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 2013)

화려함이 독이 된 바즈 루어만의 또 다른 물랑루즈



바즈 루어만을 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쨋든 그의 필모그래피를 빼놓지 않고 봐왔었고, 무엇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캐리 멀리건이 출연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 '위대한 개츠비'는 원작을 제쳐두더라도 관심이 가는 작품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바즈 루어만은 이 이야기를 자신의 방식과 스타일대로 연출했는데, 그 스타일이 이 이야기와는 잘 맞지 않는 듯 했다. 바즈 루어만은 이 고전을 21세기에 새롭게 펼쳐 놓으면서 무언가 다른 볼거리와 화려함으로 업그레이드 하려 했지만, 결국 이 시도는 장점보다는 단점으로 적용되는 결과를 낳았다.



ⓒ  Village Roadshow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원작을 읽지 않은 입장에서 보자면 극 중 개츠비의 심리는 물론 그 외의 인물들의 심리를 100% 이해하기에 영화의 내러티브는 상당히 부족한 편이었다. 물론 말미에 개츠비의 심리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기도 하고, 개츠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지만, 나머지 인물들은 거의 낭비되고 있는 느낌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바즈 루어만은 개츠비를 중심으로 데이지와의 로맨스를 그리는 것은 물론, 닉 캐러웨이를 화자로 하여 전반적인 구조를 설명하고 더 나아가 그 시대가 담고 있던 깊은 경고와 반성의 메시지까지 녹여내려고 했던 것 같은데, 그러기에는 너무 집중력이 분산 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화려함이 너무 과했다. 화려함이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라 (화려함은 바즈 루어만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니던가) 이 화려함의 활용을 통해 오히려 메시지의 깊이를 더 견고하게 할 수도 있었는데, 그저 화려한 눈 요기로만 남은 것이 안타까운 점이었다. 3D 버전은 보지 않았지만, 아마 3D로 보았다면 그 안타까움은 더 커졌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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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총 천연 색의 활용과 볼거리 가득한 화려함은 분명 바즈 루어만의 장기다. 바즈 루어만은 '위대한 개츠비'를 마치 '물랑루즈'처럼 찍었는데, '물랑루즈'의 경우 딱 맞는 옷이었지만 '위대한 개츠비'는 그 옷만 보이는 경우였다. 즉, 극 중 개츠비가 화려한 대규모의 파티를 매주 여는 것을 두고 세간에서 보는 일반적인 시선과 개츠비의 숨은 의도가 있는 것처럼 이 화려함의 정당성을 이끌어 냈어야 했는데, 영화의 화려함은 그저 공허함 만을 남겼다. 특히 음악의 활용도 실패였다고 생각하는데, 이 역시 '물랑루즈'와 마찬가지로 기존 곡들을 다시 활용하는 방식을 사용했으나 그 원곡이 무엇인지 알아채는 기쁨 외에는 아무런 감흥이 없을 정도로 어울리지 않는 음악이었다. 제이 지는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뮤지션인데, 어쨋든 '위대한 개츠비'와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그가 제작자로 참여하고 있는 점도 한 몫 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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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만 쭉 늘어놓았으나 만족스러운 점도 있었는데, 바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바즈 루어만의 재회랄까. 바즈 루어만은 마치 예전 '로미오와 줄리엣' 출연했던 그 아름답고 풋풋한 미소년을 그리듯, '위대한 개츠비' 속 레오를 그려내고 있었다. 약간 CG가 더해진 듯 했지만 (레오 뿐만 아니라 배경에 CG가 워낙 강하다 보니 등장하는 인물들에게서도 CG 느낌이 강하게 난다) 미모로 관객을 사로잡는 레오의 매력을 또 한 번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그의 팬으로서 반가웠다. 그와는 정반대로 캐리 멀리건은 정말 매력적인 배우인데 그 매력이 거의 하나도 발견되지 않는 다는 점에서 그녀 필모에서는 좋지 않은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Village Roadshow Pictures 있습니다.


 




브라더스 (Brothers, 2009)
토비 맥과이어마저 변화시킨 그 것.



