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로스 포먼 감독이 만든 또 하나의 걸작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는 1975년 작으로 그 이듬해에 열린 제 4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밀로스 포먼), 남우주연상(잭 니콜슨), 여우주연상(루이스 플레쳐), 각색상(로렌스 하우벤 외) 등 무려 5개 부분을 수상한 밀로스 포먼 감독의 걸작 중 한 편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들먹이면서 ‘몇 개 부분을 수상했다’라는 식으로 자랑하듯 나열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당시 후보작으로 올라왔던 다른 영화들의 면면을 살펴보자면, 작품상 후보에는 스탠리 큐브릭의 <배리 린든>, 스티븐 스필버그의 <죠스>, 로버트 알트만의 <내쉬빌>, 시드니 루멧 감독의 <뜨거운 오후>가 버티고 있었으며, 남우주연상 역시 <뜨거운 오후>의 알 파치노 등 만만치 않은 배우들이 후보에 올랐으며, 감독상 같은 경우 작품상 후보에 오른 네 명의 감독들을 비롯해 <나는 기억한다>의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까지 후보에 올라, 결코 쉽게 수상을 예상하기는 어려웠던 아카데미 시상식이었다(결론만 가지고 이야기해보자면 <뜨거운 오후>같은 경우 당시 아카데미에서는 상당히 아쉬움이 많았을 듯 하다).

이런 쟁쟁한 경쟁 작들을 재치고 주요 수상부분을 독차지 할 만큼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는 ‘걸작’이라는 칭호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완성도도 높고 메시지도 강한 영화라고 감히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잘 알려졌다시피 켄 케시(Ken Kesey)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로렌스 하우벤과 보 골드맨이 각색하고 밀로스 포먼이 연출한 작품이다. 이 원작 소설에 흥미를 갖고 있던 커크 더글라스(요즘 영화 팬들에게는 마이클 더글라스의 아버지라고 하면 더 이해가 쉬울지 모르겠다)는 일찍이 이 작품의 판권을 구매하여 직접 연극 무대에서 공연을 하기도 하는 등 자신이 직접 주인공인 맥머피 역으로 출연하기를 원했었으나, 영화화가 늦어지면서 결국 영화화 판권을 아들인 마이클 더글라스에게 넘기게 된다.


개봉한지 30년이 훌쩍 지난 2008년 시점에서 이 영화를 다시 볼 때 눈여겨 봐야할 점은, 잭 니콜슨의 열연 외에 다른 조연급 연기자들의 그룹 연기를 들 수 있겠다. 연기 자체의 훌륭함도 훌륭함이지만, 지금은 너무도 유명한 중견 급 배우들이 이 영화를 통해 데뷔하거나 당시에는 무명에 가까웠던 자신들의 이름을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알리게 되었다는 점이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이다.

우리에게는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 2>에서 ‘펭귄맨’으로 더욱 익숙한 개성파 배우 대니 드비토는 사실상 이 작품으로 데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가 연기한 마티니 역할을 보고 있노라면(이 영화에 출연한 모든 배우들이 실제 정신병동의 환자들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이긴 하지만)아마도 당시 그의 얼굴이 생소했던 일반 관객들은 그를 일반 배우보다는 실제 병동의 환자로 착각했을 만큼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개인적으로는 마티니라는 캐릭터의 표정 하나 하나가 얼마나 귀엽던지, 가끔씩 일부러라도 블루레이를 꺼내어 마티니의 얼굴만 보고 싶어질 정도였다).


