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보이 & 에이리언 (Cowboys & Aliens, 2011)

재미있을 뻔 했지만 너무 나간 욕심



'아이언맨'을 연출한 존 파브로, '인디아나 존스' 해리슨 포드 그리고 007 다니엘 크레이그까지. '카우보이 & 에이리언'은 제목을 듣기 전에도 충분히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영화의 제목인 '카우보이 & 에이리언'. 가장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카우보이'와 '에이리언'이라는 단어의 조합은 '에이리언 vs 프레데터'와는 또 다른 흥미로움과 기대감을 갖게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시작 전에 가졌던 신선한 기대감에는 못 미치는, 조금은 욕심이 많았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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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가장 큰 패착이라고 생각되는 지점은 중심이 되는 이야기 외에 너무 많은 이야기가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정작 존 파브로가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는지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이야기의 비중이 정리되지 않고 산재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카우보이와 에이리언이라는 제목이기는 하지만 사실은 카우보이, 즉 서부영화의 정서가 짙게 깔려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텐테 이 정서와 에이리언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의 접점을 잘 살려냈다기 보다는 흥미 그 이상의 것은 없는 평이한 수준인 점이 아쉬웠다. 단순히 이질감이 느껴져 잘 어울리지 않는 두가지를 섞으려 했다는 느낌보다는, 섞는 것 까지는 나쁘지 않았는데 조화를 이루는 것에 신경을 쓰기 보다는 카우보이와 에이리언이 각자의 세계에서 서로만 잘해보려고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두 가지의 비중이 꼭 비슷할 필요는 없지만, 이 작품이 선택한 것처럼 카우보이의 이야기에 대부분의 비중을 할애한 것은 결과적으로 에이리언의 이야기가 등장했을 때 '뭐지?'하게 되는 쌩뚱맞은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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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크레이크가 연기한 주인공 제이크는 에이리언과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과거가 많은 인물이라 이 과거를 소개해야만 했던 것도 한 몫 했고, 해리슨 포드가 연기한 달러하이드 역시 과거 전쟁에서 부하를 잃었던 것과 골치덩어리 아들(폴 다노)과 연관된 이야기가 있고, 수수께끼의 여인 엘라의 경우 이 둘 과는 상관없이 해결해야 할 자신만의 미션이 또 있으며, 제이크, 달러하이드와 함께 하게 되는 일행 가운데 아내를 빼앗긴 도크의 이야기 그리고 보안관인 외할아버지를 찾으려는 소년 에밋의 이야기, 그리고 후에 등장하는 인디언들의 이야기 등 이 영화에는 너무 많은 이야기가 각각 다 비중있게 담겨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아쉬운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위와 같은 각각의 이야기들이 존재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존 파브로는 여기에 욕심을 더 부려 이들의 이야기를 모두 풀어놓고 더 나아가 해결하는 것 까지 이 액션 영화에 담아냈다는 점이 결국은 단순하고 하나의 이야기일 수록 더 좋을 수 있었던 소재를 갖고 있던 이 영화에서의 가장 아쉬운 점이라 하겠다.


차라리 영화의 제목처럼 '카우보이와 에이리언'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에만 더 집중하여,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서부시대의 배경과 캐릭터들이 에이리언이라는 SF적인 세계관과 맞닥들였을 때의 조우를 존 파브로가 '아이언 맨'을 통해 잘 보여주었던 액션 위주로 풀어내었더라면 훨씬 더 박진감 넘치고 극장에 앉아있는 2시간 동안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여름 블록버스터가 되었을텐데, 너무 많은 캐릭터와 너무 많은 이야기는 흥미로운 소재를 소재에 그치게 만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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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극중 에이리언의 모습은 게임 'Gear of War'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비슷해 보이더군요, 보이는 것에 비해 활약상은 좀 적어서 아쉽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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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맨 2 (Iron Man 2, 2010)
이젠 (슬슬) 어벤저스를 보고 싶다.


