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Only Lovers Left Alive, 2013)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헌사



짐 자무쉬의 신작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는 그의 이전 작품들이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던 것과 비교하자면, 그보다는 좀 더 영상미와 아름다움 그 자체에 대한 헌사에 가까운 작품이었다. 뱀파이어라는 영화의 소재 역시 그 아름다움과 영속성을 다루기 위해 선택되었다고 봐도 좋을 것이며, 두 주인공 아담과 이브를 연기한 틸다 스윈튼과 톰 히들스톤의 캐스팅 역시 아름다움 측면에서 완벽한 앙상블이었다. 황량한 디트로이트와 이국적인 모로코의 밤 풍경, 그리고 음악과 문학 예술의 역사들은 곧 아름다움의 표현과 헌사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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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영화가 뱀파이어를 다루는 방식은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고, 유머에 더 가까웠다. 즉, 영원한 삶을 저주처럼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거의 없고, 정반대로 현대 사회 속에서 뱀파이어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어려움도 생각보다는 진전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영화가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통해 보여주는 건, 수 백년을 살아온 존재로서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예술, 문화, 과학 등의 인물들에 대한 '포레스트 검프' 식의 유머들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과거의 것들에 대한 찬사 정도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짐 자무쉬는 최근의 문화 예술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동일한 선상에서 언급을 한다. 비교적 그 가운데 오래된 이들이라면 모타운 레코드에 대한 것일테고, 가장 최근이라면 잭 화이트에 대한 것을 들 수 있겠다. 특히 잭 화이트가 어린 시절 살았던 집이라며 디트로이트의 어느 집을 소개할 땐, 짐 자무쉬가 이 작품을 통해 어떤 입장을 들려주고자 하는 지를 좀 더 명확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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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는 확실히 이미지로 각인되는 영화다. 영화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어떤 메시지나 여운은 부족하지만, 어느 한 장면, 어떤 순간은 영화 보다 더 깊게 각인된다. 짐 자무쉬가 보여주고자 하는 아름다움은 영화 내내 충분하지만 그래도 아름다움 이상을 갖고 있는 두 배우와 뱀파이어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점으로 보았을 땐, 좀 더 끝까지 가보았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 작품이다.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라는 제목처럼 '살아남는다'는 것과 '사랑'의 연관 성을 좀 더 파고 들거나, 반대로 아름다움의 영속성에 대해 더 깊은 고민이 담겨 있었더라면 지금보다 더 매력적인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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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가 끝나자마자 바로 사운드트랙을 사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해외에서도 OST자체가 발매되지 않은 것 같군요.


2. 수록곡 가운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이거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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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 (Snowpiercer, 2013)