또한 우리에게 <빽 투더 퓨처>의 ‘브라운 박사’로 매우 익숙한 크리스토퍼 로이드의 경우 이전까지는 연극 무대에서 경력을 쌓다가 이 영화로 스크린 데뷔를 하였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크리스토퍼 로이드가 보여준 연기는 정말 전율이 일어날 정도였다. 아마도 당시에 영화를 극장에서 처음 보았다면 그저 연기 잘 하는 신인배우들이 많이 출연 했구나 혹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실제 환자들이 연기를 펼쳤나 보다 하고 착각을 했었겠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영화를 블루레이로 다시 감상하고 보니, 지금은 유명해진 배우들의 데뷔 시절 연기를 만나는 색다른 재미를 얻을 수 있었다. 또 한 명의 배우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데, 몇 해 전 <반지의 제왕 : 두 개의 탑>에서 암울한 분위기의 캐릭터인 ‘그리마’를 연기했던 브래드 듀리프 또한 이 영화를 통해 데뷔했다. 그가 맡은 ‘빌리’역은 다른 조연급 캐릭터 중에서도 가장 비중 있는 캐릭터로서 ‘그리마’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풋풋한 그의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에서 배우들의 열연만큼이나 인상적인 요소를 꼽으라면 잭 니체 (Jack Nitzsche)가 만든 영화 음악을 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어스름한 풍경을 배경으로 차 한 대가 지나가는 첫 장면, 그리고 어느 명작들과 비교해 봐도 뒤지지 않을 만큼 깊은 인상과 여운을 남기는 마지막 장면에 흐르던 영화 음악은, 매우 독특한 음색이었지만 또한 묘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제작자인 마이클 더글라스가 음성해설을 통해 전해주고 있는 이야기에 따르자면, 잭 니체를 만나기 위해 어느 작업실 같은 곳에 들어갔더니 거기서 잭 니체가 컵들을 모아놓고 손으로 입이 닿는 부분을 문지르며 연주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목공에나 쓰이는 톱을 가져오더니 연주를 하기 시작하는데, 우리가 영화에서 들었던 바로 그 소리, 아니 그 음악을 들려주었다고 한다.

대사가 없는 장면에서 영화음악이 주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사 없이 진행되는 영화의 맨 처음과 맨 마지막에 등장하는 이 독특하고 묘한 여운을 주는 잭 니체의 영화음악은, 관객들의 가슴 속에 이 여운이 오랫동안 머무르도록 한다(마이클 더글라스는 음성해설을 통해 이 영화의 음악이 영화사상 최고의 영화음악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을 하고 있는데, 그가 이 영화의 제작자라는 점이 살짝 객관성에 의심이 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과언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블루레이 - 메뉴 디자인



세월을 감안하면 충분히 만족스런 BD 화질과 음질

1080P의 블루레이 영상은 영화가 1975년 작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화질이라 할 수 있겠다. 최신 영화들처럼 쨍하고 선명한 화질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본 영화가 화질 여부가 그리 중요한 요소도 아닐뿐더러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오래된 영화 치고는 상당한 블루레이에 걸 맞는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사운드는 돌비디지털 5.1채널을 지원하고 있는데 본래의 소스가 멀티채널이 아닌 점도 있고 영화가 그다지 멀티채널이나 고 사양 사운드를 필요로 할 만한 장면이 거의 없기 때문에 돌비디지털 5.1채널만으로도 감상에 전혀 불편함이 없을 듯 하다.


서플먼트로는 감독인 밀로스 포먼과 제작자인 마이클 더글라스, 사울 자엔츠가 참여한 음성해설 트랙이 가장 눈에 띄는데, 배우들의 관한 애정 어린 평가들과 촬영장에서 벌어진 배우들의 에피소드, 그리고 제작자로서 원작의 판권이 어떻게 최종 영화화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캐스팅 과정은 어떠했는지 등의 솔깃한 들을 거리들이 가득 담겨있어 영화의 팬이라면 절대 놓칠 수 없겠다. 'Making of "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 Doc'는 일반적인 제작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는데, 밀로스 포먼 감독과 제작자, 시나리오 작가 등 주요 스텝들의 인터뷰, 그리고 대니 드비토, 크리스토퍼 로이드 등 배우들의 당시를 회상하는 인터뷰 등이 담겨있다.

