들을 ‘U-Control’기능을 통해 편리하게 감상할 수 있다. ‘U-Control’을 선택하고 원하는 영상에 체크한 뒤 본 편을 재생하면 해당 장면에 연관되는 각각의 추가 영상이 있을 때마다 자동으로 재생이 되며 하나 이상의 영상이 담겨 있을 경우에는 리모컨 조작을 통해 원하는 부가영상을 팝업 창으로 감상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이 부분에서는 한글 자막이 지원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상들이 많게는 동시에 세 가지 이상 표시되기 때문에 한글 자막을 수록하는 일이 쉽지는 않은 일이라 여겨진다.





Alternate Opening’은 본 편에는 수록되지 않은 또 다른 오프닝 시퀀스를 수록하고 있는데, 영화 속 등장하는 결사단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영상으로서, 총이 아닌 화살을 비껴 쏘는 장면을 포함하고 있어 흥미롭다. 실제 영화와 동일한 풀HD 화질로 제작되었다. ‘Extended Scene’은 역시 본 편에는 수록되지 않은 확장 격의 영상을 담고 있는데, 그리 분량이 많지 않고 문맥상 크게 중요한 장면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 영상은 SD 영상으로 수록되었다.




Cast and Characters’는 일반적인 메이킹 영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제임스 맥어보이와 안젤리나 졸리, 모건 프리먼, 힙합 뮤지션이기도 한 커먼 등 출연 배우들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 전반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고, 후반 부에는 감독과 그래픽 노블의 원작자인 마크 밀러의 인터뷰를 통해 캐스팅 과정과 배우들에 대한 생각을 전해 들을 수 있다. 이 과정 속에서 그간 액션 연기에 익숙하지 않았던 제임스 맥어보이가 주인공 역할에 익숙해 지기까지 겪었던 트레이닝과 노력들에 대한 이야기도 전해들을 수 있고, 배우들이 직접 말하는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Stunt On the L Train’은 안젤리나 졸리가 미끄러지듯 기차 위에서 다리 밑을 통과하던 장면이 어떤 스턴트와 특수효과로 촬영되었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기차를 움직이는 것과는 달리 다리를 움직일 수 있도록 한 특수세트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다. ‘Special Effects : The Art of the Impossible’에서는 전체적인 특수효과가 어떻게 디자인되고 구성되었는지를 엿볼 수 있다. 특히 대부분의 액션과 스턴트가 등장하는 장면들을 CG에 의지하지 않고 가능한 한 기술적인 특수효과를 통해 표현해 내려고 한 점을 알 수 있고, 기차 칸을 360도 회전 가능한 구조물에 부착하거나 역시 360도 회전 가능한 구조물에 스포츠카를 장착한 특수효과 장치/세트들의 활용 장면들을 만나볼 수 있다. ‘Groundbreaking Visual Effects : From Imagination to Execution’ 에서는 본격적인 CG 효과부분에 대한 제작과정이 담겨있다. 감독과 동일한 러시아 스텝들로 주로 이루어진 CG팀의 활약상을 만나볼 수 있는데, 장면을 만들기 이전에 CG를 이용해 세밀한 부분을 미리 시각화 하는 사전작업으로 좀 더 효과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기차가 탈선하는 장면 같은 경우는 촬영 8개월 전에 이미 사전 시각화 작업이 마무리 되어 CG를 통해 수없이 시뮬레이션을 해본 뒤에 세트와 구도 연출 등을 진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The Origins of Wanted : Bringing the Graphic Novel to Life’에서는 이 영화의 원작인 마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 ‘원티드’에 대한 기원과 세계관을 만나볼 수 있다. 어린 시절 슈퍼맨을 동경했던 소년 마크 밀러가 이런 점을 어떻게 ‘원티드’라는 작품을 통해 풀어낼 수 있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들과 마치 영화의 상세한 스토리보드로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의 영화적 디테일을 보여준 원작에 대한 찬사와 독특함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Through the Eyes of Visionary Director Timur Bekmambetov'는 감독인 티무르 베크맘베토브에 대한 배우들과 스텝들의 생각을 전해들을 수 있다. 6년간 미술을 공부하여 미적인 감각이 뛰어나다는 스텝들의 인터뷰와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독특한 시각 언어로 표현해 내는 눈을 가져, ‘미친 천재’라고 부른다는 제임스 맥어보이의 인터뷰도 담겨있다.



‘Wanted : Motion Comics’에서는 영화의 원작인 그래픽 노블 속 장면을 재구성하여 수록하였으며, ‘The Making of Wanted : The Gams’에서는 게임 ‘원티드’의 제작 과정을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참고로 이 게임은 영화 속에서 미처 소개하지 못한 주인공들의 뒷이야기라던가 이해를 도울 만한 내용도 담고 있어 영화의 팬이라면 한 번쯤 플레이 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될 듯 하다.