질서와 균형, 굴레를 벗어나



봉준호 감독의 신작이자 그의 첫 번째 헐리웃 진출작 '설국열차 (Snowpiercer, 2013)'를 보았다. 두 번 보았다. 사실 이 작품은 비슷한 시기에 헐리웃을 통해 선보였던 박찬욱, 김지운 감독의 작품과는 달리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작품이자 초호화 캐스팅으로, 상대적으로 더 큰 기대감을 가졌던 작품임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수 년 전에 구입했던 원작 만화도 일부러 개봉 전 보지 않은 것은, 오롯이 봉준호의 영화를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게 큰 기대를 안고 본 '설국열차'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역시'와 '하지만'이 공존하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두 번을 연달아 보았는지도 모르겠는데, 결론적으로는 '역시' 생각할 거리와 이야기할 거리를 여럿 생산해 냈다는 점 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내용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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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개발한 프로젝트가 오히려 빙하기를 가져오게 되 인류가 오로지 영원히 달리는 열차 안에 존재하게 된다는 영화의 배경은, 이 영화가 담고 있는 테마를 그대로 보여주는 서두 이기도 하다. 꼬리 칸에 살고 있는 빈민들이 반란을 일으켜 맨 앞 칸으로 전진해 이 체제를 운영하고 있는 이를 향해 도전한다는 이야기는 얼핏 체제 전복의 텍스트로 보기 쉽지만, 사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건 이 보다는 오히려 질서와 균형 그 자체와 이를 벗어나려는 시도 자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체제 전복을 꿈꾸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로 보기에는 맥락이 맞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는 것이며, 인물들이나 한 칸 한 칸 전진할 때 마다 등장하는 그 다음 칸의 모습 역시 꼬리 칸의 모습과 상대적인 위치에 있다고 보기 힘든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영화를 보며 흥미로웠던 지점은, 주인공 커티스를 중심으로 한 꼬리 칸 사람들의 분노나 억울함의 표출 등이 아니라 (만약 이것이 포인트였다면 영화는 없는 시간을 할애해서 라도 꼬리 칸 사람들의 고통을 초반에 더 묘사해야만 했을 것이다), 전진할 때마다 더 확고해지는 균형과 질서에 관한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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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뒤에서 부 터 맨 앞 까지 한 칸 씩 전진한다는 설정은, 마치 만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설정처럼 한 칸 씩 전진할 때마다 더 강력한 적과의 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거나 더 혹독한 조건을 만나게 돼, 결국 최종 보스와의 결투(?)를 자연스레 고대 하게 되는데, '설국열차'의 내용은 이와는 전혀 다르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한 칸 한 칸 전진하는 것은 맞지만, 엄밀히 따지면 꼬리 칸과 맨 앞 쪽 엔진 칸의 사람들만 서로를 인지하고 반응할 뿐 중간에 위치한 다양한 사람들은 이 반란이나 억압에는 전혀 관심조차 없다. 만약 이 영화가 계급 사회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려 했다면 열차 칸이 엔진 칸에 가까워 질 수록 상하 관계를 더 분명히 했을 텐데, 영화는 초반 꼬리 칸 사람들이 멀리 나마 볼 수 있었던 그 영역을 넘어서는 순간 전혀 다른 분위기의 세계를 등장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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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중간 이라고 만 표현해도 될 정도로 꼬리 칸의 주인공들이 엔진 칸으로 전진하는 과정 중에 만나게 되는 풍경들은, 그 과정 정도로만 묘사될 뿐이다. 그러니까 여기에는 그 칸의 성격에 따른 이슈나 담론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커티스 일행과 이를 막으려는 윌포드가 보낸 이들이 부딪히는 배경 장소로 밖에는 활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점이 오히려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균형과 질서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영화는 여러 번 극 중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각자의 자리를 지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보았을 때 이 다양한 중간 칸 사람들의 모습은 자신의 역할을 자신의 자리에서 충실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클럽에서 파티를 하고 약에 취하고(크로놀), 고급 식사를 즐긴다던가 여유롭게 사우나나 뜨개질을 즐기는 모습들은 '잘못된' 것으로 묘사되기 보다는, 오히려 주인공 일행이 극 중 겪었던 것처럼 당황스러울 정도의 의아함을 주기는 하지만 정상적인 것으로 묘사된다. 그것은 다시 말해 이 질서가 반드시 깨야 할 것이라든지, 잘못된 것이라는 일방적인 판단을 유보하게 만든다.


