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 (Carol, 2015)

아름답고 확고한 사랑의 이름



1950년대 뉴욕, 맨해튼 백화점 점원인 테레즈(루니 마라)와 손님으로 찾아온 캐롤(케이트 블란쳇)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거부할 수 없는 강한 끌림을 느낀다. 하나뿐인 딸을 두고 이혼 소송 중인 캐롤과 헌신적인 남자친구가 있지만 확신이 없던 테레즈, 각자의 상황을 잊을 만큼 통제할 수 없이 서로에게 빠져드는 감정의 혼란 속에서 둘은 확신하게 된다. 인생의 마지막에, 그리고 처음으로 찾아온 진짜 사랑임을… (출처 : 다음영화)


'벨벳 골드마인 (Velvet Goldmine, 1998)', '파 프롬 헤븐 (Far From Heaven, 2002)' 등을 연출했던 토드 헤인즈의 신작 '캐롤 (Carol, 2015)'은 그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위태롭기까지 한 불안함 가운데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는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여성과 여성이 서로 사랑하는 동성애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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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을 이야기하면서 동성애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동성간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 가운데는 단순히 이성간의 사랑을 동성간의 것으로 대치한 경우가 있는 한 편, 반드시 동성간의 사랑이어야만 가능한 이야기가 있는데 '캐롤'은 후자의 경우다. 즉, 극 중 캐롤과 테레즈 중 누가 이성애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남성의 역할을 하는가 하는 질문은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화제가 된 이동진 평론가의 보편적 사랑 즉, 사랑을 느끼게 되었는데 그 대상이 그저 여성이었을 뿐이다 라는 의견 역시 이 영화에는 적절하지 않은 해설이다. 동성애를 다룬 영화 가운데는 실제로 주인공이 동성이라서 사랑을 하게 된 경우가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도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부정하려 함에도 동성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는 일종의 성별과 무관한 존재로서의 사랑의 측면에서 그리는 경우도 있는데, 토드 헤인즈의 '캐롤'은 그 어떤 동성애를 다룬 영화 보다도 더 확고한 신념에 찬 영화였다. 테레즈와 캐롤은 자신들이 동성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이것은 단순히 이성과의 사랑이냐 동성과의 사랑이냐 가운데 50대 50의 선택이 아니라 확고한 100%의 사랑임을 (동성애임을) 또한 인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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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들은 여성과 여성이 사랑하는 관계 안에서만 발생하는 것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서로에게 전하는 미묘한 손길과 시선 그리고 그 미묘한 행동들을 행하기 전까지의 세심한 갈등과 떨림 등은 케이트 블란쳇과 루니 마라를 통해 극도로 섬세하게 묘사된다. 현재 상영 중인 허우 샤오시엔의 '자객 섭은낭'과 마찬가지로 '캐롤' 역시 겉으로는 밋밋하고 큰 클라이맥스 없이 진행되는 듯 한 로맨스이지만, 사실은 내면에서 아주 섬세하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교류하는 과정을 역시 아주 섬세하게 연출하고 있는 영화다. 테레즈와 캐롤, 특히 테레즈의 모습을 얼핏 보면 캐롤을 사랑하는 자신의 감정에 대해 불안함을 겪는 것 처럼 보이는데, 그녀가 캐롤과의 첫 만남에서부터 마지막까지 실제로 행동하고 대화하는 것을 보면 오히려 얼마나 확고한 신념에 차 있는 지를 느낄 수 있다. 그러니까 '캐롤'은 동성애를 금기시 하는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느낀 동성애에 대해 혼란을 겪고 불안함을 느끼면서 조심스럽게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테레즈와 캐롤이 그런 외적인 상황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사랑에 대해 단 한 순간도 의심하지 않고 아주 격렬하게 사랑하는 이야기에 더 가깝다. 즉, 표현 방법에 있어서는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편이지만 내면의 감정에 있어서는 오히려 확고하고 강렬한 사랑을 다룬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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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로맨스를 다룬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려 본 적이 언제인가 싶을 정도로 (감동 받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눈물이 나올 정도로..) 오히려 휴먼 드라마나 액션, 스릴러 장르에 비해 사랑을 다룬 로맨스 영화가 눈물 흘릴 정도의 감동을 일으키는 것은 더 어렵다고 볼 수 있을 텐데, '캐롤'의 어떤 장면에서 갑작스럽게 울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의 마지막 즈음에 캐롤이 남편과의 결혼관계에 대해 정리하기 위해 각자의 변호사를 대동하고 자리를 갖게 된 장면이 그 장면이었는데, 이 글에서 계속 이야기했던 바로 그 '확고한 신념'이 아주 강렬하게 뿜어져 나오는 이 장면은 놀랍도록 강렬하고 감정이 요동칠 수 밖에는 없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테레즈를 만나면서 자신과 자신이 느낀 사랑에 대해 모든 것을 다하지는 못했던 캐롤이, 사랑에 대해 완전히 솔직해 지는 동시에 자신 스스로에 대해서도 더 건강한 선택을 하게 되는 이 장면이야말로 토드 헤인즈가 '캐롤'을 통해 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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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캐롤'은 어쩔 수 없이 저항하는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저항하는 영화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 영화다. 세상의 잘못된 시선과 잘못된 다수의 의견으로 인해 죄책감을 갖거나 불안해 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당신은 잘못하지 않았어'라는 확고한 메시지를 담은.



