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 Atomos Part Secret (SINGLE)

01. Bermuda [Triangle]
02. Juliet
03. Coma
04. Bermuda [Triangle][RMX]


짧은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굳이 밝히고 넘어가자면 나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광신도이자 오랜 팬으로, 서태지의 팬 대부분이 그렇듯이 일반적인 팬 이상으로 추억과 감정을 공유하고 있는 존재로서 서태지를 인식하고 있다. 싱글 형식을 취하면서 더더욱 욕을 많이 먹고 있는 듯한 서태지의 새 싱글 'Atomos Part Secret'을 언제나처럼 예약을 통해 손에 쥐게 되었다. 먼저 음반에 관한 얘기를 하기 전에 다른 얘기를 좀 늘어놓자면, 발매 당일 아침에 교보문고 앞에 줄을 길게 늘어서 있는 팬들, 사자마자 그 자리에서 한 시라도 빨리 들어보기 위해 요즘은 잘 쓰지도 않는 CDP를 일부러 구매했다는 팬들까지. 이 광경이 나에게는 오버스럽거나 유치해보이지 않았다. 나도 한 때는 서태지 음반이 나온다는 소식을 전국에서 누구보다 먼저 접하고 주변에 알려주었던 사람이었고, 음반 가게에 가서 선불을 내고는 그냥 메모지에 번호와 예매권이라고만 써있는 종이를 받아가며 앨범발매를 손꼽아 기다려 본 적도 있었다. 도대체 어떤 음악일까 궁금해 잠못 이룬적도 있었고, 정말 CD혹은 테입을 사자마자 그 자리에서 몇 번이고 들어본 적도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까지 그런 열정을 가지고 앨범 발매일 새벽에 문을 열지도 않은 음반샾앞에서 손을 호호 불어가며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음반을 구매하고는 미처 집까지 가는걸 기다리지 못하고 계단에서 부랴부랴 음반을 들어보는 광경이 부러운 한편, 아련하게도 느껴졌다.

여튼 개인적인 회상은 뒤로 하고, 항상 논란이 되고야 마는 서태지의 새 싱글이 드디어 발매가 되었다.





이번 싱글을 잘 알다시피 일단 '싱글 앨범'으로서 정규 앨범과는 차이가 있고, 지난 번 'Moai'가 수록되었던 싱글 'Atomos Part Moai' 이후 발매된 두 번째 싱글이다.
(서태지 - Atomos Part Moai 리뷰 보기 : 서태지와 아이들의 향수를 느끼다! http://www.realfolkblues.co.kr/688)

일단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번 싱글과 첫 번째 싱글을 동일선상에서 1:1 비교하기는 조금 무리가 있을 듯 싶다. 첫 번째 싱글
'Atomos Part Moai'는 추후에 발매된 앨범에 대한 전체적인 컨셉과 분위기를 소개하고 알리는 의미를 함께 갖고 있던 싱글이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임팩트 면이나 신선도 면에서 두 번째 싱글인 'Atomos Part Secret'보다는 더 유리할 수 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국내에 싱글이란 포맷은 정착되지 못한 탓에 일반 대중들은 '싱글=앨범'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더군다나 서태지라면 매 앨범 마다 확확 달라져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추가되어 이번 싱글은 조금 아쉽다는 평을 더 듣게 되는 것 같다. 물론 논란이 되고 있는 싱글 음반 가격에 대해 짧게 얘기하자면, 개인적으로도 정규앨범과 큰 차이가 없는 가격은 조금은 불만이다. 서태지 본인은 그 정도 값을 하는 음악을 수록했기 때문에 상관없다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는데, 서태지 본인도 알다시피 국내 음반 시장은 물론 싱글 시장은 아예 개념조차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초월하는 개념을 등장시킨 것은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만약 일본 처럼 싱글 시장이 자리잡은 상황이었다면, 기존 가격과 다른 가격대의 싱글을 내면서 '나는 자신있다'라는 데에 큰 거부감들이 생기지 않았겠지만, 앞선 이유들처럼 이런 상황을 너무 초월한 방법이 아니었나 하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데 재미있는건 가격이 비싸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가격이 싸더라도 음반을 사지 않을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그냥 서태지가 싫은 사람은 제외하더라도, 음반 구매해본지는 백만년도 넘은 이들이 음반 가격대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 그 만큼 앨범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이 소수가 된 현실이 한탄스럽기도 하고.





