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맨 (Ant-Man, 2015)

평범해서 기대되는 마블의 새로운 영웅



아마도 원작 그래픽 노블의 홍보 문구였던 것 같은데, '나도 드디어 앤트맨의 팬이라는 걸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다'라는 식의 멘트였다. 그 만큼 '앤트맨 (Ant-Man, 2015)'의 영화화 에는 '어벤져스'로 대표되는 마블의 여러 작품들의 성공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이야기로 글을 시작한 이유는 다른 슈퍼 히어로들에 비해 앤트맨은 비교적 평범하고 현실적인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영화화 된 마블 히어로들 가운데 비슷한 캐릭터를 꼽자면 스파이더맨 정도를 꼽을 수 있을 듯 하다.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에 처해 있는 주인공과 전혀 다른 세계에서 진행되던 최첨단 과학기술과의 우연한 만남과 사고로 인해 발생하고 전개되는 '앤트맨'은, 확실히 '아이언맨'이나 '토르' '캡틴 아메리카'와는 다른 종류의 재미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또 다른 마블 히어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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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처음엔 그랬지만 그보다도 폴 러드가 마블의 새로운 영웅을 연기한다고 했을 땐 적지 않게 놀랐었다. 국내에도 소개되었던 '아워 이디엇 브라더 (Our Idiot Brother, 2011)'를 비롯해 그가 다른 영화에서 주로 보여주었던 캐릭터는 코미디, 드라마 장르를 기반으로 한 캐릭터였기에 그가 일반 액션 영화의 주인공을 맡는 다고 해도 제법 놀랐을 텐데, 그냥 액션 영화도 아닌 마블 히어로를 연기한다고 했을 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앤트맨'을 보고나서는 어느 정도 그의 캐스팅에 대해 수긍이 되는 점이 있었다. '앤트맨'은 확실히 다른 슈퍼 히어로들에 비해 개인적으로나 그가 처한 현실을 봐서도 매우 평범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드라마 적 요소가 강조된 캐릭터라는 점에서 폴 러드의 캐스팅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더불어 '아이언맨'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액션 시퀀스는 헬멧을 착용한 채로 이뤄지는 점도 두 가지 면을 모두 만족시킬 만한 요소였다고 할 수 있겠다. 새롭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합류한 캐릭터답게 재미 만큼이나 캐릭터의 성격에 대한 설득력이 필요했다는 점에서, 이번 '앤트맨'은 나쁘지 않은 소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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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영화화 된 캐릭터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새롭게 등장하는 히어로들의 경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가가 그 독립적인 영화에 대한 관심보다 더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 '앤트맨' 역시 '앤트맨'이 영화화 된다는 소식 만큼이나 그가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에 등장한다는 소식이 더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시빌워'의 갈등 전개로 보았을 때 그가 캡틴 아메리카의 편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가 가장 기대되는 부분인데,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이번 '앤트맨'은 그가 어떠한 능력치를 갖고 있고, 그 능력치로 인해 어떠한 미션 수행이나 다른 히어로들과의 상성 측면에서 어떠한 구도를 만들어 낼지 예상하고 기대할 수 있기에 충분한 근거를 담고 있다. 사실 다른 마블의 속편들을 이야기할 때도 몇 번 이야기했었지만 (특히 '토르 2'의 경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만들어지면서 일부 속편들과 새로운 캐릭터들의 작품은 독립적으로 존재하기 보다는 이 세계관의 구성을 위해 재료로서 존재하는 성격이 더 짙어지고 있는데, '앤트맨'도 그 편에 더 가깝다. 이것은 '앤트맨'의 장점이자 단점인 부분으로 관객들이 어떠한 기대를 갖고 이 작품을 접하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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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적인 작품의 성격으로 보자면 '앤트맨'은 단순히 작아지는 것이 능력 이상의 어떤 영향력이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물음에 대해 답하고 있는 흥미로운 액션 영화였다. 처음 '앤트맨'을 알게 되고 나서도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것은 곤충 크기로 작아지는 것이 능력이라기보다는 핸디캡에 가깝지 않나 싶었던 생각 때문이었는데, 물론 작아지는 것이 포인트이기는 하지만 작아지는 만큼 본래 크기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능력 발휘가 가능한 지점이 있었고, 곤충 크기로만 할 수 있는 미션에 대한 설득력도 흥미롭게 묘사되고 있다. 사실 '앤트맨'에 가장 우려했던 점은 혹시 이 영화의 몇몇 장면들에서 '애들이 줄었어요'가 연상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는데, 실제 비슷한 장면들이 많았음에도 그 일상이 거대해지는 장면들이 코믹하게 그려지는 것을 최대한 지양한 연출로 인해 여기서 오는 코믹함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 설정 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최대화 한 장면들 (이를테면 크기가 작아지는 앤트맨은 물론, 모든 사물을 작게 혹은 크게 만들 수 있는 무기가 활용되는 장면)은 특별한 긴장감과 재미를 주고 있어, 후반부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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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앤트맨'은 세계를 구한다는 정의감이나 대의가 아닌 그저 딸을 아끼는 아버지의 소소한, 하지만 위대한 마음을 묘사하는 소시민 영웅인 동시에, 신체를 마음대로 작게 만들었다가 다시 정상으로 돌릴 수 있다는 설정을 통해 평범한 현실 세계를 다른 시각으로 묘사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영화이자 캐릭터였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독립적 작품으로서 조금은 아쉬운 점들도 곧 다가올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의 전초전이라는 성격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새삼 느끼지만 세계관을 형성한다는 것은 이래서 매력적인 것 같다. 서로 보완하고, 서로 영향 받는.