후반부 드디어 윌포드를 만난 커티스는 윌포드에게 이 계속 달려야만 하는 열차의 균형을 위해 질서 유지에 대한 거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윌포드의 논리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편이다.  그렇게 윌포드를 증오 했던 커티스조차 그의 제안을 따라 그의 자리를 맡는 것이 이 질서를 유지하는 데에 더 나은 결정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이것은 굉장히 위험한 결정인 동시에 그럼에도 그것이 가장 다수를 만족 시키는 방법 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한다면 윌포드의 이 방법은 쉽게 말해 맘에는 안 들지만 그 것 밖에는 없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인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영화가 이 메시지에 더 힘을 실어주기 위해 든 비유는 바로 수족관의 비유였다. 자연(自然) 상태가 아닌 한정된 상황에서 개체의 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인위적인 조정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얘기였는데, 윌포드는 바로 이 원리를 열차의 모든 칸에 적용하여 남은 인류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영화 속 사실이기도 하다. '설국열차'는 이렇듯 이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구세대를 청산하고 새로운 세대로만 가자는 단순한 텍스트는 아니다. 좀 더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구세대의 상황과 논리를 충분히 인정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새로운 세대로 나아가야만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만약 '설국열차'가 오롯이 커티스의 이야기였다면 영화는 더 단순 했을 테지만, 이 영화엔 커티스의 전진을 돕기도 방해하기도 하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남궁민수와 그의 딸 요나가 그 주인공이다. 그들에 대한 이야기는 곧 다시 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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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를 보는 내내 워쇼스키의 '매트릭스'를 떠올렸는데, 두 작품의 전하고자 하는 바는 한 편으론 비슷하지만 잘 따져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매트릭스'를 떠올렸던 건 열차라는 작은 세계(하지만 곧 인류 그 자체)가 존재하기 위한 균형과 질서로서 성립되는 각 인물들과 열차 칸 들의 성격 때문이었는데, 윌포드는 마치 아키텍트와 같이 감정적이기 보단 전체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신과 같은 존재로 볼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커티스를 네오와 같은 구세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것이 이 영화가 구원이나 체제 전복, 계급 사회 등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가 아니라는 이유이기도 한데, 커티스는 오히려 이 거대한 질서의 균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고, 거대한 톱니 바퀴가 돌아가기 위한 제법 큰 또 다른 톱니 바퀴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런 형태의 영화에서 이 자체가 반전이라고 보기는 어려운데 (윌포드와 길리엄이 같은 지향 점을 공유하고 있는 동지였다는 점이나, 결국 이 거대한 질서를 위해 커티스가 윌포드의 후계자로 사실상 길러져 온 것 자체 말이다), 이 영화가 비슷한 이야기를 다룬 다른 작품들과 조금 달랐던 건 바로 그 다음, 그 다음의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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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이러한 구조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들의 결말을 보면, 무언가 자신이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던 주인공이 결국 제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거나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도달했을 때 그 허무함의 충격으로 메시지를 주는 경우가 많았다면, '설국열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상황에서 힘겹게 발휘된 주인공의 자유 의지를 통해 굴레를 벗어난 새로운 세상의 희망을 꿈꾸고 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영화가 정말 현 시대의 암울함이나 미래의 어두운 면을 다루려 했다면, 아마 관객의 지지를 받았던 커티스가 결국 종극에 다다랐을 때 윌포드의 논리에 수긍할 수 밖에 없어 또 다른 윌포드가 되고 마는, 그래서 열차는 계속 달리고 남은 인류는 또 다음 사이클을 기다리게 되는 것으로 끝을 맺었을 것이다. 하지만 '설국열차'는 이를 선택하지 않았다. 이제 앞서 잠시 뒤로 미뤄둔 남궁민수와 요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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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남궁민수는 윌포드를 무찌르거나 엔진 칸을 차지하는 것 대신, 열차 밖을 탈출하고자 하는 계획을 말미에 드러내는데, 이를 얘기하기 위해서는 극 중에서도 설명했던 이누이트 족 여인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극 중에서는 구체적으로 묘사되지 않지만 봉준호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요나의 어머니, 그러니까 남궁민수의 부인이 바로 이누이트 족 여인이라는 점을 밝혔는데, 극 중 남궁민수가 열차 밖을 나가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게 된 데에는 아마도 그 여인의 행동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녀가 열차 밖을 나가 몇 발자국 못가 죽음에 이르렀을 때 바로 깨닫게 된 것은 아니겠지만, 분명 그녀의 죽음으로 인해 오히려 전혀 가능하다고 믿지 않았던 그 가능성에 대해 조금씩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로 인해 눈이 녹고 있는 지를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 자체도 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이 더 흥미로운 건, 영화가 허락한 열차 밖 세상의 주인공은 커티스는 물론이요 남궁민수도 아닌, 이 열차에서 태어난 요나와 열차의 동력으로 활용되었던 또 다른 어린 아이라는 점이다. 이 작품은 송강호와 고아성이 부녀 관계로 다시 등장하는 것 외에도 결말 부분에 있어서 봉준호 감독의 전작 '괴물'을 떠올리게 하는데, 남겨진 아이라는 테마 때문일 것이다. 요나와 또 다른 아이에게만 생존 가능한 기차 밖 세상을 허락했다는 건, 이 영화가 어른이나 기성 세대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반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한 편으론 무서울 정도로 엄격한 반성의 잣대인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더 나은 삶을 꿈꿨던 커티스에게도, 오래 전부터 열차 밖 세상의 가능성을 꿈꿨던 남궁민수에게도 허락하지 않았던 것은, 한 편으론 새로운 세대가 중심이 된 새로운 세상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의미도 될 수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자면 오히려 진심으로 반성하고 잘못을 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긍정의 의미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극 중 커티스가 내내 자신의 오래된 잘못으로 인해 고통 받고 스스로를 옥죄었다는 점을 떠올려 본다면, 이 결말은 그들에게 진정한 속죄의 기회를 준 것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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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 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움찔 하게 되었던 장면은 말미에 남궁민수가 급박한 상황에서 부탁을 하게 되는데, 요나가 정색한 얼굴로 '싫어'라고 얘기하는 장면이었다. 그냥 요나의 성격이 좀 이상하고 유별나서 그런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동안 비교적 아버지를 잘 따랐던 요나가 극적인 순간에 와서 아주 단호하게 정 반대의 감정 표현을 하는 장면은, 마치 영화의 결말이 그러하듯 새로운 시대에는 남궁민수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암시하는 듯 했다. 