일찌감치 지난해 하반기 기대작이었던 짐 쉐리단의 '브라더스 (Brothers)'를 조금 늦었지만 개봉하여 만나볼 수 있었다. 짐 쉐리단은 일찍이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함께한 '나의 왼발 (1989)', '아버지의 이름으로 (1993)'를 통해 깊은 인상을 남긴 감독이었는데, 좀 의외였던 50센트 주연의 '겟 리치 오어 다이 트라인 (2005)'이후 오랜만에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돌아왔다. 이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역시 포스터를 채우고 있는 세 명의 배우 때문이었다. 피터 파커 토비 맥과이어와 나탈리 포트만 그리고 제이크 질렌할까지. 이 세 명의 배우만으로도 적어도 후회하지 않을 작품은 되겠구나 싶어 보게 된 '브라더스'는, 배우들의 열연을 통해 (특히 토비 맥과이어) 어쩌면 배트남 전처럼 그리고 9.11처럼 미국의 오랜 트라우마로 남게될 아프카니스탄 전쟁에 관한 쓸쓸한 뒷 맛(동시에 진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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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봐도 단란한 가정의 가장인 샘(토비 맥과이어)은 아내 그레이스(나탈리 포트만)와 두 딸을 남겨둔 채 또 한번 아프카니스탄으로 파병을 가게 된다. 그리고 그의 파병이 결정되던 날 그의 동생인 토미(제이크 질렌할)는 출소를 한다. 그렇게 아프카니스탄에 파병된 샘은 적의 공격으로 헬기 추락사고를 겪게 되고, 미국에서는 이들을 찾지 못해 전사로 결정 가족들은 깊은 슬픔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샘은 부하 군인과 함께 살아남아 아프칸 세력에 포로가 되었고, 샘이 죽은 줄로만 알고 있는 그레이스와 가족들의 빈자리는 그의 동생인 토미가 조금씩 채워나간다.

'브라더스'를 보고나서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 영화는 최근 본 캐서린 비글로우의 '허트 로커'였다. '허트 로커'야 군인과 전장을 배경으로 했으니 좀 더 본격적이긴 하지만, '브라더스' 역시 결국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전쟁' 그 자체로 느껴졌다. 두 작품은 방식에서 조금 차이가 나는데 전자는 전쟁 그 한 가운데 놓여진 인물의 중독과 공포를 통해 이야기하려 했다면, 후자는 전쟁이 야기시키는 갈등과 슬픔들을 통해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나?'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만든다. 이 방식 역시 전쟁을 다루는 일반적인 방식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브라더스'는 진정성이 있었고, 또 한 번 눈물을 흘리게 만들 정도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이하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중요한 영화는 전혀 아니지만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마지막 단락으로 이동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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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 다녀왔을 정도로 문제아인 동생 '토미'. 토미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기대에 맞춰가는 형 샘에 비해 자식다운 대접을 받지 못했었고, 샘이 전장에서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 가족의 갈등은 수면위로 드러나게 된다. 토미는 아버지에게 '내가 대신 죽었어야 했던거죠!'라고 말하지만, 그래서 영화는 이런 분위기로 흘러가는 듯 했지만 이 갈등은 여기서 더 발전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형의 빈자리를 착실하게 토미가 채워나가며 형수인 그레이스와 깊은 관계로 발전하는 듯 하지만, 이것 역시 이 곳에서 멈춘다. 영화는 이렇게 몇가지 일반적인 길들을 보여주지만 보여주는 것 이상으로는 발전하지 않고, 다시 샘(토비 맥과이어)의 이야기로 돌아와 그의 목소리에 주목한다.

아프카니스탄에서 사랑하는 아내 그레이스와 다시 만나기 위해,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은 두 딸을 다시 한번 품에 안기 위해, 샘은 자신의 후임병을 직접 죽이는 일을 그들의 강요에 의해 저지르고야 만다. 죽이지 않으면 본인이 죽게 되는 어쩔 수 없었던 상황에서, 샘은 아내와 딸들을 다시 볼 것을 생각하며 이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야 만다. 구사일생으로 구조되어 집에 돌아왔으나 샘은 동생과 아내의 관계를 의삼하게 된다. 동생과 아내는 그런 일은 없었다고 이야기하지만 샘은 이 말을 믿지 못한다. 이 둘은 정말 샘이 생각하는 것처럼 관계가 발전할 가능성도 있었지만 관객이 본 것처럼 이들의 관계는 키스 한 번으로 끝났을 뿐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것은 관객 뿐 샘은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샘의 행동은 '관객으로서' 공감이 될 정도로, 샘이 아프칸에서 겪은 일들은 그를 그렇게 만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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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그 것만을 위해 자신의 후임병을 스스로 죽여야만 했던 샘에게, 아내와 동생의 이런 미묘한 관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으며 용서하기도 어려운 것이었을 터. 샘은 더 나빠질 수 없을 정도로 날카로워지고 결국 딸들에게도 위협을 가하기까지 이른다. 사실 영화를 평면적으로만 본다면 전쟁터에서 돌아온 샘이라는 캐릭터는 영화 속 두 딸들의 말처럼, 차라리 토미랑 더 살고 싶을 정도로 두렵고 함께 하고 싶지 않은 존재이다. 그런데 샘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가 겪은 일들을 안다면 그에게 불평을 늘어놓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 영화의 흥미로운 지점은 전쟁이란 것이 한 가정을 완전히 갈라놓고 있는 점이다. 함께하기 위해 신념을 꺽고 살인마저 저지르게 만들었던 남자가 스스로 이런 가족을 떠나 아프칸으로 가고 싶다고 말하게 될 정도로 끔찍한 현실을 만들어버린 것도,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빠와 남편이 돌아왔으나 차라리 죽었더라면 더 좋았을 걸 하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도 역시 전쟁이라는 무서운 존재다.

