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나는 꼼수다 콘서트 후기

버라이어티 가카 헌정콘서트 - 나는 꼼수다 (2011.10.30일. 오후 6시. 블루스퀘어 콘서트홀)



요즘 장안의 화제라 할 수 있는 가카 헌정방송 '나는 꼼수다'의 서울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경찰 추산 아닌 자체 공식 추산으로 2분 만에 매진되어 버린 콘서트를 신의 손으로 예매할 수 있어서 2일차인 30일 공연에 다녀오게 되었어요 (참고로 저는 예매에는 단 한번도 실패해 본 적이 없는 '예달'이라 이 날 제꺼하고 오후에는 다른 분들꺼 까지도 예매를 해드렸더랬죠 ㅎ - 이거슨 내 깔때기 ㅋㅋ).


'나는 꼼수다' 방송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하면 이것도 정말 할 얘기가 무궁무진 할 거에요.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그렇고, 장단점에 대해서도 그렇고, 나꼼수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반응들에 대해서도 그렇구요. 이런 얘기는 나중에 할 기회가 있다면 해보고, 오늘 포스팅에서는 미처 공연 예매에 성공하지 못하신 많은 나꼼수 팬분들을 위해 콘서트 현장의 사진 소개 위주로 써내려 가고자 합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사진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콘서트였어요. 왜냐하면 이들은 21세기 라디오(podcast)스타니까요 ㅎ


혹시 지방 공연이나 나중에 혹시 있을 서울 앵콜 공연 관람을 예정 중이시라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다고 하시는 분들은 과감하게 스킵해주세요 ^^;







가카의 정겨운 사진들을 보며 경건한 마음으로 공연 시작을 기다립니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탁현민 씨가 공연 전에 나오셔서 간단한 소개를 하는 모습. 결국 그는 모든 것을 기획했지만 그 어느 것도 준비한 것을 이루지 못한 공연이 되었습니다 ㅋ 일례로 모든 가수가 2곡 만을 하기로 했던 공연이었는데, 박혜경 씨가 필 받으셔서 너무 귀여워지신 나머지 앵콜곡을 하셨거든요. 이 순간에는 본래 다른 영상을 트는 기획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앵콜곡으로 인해 '역시나' 기획이 소용없어지는 순간이었으나 박혜경 씨의 노래를 배경으로 본래 준비했던 영상을 배경으로 까는 순발력을 보여주시더군요! 이 장면이 의외로 잘 맞아 떨어졌어요 ㅋ 




가카 헌정 공연다운 인트로.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 등장! 왼쪽부터 시사돼지, 목사아들 돼지 (돼지아들 목사 아님) 김용민 전교수, 스캔들로 아이돌 급으로 급상승(?)한 김어준 총수, 이 날 깔때기의 진수를 여지없이 보여준 정봉주 전의원, 그리고 누나들의 함성 소리에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던 주진우 기자까지. 짧게 개인평을 하자면 김용민 전교수는 확실히 에어컨의 인기는 넘어선 모습이었고 (하지만 이날은 에어컨이 참여하지 않았다는게 함정), 김총수는 방송보다는 오히려 더 진지한 모습이라 가끔씩 방송에서 나오는 '닥치고' 성향이 나올 때마다 빵빵 터졌으며, 정봉주 전의원 님은 정말 깔때기라는게 뭔지 제대로 보여주시더군요. 다들 1시간이 넘어갈 때까지는 웃고 즐기는 모습이었는데, 나중에는 하도 심해져서 객석 여기저기서 '그만해!'가 터져나올 정도였어요 ㅋㅋ 그리고 우리의 주진우 기자는 이 날 아이돌 못지 않은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는데, 역시 누나(도) 전문 다웠습니다.
















'내곡동 가까이'를 열창하는 모습. 김용민 전교수는 정말 열심히 신심으로 부르셨어요. 진심이 전해지는 무대였습니다.