마지막으로 ‘BD-Live’기능을 지원하고 있으며, 서플먼트를 감상하다 보면 일종의 코드가 화면에 나오면서 ‘Unlock’되었다는 메시지가 나오는데 이는 게임 ‘원티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코드이며, 이 화면을 통해 ‘BD-Live’메뉴 아래 이스터 에그 메뉴를 확인할 수도 있다.

2009. 1. 11 | 신현이 (a_shitaka@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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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티드 (Wanted, 2008)
또 하나의 시리즈물의 탄생인가?


처음 이 영화의 대한 정보가 알려지고, 안젤리나 졸리의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를 떠올리는 액션이
강조된 예고편 등을 보고나서, 이 영화에 대해 든 선입관은 그저 '총질' 액션이겠구나 하는 점이었다.
특히나 예고편에서도 강조했듯이 비껴쏘는 창조적인 총질을 봤을 때, 예전 총과 권법을 크로스오버한 액션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퀼리브리엄>과 같은 조금 색다른 액션 영화가 될 것 같다는 정도(?)의 예상이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단순한 '총질'영화 만은 아니었다. 물론 그 총질은 그 창조적인 아이디어 만으로도 훌륭한
액션 장면들을 만들어냈지만 그것 외에도 히어로물이나 쿵푸 영화에서 기인한 설정들이나, 구구절절하지
않고 깔끔하게 뽑아낸 얘기로서, 쿨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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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영화는 엔딩 크래딧의 스텝 명단에서 엿볼 수 있듯이, 상당히 특수효과에 신경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총을 직선으로 쏘지 않고 휘어져 나가게 비껴쏘는 것에서 야기되는 액션 장면들도 색다른 재미를 주지만,
일반인들보다 심작박동수가 빨라 시간을 느리게 쪼개어 컨트롤 할 수 있는 주인공들의 능력으로 야기되는
장면들은 필연적으로 특수효과를 요구하는데,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점프나 액션 들의 묘사도 인상적이고,
슬로우 비디오를 카메라의 줌인 기법과 적절하게 동시에 사용하면서 액션에 더욱 힘을 보태고 있다.
사실 따지고보면 총을 비껴 쏘는 것이 일반적으로 쏘는 것에 비해 얼마나 더 잇점을 갖고 있나 의아스럽게
생각되기도 하지만,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것은 어쩌면 미션을 위한 일종의 기술적 옵션에 해당하는
정도이고, 앞서 언급한 시간을 더 느리게 컨트롤 할 수 있는(시간을 늦추는 것이 아니라, 남들보다 더 순간을
세밀한 단위로 관찰할 수 있는 능력)능력이 더 핵심 포인트임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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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티드>를 보면서 최근에 인상깊게 보았던 <쿵푸팬더>가 여러모로 떠올랐는데, 일단 안젤리나 졸리가
두 작품 모두 출연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타이그리스와 폭스의 연관성을 어찌어찌 연결해볼 수도 있겠으나
살짝 억지가 필요할 것 같아 이정도에서 ^^), 이 영화 역시 일반인 주인공이 고수로 거듭나는 '수련'의 과정이
영화 초중반을 이끌고 있다는 점도 그러하다. 대개의 쿵푸 영화도 그렇지만 이런 종류의 수련이란 것이
매일 매일 새로운 과정을 겪는다기 보다는, 반복적인 과정을 매일 매일 거듭하는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고
서서히 적응하면서 나중에는 모든 과제를 컨트롤 하게 되는데, 이런 수련의 과정을 <원티드>는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나 계속 맞기만 하던 주인공이 마지막에 가서는 모두를 때려줄 때에는 통쾌함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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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단락 스포일러 있습니다)

이 영화가 결국 인상적인 영화로 기억되게 되는 이유는 바로 깔끔한 이야기 처리 때문이었다.
결정적으로 웨슬리가 성을 공격하여 마지막 슬로언과 결사단 무리에게 포위 당했을 때, 진실을 알게 된
결사단 단원들이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는 장면에서, 보통 액션 영화들 같았다면,

a. 일단 결사단원들이 원칙을 고수하며 살아남기보다는 슬로언에 말에 따라 웨슬리에게 공격을 퍼붓고
    웨슬리가 여차저차해서 그 위기를 벗어나 슬로언과 맞짱을 뜨는 분위기로 연결되거나.

a-b. 이 과정에서 다른 결사단원들은 다 슬로언의 뜻을 따르기로 하나 진실을 알고 결심을 한 폭스는
       슬로언을 배신하고 웨슬리와 결합하여 결사단을 일방타진하고, 키스하며 해변을 스포츠카로 달리며
       엔딩크래딧이 나오거나.

b. 다 죽기로 결사단이 마음을 먹고 결국 총알이 폭스의 머리를 관통하려는 찰나, 폭스에게서 총을 받아든
   웨슬리가 총을 쏴서 총알을 막아내 a-b의 후반부와 같은 결과로 이어지거나.