'설국열차'는 결국 구세대의 종말과 새로운 세대의 시작을 담은 작품이다. 영화의 배경이 된 빙하기라는 것 자체가 한 시대의 결말이자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과정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처럼, 이 영화는 구세대가 스스로 자초한 빙하기로부터 시작해 그들의 종말(설국열차는 다양한 소품들을 통해 멸종, 종말에 대해 자주 언급한다)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앞서 언급 했던 것처럼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 종말의 과정에서 멸종되지 않고 살아 남은 새로운 세대의 시작을 희망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다. 이 영화의 마지막은 분명 희망적이다. 혹자는 그렇게 살아남은 어린아이들의 앞에 또 다른 먹이 사슬의 상위 포식자인 북극곰이 등장한 것을 두고, 절망적인 결말이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이 영화가 러닝 타임 내내 보여주었던 구세대의 종말 만으로도 이 영화의 결말이 맞은 상황은 분명 싸워서 이겨내 살아볼 가치가 있는 새로운 희망의 시대일 것이다. 봉준호의 '설국열차'는 그렇게 질서와 균형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굴레를 벗어난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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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봉준호 감독의 영화가 흥미로운 건 항상 여러 담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 그 자체에요. 봉준호 감독이 이를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2. 세계관이나 디자인 적인 측면에서 게임 '바이오 쇼크'가 연상되는 장면들이 많았어요.


3. 개인적으로는 틸타 스윈튼의 연기야 뭐 더 말할 필요 없이 만족스러웠지만, 출연하는지도 잘 몰랐던 앨리슨 필의 등장이 더 반가웠어요! 캐릭터도 마음에 들고!


4. 좀 아쉬운 점이라면 액션 연출이 조금은 진부한 느낌이었고, 영화 음악은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하는 듯 했어요.


5. 뭔가 더 할 얘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다 정리가 안되네요 ㅎ 기회가 되면 봉감독님 만나서 직접 인터뷰도 하고 얘기 나누고 싶네요!! ㅎㅎ


6. 마지막은 <설국열차> 관련 제가 시도한 인증샷 들 ㅋㅋ




프로틴 블록과 함께 한 진정한 4D 관람 인증샷!



'Are you 냄궁민수?'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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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점에서 가장 기다려지는 작품 중 하나인 봉준호 감독의 헐리웃 데뷔작 '설국열차 (Snowpiercer)'의 새로운 캐릭터별 스틸컷이 공개되었습니다. 이번 캐릭터 스틸은 예전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을 받았던 여권에 포함된 컷들인데, 이렇게 웹상으로도 함께 공개가 되었네요.


