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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사이드 스쿼드 (Suicide Squad, 2016)

아직 멀기만한 DC의 마블 따라잡기



할리퀸, 조커, 데드샷, 엘 디아블로, 캡틴 크룩 등 DC코믹스의 여러 캐릭터들이 한꺼 번에 등장하는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 (Suicide Squad, 2016)' 즉, 자살 특공대는 여러모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영화다. 많은 팬들이 '어벤져스'급으로 기대하지는 않았더라도 마고 로비의 할리 퀸을 비롯해 자레드 레토가 연기한 조커까지 등장하며 마블의 '데드풀 (Deadpool, 2016)'에 대적할 만한 똘기 넘치고 스타일리쉬한 영화가 되길 바랬던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 할지 모를 정도로 총체적 난국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보통은 안타깝다, 아쉽다 이런 표현을 자주 하는 나인데, 이번엔 그보다 실망스럽다가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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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볼거리 위주의 슈퍼 히어로 영화라는 점을 감안해도 이 각기 다른 캐릭터가 함께 모여서 하나의 막강한 적과 싸운다는 전제의 논리가 전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비올라 데이비스가 연기한 국장이 이 강력한 캐릭터들을 모아 팀을 꾸려야 겠다고 생각한 것부터가 잘 설득이 되질 않는다. 영화가 전제하는 건 슈퍼맨 같은 존재가 만약 우리 편이 아니라면 얼마나 위험한가에 대한 대응으로 메타 휴먼인 범죄자들을 하나의 팀으로서 준비시켜야 한다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잘 드러난 것처럼 진짜로 슈퍼맨과 같은 존재의 위협을 대비하려고 했던 것이었다면 배트맨과 플래시 등의 팀 (이 영화엔 안나오지만 '저스티스 리그의 시작'에 나오는 원더우먼과 아쿠아맨까지 더해서)으로서 준비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굳이 배트맨의 팀이 이들을 잡는 수고를 하면서까지, 이 메타 휴먼들을 팀으로 준비하는 것이 어떤 메리트가 있는지 영화는 전혀 설득하지 못한다. 


그리고 국장이 이들의 목숨을 앱을 통해 쥐고 있는 설정이 이 팀이 운영 가능한 이유가 되는데, 이것도 너무 허술해서 저게 과연 무력화 시키지 못할 정도의 일인가 싶다. 그리고 이 영화의 주적이 되는 인챈트리스와 그의 오빠(?)의 행동도 별로 이해가 되지 않는데, 그 정도의 능력이 있다면 굳이 오랜 시간을 위험하게 공들여 가며 무슨 무기(?)를 준비하지 않아도 충분히 인류를 정복하는 것이 가능할 것 같은데, 이 자살 특공대가 올 때까지 굳이 그 무기 만들기에 매달려야 하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 정도 능력이라면 자살 특공대를 맘만 먹으면 쉽게 처리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뭐 능력치 밸런스에 대한 부분은 코믹스를 영화화 할 때 매번 논쟁이 되는 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이번 영화의 능력치 밸런스는 확실히 설득력이 부족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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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한 점들을 다 너그럽게 이해한다고 해도 이 영화의 완성도와 연출력은 정말 답답한 수준이다. 이 영화가 가장 잘 못 생각하고 있는 점은 삐딱한 캐릭터들을 한 방에 몰아 놓고 각자 자기 스타일대로 유머를 담아내면 흡사 마블의 '데드풀'처럼 쌈마이 스러운 히어로 물이 되지 않을까 했던 점인데, 이상향과 실력의 차이가 너무 현격하다보니 이도 저도 아닌 유치한 전개가 되어 버렸다. 설령 극 중 캐릭터들이 구사하는 유머가 내가 이해할 수 없고 소수 마니아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송곳 같은 농담이라고 백번 양보하더라도, 그 농담들 만큼이나 전반에 삽입되어 있는 진짜 진지함은 솔직히 웃음이 나올 정도로 참을 수가 없었다. 앞서 언급했던 '데드풀'이나 병맛 같은 영화를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마셰티'같은 영화의 경우 가끔 등장하는 진지한 장면들은, 극중 캐릭터가 진지한 장면이지 영화까지 진지한 장면은 아닌, 즉 갑자기 진지해 짐으로서 피식하고 웃게 되는, 사실은 웃음 포인트인 장면들인데, 첨에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도 그런 진지한 장면들이 나오길래 '아, 그런식으로 웃기려나 보구나' 했는데, 웬걸. 정말로 진지한 장면이어서 이걸 어찌해야 되나 싶을 정도로 민망하더라. 그런 장면이 클라이맥스에 한 두 장면 정도 있으면 그냥 아쉽다 정도로 마무리 되었을 텐데, 이 영화는 마치 그게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영화 전반에 걸쳐서 아주 고르게 삽입되어 있어 피해가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렇다보니 맥은 5분 마다 뚝뚝 끊기고, 집중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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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영화는 마치 제작비를 자랑이라도 하는 듯 에미넴, 퀸 등의 유명한 곡들을 영화 중간 중간 삽입하여 관객들을 선동하고자 하는데, 사실 곡들이 너무 좋아하는 노래들이라 선동될 뻔 했으나 다시 생각해보면 그 장면에서 남는 것은 영화가 아닌 음악 뿐이었다. 전혀 장면과 결합되지 않은 삽입곡들. 차라리 이 곡들의 라이센스 비용을 다른 곳에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마저 들었다.