존 파브로의 '아이언 맨 (Iron Man)'은 참 잘 빠진 액션 히어로 영화였다. 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와 비슷한 점이라면 남성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여럿 갖췄다는 점이겠고, 차별점이라면 전반적인 히어로 물에 근본을 두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어쨋든 유머와 센스가 있는 존 파브로는 자신 만의 스타일로 마블의 작품 '아이언 맨'을 성공적으로 영화화 하는데 성공했다. 그 성공에는 존 파브로의 유머를 완벽하게 소화할 만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라는 완벽한 배우가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1편의 다이나믹한 마지막 장면은 2편을 기대하게 하는 한편, 걱정을 하게도 했는데 결과적으로 '아이언 맨 2'는 이런 걱정스러운 면이 더욱 도드라진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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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맨 2'가 걱정스러웠던 요소는 소포모어 징크스로 표현할 수도 있겠는데, 3부작으로 기획된(혹은 최소 3편까지는 예정된) 대부분의 작품들의 경우 1편에서는 캐릭터 소개와 설정 소개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속편에서는 확실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도저도 아닌 평범한 작품을 선보이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 앞서 '아이언 맨 2'가 이런 걱정을 안고 시작했던 것은 1편의 마지막에서 대놓고 공개된 부분 때문이었다. 속편이 어려운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반대로 첫 번째 작품이 수월한 이유라면 캐릭터를 처음으로 소개하고 배경을 소개하며 그 캐릭터가 갖는(특히 히어로라면) 특성을 바탕으로 큰 줄거리를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 만으로도 관객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편은 다르다. 속편에서는 적어도 전편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하는데, 그렇다보니 오히려 전편 보다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잦은 건 어찌보면 아이러니다.