1. Carter Burwell이 맡은 영화 음악도 예술이에요. 그가 만든 코엔 형제 영화의 음악들도 좋아했었는데 이번 OST도 정말 예술!

2. 올해의 캐스팅이라는 상이 있다면 케이트 블란쳇과 루니 마라를 꼽고 싶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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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재스민 (Blue Jasmine, 2013)

관객을 바라보는 냉정한 시선



우디 앨런의 신작 '블루 재스민 (Blue Jasmine, 2013)'을 보았다. 최근 몇 년 사이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주목하고 있는 감독이라면 단연 홍상수와 우디 앨런을 들 수 있겠는데, 두 감독의 공통점이라면 몹시 재미있는 영화를 만든 다는 것 외에 거의 매 년 영화를 발표하고 있다는 점도 들 수 있겠다.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바로 포스터였는데, 그래서 끌리는 바가 적어 놓칠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우디 앨런! 그리고 케이트 블란쳇인데!'하는 마음에 보게 된 '블루 재스민'은 최근 우디 앨런의 작품에서 보여주던 경향과는 사뭇 다른 냉정하고 차가운 작품이었다. 이 작품이 굳이 한 도시를 배경으로 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제외하더라도, 이 영화는 그가 최근 작들에서 보여주었던 재기발랄함과 유머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보는 관객에게마저 냉정한 시선을 취하고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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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재스민'의 줄거리를 아주 단순하게 정리한다면 부자였던 한 여인이 금전적으로 한 순간에 몰락하며 자신의 뒤바뀐 처치를 인정하지 못해 겪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여기에는 몇 가지 다른 줄거리의 이야기들이 있다. 왜 재스민(케이트 블란쳇)이 갑작스럽게 이런 일을 겪게 되었는지와 그렇게 된 재스민을 영화가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지가 그것이다. 일단 첫 번째 이유를 두고 혹자들은 이 영화에 마치 '매치 포인트'나 '스쿠프' 같은 스릴러 적인 요소가 있다고 하는데, 이 영화의 후반부 등장하는 일말의 사실은 반전이나 스릴러로 존재하기에는 지극히 제한적이며,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영화 자체가 스릴러를 전혀 염두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두 번째 시선인, 이 영화가 이런 상황에 놓인 재스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지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단순하게 정리한 저 줄거리만 보면 대충 예상되는 바가 있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부에서 멀어져 버린 주인공을 통해 그저 부와 명예가 부질 없음을, 혹은 명품이나 귀족같은 삶이 일종의 허상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소박한 것에 소중함을 깨닫는 전개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블루 재스민'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얼핏 보면 그녀의 변화에 주목할 수도 있는데, 내가 개인적으로 느껴졌던 건 그녀의 변화가 아니라 그녀의 변화를 바라보는 영화의 시선이었다.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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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재스민을 묘사하는 시선에는 분명 가해자와 피해자의 시선이 동시에 존재하지만, 그래서 재스민이라는 인물이 갖고 있는 허상과 그녀가 허상에 빠질 수 밖에는 없었던 사회를 동시에 다루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것은 재스민을 두고 영화가 관객과 두고 있는 거리 혹은 메시지였다. 다소 실망스러웠던 우디 앨런의 전작 '로마 위드 러브'에서도 이런 비슷한 인상을 받을 수 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극 중 로베르토 베니니가 등장한 일종의 유명인에 관한 에피소드는 영화 전체의 분위기와도 동떨어져 있고, 다른 에피소드들과도 사실상 전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부분이라 아쉬움이 있었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에피소드에서는 감독 본인을 비롯해 헐리웃으로 대표되는 영화 배우들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의 메시지도 느껴져, 우디 앨런의 최근 작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엿볼 수 있기도 했는데, 이와는 조금 다르지만 '블루 재스민' 역시 이런 메시지 적인 측면이 겹쳐져 전달되고 있는 느낌이었다.


영화는 재스민이라는 인물을 관객과 거리를 두고 묘사하지 않고 그녀의 생각과 동일한 생각을 갖고 있는 관객과의 접점을 아주 자연스럽게 포착해내, 그녀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본능적으로 거리를 두려는 관객들을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극 중 재스민은 명품들에 집착하고 (그것이 그녀를 말해주는 유일한 것들이기에), 부와 돈으로 살 수 있는 세계를 동경하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실제 명품 브랜드들의 이름들은 단순히 이런 것들을 설명하기 위함이나 현실성을 나타내기 위함이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을 자극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즉, 관객들은 이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재스민과 마찬가지로 부에 대한 동경심을 무의식 속에 갖게 되고, 이로 인해 재스민을 동정하기도하고 그녀 주변의 사람들을 적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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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리 호킨스가 연기한 재스민의 동생 역할과 그녀의 거친 애인과 친구를 관객들이 바라보는 시선은 마치 극 중 재스민의 그것과 같은데, 이 상황을 정말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면 재스민과 관객의 시선이 옳지 않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더 흥미로운 건 후반부에 등장한 또 다른 부자 캐릭터를 바라보는 시선이었는데, 피터 사스가드가 연기한 이 캐릭터가 등장하자 관객들은 본능적으로 '아, 저 사람도 사기꾼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된 걸 극장 분위기로 쉽게 알 수 있었는데, 아마도 전형적인 줄거리였다면 그랬겠지만 우디 앨런은 관객의 이런 심리를 꼬집기라도 하듯 보기 좋게 여기서도 또 한 번 재스민을 코너로 몰았다. 