했을텐데 <원티드>는 이 중 어느 것도 따르지 않고 그냥 깔끔하게 원칙대로 목숨을 버리고 마는 진정한
결사단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b안을 가장 유력하게 보았었는데, 마지막까지도 웨슬리의
총알이 날아오지 않아 '어라, 이것봐라'하며 흥미로워 했었다.
결국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여지를 주지 않고, 무언가 속편이나 더 안정된 결말을 과감히 포기하면서,
깔끔하게 엔딩을 맺은 것은(슬로언이 마지막 장면은 이 영화의 센스가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어쩌면
감독의 자신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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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액션 영화로서 어떤 영화가 될까 걱정되었던 하나의 요소는 바로 주인공인 제임스 맥어보이였다.
그가 출연한 작품을 적지 않게 보았었지만, 이런 액션 히어로(일종의 히어로) 영화에 남자 주인공으로는
어딘가 연약하고 어울리지 않는(그렇다고 피터 파커 식도 아니고 말이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는데, 영화를
보니 회사원으로서 주변의 압박에도 별 저항없이 참아내며 그저 꿈없이 하루하루 살고 있는 회사원에서,
180도 변신한 암살단의 단원으로서의 변모를 모두 표현해내는데, 불안한 눈빛과 강렬한 눈빛을 모두 갖고 있는
맥어보이의 캐스팅은 결국 성공적이었지 않았나 싶다. 특히 사무실에서 와이셔츠 차림으로 보여주는 소인배의
모습에서 친구의 말만따라 '멋진 남자'의 모습까지 모두 소화하는데에는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아마도 속편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속편에서는 또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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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리나 졸리는 자신이 갖고 있는 여전사의 느낌과 신비스러운 느낌을 폭스 라는 캐릭터에 잘 투영시킨
모습이다. 사실 '폭스'라는 캐릭터가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는데, 일단 주인공과 이렇다할 로맨스도 없고,
그렇다고 완벽한 스승과 제자의 분위기로 보기도 애매하며, 친구나 적으로 구분짓기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
그런 부분에서는 제임스 맥어보이와의 실제 나이차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듯 하지만, 어쨋든 웨슬리가
액션을 보여주기 전에(보여줄 능력이 되기 전에), 액션을 몸소 보여주는 캐릭터로서 예고편과 화려한 액션에서
안젤리나 졸리만의 아우라를 잘 보여주고 있다(개인적으로는 최근 너무 마른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모건 프리먼은 예전 <럭키 넘버 슬레븐>에서 비슷한 지위와 분위기의 캐릭터를 연기한 적이 있었는데,
<원티드>에서도 그 만의 진중하고 믿음직한 이미지를 잘 살리고 있다. 그리고 <스모킹 에이스>와
<아메리칸 갱스터>에 이어서 괜찮은 작품에 계속 모습을 보이고 있는 랩퍼 커먼 (Common)의 모습이
무엇보다 반가웠다. 'U-571' 과 <피아니스트>등에 출연했었던 토마스 크레슈만의 모습도 반가웠다.
개인적으로 가장 반갑고 인상적인 배우는 바로 펙워스키 역의 테렌스 스템프 였는데, 최근까지 재미있게
보고 있는(몇 안남은 시청자 중의 하나가 바로 나다!)스몰빌에서 조엘의 목소리 연기로 등장하고 있는,
그를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모습을 보게 되어 반가웠다. 그의 목소리는 언제들어도 참 멋지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잘 알다시피 테렌스 스템프는 영화 <슈퍼맨>에서 조드 장군 역할을 맡았는데, 재미있게도 슈퍼맨의
청년시절을 다룬 TV시리즈 <스몰빌>에서는 '칼엘'의 아버지인 '조엘'의 목소리 연기를 맡아 연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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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제임스 맥어보이 주연의 <원티드>는 특수 능력을 갖은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하는 또 하나의
액션 혹은 히어로 시리즈 물로 이어져갈 확률이 높은 영화라고 생각된다(나중에 알고 보니 원작은 DC코믹스
작품이더라). 마치 <매트릭스>처럼 이제는 자신이 누군인가를 정확하게 알게 된 웨슬리가 본격적으로 펼치는
적들과의 우여곡절이 속편에서는 펼쳐지지 않을까 싶다(속편이 나오긴 하는거겠지?? --;;).



*. 음악이 데니 엘프만이더라.
**. <쿵푸팬더>와 겹쳐지다보니 기차가 다리위에 걸리는 장면에서도 무적의 5인방과 타이렁이 다리위에서
   싸우는 장면이 바로 떠오르더라.
***. 본문에 있는 것처럼 원작은 DC코믹스 작품이다.
****. 많은 멋진 액션 장면들이 있었지만, 날아오는 총알을 근거리에서 칼로 막아내는 액션 연출은 정말 멋지더라
*****. 'Time to Say Goodbye'음악은 그야말로 센스작렬.
******. <놈/놈/놈>예고편을 극장에서 스크린으로 보니 역시 더욱 기대!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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