저도 신청했었는데 아직 도착을 안 해서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는 중 ㅠㅠ

저도 얼른 여권이랑 티켓 수령하고 공식카페에도 가입하고 싶어요!

주변을 확인해본 결과 받으신 분들과 못 받으신 분들이 적절히(?) 섞여 있는 걸 보니, 양이 많아 순차적으로 발송이되고  있는 듯 합니다.


아... 스틸컷 들을 보니 영화가 어떨지 더욱 더 기대되네요!












이런 캐스팅을 한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니, 더 나아가 봉준호 감독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다니.. 다시 생각해봐도 믿기 어려운 일인 것 같 아요. 영화를 보고 난 뒤에야 실감할 수 있을 듯.



얼른 도착해라! 설국열차 탑승권!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Tinker Tailor Soldier Spy, 2011)

쓸쓸한 공기를 머금은 스파이라는 존재에 대해



르카레의 원작 소설 팬들에게는 이 작품이 영화화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되는 바였겠지만, 역시나(?) 원작을 읽지 않은 나로서는 '렛 미 인'을 연출한 토마스 알프레드슨의 신작이라는 사실과 게리 올드만, 톰 하디, 존 허트, 콜린 퍼스, 토비 존스, 마크 스트롱, 시아란 힌즈 그리고 최근 셜록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까지 이름을 올리고 있는 출연진에 도대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스파이 영화라고 했을 때 혹자는 '누가 스파이인가?'를 찾아내는 반전 영화를 기대했을지도 모르겠지만,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이하 TTSS)'는 결코 '범인이 누구인가'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 아니다. 오히려 냉전 시기 유령처럼 활동하던 스파이라는 존재를 작전의 역동성이나 활동성으로서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은퇴한 스파이가 조직 내의 이중 스파이를 추적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스파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쓸쓸하고 외로운 시대의 산물인지를 그 시대와 함께 아주 덤덤하게 그려낸작품이었다. 많은 스파이 영화와는 달리 그들을 동경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애잔한 시대의 시선으로 바라본 것이야 말로 TTSS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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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혹은 쫓겨난) 스파이 조지 스마일리 (게리 올드만)는 조직 내에 스파이를 찾아내라는 명령을 받고는 조용하고 빠르게 이중 스파이를 찾아나선다. 영화는 스마일리가 이중 첩자를 찾아내는 과정을 그리기는 하지만, 그것 보다는 오히려 그 과정 속에서 조지 스마일리로 대변되는 스파이라는 존재에 대한 묘사에 더욱 많은 신경을 쓴다. 그의 회상을 통해 그 동안 이 인물들 사이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가를 묘사하는데, 이것 역시 양면의 활용도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영화가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역시 '스파이'와 '세계' 그 자체다. 사실 나도 영화 감상 초반만 해도 일반적인 스파이 영화를 볼 때처럼 온몸에 감각을 최고로 곤두세운 상황에서 모든 단서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었는데, 점점 영화가 전개될 수록 단서보다는 '공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영화는 클래식한 당시를 디테일하고 고풍스럽게 묘사하면서도 톤을 다운시켜 전반적으로 마치 추운 겨울 입 밖으로 내뱉는 차가운 입김처럼 싸늘한 공기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이 서늘함은 곧 외로움과 쓸쓸함으로 연결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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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영화 정말 쓸쓸하다. 영화 속 스파이들은 같은 편에 서있던 그렇지 않던 철저히 혼자라는 느낌을 관객은 받게 된다. 그리고 더욱 흥미로운 것은 자신들이 스파이로서 이러한 외로운 존재라는 점을 그들 스스로 인식하고 있는듯 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자신이 어떠한 이유로든 벼랑 끝에 몰렸을 때 사력을 다해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치기 보다는, 마치 이 외로움을 누군가 끝내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그들이 내 뿜는 공기는 주변의 것보다도 차가워 보였고, 홀로 남겨진 그들의 눈빛은 누구보다 애처로워보였다. 