나 역시 그랬지만 부에 대한 동경, 그것이 허상이고 의미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갖을 수 있다면 갖고 싶다는 생각(욕심)을 했다는 걸 부정할 순 없다. 영화는 이 자체를 꼬집는다기 보다는 갖을 수 없게 되어버렸을 때 그제서야 쿨한 척하며 '그래 그건 다 허상이지'라고 말하려 하는 관객을 한 발 물러서서 참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고 크래딧에 올라갈 때 마치 내 시커먼 속을 다 들켜버린 것 같아 부끄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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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게는 '미드나잇 파리'가 더 좋았지만 '블루 재스민'은 조금은 특별한 우디 앨런의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아, 배우들의 참 좋은 연기들도. 케이트 블란쳇이야 너무 많이들 얘기하니까 더할 필요 없을 것 같고, 샐리 호킨스의 연기는 언제나 참 자연스럽더라. 오랜만에 '해피 고 럭키'가 보고 싶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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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후드 (Robin Hood, 2010)
로빈 후드 비긴즈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로빈 후드' 이야기를 리들리 스콧이 새로 쓴다고 했을 때, 그리고 그 주인공이 러셀 크로우라고 했을 때 기대되는 바는 분명했다. 이미 '킹덤 오브 헤븐'으로 새로운 역사를 썼던 리들리 스콧의 장점과 '막시무스'로 정점에 올랐었던 러셀 크로우의 강인한 이미지가 그 중 하나였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본 '로빈 후드'는 하나의 개별 영화로 보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은, 3부작의 1편의 성격이 강한 그러니까 '로빈 후드 비긴즈'의 내용을 담고 있는 프리퀄이었다. 이 이야기는 곧 무언가 '글래디 에이터' 급의 극적인 요소나 '킹덤 오브 헤븐' 같은 완성도를 기대했다면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는 없는 작품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본격적인 로빈 후드 이야기가 아닌 '로빈 후드 비긴즈'의 이야기를 다룬 리들리 스콧의 이번 작품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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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로빈 후드'에는 정작 로빈 후드는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다. 다시 말해 리들리 스콧의 로빈 후드에는 '로빈 롱스트라이드'만 있을 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로빈 후드는 나오지 않을 뿐더러 '로빈 후드'로서의 활약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2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 가운데 러셀 크로우가 로빈 후드로 등장하는 장면은 엔딩 장면이 되어서야 확인할 수 있다. 영화의 중반 쯤에 나라의 불합리한 점을 알게 된 로빈이 동료들과 '후드'를 뒤집어 쓰고 밤에 몰래 마을 사람들을 위해 약탈을 하는 장면이 나왔을 때 '아, 이제부터 저런 로빈 후드 다운 활약상이 펼쳐지겠구나!' 싶었는데, 정확히 딱 그것 뿐이었다. 영화는 아직까지는 로빈 롱스트라이드의 이야기가 마무리 되지 않았다는듯 오히려 본격적으로 그의 뿌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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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후드가 아니라 로빈 롱스트라이드로서 수 많은 무리들을 이끄는 장면은 사실 조금 공감이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쉬운 예로 '브레이브 하트'의 윌리엄 월레스의 경우는 작은 마을에 살던 월레스가 어떻게 전설적인 존재가 될 수 있었는지, 명성과 지지를 얻게 되는 과정을 잘 그리고 있는데 반해, 로빈 롱스트라이드는 그저 한 번의 발언권으로 옳은 말을 했을 뿐인데 수 많은 영주들을 재치고 대군을 이끌게 되는 전개과정에서는 미흡한 부분이 느껴졌다(물론 그가 그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점은 무리들 사이에서 그가 대표될 만한 이유이지만, 이 아들이라는 점이 대중들에게 전파되는 부분이 없던 관계로 조금은 미흡하게 느껴질 수 밖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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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 드디어 우리가 알고 있는 '로빈 후드'가 등장한 순간이었다. 그러니까 현상금이 걸린 채로 숲에서 아이들과 숨어서 살며, 국가에 반해 선의의 도적질을 일삼게 되는 로빈 후드가 된 건 마지막 장면이었는데, 결국 영화는 왜 '로빈 롱스트라이드'가 '로빈 후드'가 되어야 했나에 대한 탄생의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사실 그런 면에서 그리 나쁘지는 않은 작품이었다. 다만 이 영화를 본격적인 로빈 후드의 활약상으로 예상했던 관객들에게는 조금은 낯설고 심심한 경험이 될 것 같다.


1. 사극 전문 조연 배우들이 다수 등장하더군요. 왜 있잖아요. 정확한 이름은 몰라도 역사극 속에서 자주 보게 되는 배우들.
2. 러셀 크로우는 예전 숀 코네리와 함께 '로빈 후드'를 영화 속에서 연기한 가장 나이 많은 배우로군요 (45세)
3. 그런데 속편에 대한 계획은 없는 것 같은데, 정말 '비긴즈'만 하고 마는건가요, 이 작품?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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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2008)
순간의 성장영화

F.스콧 피츠제랄드의 소설을 원작으로 데이빗 핀처가 연출하고 브래드 피트, 케이트 블란쳇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처음부터 큰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었다('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우리말 제목에
괸해서는 조금 직접적이고 자극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원제 그대로 '흥미로운 사건' 혹은 '기이한 사건' 이라던가
아니면 그냥 '포레스트 검프'처럼 '벤자민 버튼'이라고 해도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원작 소설을 읽지 않았던터라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했었으나, 우리말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주인공 '벤자민 버튼'의 시간이
거꾸로 간다는 것 정도 외에는 별다른 정보를 수집하지 않은채 관람하였는데(아! 2시간 40분에 달하는 긴 상영시간에 대해서도
미리 인지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데이빗 핀처의 스타일이나 성향 등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 영화도 어느 정도 이런
성향에 연장선에 있지 않을까 했지만, 의외로 이 영화의 주된 흐름은 로맨스에 있었다. 원작을 이미 읽어본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원작과는 사뭇 다른 각색으로 실망도 했다고 하는데, 원작을 읽지 않은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데이비드 핀처만의
스타일리쉬하고 독특한 장면들을 만나볼 수 있는 동시에 <조디악>이후 확실히 <조디악> 이전 작품들과는 구별되는
연출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후 부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맨 마지막 단락으로 이동해주세요~)