일단 '아이언 맨 2'는 히어로 물이 갖고 있는 주인공의 정체에 관한 부분을 다시금 이용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커다란 흥미요소를 하나 잃어버린 격이었다(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그렇기 때문에 이것 자체가 가장 흥미로운 요소일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더 강력한 적의 등장 정도를 예상해 볼 수 있는데, 일단 2편에 등장한 악당 '위플래시/이안 반코'는 비중이 그나마 많은 편이었지만 임팩트는 부족하고 해머사의 CEO '저스틴 해머' 역시 악날하지도 인간적이지도 않은 애매한 지점에 놓여있다. 이렇게 좀 더 확실하지 못하면서 영화는 전체적으로 힘을 잃게 된다. 더군다나 그 안에 중간중간 '어벤저스'의 떡밥을 풀어놓는데에도 열심히다 보니 더더욱 포커스가 흔들릴 수 밖에는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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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원작이 있는 경우, 특히 '아이언 맨 2'의 경우처럼 그 원작이 코믹스이며 더 넓은 세계관을 갖은 경우는 어찌되었든 영화로 처음 접하는 이들도 100% 만족할 만한 영화화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이언 맨 2'는 기본 이야기의 힘이 달리다보니 저절로 그들이 떡밥으로 남겨둔 어벤저스 이야기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사실 코믹스의 세계는 워낙 광활하기도 하거니와 정확하게는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 '아이언 맨 2'를 통해 어벤저스와 관련한 코믹스의 세계관에 대해 공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 건 사실이다. 캡틴 아메리카나 닉 퓨리, 쉴드 등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맨 마지막 대형 떡밥을 투척한 '토르' 같은 경우는 이번 '공부'를 통해 좀 더 그 내용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한 '블랙 위도우'를 비롯해 사무엘 L.잭슨이 연기한 '닉 퓨리',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와(참고로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는 1편에도 등장했었죠), 마지막 쿠기 장면까지. '아이언 맨 2'에는 어벤저스의 거대한 예고편으로 봐도 좋을 만큼 이에 관련한 캐릭터와 소스들이 여기저기 노출되어 있다. 사실 이런 '떡밥'들은 말 그대로 곁가지로 활동할 때 좀 더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아이언 맨 2'는 기본적인 스토리가 힘을 잃다보니 이런 떡밥에 더욱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아이언 맨에 대한 스토리는 얼른 깔끔하게 정리하고 어서 어벤저스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드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미드 '스몰빌'이 저스티스리그를 슬쩍 꺼냈다가 말았다가 하는 것도 비슷한 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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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맨 2'는 이렇게 기본적으로 소화해야할 캐릭터와 이야기에 더불어 어벤저스의 떡밥들까지 풀어놓다보니 전체적으로 흐지부지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그래서인지 2시간이 조금 넘는 러닝타임 역시 살짝 부담스러울 정도다). 그리고 또 하나 언급해야할 아쉬운 점은 역시 캐스팅이 변경된 제임스 로드 역을 들 수 있겠다. 전편에서 테렌스 하워드가 연기한 로드는 속편에서 돈 치들이 맡아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게 되었는데, 돈 치들이 연기를 못했다기 보다는 '로드'라는 캐릭터에는 테렌스 하워드가 더 어울린다고 볼 수 있겠다. 앞서 존 파브로의 장점으로 유머를 들었던 것처럼, '아이언 맨'을 관통하는 정서 중 하나는 쿨한 유머를 들 수 있는데, 로드라는 캐릭터가 돈 치들로 인해 너무 경직되면서 전체적으로도 토니 스타크와 로드가 함께 등장할 때 별다른 시너지를 일으키지 못했던 것 같다. '매트릭스'의 오라클도 아니고 어지간하면 테렌스 하워드로 계속 갔으면 좋았을껄 하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스칼렛 요한슨이 맡은 블랙 위도우는 물론 매력적이지만, 스칼렛 요한슨이라는 배우를 등장시킨 것에 비하면 아쉬운 부분이었으며(그런데 반대로 블랙 위도우의 비중을 늘리면 영화는 더 꼬이고 만다), 미키 루크 역시 '더 레슬러'로 재기한 그 이미지를 또 한번 사용하는 것 이상은 보여주질 못했으며, 페퍼 포츠 역의 기네스 펠트로우는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전편부터 그래왔듯이 이 페퍼 포츠 역할을 꼭 기네스 펠트로우가 해야만 했나 라는 (팬의 입장에서) 생각 역시 여전히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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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을 주욱 늘어놓았지만 그렇다고 '아이언 맨 2'가 최악의 경험이라고는 볼 수 없겠다. 기대하는 바가 낮다면 '아이언 맨 2'는 여전히 매력적인 액션 블럭버스터라 할 수 있겠다. 아이맥스를 통해 감상한 아이언 맨의 활강 장면은 역시나 매혹적이었으며, 의외로 엑스포에서의 프레젠테이션 장면이 더 멋스럽기도 했다. 액션은 분량이나 임팩트만 떼어 놓고 본다면 전편 보다 강해졌으나 (사실 이 정도 히어로 영화임을 감안한다면 조금 부족한 편인데, 1편을 떠올려보자면 확실히 2편이 좀 더 강하다), 아마도 수 많은 코믹스 팬들이 고대했던 것이 비하면 그의 걸맞는 장면은 만들어내지 못한 것 같다. 뭐랄까 '아이언 맨 2'는 우려되었던 길을 그대로 간 경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1. 아이언 맨이 이렇게 흔들리면서도 계속 인기를 얻는 이유는 역시 '로망'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ㅎ
2. 오랜만에 아이맥스 관에서 영화를 봐서인지 시원시원하더군요.
3. 다들 아시겠지마나 극중 '해피' 역할을 맡은 배우가 바로 감독 존 파브로 입니다.
4. 트리비아를 보면 미키 루크가 이 캐릭터를 위해 많은 조사와 애정을 기울인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 정성이 100% 드러날 만큼 캐릭터의 깊이가 깊지 않은 것이 새삼 아쉽게 느껴지네요.
5. 스탠 리 찾기는 마블 영화 보기에 필수 코스라 할 수 있는데, 이번에는 일반인이 아니라 '래리 킹' 역할로 나와서 더욱 재미있었어요 ㅎ
6. '아이언 맨 2'를 보며 새삼,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 맨 2'가 얼마나 잘 만든 속편인가를 알 수 있더군요.
7. 자, 각자로 흩어져있는 어벤저스 주인공들의 영화는 과연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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