1. 쿠키 장면이 2개 있습니다. 특히 두 번째 장면은 '시빌 워'에 대한 직접적 내용을 담고 있죠.

2. 미드에서 만났던 여러 배우들이 등장하더군요.

3. 돌비애트모스로 관람하였습니다. 이와 관련된 글을 짧게 한 번 더 쓸 예정입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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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 이디엇 브라더 (Our Idiot Brother, 2011)

판타지를 현실로 만드는 힘



순전히 조이 데샤넬 때문에 보게 된 영화 '아워 이디엇 브라더' (참고로 거의 모든 국내 언론에서 '주이'로 쓰고 있는데 거의 나 혼자만 그녀의 팬블로그를 운영할 때 부터 '조이'라고 우기다시피 했는데, 그 근거는 조이가 스스로 인터뷰에서 이름을 뭐라고 불러야 되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조이'로 불러달라고 했기 때문). 요즘은 '힐링 영화'라는 말이 워낙에 광범위하고 자주 쓰이는 터라 오히려 이런 수식어를 붙이는 진부해지는 경향마저 있는데, 어쨋든 '힐링 영화'라는 단어가 생기기 전부터 그런 분위기를 갖고 있는 영화들은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는 터라 이 영화 '아워 이디엇 브라더'도 선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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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줄거리 역시 새로울 것은 없다. 가족의 골치덩어리이자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좀 모자라 보이는 '네드 (폴 러드)'를 둘러싼 사람들이 그를 통해 관계를 배워가고 자신을 돌이켜보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그 과정 속의 작은 이야기들도 그리 새로운 편은 아니다. 뭐 이런 류의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들은 잘 알겠지만, 이런 장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점은 이야기의 새로움이 아니라 진부한 이야기를 가슴으로 공감시킬 수 있는 은근한 에너지일텐데, '아워 이디엇 브라더'는 그런 측면에서 활활 타오르지는 않아도 가슴 한 켠에 은근한 온기를 전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극 중 네드처럼 너무도 착하고 순진한 것은 누구나 알지만 계산적이고 합리적으로 빠르게 살아가야 하는 세상 속에서 이런 네드를 겪어 낸다는 것은 어쩌면 판타지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른다. 아니, 실제로 이런 비슷한 상황에 내가 놓인다면 과연 네드를 적극적으로 껴앉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움은 물론이고, 그렇다하더라도 누구도 나를 나무라지는 않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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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는 그런 네드를 가족이라는 특수한 관계 속으로 끌고 들어왔다. 예전만 하더라도 이런 캐릭터를 끌어 않는 최종의 존재가 '가족'으로 설정되었었는데, 세상이 더 각박해진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워 이디엇 브라더'의 네드는 처음부터 가족안에 존재하는 것으로 설정되었으며, 그 가족들이 네드를 겪어내는 것으로 전개된다. 사실 무조건 적인 사랑을 실천하는 관계로 혈연, 즉 가족을 단번에 그렇다고 할 수 있는 것은 현실적으로 많이 어려워지지 않았나 싶다. 오히려 가족이기에 떼어낼 수 있으면 떼어내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더 크고, 그 존재를 이해해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달리 다른 방법이 없어서 받아들이게 되는 일이 더 잦아진 것도 사실일 것이다. 이 영화가 뭉클한 지점을 만들어내는 순간은 바로 여기다. 영화는 마치 스스로의 제목처럼 멍청하리만큼 무식한 방법으로 네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골치덩어리이지만 우리 가족이 포용하지 않으면 누가 그럴 수 있겠느냐라는 식의 어쩔 수 없음이 아니라, 네드가 갖고 있는 진정성의 울림을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초월해서도 수긍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이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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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으론 그래서 더 판타지스럽기도 했다. 비슷한 상황에 이미 놓여있거나, 앞으로 그런 상황을 겪게 된다고 했을 때 과연 나도 네드의 누나들처럼 네드를 온전히 이해하고 그의 방식을 지지할 수 있을까 선뜻 답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영화는 이 멍청한 가족의 방식이 그래도 옳은 것이 아니냐고 조심스레 반문한다. 그리고 그들의 이 메시지는 스쳐가는 가족들의 미소를 통해, 현실성이 있음을 증명해 낸다.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이 영화는 '무조건 적인 사랑이라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의 답을 하는 영화가 아니라, 우리가 평소 생각하는 조건의 항목 자체가 잘못되어 있다는 질문에 대한 설명일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판타지를 현실로 만드는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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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내내 들어 있는 윌리 넬슨에 대한 깨알 같은 인용들이 심심하지 않은 리듬을 만들어주더군요. 특히 극 중 사용된 수록곡들이 바로 그런 의미를 담고 있었는데, 이 가사들이 모두 번역되었다는 점이 반가운 점이었어요. 왜냐하면 이 영화에 수록된 곡들은 단순히 분위기를 담는 BGM으로 사용된 것이 아니라, 캐릭터의 상황을 반영하는 지문으로 쓰인 경우가 많았거든요.


2. 조이 데샤넬은 역시나 빛이 나더군요. 그녀의 여러 영화, 드라마 들을 보다보니 이제는 다시 썸머 같은 역할을 한 번 더 연기해주었으면 하는 바램도 드네요.


3. 이 영화를 수입한 프레인글로벌 얘기를 안할 수 없는데, 이전 '50/50'에서도 보여 주었듯이, 사소한 것부터 섬세하게 신경 쓰는 마케팅이 관객을 감동 시키는 부분이 많더군요. 앞으로도 좋은 영화를 많이 소개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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