이미 스포아닌 기본 줄거리로서 알려진 바처럼 이 영화의 주인공 벤자민 버튼은 태어날 때 노인의 몸(정확히 말해서는
몸상태라 해야 맞겠다)으로 태어나 점점 시간이 흐를 수록 몸이 젊어지는 독특한 인생을 타고난 캐릭터이다. 태어나자 마자
노인과 같은 주름진 얼굴과 피부를 하고 나온 아이를 아버지인 토마스 버튼은 어느 한 집에 버리게 되는데, 이 집은 일종의
양로원 같은 공간으로 노인들이 모여사는 곳이다(원작에서 벤자민의 부모는 벤자민을 버리지 않는다고 한다). 일단은 일반
평범한 가정이 아니라 조금은 특별한 공간이라 할 수 있는 이 장소 설정이 영화를 전체적으로 흥미롭게 만드는 듯 하다.
이 곳을 관리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라게 된 벤자민은 어렸을 때 부터 노인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지내게 된다. 거꾸로 시간이
간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동시대를 살기 어렵고 그들의 죽음을 계속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역시 의미하는데,
바로 이 점에서 노인들이 주로 살아가는 이 공간은 매우 효과적으로 적용이 되고 있다. 자신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주었던 이,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세상을 보여주었던 이,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죽음을 하나하나 다
겪어야만 하는 캐릭터를 통해 삶과 죽음, 그리고 인생에 대한 기본적인 메시지들을 은연 중에 전달하고 있다. 직접적인 방식은
아니었으나 이 공간과 벤자민의 나레이션들을 통해 이 '인생'에 관한 깊은 메시지는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이야기 하고 있는 또 하나의 메시지는 바로 소외된 자를 받아들이는 방법과 선입견이
없이 수용하는 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 영화가 판타지스러운 것은 단순히 시간을 거꾸로 적용받는 주인공 때문 만은 아닐 것
이다. 앞서 언급한 이 공간, 이 공간은 어찌보면 매우 판타지스러운 공간이 아닐 수 없겠다. 일단 이 시기라면 완벽하게
인종차별이 없었던 시기라고 할 수 없을텐데(하긴 오바마 정부인 최근조차 완벽하게 없다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사실상
흑인들이 운영하는 이 공간에 굉장히 격식이 차려진 삶을 살아온 듯한 백인 노인들이 이 공간에 아무런 불평없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노인들의 헤어스타일이나 의상, 장신구들로 미뤄보아 다들 여유로운 마지막을 준비하려 이곳을 선택한
이들임을 알 수 있는데, 이들에게서는 전혀 인종차별의 낌새조차 발견할 수 없다.

인종차별에 관한 건 굳이 발견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이 영화에서 더 중요한 다른 시선은 바로 선입견 없이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을 바라보는 인물들에 모습에 있다. 벤자민의 아버지는 벤자민이 태어나자 마자 '괴물'같이 흉측한 모습이라며 아이를
버렸지만, 이를 발견한 '퀴니'는 거의 단 한번도 주저함 없이 벤자민을 겉모습이 아닌 '아이' 그 자체로만 받아들인다.
이 공간 속에 노인들도 마찬가지다. 보통 같으면 퀴니가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벤자민을 공개했을 때 기겁들을 했겠지만,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노인들은 '내 죽은 남편과 비슷하게 생겼다'며 농담까지 할 정도로 퀴니가 그랬던 것처럼 별다른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벤자민을 처음 친구로 받아주었던 피그미족 남자도 그랬고, 키작고 노인으로만 보였던 벤자민을
자신의 선원으로 받아준 선장 마이크 역시 그러했고, 벤자민의 연인이었던 데이지 역시 그러했던 것처럼, 이들 모두는
우리가 쉽게 보는 벤자민의 기이한 겉모습에 전혀 편견을 갖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고 있다. 현실은 이렇지 않기에
이런 구성이 판타지로 느껴지는 것이 씁쓸하기까지 한데, 이를 반영하는 캐릭터들을 노인이나, 흑인, 선원들로 묘사한 것은,
그 반대에 서있다 할 수 있는 이른바 '지식층'들에 대한 조롱의 시선이었는지도 모르겠다(괴물 같다며 벤자민을 버렸다가
나중에 점점 젊어지고 번듯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자 자신의 전재산을 물려주며 가업을 잇게 하기 위해 아버지임을 밝히게 되는
토마스 버튼이 기업가(사업가)라는 점도 앞선 것들과 연관지을 수 있겠다.



(개인적으론 케이트 블란쳇 만큼이나 좋아하는 줄리아 오몬드도 만나볼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영화는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는 데이지와 그녀의 딸 캐롤라인이 예전 일기장을 읽어내려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중간중간 계속 나레이션이 삽입되어 있는데, 그래서인지 이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은 더더욱 마치 책
한 권을 읽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죽을 때가 되어서야 좀 더 진실한 대화를 나누게 되는 부모 자식 간의 관계를 비춰
봤을 때도 그렇고, 부모가 (직간접적으로) 들려주는 이야기가 판타지스럽다는 측면에서, 팀 버튼 감독의 <빅 피쉬>가
연상되기도 했다.