사실 트위터 등을 통해 29일 1일차 공연을 다녀오신 분들께 스포를 당한 터라 어떤 분이 특별 초대가수로 나오는지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초대된 특별 가수는 '이순신'이 아니라 바로 이 분이었습니다.

.

.

.

.

.

.






'찬 바람이 싸늘하게~'

아, 이 곡을 라이브로 들을 줄이야 ㅠ TV토론에서 보고 음원이 언제나오나 기다렸던 곡이었는데, 라이브로 듣게 될 줄은 예상 못했던 터라 소름마저 돋았어요. 관객의 호응에도 굴하지 않고 1절을 거의 끝까지 다 부르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뭐랄까. 이건 좀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내 손으로 바로 며칠 전에 뽑은 서울 시장을 얼마 안되서 바로 만나게 된 거잖아요. 무언가 잡힐 것 같지 않고 멀리 있는 것만 같았던 것이 '실제'한다는 느낌을 받았달까요. 무언가 꿈틀하게 하는 경험이었죠.





그리고 우리의 미중년 송호창 변호사 님도 깜짝 출연을. 하지만 이 날 객석은 대부분 주진우 기자 팬이여서 그런지 다른 때보다는 적은 환호성이 ㅋㅋㅋ





이런 돌림판도 준비하기는 했는데 (나름 나가수를 의식한 듯한 기획;;) 전혀 써먹지는 않았습니다 ㅋ 뭐 이 분들이 그렇죠 (탁현민 씨만 고생 ㅠㅠ)





관객들이 직접 남긴 질문들에 답하는 시간도 있었어요. 포스트 잇에 남긴 질문들 말고 객석으로 직접 마이크를 돌려 질문을 받기도 했었죠. 웃음과 감동이 함께 하는 질문답 시간이었습니다.






누나들 보시라고 주진우 기자 사진만 몇장 더~








총 3시간이 넘는 가카 헌정 공연은 그렇게 이한철 님의 공연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한철씨는 제가 평소에도 워낙 좋아하는 뮤지션이라서 더 좋았어요!

'나는 꼼수다'를 바라보는 저의 가장 기초적인 시각은 이렇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장점은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던 젊은 세대들에게 정치라는 것이 나와 상관없는 일이 아니라 내 생활에 아주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는 걸, 어렵지 않은 방식으로 쉽게 전달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정치에 평소 관심이 많아서 예전부터 관련 뉴스와 정보들을 계속 찾아보고 언론이 점령당한 세상에서 '바보'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었지만, 제 주변만 해도 정치는 전혀 다른 세상 이야기로 보는 분들이 대부분이었거든요. 저는 그냥 관심을 갖은 것 뿐인데 그 분들이 보기에는 마치 '운동권' 보듯이 보게 되는 희한한 일들도 있었죠. 그런데 '나꼼수'가 이 벽을 많이 허물었다고 생각해요. BBK나 한나라당, 가카의 의혹과 문제들은 계속 있어왔고 오히려 새로울 것이 없을 정도지만, 이제는 더 많은 (운동권 아닌 일반 국민들이) 이들이 이 문제에 귀기울이고 관심을 갖게 된 것이죠 (4대강을 반대하는 건 환경운동가라서가 아니잖아요. 상식적인 일이죠).

예전에는 좋고 나쁘고를 이야기할 기회 자체가 거의 없었어요. 아무도 정치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제는 제 주변만해도 많은 분들과 (그 동안에는 정치 얘기를 단 한번도 해본적이 없던 분들과) 정치/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게 된 기회를 '나꼼수'가 열어준 것이죠. 이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 이제 기회는 마련되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정치를 나의 일로 받아들이게 되었으니 '나꼼수'에 대해 찬양도 좋고 까는 것도 좋아요. 이런 기회를 갖게 된 것이 어딥니까. 이제 그 기회를 더 이상 잃지 않고 계속 참여하고 관심을 갖는 데에 '나꼼수'가 더 많은 이들을 끌어당기는 매개체가 되길 바래봅니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이한철 3집 - 순간의 기록