이번 싱글에는 보다시피 총 4곡이 수록되었는데, 이미 디지털 싱글로 공개되었던 'Bermuda [Triangle]'과 이 곡의 리믹스를 제외하면 신곡은 2곡 뿐이다. 일단 첫 번째 곡 'Bermuda [Triangle]'은 이미 뮤직비디오로도 자주 접해서 인지 매우 익숙함을 넘어서 반가움이 느껴졌다. 예전 곡이 공개된 이후로 몇몇 팬들 사이에서는 'Moai'보다 좋다는 평을 듣기도 했던 곡으로, 전체적으로 네이쳐 파운드 사운드 보다는 'Heffy End'가 수록되었던 7집의 음악들과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곡이기도 하다. 하지만 물론 곡을 뒷받침하고 있는 소스들에서는 네이처 파운드 사운드를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피아노 선율과 록 사운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곡으로서 후렴구도 몇 번 듣게 되면 외울 정도로 대중적인 멜로디 라인은 여전하다. 두 번째 곡 'Juliet' 역시 드럼 사운드가 초반 부터 강조된 곡임을 알 수 있다. 초반 인트로가 지나면 연약한 태지의 보이스가 신비한 느낌을 주는데, 이 시퀀스와 록 사운드 부분은 계속 맞물려 진행된다. 전체적으로는 크게 부담스럽지 않게 즐길 수 있는 곡으로 후반부 역시 너무 고조되지 않고 절제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세 번째 곡 'Coma'는 서태지 음반에 꼭 한 곡 씩은 들어있는 암울함과 슬픈 감정이 드러나고 있는 곡이다. 서태지의 이런 곡들엔 거의 흡사한 감성과 분위기가 있는데, 이곡 'Coma'에서도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왠지 곡을 듣고 있노라면 대충 어떤 분위기의 뮤직비디오가 그려진달까. 상실과 허무함, 그리고 외로움마저 느낄 수 있었다. 이 곡에도 피아노 선율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으며 전반적으로 어쿠스틱 배킹이 깔려있어 좀 더 위와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극적인 요소도 느낄 수 있지만 '죽음의 늪'이나 '기억나니'등 처럼 이 부분만 강조된 경우는 아니다. 네 번째 트랙은 'Bermuda [Triangle][RMX]'로 'Bermuda [Triangle]'의 리믹스 트랙이다. 일단 일반적인 리믹스 트랙하면 그저 반주 조금 틀려진 같은 곡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팬이 아니더라도 이번 리믹스 트랙의 수준이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본래 트랙이 좀 더 록적인 요소가 강했다면 이번 리믹스 트랙은 좀 더 네이쳐 파운드 사운드의 요소를 적극 가미한 곡으로, 기본적인 리듬 구조자체가 틀리다. 물론 개인적으론 원곡이 좀 더 마음에 들긴 하지만, 공간감이 느껴지는 태지의 보이스를 만나볼 수 있는 리믹스 버전도 스쳐 듯기엔 아쉬운 트랙이다.