이 영화는 기이하게 태어난 벤자민 버튼의 삶을 그리고 있지만, 방식이 일반적이지 않을 뿐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매우 보편적
이다. 노인의 몸을 가지고 태어난 벤자민은 노인들과의 생활을 통해 여러가지를 배우고, 우연히 함께하게 된 인양선 항해를
통해 마치 사춘기 소년이 그러하듯 성에 대한 첫경험과 이성에 대한 호기심도 갖게 되었으며, 데이지를 통해 이성에 대한
감정과 이를 다루는 방법에 대해서도 하나씩 배워나가게 된다. 시작은 남들과 정반대에서 시작했지만 시작점이 달랐을 뿐
같은 길을 반대방향에서 걸어간다고 보면 될텐데,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이 기이한 설정만 제외하면 완벽하게 성장영화와
맞아 떨어진다. 일단 영화를 보면서 인상 깊었던 것은 이 영화의 감독이 데이빗 핀처라는 점이었는데, 이 기이한 설정을
컨트롤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그의 역량이 발휘될 것으로 기대되었던 바이지만, 이를 제외하면 사실상 로맨스와
드라마에 가까운 이 영화를, 스릴러와 강한 스타일이 장기인 핀처가 어떻게 요리할 것인가가 관건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확실히 데이빗 핀처는 <조디악>이후 이렇게 느긋하게 극을 이끌어나가는 부분에 있어서 스릴러 적인 긴장감 없이도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조디악>은 물론 범죄 스릴러 라는 장르 안에 있었지만 이전 그의
작품들처럼, 장르적인 특성과 분위기에만 기대는 영화가 아니었다. 이런 장점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다시금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데, 특히 순간순간 장면을 감성적으로 그려낸 것을 보니 '과연 이 장면들이 데이빗 핀처의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이야기가 잠시 헛나갔는데 본론으로 다시 돌아오자면, 이 영화가 인생이라는 것을 그리는데 있어서 얼마나 순간과 지금에
중요성을 두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 점은 데이지가 사고를 당하게 되는 시퀀스를 통해 아주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데이지가 차에 치이게 되는 과정에 얽힌 여러 인물들의 인과 관계를 설명하면서, 이렇듯 여러가지가 제대로 정상적
으로 작용하지 못했음에도 즉 단 한가지라도 어긋났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찰나의 사고가 일어나게 된 것을 매우 직접적으로
묘사하면서, 이 영화가 말하려고 하는 순간과 시간의 개념에 대해 다시 한번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벤자민과 데이지는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지만 벤자민의 특별한 상황 때문에 일종의 '접점'을 기다려왔다고 할 수 있는데,
서로 반대의 출발점에서 시작한 둘의 나이가 서로 어느 정도 비슷한 시기에 도달했을 때, 이들은 그야말로 서로를 위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정도로 이 순간에 집중한다. 얼핏보면 이 시기가 곧 '청춘'이 인생의 클라이맥스이자 만개했다
지는 꽃처럼, '한 때'를 찬양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로 보았을 때 '찬양'이라기 보다는
어쩔 수 없음을 인지하고 이 주어진 시간 속에서 최대한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 영화에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사실 조금 의외다 싶었는데, 영화를 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일단 벤자민의 어린 시절(?)의 묘사를 위해 엄청난 CG가 사용되고 있다. 이부분은 모션캡쳐를 통해
브레드 피트의 얼굴 부분을 그래픽으로 완성하고, 얼굴 외 부분은 대역 연기자가 연기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진짜 마치 <반지의 제왕>에서 호빗을 촬영했던 방식으로 촬영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키도 작고 노인의 몸을 갖고 있는
브레드 피트의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재미있는건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래딧이 올라갈 때 등장한 순서대로 배우들의
이름이 나열되는데, 벤자민 버튼 역을 맡은 브레드 피트는 세 페이지가 지난 다음에야(틸다 스윈튼이 등장할 때) 등장하는
것으로 나온다).

캐릭터 묘사에 사용된 CG와 이에 따른 비용도 많았겠지만, 이 밖에도 배경 묘사나 로케이션을 대체하기 위해 엄청난 CG를
사용하고 있는 점도 흥미로웠다. 극 중 벤자민 버튼은 세계 각지를 여행하는데 물론 실제 로케이션을 통해 촬영된 분량도
조금 있는 듯 하지만 대부분은 완벽한 CG로 채워졌으며(예전 파리 시내를 아우르는 장면은 CG이지만 상당한 위압감마저
느껴졌다), 브래드 피트가 인양선을 타고 간 곳 거리의 디테일도 로케이션이 아니라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묘사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브래드 피트와 케이트 블란쳇, 이 두 배우의 모습 묘사에도 많은 CG가 사용되었는데, 특히 브래드 피트의
경우 할아버지 분장부터 <델마와 루이스>시절 혹은 더 이전을 연상케 하는 '미소년'의 모습까지 연기하고 있어,
이른바 '뽀샵'의 효과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극중 데이지가 발레를 하는 이 장면은 정말 아름다웠다. 이 장면을 보면서 데이빗 핀처도 이런 감수성이 있구나 하고
느끼기도 했고)

극중 벤자민 버튼 역을 맡은 브레드 피트는 연기를 잘했다 못했다를 떠나서 '벤자민 버튼'이라는 이 캐릭터에 너무도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특히 젊어진 다는 설정을 표현함에 있어서 그의 외모는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겠는데,
점점 젊어질 때마다 더더욱 빛을 발하는 그의 외모는 여성 관객들의 탄성을 절로 불러일으켰다. 사실 의외로 이 영화에서
브래드 피트가 '연기'자체로 표현한 것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할 수 있겠다. 극중 틸다 스윈튼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가 연기한
것이 아니라 모션 픽쳐를 사용한 대역 연기자가 벤자민을 연기하였고, 이후 에도 외모 적인 변화 만큼 인상적인 연기는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물론 그의 외모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어느 정도 만족스럽긴 했다;;).

그에 반해 데이지 역할을 맡은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는 훨씬 깊은 편이다. 대부분 CG에 큰 도움을 받았던 벤자민 버튼 역할과는
달리, 죽음을 앞둔 노인 역할부터 20대의 풋풋한 발레리나 까지, 또 한번 그녀의 놀라운 연기 스펙트럼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워낙에 빛을 발하는 브래드 피트 때문에 조금 가려져 있긴 하지만, 20대의 데이지를 연기한 케이트의 놀라운 외모는
(물론 CG의 도움이 어느 정도 있었겠지만) 다시 한번 여신의 포스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제목이 '벤자민 버튼의 ....'라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경향이 있지만 연기면에서는 그녀의 연기가 훨씬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데이지의 딸로 등장하는 줄리아 오몬드의 경우 브래드 피트와 <가을의 전설>에서 연인으로 출연했던 터라 이 같은 관계설정이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어찌보면 큰 기대에 비해 표면적으로 별로 들려주는 얘기는 부족한 듯한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이 젊어진다는 설정을 좀 더 다양하게 이용하지 못한 듯한 느낌도 살짝 들지만, 개인적으론 이 설정에
국한되지 않고 본래 하려던 이야기를 단지 설정만 빌려와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비교적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2시간 40분이라는 상당히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았던 이유가 단지 두 배우의 외모적 변화를
관찰하는 재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1. <콘스탄틴>등에서 잘 보여줬던 것처럼, 이번 영화에서도 워너브라더스의 로고가 멋지게 변형되어 등장한다.
이 로고를 통해 벤자민 '버튼'이라는 이름의 의미에 대해 살짝 예상해볼 수 있었다.