01. User's Manual
02. 동경의 밤
03. 차이나
04. 시내버스 로맨스
05. Carnaval
06. Sevilla (세비야)
07. Milano S. (밀라노 S.)
08. 안아주세요
09. 인생
10. Leaving City Havana


'지퍼'와 '불독맨션' 등으로 활동했던 이한철의 솔로 앨범 3집이 최근 발매되었다. 사실 이한철은 국내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 중 한 명으로서 그의 여러 프로젝트들에도 항상 관심이 많았었고(그런데도 '주식회사'에는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던 것은 왜일까;;;), 솔로 앨범들 역시 항상 빼놓지 않고 챙겨들어 왔었다. 일단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뮤지션 이한철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보자면, 개인적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매끄러운 멜로디를 뽑아내는 작곡가 중 한명이라고 생각한다. 록에 기반을 둔 그의 음악은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 '슈퍼스타' 등에서 알 수 있듯 대중들에게 단번에 곡을 인식시킬 만한 후렴구를 만들 수 있는 특출한 재주를 가지고 있으며, 불독맨션 시절부터는 이국적인 음악 스타일에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 무엇보다 '흥'을 낼 수 있는 리듬들을 만들어내는 한 편, 매 앨범마다 한 두 곡 씩은 가슴을 후벼파는 슬로우 템포의 곡들도 수록해, 재미와 감동을 모두 만끽할 수 있는 능력 또한 갖고 있는 뮤지션이라 하겠다.

이번 앨범 '순간의 기록'은 그의 솔로앨범 3집인데,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이 있다면 그가 하는 프로젝트 밴드들이(프로젝트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지퍼'도 그렇고 '불독맨션'도 그렇고 너무 단발로 끝나버린 것을 들 수 있겠다. '불독맨션'의 경우 현재는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팬들 자체도 여러 팀으로 그리고 솔로로 등장하는 이한철의 모습에 조금은 혼란을 겪게 되는 것도 같다. 그래도 어쨋든 새로 발매한 그의 새 앨범은 역시나 만족스럽다. 이한철의 음반을 선택하면서 한 번도 부담을 느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는 어떤 프로젝트 앨범이던 EP던, 솔로 앨범이던 항상 어느 정도의 퀄리티와 전반적인 '들을 만한' 음악을 항상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순간의_기록'이란 타이틀이 무엇보다 마음에 든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조합이기도 하고, 자주 쓰는 단어이기도 한데 이번 그의 앨범에서도 이 같이 좋은 느낌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 첫 번째 트랙 'User's Manual'은 인트로로 기획된 짧은 곡으로서 펑키한 리듬과 랩핑에 가까운 보컬로 진행된다. 두 번째 곡 '동경의 밤'부터는 본격적으로 이한철의 음악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한 전개와 익숙한 후렴구는 여전하다. 한 뮤지션의 음악을 오래 듣게 되면 분명히 그들만의 '톤'이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을텐데, 이 곡을 비롯한 이번 앨범에 수록된 여러 곡에서도 이런 '톤'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세 번째 트랙 '차이나'는 앨범 발매 전에 지난해 열렸던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공연을 통해 미리 만나볼 수 있었던 곡이라 무엇보다 반가웠다.

(2008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후기 - http://www.realfolkblues.co.kr/678)
(2008 펜타포트 '이한철과 런런런어웨이즈' 사진 보기 - http://www.realfolkblues.co.kr/683)