그렇게 실망스러운 영화를 그나마 버틸 수 있게 만드는 건 이미 익숙한 캐릭터들의 힘이다. 마고 로비의 할리 퀸은 관객들을 자신의 팬들로 만드는 것에 겨우겨우 성공한다 (겨우겨우 성공한 건 그녀가 매력이 덜해서가 아니라, 영화가 너무 별로여서다. 이 정도 매력이 아니었다면 아마 할리 퀸도 다 같이 무너졌을 것이다). 또한 자레드 레토가 연기한 조커는 오히려 분량이 많은 편이 아니어서, 특히 이 자살 특공대들과 엮이는 장면이 많지 않아서 오히려 신선함이 살아 있는 케이스라 봐야겠다. 이야기에 더 깊숙이 엮였다면 그도 온전히 살아남는 것을 장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 하나 윌 스미스는 데드샷 캐릭터로서 보다는 오히려 윌 스미스라는 배우의 경력과 그로 인해 관객들이 갖는 신뢰로 연명한 경우다. 아주 유치한 장면들을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건 윌 스미스라는 익숙한 배우 때문이었다.


DC코믹스, 그리고 워너브라더스는 지난 번에도 느꼈지만 너무 성급하게 마블 스튜디오가 이룬 성공 만을 쫓는 것이 아닌가 싶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만 해도 새로운 조커와 할리 퀸의 영화를 먼저 꺼낸 뒤 진행했더라면 더욱 인기를 끌었을 법한 영화인데, 너무 갑작스럽게 떼로 몰려 나오는 영화를, 그것도 완성도가 떨어지는 수준으로 내놓은 것은 앞으로의 행보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다. 캐릭터가 없다면 모를까,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여럿 포진하고 있는 DC코믹스의 영화화 작업을 마블과의 대결 구도(마블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도 않을 것 같지만)만을 생각해 너무 성급한 행보들을 보여주는 것이 팬으로서 또 한 번 안타까운 점이다. 



1. 글에도 잠시 언급했지만 이번 영화의 실망스러운 결과를 오롯이 감독의 탓으로 돌리기는 어려울 것 같더군요. 워너가 편집 등 제작에 영향력을 행사한 부분 등의 뒷얘기를 들어보면 말이죠. 감독의 전작을 찾아보니 이 정도로 연출할 만큼 능력이 없는 감독은 아니었거든요.


2. 이 영화의 쿠키 장면을 보면 '와, 다음 편이 정말 기대되는데!'가 아니라 또 코웃음이 ;;;; 이 쿠키 장면은 일종의 자문자답 같아보였어요. 그러게 배트맨과 팀이 나서면 애초에 벌이지 않아도 될 일을, 왜 이 고생을 하는지.


3.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설레었던 장면은 캐릭터들이 배트맨과 플래시에게 잡혀오는 짧은 장면들이었어요. 이 과정을 길게 만드는 것이 차라리 훨씬 더 매력적인 영화가 되었을 듯.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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