2. 초반에 허리케인이 온다며 잠시 간호도우미가 자리를 뜨는데, 이 도우미의 이름이 도로시라는 점도 재미있었다.
참고로 영화 마지막 장면의 날짜는 뉴올리언즈가 카트리나에 피해를 받게 되었던 그 날이라고 한다.

3. 본문에도 썼지만 영화의 초중반 등장하는 벤자민 버튼은 브래드 피트의 얼굴을 모션 캡쳐하여 대역 연기자가 연기한 것이기
때문에, 등장순서대로 나오는 엔딩 크래딧에 브래드 피트는 세 페이지가 지난 뒤에야 이름을 올리고 있다.

4. 브래드 피트와 케이트 블란쳇은 알렌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작품 <바벨>에서 부부로 등장했던 적이 있다.

5. 의외로 케이트 블란쳇과 틸다 스윈튼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관객들이 많은데(비슷한 시기에 마녀 혹은 여왕 같은 캐릭터를
연기했던 것도 하나의 이유일 듯 하다), 이 두 배우가 한 영화에 등장한 것도 소소한 재미였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워너브라더스에 있습니다.







아임 낫 데어 (I'm Not There, 2007)
밥 딜런의 몽타주

음악을 듣는 사람치고 밥 딜런 (Bob Dylan)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이미 여러 뮤지션을 통해 리메이크 되었던 'Knocking on Heaven's Door' 같은 곡은 누구나 알 정도로,
밥 딜런은 단순히 뮤지션이라기 보다는, 당시 문화를 상징하는 하나의 아이콘이었으며, 시인이기도 했다.
그의 관한 영화가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가장 흥분되었던 것은 이미 <벨벳 골드마인>이라는 작품으로,
음악과 문화를 대하는 깊은 태도를 보여주었던 토드 헤인즈가 감독을 맡았다는 점과, 케이트 블란쳇, 히스 레저,
크리스찬 베일, 벤 위쇼, 리처드 기어 등 여러 배우들이 함께 출연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그 다음 알게 된 것은 이 영화가 일반의 전기영화와는 다른 형식을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도 6명의 배우가
각기 다른 밥 딜런을 연기한다는 점은 '과연 어떻게 그려질까?'하는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오랜만에 개봉날 관람하게 된 이 영화는,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전기 영화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영화였으며,
어쩌면 밥 딜런이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도, 그를 통해 당시 문화를 꿰뚫고 있는 하나의 시대영화이자,
음악 영화로도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쉽게 정의 내릴 수 없는 이 영화에 대해 '밥 딜런의 몽타주'라고 얘기하고 싶다.
몽타주란 여러 사람이 추정하고 상상하고 예측한 것으로, 몽타주의 당사자가 되는 인물과 가장 가까운 것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론 전혀 다른 것이 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우디 거스리 역(마커스 칼 프랭클린)' '아르튀르 랭보 역(벤 위쇼)' '쥬드 역(케이트 블란쳇)'
'로비 역(히스 레저)' '잭/존 역(크리스찬 베일)' '빌리 역(리처드 기어)')



역시 가장 눈여겨 볼 점은 각기 다른 6명의 배우가 밥 딜런을 연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여섯 명은 밥 딜런의 각기 다른 자아를 표현하고 있는 동시에, 각기 다른 시대의 밥 딜런의 모습이기도 하다.
사실 극 중 이름이 '밥 딜런'인 캐릭터는 하나도 없다. 극 중 어디에도 밥 딜런이라는 이름이 언급되지도 않는다.
다만 영화 시작전에 '밥 딜런의 음악과 영혼에서 인상을 받아 만들었음'이라는 문구가 등장할 뿐이다.
감독이 이 6명의 밥 딜런을 그리는 과정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이들의 캐릭터나 사건, 모습 등이
실제의 밥 딜런과 유사하면서도 완전히 허구의 모습 또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벤 위쇼가 연기한
'아르튀르 랭보'의 경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프랑스 출신의 유명한 시인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는데,
'나는 타자이다 (Je est un autre / I is another)'라는 랭보의 유명한 시구와 이 영화의 제목이자 밥 딜런의
노래 제목이기도한 'I'm Not There'는 여러모로 이 영화의 제목으로 완벽한 것이 아닌가 싶다.
<향수>통해 독특하고 신비로운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던 벤 위쇼가 연기하는 랭보는, 다른 캐릭터에 비해
아주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는데, 탁자 앞에 앉아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랭보의 시퀀스는,
1965,6년 기자회견 장에서의 밥 딜런의 모습을 토대로 만들었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가장 정적인 캐릭터이지만,
가장 인상적인 대사를 갖고 있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기자회견 장에서의 밥 딜런과 영화 속 벤 위쇼가 연기한 '랭보'의 모습)


흑인 소년 마커스 칼 프랭클린이 연기한 '우디 거스리' 역시, 실존 인물에서 이름을 빌려왔는데,
밥 딜런의 우상이기도 했던 포크 싱어 송 라이터 '우디 거스리'에게서 가져왔으며, 실제로 우디 거스리는
백인이었던 것에 비해 흑인 소년으로 설정한 것도 하나의 재미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극 중에서
실제 우디 거스리의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것인데, 우디 거스리라는 이름의 소년이, 포크 싱어인 우디 거스리가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가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밥 딜런은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우디 거스리를
병문안차 방문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것 외에도 여러가지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면서 느낄 수 있었지만,
감독인 토드 헤인즈가 얼마나 철저하게 관련 인물들과 배경에 대해 조사를 했는지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밥 딜런이 직접 출연도 하고 음악도 맡았던 영화 <관계의 종말>(근데 왜 관계의 종말이지? --;),
포스터 속 빌리로 출연했던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은 <아임 낫 데어>에서 내레이션을 맡고 있다)