첨에 영화를 보고나서는 '브라더스' 라는 제목의 의미를 잘 접목시킬 수 없었는데, 글을 쓰는 와중에 한 가지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다. 영화 속 동생 토미는 형이 총을 들고 난동을 부릴 때도 아이들에게 위협을 가할 때도 단 한번도 형을 질책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그는 평생 형과 비교당하며 살았고, 형수인 그레이스와 두 딸들에게도 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되려고 했던 자가 아니었던가. 형의 몰락을 계기로 자신이 원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었을 토미이지만, 토미는 단 한번도 이런 마음을 먹지 않은 듯 하다(형이 돌아왔을 때 공항에서 살짝 씁쓸한 표정을 짓긴 하지만, 토미에겐 그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끝까지 형을 이해하려 안심시키려 하는 것도 토미다. 이것을 단순히 그 동안 감옥에 다녀온 것을 비롯해, 잠시나마 형수와 그런 맘을 품었던 것에 죄책감으로 인한 행동으로 보기는 어렵다. 여기에는 제목 '브라더스'처럼, 다른 사람들은 할 수 없는 그 이상의 위로와 포용을 할 수 있는 형제로서의 무언가가 있다.

앞서서 아프카니스탄 전쟁은 미국에게 있어 앞으로도 계속 트라우마가 될지도 모른다고 이야기 했었는데, 영화는 이런 주장을 더욱 뒷받침 해주고 있다. 영화 속 아버지는 힘들어 하는 샘을 보며 '나도 베트남에서 왔을 때 이유없이 화를 내고 조절하기 어려웠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그것은 미국의 오랜 트라우마인 베트남전과 마찬가지로 아프칸 전쟁이 그들에게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아니 '왜?'라는 물음과 깊은 상처만 남긴 전쟁이 될 것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질식할 것 같아'라는 샘의 여린 한 마디는 이렇게 자의와는 상관없이 커다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버린 상처 깊은 외마디 비명 같아 눈물이 핑돌았다(떠날 때는 그렇게 빠지지 않던 결혼반지가 돌아온 뒤에는 손가락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정도로, 변해버린 샘의 손가락을 보여주는 묘사도 짧지만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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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부제목으로 썼을 정도로 토비 맥과이어가 만들어낸 무서운 캐릭터는 피터 파커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토비 맥과이어는 분노가 아니라 전쟁이 한 다정한 가장을 어떻게 변화시켜 버렸는지를 날카로운 턱선과 매마르고 날카로운 눈동자를 통해 더할 나위 없이 표현하고 있다. 그의 이런 날카로운 연기를 보고서는 일라이자 우드가 '씬 시티'에서 맡았던 캐릭터가 떠올랐는데, 항상 해맑았던 일라이자 우드가 변하면 약간 사이코 틱한 느낌이라면, 역시 밝았던 토비 맥과이어는 정말 무섭도록 황폐한 모습을 보여주는구나 싶었다(물론 캐릭터 차이겠지만서도;). 어쨋든 기존 피터 파커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언제 폭발할지 몰라 시종일관 불안해하게 되는 영화 속 맥과이어의 모습에 결코 익숙해지지 못할 것이다(이 영화는 순전히 그의 연기 덕택에 스릴러로 받아들여 질 수도 있다).




1. 최근 '언 에듀케이션'을 통해 많은 주목을 받았던 캐리 멀리건이 깜짝 출연하더군요.
2. 사실 토비 맥과이어 만큼이나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배우는 다름아닌 큰 딸로 출연한 아역 배우였어요. 마치 어른처럼 울음을 참으며 가슴으로 우는 연기나, 이렇게 무섭도록 변한 토비와 대결할 정도의 눈빛 연기나. '빵꾸똥꾸' 해리 만큼이나 강렬한 연기였어요.
3. U2의 음악은 영화 속에 'BAD'로 한 번, 이번 영화를 위해 만든 'Winter'로 한 번 만나볼 수 있습니다.
4. 영화를 보고나서 예고편을 보니 본편에는 없는 장면이 있군요. 없어도 큰 문제는 없는 장면 같긴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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