공연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듯이 '우가차카'하는 후반 간주부분과 후렴구의 '차이나~~~'만으로도 귀에 쏙들어오는 곡이다. 소스들은 굉장히 복고한 소스들이 사용되었는데 마치 90년대 공일오비의 곡 혹은 이승환의 재기발랄한 곡을 듣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네번째 트랙 '시내버스 로맨스'는 이한철 앨범에 꼭 한 곡씩은 들어있는 감성적인 곡이라 할 수 있겠다. 가사도 그렇고 무엇보다 후렴구의 멜로디는 듣는 이로하여금 한 번쯤 불러보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매우 보편적인 곡 전개라 할 수는 있겠지만, 그 안에서 계속 새로운 다른 버전을 내놓는 것도 분명 재주일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론 아마 곡을 쓰게 되면 이한철의 곡들처럼 될 가능성이 제일 높기도 하다는 점에서 그의 음악들에서 상당한 동질감도 느껴지는 것 같다. 'Carnaval'은 제목에서 눈치 챌 수 있듯이 다양한 드럼 사운드로 템포가 있는 곡이다. 이 곡에서는 전체적으로 불독맨션 시절의 느낌이 짙게 묻어났다. 그 다음 곡 'Sevilla (세비야)'는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가 인상적인 곡으로, 부담없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이다. 리듬의 전개와 보컬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 가사의 아련함이 잘 전달되는 편이다. 'Milano S. (밀라노 S.)' 는 스카리듬이 돋보이는 곡으로 절로 어깨가 들썩이는 흥겨운 곡이다(음악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여기서 '흥겹다'란 뭐라 설명하긴 좀 어려운데 기존의 '흥겹다'와는 조금 차별을 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여성 코러스도 귀에 감키고 브라스 사운드도 흥겨웁게 들려온다. 전체적인 임팩트가 없는 편이긴 하지만, 템포와 리듬 변화등 다양한 시도들이 담긴 곡으로서 그냥 지나치면 아쉬울 것이다. '안아주세요'는 전주 부분에서 그가 예전에 참여했던 '리아' 2집에 수록되었던 곡들의 느낌이 묻어난다 (리아의 2집은 정말 버릴 곡 없는 소소한 명반이었다). 이 곡도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들에는 브라스 부분이 강조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홉 번째 트랙 '인생'은 '슈퍼스타'와 마찬가지로 어느 CF에 어울릴 듯한 곡이다. 듣기 편하고 가사의 내용도 긍정적인 곡. 개인적으로 너무 착한 곡들은 좀 싫어하는 편이라 베스트 트랙으로 보긴 어렵겠지만, 대중들에게 가장 먼저 어필할 곡이 어쩌면 이 곡이 될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곡 'Leaving City Havana'은 제목이나 마지막 트랙인 것만으로도 미뤄 짐작할 수 있듯이 앨범 전체를 차분히 마무리 하는 곡이라 할 수 있겠다. 어쿠스틱 기타 선율에 실은 이한철의 보컬도 감미롭지만, 그가 좋아하는 하바나의 평화로운 느낌과 더불어 스페인어 특유의 강점을 잘 살린 후렴구도 사랑스럽다. 이 곡을 듣고 있노라니 마치 하바나의 어느 노을 지는 해변가에서 그물 침대에 누워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는 그림이 절로 연상된다. 그만큼 피스풀 한 곡이랄까 ㅎ

이번 이한철의 3번째 솔로 앨범 '순간의_기록'은 월메이드 대중음반이라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라면 다른 뮤지션들의 음악들도 그렇지만, 이한철의 곡들도 너무 쉽게 사라지거나 너무 인정과 주목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크다. 이번 앨범 역시 어쩌면 소수 팬들만 즐기고 마는 음반이 될런지 모르겠지만, 앨범 타이틀처럼 내게는 또 하나의 '순간의 기록'을 남긴 좋은 앨범이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8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을 다녀와서 (Pentaport Rock Festival)
그 짧은 날의 기록.