리처드 기어가 연기한 '빌리'역할은 밥 딜런이 직접 출연도 하고 음악을 맡기도 했던 샘 페킨파 감독의 영화
<관계의 종말 (Pat Garrett and Billy the Kid)>의 'Billy the Kid'에서 가져온 듯 하다. 이 에피소드에는
팻 가렛 역할로 브루스 그린우드가 등장하는데, '쥬드'가 등장하는 에피소드에서도 쥬드를 괴롭혔던 언론인
미스터 존스로 등장했던 브루스 그린우드가, '빌리'의 에피소드에서도 빌리를 괴롭히는 팻 가렛 역할로 다시
등장하는 것은 영화적인 재미와 더불어, 이 각기 다른 밥 딜런을 하나로 묶어주는 보이지 않는 끈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서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이 영화 <관계의 종말>에 빌리 역할로 출연했었던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인데,
(아래 포스터의 포스터 속 인물), <아임 낫 데어>에서 내레이션을 맡고 있는 사람이 다름 아닌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이다. 이렇게 모든 관련 인물을 세세하게 배치한 토드 헤인즈의 역량이 놀랍기만 하다.



(리처드 기어가 연기한 '빌리'는 위의 영화에서 캐릭터를 빌려왔다고 볼 수 있다)


크리스찬 베일은 포크 가수인 '잭'과 목사 '존'을 함께 연기하고 있는데, 이 두 캐릭터 역시 밥 딜런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포크가수 '잭 롤린스'는 한참 저항음악의 대표주자로 활동하던 밥 딜런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특히나 잭을 추억하는 '앨리스' 캐릭터는 누가 봐도 '조앤 바에즈(Joan Baez)'임을 알 수 있는데,
그녀는 실제로 밥 딜런과 함께 공연을 수차례 가졌었으며, 이 장면은 영화 속에서도 스틸 컷 형식으로 등장하고
있다.



(조앤 바에즈와 밥 딜런)


잭 롤린스 시퀀스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촬영 방식이었다. 이 부분은 아주 다큐멘터리 적인 촬영방법과
구성을 갖고 있는데, 실제 다큐멘터리에서 많이 쓰는 스틸 사진과 인터뷰로 주로 이루어져 있으며, 또한
줄리안 무어가 연기한 앨리스의 인터뷰 장면의 카메라의 노이즈나 촬영 방식 등은 페이크 다큐라고 해도
좋을 만큼, 잭 롤린스라는 캐릭터를 실존 인물인냥 묘사하고 있다(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이렇게 허구와 사실을
계속 뒤섞고 있다). 또한 나중에 히스 레저가 연기한 '로비'의 시퀀스에도 '잭 롤린스'는 실존 인물인냥
추억되고 있다.



(크리스찬 베일이 맡은 잭과 존은 마치 실존 인물인냥 다큐멘터리 방식으로 그려진 인물들이기 때문에,
그도 캐릭터를 표현함에 있어, 과도한 연기보다는 리얼리티에 중점을 두고 임하고 있는 듯 했다)

히스 레저(ㅠㅠ)가 연기한 '로비'는 극 중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가장 허구에 가까운 인물일 것이다.
실제적인 사건들과는 거리가 있는 캐릭터 일지 모르지만, 어쩌면 뮤지션으로서의 밥 딜런 보다는,
연애와 가정 같은 사적인 면의 밥 딜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 극 중
샬롯 갱스부르가 연기한 클레어는 밥 딜런의 연인이었던 수즈 로틀로와 첫 번째 부인이었던 사라 라운즈를
반반씩 섞은 인물로 보여진다.



(너무나도 유명한 밥 딜런의 'The Freewheelin' Bob Dylan' 앨범의 커버. 이 커버를 인용한 <아임 낫 데어>의
한 장면. 이런 방식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이제 우리 곁을 떠난 히스 레저의 연기가 남다르게 다가올 수 밖에는 없는데, 확실히 그에게서는 그 또래의
남자 배우들에게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아우라가 느껴졌다. 15세 관람가인 이 영화에서 그는
18세 관람가에 가까운 노출을 보여주기도 해, 순간 움찔하게 했다. 참고로 연인으로 출연한 샬롯 갱스부르
역시 개인적으로는 충격으로 다가왔던 노출연기를 감행(?)하고 있다.



(이제 그의 모습을 더 볼 수 없다는 것이 또 다시 아쉬워지기만 한다)


샬롯 갱스부르의 이야기가 나온 김에 다른 얘기를 좀 해보자면, 사실 개봉 전 포스터나 다른 소식들을 통해,
밥 딜런을 맡은 6명의 배우에 대한 이야기들은 알고 있었지만, 이 외에 더 많은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는
잘 알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줄리안 무어나 미셸 윌리엄스, 샬롯 갱스부르가 등장했을 때,
너무도 반가웠던 것이 사실이었다(놀랍게도 이 배우들 모두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여배우들이다).
줄리안 무어는 감독의 전작이었던 <파 프롬 헤븐>의 인연을 이번 작품에서도 이어갔고, 샬롯 갱스부르는
다른 여배우들에게는 없는 그녀만의 아름다움을 은은히 보여주고 있다(그녀는 사운드트랙에도 참여하고 있다).
또 한 명의 놀라운 출연은 미셸 윌리엄스 였는데, 많이 살이 빠진 모습으로 까칠한 '코코'역할을 연기한 그녀는,
그 짙은 아이라이너 만큼이나 신비한 '코코'의 캐릭터에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미리 알지 못했던 캐스팅이었기에 더욱 반가웠던 줄리안 무어와 미셸 윌리엄스!)


잘 아다시피 미셸 윌리엄스의 출연이 더욱 뜻깊게 다가왔던 것은 히스 레저 때문이었다.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만나 예쁜 딸을 두고 있었던 둘 사이었으나, 촬영 당시에는 헤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이번 히스 레저의 사망 소식에서도 알 수 있었지만, 그의 죽음이 가장 안타깝고
슬펐던 사람은 다른 아님 미셸 윌리엄스였을 것이다.