서태지의 팬으로서 사실 무조건 구매한 앨범이긴 하지만, 확실히 전작이었던 'Atomos Part Moai'와 비교하자면 임팩트면에서는 조금 심심한 싱글이 될 수도 있겠다. 그래도 팬들이라면 어쩔 수 없이 구매할 수 밖에는 없는 또 하나의 싱글이 되겠지만 말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이한철 3집 - 순간의 기록

01. User's Manual
02. 동경의 밤
03. 차이나
04. 시내버스 로맨스
05. Carnaval
06. Sevilla (세비야)
07. Milano S. (밀라노 S.)
08. 안아주세요
09. 인생
10. Leaving City Havana


'지퍼'와 '불독맨션' 등으로 활동했던 이한철의 솔로 앨범 3집이 최근 발매되었다. 사실 이한철은 국내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 중 한 명으로서 그의 여러 프로젝트들에도 항상 관심이 많았었고(그런데도 '주식회사'에는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던 것은 왜일까;;;), 솔로 앨범들 역시 항상 빼놓지 않고 챙겨들어 왔었다. 일단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뮤지션 이한철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보자면, 개인적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매끄러운 멜로디를 뽑아내는 작곡가 중 한명이라고 생각한다. 록에 기반을 둔 그의 음악은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 '슈퍼스타' 등에서 알 수 있듯 대중들에게 단번에 곡을 인식시킬 만한 후렴구를 만들 수 있는 특출한 재주를 가지고 있으며, 불독맨션 시절부터는 이국적인 음악 스타일에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 무엇보다 '흥'을 낼 수 있는 리듬들을 만들어내는 한 편, 매 앨범마다 한 두 곡 씩은 가슴을 후벼파는 슬로우 템포의 곡들도 수록해, 재미와 감동을 모두 만끽할 수 있는 능력 또한 갖고 있는 뮤지션이라 하겠다.

이번 앨범 '순간의 기록'은 그의 솔로앨범 3집인데,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이 있다면 그가 하는 프로젝트 밴드들이(프로젝트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지퍼'도 그렇고 '불독맨션'도 그렇고 너무 단발로 끝나버린 것을 들 수 있겠다. '불독맨션'의 경우 현재는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팬들 자체도 여러 팀으로 그리고 솔로로 등장하는 이한철의 모습에 조금은 혼란을 겪게 되는 것도 같다. 그래도 어쨋든 새로 발매한 그의 새 앨범은 역시나 만족스럽다. 이한철의 음반을 선택하면서 한 번도 부담을 느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는 어떤 프로젝트 앨범이던 EP던, 솔로 앨범이던 항상 어느 정도의 퀄리티와 전반적인 '들을 만한' 음악을 항상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순간의_기록'이란 타이틀이 무엇보다 마음에 든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조합이기도 하고, 자주 쓰는 단어이기도 한데 이번 그의 앨범에서도 이 같이 좋은 느낌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 첫 번째 트랙 'User's Manual'은 인트로로 기획된 짧은 곡으로서 펑키한 리듬과 랩핑에 가까운 보컬로 진행된다. 두 번째 곡 '동경의 밤'부터는 본격적으로 이한철의 음악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한 전개와 익숙한 후렴구는 여전하다. 한 뮤지션의 음악을 오래 듣게 되면 분명히 그들만의 '톤'이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을텐데, 이 곡을 비롯한 이번 앨범에 수록된 여러 곡에서도 이런 '톤'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세 번째 트랙 '차이나'는 앨범 발매 전에 지난해 열렸던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공연을 통해 미리 만나볼 수 있었던 곡이라 무엇보다 반가웠다.

(2008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후기 - http://www.realfolkblues.co.kr/678)
(2008 펜타포트 '이한철과 런런런어웨이즈' 사진 보기 - http://www.realfolkblues.co.kr/683)