올해도 어김없이 펜타포트가 장마와 함께 찾아왔다. 메탈 팬들에게는 확실히 지금까지의 펜타포트 보다
약한 라인업 이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장 내한공연을 기다렸던 밴드 중 하나인 트래비스(Travis)는 물론,
고! 팀(the Go! Team), 언더월드(UnderWORLD), 카사비안(Kasabian), 더 가쉽(The Gossip),
피더(Feeder), 트릭키(Tricky), 하드-파이(Hard-Fi) 등 관심있는 해외뮤지션들은 물론, 문샤이너스,
이한철과 런런런어웨이즈, 피터팬 컴플렉스, 소규모 아카시아밴드 with 요조, 자우림, 델리스파이스 등
국내 밴드들도 즐비해서 제법 나쁘지 않은 라인업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문제는 3일간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페스티벌 가운데 어느 날을 선택해 즐기냐는 것이었다.
물론 3일 모두 즐기면 만사형통이겠지만, 자금사정이 사정인지라(하루도 할부로 보는 이 신세 --;)
하루를 택해야만 했고, 고팀과 피컴이 버티고 있는 금요일과 언더월드와 카사비안, 하드파이 등이 버티고 있는
일요일을 뒤로 하고, 트래비스와 문샤이너스가 있는 토요일을 선택하게 되었다.
결론적인 얘기지만 음악적인 면 외에도 금요일은 비가 내려서 고생한듯 하고, 일요일은 무더위로 고생한듯
한것에 비하면, 토요일은 초반에만 살짝 비가 내려주고, 끝까지 거의 비가 내리지 않아 관람에도 매우
쾌적한 환경에서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인천하도고 송도는 참으로 멀다. 어찌가도 먼 것 같아, 이왕 여행을 할 참이라면 지하철 여행보다는 버스 여행이
낳겠다 싶어, 30분 정도 버스를 타고 서초역에 내려 행사장인 송도까지 운행하는 9200번 버스를 타고
빗속을 뚫고 오랜 시간을 달려 인천하고도 송도에 도착. 비는 나리듯 살짝 흩뿌렸으나 우비를 입지 않아도
될 정도였으며, 탁 트인 공간에는 시원한 바람도 불어왔다. 단속을 피해 급하게 우비와 장화를 판매하는
노점상을 지나 행사장 앞에 드디어 도착.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예상했던대로 행사장은 이미 송도 머드축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진득한 진흙탕이 마련되어 있었다.
분명 홈페이지에는 만원이라고 나와있던 장화를 만삼천원에 구입하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머드 축제에
동참할 수 있었는데, 일부 구간은 그 찰짐이 가히 잘된 밥에 비할 정도로 탄력이 대단했으며,
'척척'하는 소리는 밟는 느낌과 더해져 묘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남자 화장실의 경우 흡사 <트레인스포팅>에
등장한 유럽에서 가장 지저분한 화장실이 떠오를 정도로, 진흙탕 그 자체였다(화장실은 꽤 많은 수가
비치되어 있었고, 시설도 깨끗했으나 진흙 때문에 더러워진 것은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진흙을 밟는 느낌을 점차 즐겨 갈 때쯤, 어느 정도 행사장의 윤곽을 파악할 수 있었다.
메인 무대인 Big Top Stage를 중심으로 정말 엄청나게 많은 수의 음식점 부스가 들어서 있었으며
(흡사 요리 박람회를 방불케 하는 수!), 아주 다양한 먹거리와 동시에 다양한 마실 거리도 준비되어 있어
골라먹는 재미가 있었으며, 실제로 아주 많은 페스티벌 참여자들이 공연을 즐기는 것 만큼이나
음식을 즐기는 것에도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엑스박스 게임인 기타 히어로 시연 부스도 있었고,
태국인가 중국 전통 발마사지 부스가 유독 눈에 띄었으며, 인터넷을 할 수 있는 공간, 참여 아티스트들의
MD와 CD들을 구매할 수 있는 공간들도 마련되어 있었다. 이렇게 둘러보는 와중에 시간이 가는 줄을 몰라
아쉽게도 4시 40분 부터 시작하는 소규모 아카시아밴드와 요조의 공연을 놓치고 말았는데,
이날의 유일한 아쉬운 점이라 할 수 있겠다.