시종일관 이러한 분위기를 머금기만 해오던 영화는 종종 이를 분출하기도 한다. 주변을 정리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 어쩔 수 없이 연인과의 관계를 마무리하고 연인이 떠난 뒤 홀로 오열하는 모습이나, 사랑하는 이와의 관계를 죽음으로 종결시켜주길 바라는 이나 그런 연인의 바램을 들어줄 수 밖에는 없는 이의 '눈빛'은 다른 스파이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정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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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과 마찬가지로 스마일리가 이중 스파이를 찾는 과정은 마치 자신이 걸어온 스파이로서의 삶을 반추하며 스스로 자신의 상처를 되짚어가는 과정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은 역시 스마일리가 카를라(칼라)와 만났던 순간을 회상하는 장면이었다. 이 영화를 본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가장 명장면으로 꼽는 이 장면은 회상 장면임에도 플래시백 없이 그저 현시점에서의 대화만으로 묘사되는데, 그럼에도 이 장면은 가장 소름돋는 '회상' 장면이자 간장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이 대화, 아니 회상 시퀀스에도 역시 TTSS만의 쓸쓸한 정서가 담겨있는데, 단순히 경지에 오른 강호의 고수가 또 다른 고수에게 보내는 존경의 마음이 아닌, 냉전이라는 시대가 만들어낸 스파이라는 세계에서 서로를 인정함이란 어떤 의미인지를 아주 함축적으로 보여줌과 동시에 그로 인해 영화가 시종일관 말하려고 하는 '스파이의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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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이 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된 것에는 역시 스마일리를 연기한 게리 올드만의 영향이 컸다. 게리 올드만이라는 배우에게 연기력을 논하는 것 자체가 우습지만, 그는 조지 스마일리를 통해 또 한 번 깊은 인상을 주고 있다. 리뷰 중간중간 포함된 스틸컷에서도 느껴지는 것처럼 게리 올드만이 창조한 '조지 스마일리'는 절제로 가득 덮혀 있음에도 감정의 변화가 느껴지는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이 글에서 여러번 이야기했던 것처럼 냉전의 시대보다도 더 차갑고 쓸쓸한 스파이라는 존재를 묘사하는데에 있어 스마일리의 그 표정없는 얼굴은 정말 효과적인 거울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이미지도 잘 어울렸다. '셜록'과는 묘하게 차별되면서도 이미지로서 전달하는 바가 충분하다고 느껴지는 캐릭터였다. 콜린 퍼스는 주연으로 홀로 나설 때보다 이렇게 여러 캐릭터에 섞여 있을 때 더 큰 매력을 발산한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고, 마크 스트롱의 그 눈빛은 아마도 이 영화에서 가장 못 잊을 이미지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비중은 별로 많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영화와 시대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라고 생각하는 '로이' 역의 시아란 힌즈의 이미지도 인상적이었으며, 톰 하디와 존 허트, 스티븐 그레헴 등 좋은 배우들의 멋진 이미지가 영화와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든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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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일반적인 영화가 스파이를 그리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을 선택함으로서, 오히려 가장 스파이 영화다운 작품이 되었다. 이던 헌트가 활약하는 스파이 영화도 좋지만, 조지 스마일리가 활약하는 스파이 영화도 못지 않게 인상적이었다.



1. 



엔딩에 흐르던 훌리오 이글레아시스의 'La mer'는 정말 정말 탁월한 선곡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지금까지 도대체 몇번을 반복해서 들었는지 모르겠네요;;


2. 보통 원작이 있는 영화는 영화를 보고나면 크게 다시 찾아보고픈 생각이 들지 않곤 하는데, 이 작품은 원작을 찾아보고 싶어졌어요. 기회가 된다면 BBC에서 제작한 알렉 기네스 주연의 TV시리즈도요.


3. 색감과 질감에 반한 탓인지 블루레이 출시를 손꼽아 기다려봅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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