(브로크백 마운틴 시사회 장에서의 히스 레저와 미셸 윌리엄스의 다정했던 모습)


여러 명의 배우가 각기 다른 밥 딜런을 연기했지만, 역시나 가장 인상적인 것은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한
'쥬드'임을 부인할 수는 없겠다. 가장 실제 밥 딜런과 가까운 외모와 더불어 내용적으로도 그와 가장 가까운
캐릭터이기도한 '쥬드'는, 의외로 여자배우인 케이트 블란쳇이 맡았는데, 깡마르고 독특한 모습의 밥 딜런을
표현하기에 여자배우가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으로 처음부터 계획되었다고는 하지만,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한 '쥬드'는 다른 쟁쟁한 배우들의 연기 가운데도 단연 으뜸이라 할 만큼, 그녀의 필모그래피에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내 이럴 줄 알았다).



(이렇게 여신 같던 그녀가, 부시시한 머리에 선글라스를 낀 밥 딜런의 모습이 이리도 잘 어울릴 줄
누가 알았을까)


사실 모습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지만, 거의 코스프레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케이트 블란쳇이 분한 '쥬드'의 모습은 거론하지 않을 수가 없다. 헤어스타일과 선글라스를
제외하더라도, 독특한 몸짓이나 손짓, 걸음거리나 목소리 연기, 특히 잠깐잠깐 밥 딜런으로 착각했을 만큼
완벽했던 표정연기는 정말 놀라움을 넘어서 소름이 돋기 까지 했다. 특히나 글을 쓰려고 사진을 찾던 중에
실제 밥 딜런과 그녀의 사진을 비교하면서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그녀가 차 안에서 카메라를 응시하며 살짝 미소 짓는 장면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가장 멋진
장면 중의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적어도 나에게는!).




(사실 이 사진을 보면, 케이트 블란쳇도 블란쳇이지만, 앨런 긴즈버그로 분한 데이비드 크로스의 싱크로율이
더욱 놀라울 따름이다)


처음엔 배우들의 연기에 놀랐지만, 영화가 계속 될 수록, 그리고 글을 쓰려는 지금 시점에 자료를 조사하면서
더욱 놀라게 된 것은 감독인 토드 헤인즈였다. 이미 데이빗 보위 없는 글램 락 영화 <벨벳 골드마인>을 통해,
뮤지션에 관련된 또 다른 음악영화에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파 프롬 헤븐>을 통해 시대와 문화를 읽는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었던 그의 장점이 <아임 낫 데어>에서는 한 꺼번에 발휘된 것이 아닌가 싶다.
자신도 기대하지 않았던 밥 딜런에 대한 영화를 밥 딜런이 흔쾌히 허락한데에는 역시 다 이유가 있어서였다.
조니 캐쉬의 전기 영화라 할 수 있는 <앙코르 (Walk the Line)>같은 방식도 좋았지만, 밥 딜런이라는 인물을
그리는데에는 토드 헤인즈가 선택한 이런 모험적인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었다고 생각된다
(아마 일반적인 전기 영화로 만들려했다면 밥 딜런이 허락하지도 않았을 듯 하지만).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것 외에, 알면 알수록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고 이해하고 있는 토드 헤인즈의
통찰력과 연출력은 정말 놀라운 수준이다.



(토드 헤인즈라면 앞으로도 무조건 고민하지 않고 선택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이 같은 배경 지식을 모두 다 감상전에 알고 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영화를 막상 볼 때에는
그 인과관계를 모두 파악하지 못해 조금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물론 이 같은 배경지식 없이도
즐길 수 있는 영화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기승전결 방식이 아니고, 그렇다고 에피소드 방식도 아니며,
무언가 이어져 있는 듯 하면서도 개별적으로도 느껴지는 구성 방식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전기영화나,
드라마를 생각하고 관람을 하게 된다면 감상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특히나 밥 딜런에 대해 큰 관심이나
배경 지식이 없으면 100%가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선이라고 보았을 때, 7~80% 정도만 함께 할 수 있는것도
수긍할 수 밖에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반대로 밥 딜런에 관해 관심이 있거나 그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 뉴스
등을 알고 있다면, 120~130% 즐기기에 완벽한 영화가 될 듯 하다.




(영화의 예고편에 쓰였던 이 형식도,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촬영되었던 밥 딜런의 영상물에서 가져온 것이다)


음악 얘기릏 하지 않을 수 없겠다.
<아임 낫 데어>에서는 밥 딜런의 음성으로 불려지는 그의 곡이나, 배우들, 그리고 후배 뮤지션들이 부른
밥 딜런의 곡을 만나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사운드트랙을 접하기 전에, 영화의 엔딩 크래딧을 먼저 보았기 때문에, 크래딧에 등장하는
인디 포크 뮤지션들의 이름을 보고는 미리 기대할 수 있었는데, Sonic Youth, Yo La Tengo, Cat Power,
Iron & Wine, Calexico, Jack Johnson, Charlotte Gainsbourg, Glen Hansard & Marketa Irglova,
Antony and the Johnsons, Sufjan Stevens 등 포크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른바 '환장할' 라인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나 소닉 유스의 'I'm Not There'와 Antony and the Johnsons가 부른
 'Knockin On Heaven's Door'는 엔딩 크래딧과 함께 깊은 울림을 가져왔으며, <원스>의 그와 그녀인
글렌 한사드와 마르케타 이글로바도 동참하고 있다. 위에 거론한 뮤지션들 모두 앨범이 나오면 무조건 구매할
만큼 좋아하는 뮤지션들이라, 이들 모두를 한 장의 음반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대단한 사운드트랙이
아닐까 싶다. 또한 이들 모두를 하나의 자리에 모이게 한 '밥 딜런'이라는 이름의 대단함도 새삼 느끼게 된다.



(포크 음악의 팬이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사운드 트랙이 될 것이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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