[공연장 분위기 사진 더보기 #1]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서 이날 처음 제대로 관람한 공연은 다름 아닌 이한철과 런런런어웨이즈의 공연이었다.
지퍼와 불독맨션을 거쳐 이번에는 '런런런어웨이즈'라는 이름의 팀으로 나선 이한철의 공연은, 국내 록계의
레크레이션 전도사라는 자칭타칭 설명에 걸맞게 모두가 흥겹고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그 동안 메인 무대보다는 서브 무대에 주로 섰던 이한철이, 비록 낮 시간이기는 하지만 메인 무대에서
볼 수 있어 더욱 좋았으며, 큰 무대에서도 전혀 꿇릴 것이 없는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다.
슈퍼스타 등 그의 히트곡 메들리도 참 좋았지만, '차이나'를 비롯한 신곡들의 반응도 상당히 괜찮았다.
특히 '차이나~~'라는 후렴구가 인상적이었던 신곡 '차이나'는 제법 히트 칠지도 모른다는 예감도 들었다.

[이한철과 런런런어웨이즈 공연 사진 더보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에 다 담지는 못했지만 이 날은 여러 깃발들이 공연장을 찾았는데, 사진에 보듯이 '독도는 우리땅'을
외치고 있는 깃발을 비롯해, '지켜보고 있다'라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던 깃발과 '새마을 운동' 깃발 등
각양각색이고 유머와 센스가 돋보이는 깃발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빨간 바탕에 흰색 글씨로 '냉면'이라 써진 깃발을 찾아볼 수 없어서 아쉽기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비나 티셔츠 뒤에 각자가 나름의 문구를 새겨놓은 것들도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그 중에도 최근 대세를 반영하듯 DJ KOO의 유명한 랩구절을 구구절절 수놓듯 적어놓은 저 청년의 등짝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확실히 대세는 전스틴을 지나 디제이쿠로 가고 있는듯.
이 외에도 어디서 구했는지 '도전 골든벨'모자를 쓰고 '화이어!'를 목청껏 외치던 왠 남자아이의 짧은 외침도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강렬했다.

[공연장 분위기 사진 더보기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다음으로 제대로 관람한 공연은 서브 무대 겪인 'Pentaport Stage'에서 5시 50분 부터 진행되었던
'데블스'의 공연이었다. 최근 조승우 주연으로 개봉 예정인 <고고 70>의 실제 주인공 쯤 되는 1968년에 결성된
이 노련한 밴드의 공연은 록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을 하나로 만들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코러스를 담당하던 '또래자매'의 활약이었는데, 그녀들의 솔로 무대도 마련되어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데블즈 공연 사진 더보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진흙으로 가득찬 행사장 덕분에 이 날은 국내에서 볼 수 있는 최대한의 각양각색의 장화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메인 이미지로 사용되기도 한 물방울 무늬 장화를 비롯해, 부츠에 가까운 끈 장화를 비롯, 빨간 단화 장화,
오리지널 리얼리티 모내기 장화 등등 내 생애에 가장 많은 종류의 장화를 만나본 것이 아닐까 싶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이도 저도 귀찮아 필요없는 맨발도 상당수가 있었으며, 그냥 비닐봉지를 뒤집어 쓰고 발목 부분을 끈으로
묶은 실용적인 장화도 선보였으며(이걸 보는 순간 장화를 괜히 샀다 싶었다), 물론 버릴 작정으로 신고온
불쌍한 운명의 신발들도 다수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날 기다리던 트래비스의 공연도 보았고, 매력 포스 강하게 발산하셨던 윤아누님의 자우림 공연도 좋았지만,
모든 공연을 통틀어서 가장 카리스마 넘치는 공연을 보여주었던 밴드는(특히 프론트맨은), 다름아닌
문샤이너스였다. 사실 문샤이너스의 공연을 본 것이라고는 예전 EBS스페이스 공감에서의 무대 뿐이었는데
(물론 노브레인 출신의 차승우가 중심이 된 밴드라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아주 가까이서
그들의 공연을 직접 관람하니 그 포스가 참으로 대단했다. 특히 이제는 연륜마저 묻어나 이렇다할 액션 없이도
관객을 완전히 압도해 버리는 차승우의 포스는 정말 '킹왕짱' 이외의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 ㄷㄷㄷ
펑크의 아이콘이었던 그가 록큰롤을 들고 나와 일부 팬들은 당황했을지도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는
록큰론을 들려주는 그의 연주도 너무나 매력적이라 매료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중에 단독 공연이 있으면 필히 참석하리라 마음먹기도 했다.