공연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듯이 '우가차카'하는 후반 간주부분과 후렴구의 '차이나~~~'만으로도 귀에 쏙들어오는 곡이다. 소스들은 굉장히 복고한 소스들이 사용되었는데 마치 90년대 공일오비의 곡 혹은 이승환의 재기발랄한 곡을 듣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네번째 트랙 '시내버스 로맨스'는 이한철 앨범에 꼭 한 곡씩은 들어있는 감성적인 곡이라 할 수 있겠다. 가사도 그렇고 무엇보다 후렴구의 멜로디는 듣는 이로하여금 한 번쯤 불러보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매우 보편적인 곡 전개라 할 수는 있겠지만, 그 안에서 계속 새로운 다른 버전을 내놓는 것도 분명 재주일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론 아마 곡을 쓰게 되면 이한철의 곡들처럼 될 가능성이 제일 높기도 하다는 점에서 그의 음악들에서 상당한 동질감도 느껴지는 것 같다. 'Carnaval'은 제목에서 눈치 챌 수 있듯이 다양한 드럼 사운드로 템포가 있는 곡이다. 이 곡에서는 전체적으로 불독맨션 시절의 느낌이 짙게 묻어났다. 그 다음 곡 'Sevilla (세비야)'는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가 인상적인 곡으로, 부담없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이다. 리듬의 전개와 보컬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 가사의 아련함이 잘 전달되는 편이다. 'Milano S. (밀라노 S.)' 는 스카리듬이 돋보이는 곡으로 절로 어깨가 들썩이는 흥겨운 곡이다(음악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여기서 '흥겹다'란 뭐라 설명하긴 좀 어려운데 기존의 '흥겹다'와는 조금 차별을 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여성 코러스도 귀에 감키고 브라스 사운드도 흥겨웁게 들려온다. 전체적인 임팩트가 없는 편이긴 하지만, 템포와 리듬 변화등 다양한 시도들이 담긴 곡으로서 그냥 지나치면 아쉬울 것이다. '안아주세요'는 전주 부분에서 그가 예전에 참여했던 '리아' 2집에 수록되었던 곡들의 느낌이 묻어난다 (리아의 2집은 정말 버릴 곡 없는 소소한 명반이었다). 이 곡도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들에는 브라스 부분이 강조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홉 번째 트랙 '인생'은 '슈퍼스타'와 마찬가지로 어느 CF에 어울릴 듯한 곡이다. 듣기 편하고 가사의 내용도 긍정적인 곡. 개인적으로 너무 착한 곡들은 좀 싫어하는 편이라 베스트 트랙으로 보긴 어렵겠지만, 대중들에게 가장 먼저 어필할 곡이 어쩌면 이 곡이 될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곡 'Leaving City Havana'은 제목이나 마지막 트랙인 것만으로도 미뤄 짐작할 수 있듯이 앨범 전체를 차분히 마무리 하는 곡이라 할 수 있겠다. 어쿠스틱 기타 선율에 실은 이한철의 보컬도 감미롭지만, 그가 좋아하는 하바나의 평화로운 느낌과 더불어 스페인어 특유의 강점을 잘 살린 후렴구도 사랑스럽다. 이 곡을 듣고 있노라니 마치 하바나의 어느 노을 지는 해변가에서 그물 침대에 누워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는 그림이 절로 연상된다. 그만큼 피스풀 한 곡이랄까 ㅎ