다큐 초반에 왜 이 영화가 10년 넘게 영화화가 늦어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매우 황당한 이유가 나오기도 하고, 배우들이 촬영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된 리허설 장면이 그대로 영화에 쓰이기도 했다는 것이나, 실제 정신병원에서 촬영하고 오랫동안 그 곳에서 먹고 자고 한 탓에 나중에는 배우들과 실제 환자들 간 구분이 힘들 정도로 배우들이 완전히 캐릭터에 녹아들었음을 알 수 있는 인터뷰도 만나볼 수 있다(영화 속에는 실제로 병원의 환자들과 직원들이 등장하는 장면들도 있으며, 영화 속 의사로 등장한 대부분의 인물들은 전문 배우가 아닌 실제 의사들이다). 이 다큐멘터리의 옥에 티를 꼽자면, 주연을 맡은 잭 니콜슨의 인터뷰가 수록되지 않은 점을 들 수 있겠다.

이 밖에도 8가지의 본편에는 수록되지 않은 추가 장면과 극장용 예고편이 수록되었는데, 추가 장면이 불필요하다고 느껴지기 보다는 캐릭터를 이해하는데 좀 더 도움이 되는 편이라 이 것 역시 절대 빼놓지 말고 확인해 보길 권한다. 물론 음성해설을 포함한 모든 서플먼트에는 100% 한글 자막을 지원하고 있다.


[총평]<아마데우스>로 유명한 밀로스 포먼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는 <아마데우스>와는 별개로 또 다른 의미에 걸작이라는 칭호를 붙이는데 부족함이 없는 영화일 것이다. 잭 니콜슨이라는 배우가 한창 젊었을 때 어떠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지, 왜 그가 최고의 배우 중 한 명인지를 저절로 알 수 있는 열연이 담겨있으며, 대니 드비토, 크리스토퍼 로이드의 풋풋하지만 매우 인상적인 데뷔 시절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세월의 흐름이 묻어나는 화질과 사운드 이기는 하지만, 이를 감안한다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블루레이 타이틀로서, 또 하나의 소장해야할 걸작 타이틀이 될 듯 하다.


2008. 10. 02 | 신현이(a_shitaka@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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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파티드 (The Departed, 2006)
 
올해 하반기 가장 기대했던 영화 중의 하나였던 '디파티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물론이고, 레오, 멧 데이먼, 잭 니콜슨, 마크 월버그, 마틴 쉰, 알렉 볼드윈
까지, 정말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엄청난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디파티드>는 잘 알다시피 홍콩영화 <무간도>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본래는 단순 리메이크로 끝날 것으로 생각했지만, 스콜세지가 감독한다는 말에
그저 그런 리메이크가 되지는 않을 거란 기대를 갖게 했다.
 
결론 부터 말하자면 기대를 한 만큼의 결과물은 아니었다.
알려진바로는 스콜세지는 전혀 다른 리메이크 작품을 만들겠다고 했던 만큼
단순히 원작 시나리오의 설정만을 가져왔을 뿐 다른 영화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기대했었는데,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도 장면까지 흡사한 점이 많았다.
황추생과 양조위가 만나던 옥상 장면은, 그대로 마틴 쉰과 디카프리오의 옥상씬으로
연결됐고, 옥상에서 추락하는 것, 첩자를 밝혀내기 위해 신상명세를 받아내던 중
봉투에 철자가 틀렸다며 글씨를 다시 써준 점, 마지막 살인사건의 장소가 엘리베이터라는 점,
등등등 그저 원작의 구성과 인물들을 빌려온 리메이크 작이라고 하기에는
완전히 똑같은 장면들이 너무도 많았다.
 