[문샤이너스 공연 사진 더보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8시쯤 메인스테이지인 빅 탑 무대에 등장한 자우림. 초반에는 신보에 수록된 느린 템포의 곡들과
조용한 곡들을 주로 들려주었는데, 여기서 많은 관객들이 휴식도 취하고 뒤로 빠지는 등 살짝 지루한
시간이었지만, 곧 이어진 그들의 히트곡 메들리는 공연장을 찾은 거의 모든 관객을 완전히 빠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일탈'이나 'Carnival Amour' '하하하쏭' 같은 경우는 정말이지 모두가 하나가 되어 화려한 조명과
함께 페스티벌을 만끽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자우림 공연 사진 더보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드디어 등장한 이날의 헤드라이너 트래비스! 이번 펜타포트를 찾게 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고,
아직 라이브를 못본 밴드 가운데 가장 손꼽는 밴드 중 하나였던 트래비스! 많은 이들이 콜드 플레이를 좋아할때
유독 트래비스를 더 좋아했던 나로서 이번 공연에서 라이브로 그들의 히트곡을 하나하나 만나게 되는
순간은 정말 꿈만 같았다. 'Selfish Jean' 'Sing' 은 물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그들의 곡인
'Why Does It Always Rain On Me?' 를 연주할 땐 소름이 돋더라. 참 따뜻한 밴드인 그들은 이날 한국관객들이
보여준 열정에 진심으로 감동받은 모습이었는데 프란시스는 기타를 내려놓고 관객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와
팬들에 대한 사랑에 적극적으로 보답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밴드 멤버들이 진심으로 악기를 내려놓고
박수를 쳐주는 모습은, 관객인 나 스스로도 무척이나 감동적이고 뿌듯한 장면이었다.
많은 곡들이 인상적이고 감동적이었지만 'Closer'를 때창으로 부를 때의 그 감동! 프랜시스가 후렴구에서
마이크를 팬들에게 돌렸는데 그도 감동할 만큼 완벽한 때창을 해내는 공연장의 모습은 그야말로 초 감동 ㅜㅜ
나중에 반드시 단독 공연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은 더욱 커져버렸다. 팬과 뮤지션이 서로 감동받았던
이날의 무대는 정말 최고였다.

[트래비스 공연 사진 더보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렇게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먼길을 돌아온 짧은 공연은, 매번 이런 공연이 가져다 주듯 마치 꿈만 같은
느낌만 남긴채 기억속으로 사라져버렸다. 개인적으로는 기존에 공연 자체에 집중하던 방식에서 조금 벗어나
페스티벌 자체를 즐기려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공연 자체도 좋았지만 이 분위기가 무엇보다 행복하게
했던 것 같다.

몸은 여태 피곤하긴 하지만, 그야말로 돈으로 살 수 있는 추억이기에 과감하게 투자했고 후회하지 않는다.
런던에서나 봐야지 했던 트래비스를 직접 볼 수 있었으며, 머드 축제와 장화 패션쇼를 방불케하는 현장 분위기
였지만, 모두가 다 행복한 추억으로만 기억될 멋진 페스티벌이었다~



(본문 속 사진은 꼭 클릭해서 큰 사이즈로 보세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모든 사진은 꼭 클릭해서 보세요)

K100D + 70-300 APO


블로그코리아에 블UP하기  RSS등록하기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