이번 이한철의 3번째 솔로 앨범 '순간의_기록'은 월메이드 대중음반이라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라면 다른 뮤지션들의 음악들도 그렇지만, 이한철의 곡들도 너무 쉽게 사라지거나 너무 인정과 주목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크다. 이번 앨범 역시 어쩌면 소수 팬들만 즐기고 마는 음반이 될런지 모르겠지만, 앨범 타이틀처럼 내게는 또 하나의 '순간의 기록'을 남긴 좋은 앨범이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장기하와 얼굴들'이 화제가 된 지도 어느새 조금 시간이 흘렀다. 사실 장기하와 얼굴들(이하 장기하)이 이 정도로 알려지기 전부터 대충 알고는 있었는데 이 정도로 센세이션을 일으킬 줄은 몰랐었다. 내가 처음 알았을 때만 해도, 홍대를 거닐다 클럽 앞을 지날 때 호객꾼이 '자~ 달이 차오릅니다. 장기하와 얼굴들 오늘 출연합니다~' 라고 얘기할 때만 해도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기하가 누구야?'하고 물어올 때였으며, 소수들만 '오~ 오늘도 장기하와 달려볼까!' 라고 말할 정도였다. 장기하가 이토록 큰 센세이션을 일으킨 시발점은 'EBS 스페이스 공감' 에서 헬로루키 코너를 통해 방송출연을 했던 것과 쌈지 페스티벌에서 숨은고수로 출전하여 '달이 차오른다, 가자'를 부를 때 그 많은 관객들이 미미 시스터즈의 그 현란한 안무를 따라하면서 부터가 아니었나 싶다. 그 때부터 '장기하'라는 이름은 점점 소수를 넘어서 해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게 되었고, 급기야 몇몇 TV프로에서 새로운 현상과 이슈 메이커로 주목을 받게 되면서 사람들은 장기하와 '싸구려 커피'에 대해 알게 되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장기하에 대해서는 늦게 접한 편이다. 뭐랄까 개인적인 성격상 남들보다 먼저 정보를 접한 경우가 아니라면, 특히나 장기하의 경우처럼 일순간에 스타가 되어버린 경우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이상하게 남들이 다 좋아하는 건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남들이 다 좋아하는데 나도 좋아하는 유일한 존재라면 역시 '이효리'정도 ^^;), 그래서 남들이 다 수공예 소형앨범이었던 '싸구려 커피'에 열광할 때도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었는데, 이번 정규 앨범 '별일 없이 산다'는 이런 나에게도 본격적으로 장기하의 음악을 들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내가 장기하의 음악을 듣기 전에 알고 있던 그의 정보는 인디 밴드인 '눈 뜨고 코베인'의 멤버라는 점과 장기하 본인이 산울림 음악의 추종자라는 것이 전부였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확실히 그 간 대중의 관심과 현상이 되다시피한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악은 참 듣기 좋은 것이었다. 역시나 김창완으로 대표되는 산울림의 분위기를 깊게 느낄 수 있었고, 인디 본연의 단백한 가사와 예전 국내 포크 싱어들의 장점들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음악들이 담겨있었다.




첫 번째 곡 '나와'는 예전 한국 록 사운드를 연상시키는 간결한 드럼과 기타사운드가 인상적인 곡인데, 후반 부의 코러스 부분은 뻔하지만 촌스럽지 않고 장기하의 보컬은 역시나 무심한듯 잘 어울린다. 두 번째 곡 '아무것도 없잖어'는 가사와 그 전달방식이 매우 재미있는 곡이다. 어울리지 않을 듯한 요소들이 잘 버무려지고 있는데, 거의 나레이션에 가까운 보컬과 기이한 느낌의 남성 코러스 그리고 컨츄리마저 느껴지는 리듬들까지. 가사가 참 잘들리는 가요가 아닌가 생각된다. 가사 자체가 이야기를 가지고 전개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좀 더 몰입도가 높은 경우라 할 수 있겠다. 최근 가요 곡들을 보면 가사 전달에 대해 너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짙은데, 이는 절대 간과할 문제가 아닐 것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곡이라 하겠다.

세 번째 곡 '오늘도 무사히'는 마치 서부영화에나 나올법한 리듬이 인상적이다. 후반부에 가면 역시 가사와 보컬에 있어 예전 가요들을 떠올리게 하는 구수한 방식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네 번째 트랙 '정말 없었는지'. 개인적으로 장기하의 앨범을 들으면서 찡하게 될 줄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 곡을 들으면서는 순간 찰나를 경험했다고 할까(지금 리뷰를 쓰는 중에도 이 곡이 흐르자 바로 프리즈 상태를 경험!). 어쿠스틱 기타 만으로 시작되는 도입부와 베이스가 더해지는 후반부의 연결이 자연스럽고 특히 가사의 감성이 매우 잘 전달된 경우라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한 번쯤 연습해서 불러보고 싶은 욕망과 더불어 이번 앨범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베스트 트랙이었다.