오히려 완전히 똑같은 장면들을 넣을 것이었다면, 위기상황에 문자를 보낸다는
설정보다는 원작의 모르스 기호를 사용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며,
배경음악도 스코어가 아닌 노래로 넣었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오히려 이 영화는 <갱스 오브 뉴욕>에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갱스터 영화에 자신만의 가치관을 갖고 있는 스콜세지 감독은,
그 근본의 뿌리를 탐구한 작품으로 <갱스 오브 뉴욕>을 내놓았는데,
<디파티드>역시 보스턴 지역의 배경으로 아이리쉬계와 이탈리아계의 끊임없는
세력 다툼 등 리얼한 갱스터 세계의 모습을 그리는데에는 역시 수준급 연출력을 선보였다.
<무간도>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분명히 뛰어난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증지위의 싸늘한 카리스마 못지 않게 잭 니콜슨의 흡사 <어바웃 슈미트>스런
자연스러움과 미치광이스런 성격이 공존하는 연기는,
역시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마틴 쉰이나 알렉 볼드윈은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았으나 역시 연기 경력에 걸맞는
무게감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이 영화를 보고 누구나 칭찬했을 만큼 리얼한 연기를 펼친 마크 월버그는,
이 영화로 인해 한 단계 성숙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고, 멧 데이먼의 연기도
유덕화와 비교하지만 않는 다면 나무랄데 없다.
영화의 초반 잭 니콜슨과 디카프리오가 투 샷으로 잡혔을 때는 왠지모를
뿌듯함마저 느껴졌는데,'야~ 이제 레오가 잭 니콜슨과 1:1로 상대할 만큼 연기력이 늘었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스콜세지 감독의 페르소나가 되면서 확실히 꽃미남의 이미지는
벗어내버린 레오는 이번 영화에서도 복잡한 심리를 갖고 있는 역할을 무리없이 소화했다.
특히 자신의 본래 신분인 경찰로 돌아온뒤 정신과 의사를 만나러 가서 대화하는 장면에서
이전 갱으로 위장해 있을 떄와 완전히 다른 표정과 억양으로 연기하는 모습을 봤을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파티드>는 어쩔 수 없이 <무간도>와 비교할 수 밖에는 없을텐데,
결과적으로 <무간도>를 넘어서지도 넘어설 수도 없었다는 것을 새삼느끼게 해준 영화였다.
<무간도>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양조위 못지 않게 유덕화 캐릭터였다.
본래 나쁜 사람으로 경찰에 첩자로 잡입하였지만, 시간이 지나고 로맨스를 겪고나면서
점차 착하게 살고 싶었다는, 착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되면서
겪는 갈등이 사실상 <무간도>의 요점이라 할 수 있었다. 길을 잘못든 사람이 뒤늦게 후회하고
진심으로 착하게 살고 싶다는 걸 알았을땐 이미 많이 늦어버린 현실에 힘들어하는 상황말이다.
 
하지만 <디파티드>에 멧 데이먼이 맡은 캐릭터엔 그런 고민이 없다.
그저 자신의 자리를 이용에 자신의 이익을 채우고 배신하는 비열한 악당, 갱스터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간도>는 양조위와 유덕화가 동등하게 그려지고 있는 영화지만,
<디파티드>는 동등하다기보단 레오가 중심이 되는 1인 영화에 가깝다.
<무간도>와 완전히 다른 영화를 만들려고 했었다면 모르지만,
대부분의 설정과 장면들을 그대로 가져왔으면서 가장 중요한 핵심을 놓치고
온 것이 <디파티드>를 보면서 가장 아쉬운 점이었다.
 
그리고 <무간도>는 엔딩 크래딧이 오를때 인물들의 쓸쓸한 감정을 차분히 정리해주던
채금의 노래가 있었지만, <디파티드>에는 스코트랜드풍의 강력한 음악만이 흐르는데
영화를 마무리하는 방식으로는 썩 와닿지 않는 느낌이었다.
다시 한번 채금의 노래의 영향력이, 이 노래가 얼마나 적재적소에 사용되었었는지
깨닫게 하는 부분이었다.
 
결과적으로 <무간도>를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디파티드>는
더할 나위없는 괜찮은 갱스터 영화이다. 혹 <무간도>를 본 사람들이라해도
갱스터 영화에 집중한다면 이 영화는 놓치지 말아야할 수작일 것이다.
하지만 <무간도>에 공감했던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디파티드>는
무언가 아쉬움이 짙게 남는 영화였다.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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