'삼거리에서 만난 사람'은 '오늘도 무사히'의 테마가 그대로 이어지는 듯한 느낌이다. 약간 서부영화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지는데, 전자가 행진곡에 가까웠다면 후자는 주인공의 쓸쓸한 테마랄까. 가사를 살리는 재주가 참 맛깔난다. 분명히 클래식한 방식의 보컬들인데 전혀 촌스럽지가 않다. '말하러 가는길'은 초반부터 확실히 복고스러움을 드러내는 곡이다. 가요가 트로트에 빚지고 있는 것들 가운데 최근 댄스가요에서 흔히 써먹는 '뽕필' 말고도 좋은 것들이 많은데, 이 곡은 전통 트로트에 고즈넉한 감성을 장기하 식으로 잘 승화시킨 곡이라고 생각된다. '나를 받아주오'에 가면 좀 더 노골적이 된다. 장기하는 장난치듯 보컬을 사용하는데, 예전 가요들에서 만나볼 수 있는 추임새들과 코러스, 그리고 송창식의 곡이 떠오르는 지르는 후렴구까지(그런데 마무리는 역시 김창완이다;;). '그 남자 왜'는 펑키한 리듬으로 시작된다. 역시 요즘 펑키한 곡들보다는 예전 제임스 브라운 같은 스타일이 오히려 더 묻어난다. 그런데 역시 가사와 전달 방법은 토속적이다(하지들 마러, 남자랍니다. 뭐 이런식의 가사들은 정말 맛깔스럽다).




'멱살 한번 잡히십시다'는 약간 아방한 느낌마저 드는 곡인데, 마치 신디사이저 초창기에나 들었을법한 올드한 신디 사운드와 약간 사이키델릭한 기타사운드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장기하의 가사는 그야말로 촌철살인이다. '변상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 멱살 한번 잡히십시다' 라니! 그 다음은 지금에 장기하를 있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싸구려 커피'다. 이 곡은 너무나 유명하니 굳이 말하면 잔소리일듯. '달이 차오른다, 가자' 역시 전자와 비슷한 경우지만 짧게 코멘트해보자면 전자가 김창완 스타일이었다면 후자는 송창식 스타일이라고 봐야할 듯 싶다. 뭐 미미 시스터즈의 그 현란한 팔동작 봤어요? 못봤으면 말을 마세요.

'느리게 걷자'는 아프리카 사바나 초원에 온 듯한 느낌을 그야말로 '갑자기' 느껴버릴 수 있는 희한한 레게 리듬이 가미된 곡이다. 레게 리듬에 토속적 가사와 정서를 불어넣은 것은 이전에 강산에도 들려준 바가 있는데, 장기하 역시 잘 소화해내고 있다. 마지막 트랙 '별일없이 산다'는 이번 앨범의 동명 타이틀 곡으로서 다시 산울림 스타일의 록 사운드를 들려준다. 특히 후렴구의 '나는 별일없이 산다, 이렇다할 고민없다'는 완전 김창완 100%다. 파이프 오르간 스러운 간주부분에 연주도 인상적이고 장기하의 단백하고 깔끔한 토속 보컬은 여기서도 계속된다.




개인적으로 이번 '장기하와 얼굴들'의 앨범에 바라는 점이라면, 이런 감수성을 잃지 말고 계속 앞으로도 음악 활동을 해주었으면 하는 것 뿐이겠다. 뭐랄까 본인들도 예상하지 못했을테지만 생각보다 너무 큰 이슈와 관심을 불러일으켜 버렸기 때문에 혼란을 겪을 수도 있을텐데, 팬으로서 조심스러운 염려랄까. 하긴 이런 것에 휩쓸릴 장기하와 얼굴들이었다면 '별일없이 산다'라는 타이틀로 첫 정규앨범을 내지도 않았겠지. 훗.






장기하와 얼굴들 - 정말로 없었는지 (Live)





이건 별도로 지난 번 장기하를 다시 보게 한 또 하나의 동영상.
'장기하와 조까를로스 - Smells Like Teen Spirit'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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