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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닛 테러 (Planet Terror, 2007)
극장에서 즐기는 B무비에 환호하다!

본래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데쓰 프루프>와 함께 <그라인드 하우스>라는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동시상영 영화였으나, 잘 알다시피 국내에서는 심의나 인지도 등등의 문제 때문에 결국 두 작품 사이에
무려 1년이나 텀을 두고 극장 개봉을 하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나마도 다행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하다.
<데쓰 프루프>가 타란티노의 장기인 수다와 더불어 추억의 액션 영화와 함께 했었던 스턴트 연기에 대한
오마주와 애정이 담긴 영화였다면,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플래닛 테러>는 B급 고어무비들이 보여주었던
재기발랄함(?)과 잡다함에 존경을 보내고, 유머러스함도 여전히 잊지 않고 있는 그들만의 아주 특별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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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이벤트 형식으로 두 영화를 한 번에 감상하는 기회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한번에 이어봤으면
더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영화는 선배 B급 고어무비들에 대한 오마주가 듬뿍 담긴 영화이다.
개인적으로 고어 영화를 유난히 즐기지도, 반대로 특별히 꺼리지도 않지만, 나 같은 중간자적 입장에서도
고어함을 견디고 이를 넘어 즐길 수 있다면 <플래닛 테러>는 더할나위 없이 흥겨운 영화라 할 수 있겠다.
오히려 B급 고어 영화들에 대한 사전 정보(그러니까 이런 영화들을 얼마나 많이 알고 또 보았느냐)량에 따라
더 많은 장면에서 남다르게 환호할 수 있을 듯 했다.
사실 극장에서 떠드는걸 아주 싫어하는 평범한 관객의 한 사람이나, 이번 <플래닛 테러>같은 경우는
이런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끼리 따로 모여서, 소리내어 환호하며 관람했으면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몇몇 장면에서는 소리내어 환호도 하고 싶었고, 또 반대로 '우웩'이나 '웁스', '허걱'
등 다양한 감탄사들을 소리내어 발산하고 싶은 욕망을 극장에서 느껴본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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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의외로 상당히 유머러스함이 넘치는 영화였다(유머가 있을 줄은 알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았다는 얘기다). 인물들이 진지하게 내뱉는 대사 가운데는 웃음을 입밖으로 뿜어낼 정도로 유쾌한 장면들이
많았는데, 뭐랄까 얼마전 <무한도전>에서 박명수가 보여준 쿨함이랄까? 공포스럽고 위기스런 상황에
닥쳐있음에도 본연에 사소한 일들에 집착하고, 흐름과는 별 상관없는 대사들을 서슴없이 내뱉는 인물들의
무표정에서는 진정한 'COOL'함을 느낄 수 있었다(미니 바이크 씬에서는 어쩔 수 없이 웃음을 뿜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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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빈을 얼마만에 만나게 되는지, 일단 모습만으로도 반가웠다!)

가장 좋았던 건 배우들의 인상적인 캐릭터였다. 이미 포스터와 예고편에서 총을 다리에 박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던 체리 달링 역할의 로즈 맥고완의 포스는 가히 예고편 이상이었다. 고고 댄서로 출연한 그녀의
총질 하는 모습은 댄스 장면보다도 더욱 댄서블 했고, B무비스럽지 않게 아름답기까지 했다. <데쓰 프루프>에
등장했던 언니들과는 사뭇 다른 액션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멋진 장면들을 여과없이 소화해내고 있다.

엘 레이 역할의 프레디 로드리게즈의 캐릭터도 좋았는데, 서부 영화에 등장하는 전설의 총잡이 설정을 하고
있으나 그가 보여주는 액션 장면들은 단순한 총잡이를 넘어서는 '황혼에서 새벽까지'급이었다. 사실 주연이라
할 수 있는 이 두 배우외에 여러 조연들의 캐릭터가 정말로 인상적이었는데, 먼저 초반부와 후반부에 등장해
주시며 메이저급 배우의 아우라를 B무비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해주고 계시는 블루스 윌리스와
최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통해 더욱 잘 알려진 조쉬 브롤린의 캐릭터도 아주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가장 반가웠던 것은 <터미네이터>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마이클 빈의 모습이었다.
마치 <씬 시티>에서 미키 루크나 브루스 윌리스가 그러하였듯, 나이를 고스란히 드러낸 모습이 오히려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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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언니가 만들어내는 액션과 몸짓들은 이 영화의 백미다)

그리고 가장 큰 웃음을 준 캐릭터 중 하나인 '다코타'를 연기한 마리 쉘톤의 주사 3종 연기도 인상적이었고,
힙합 그룹 '블랙 아이드 피스'의 리드보컬 '퍼기'의 모습도 만나볼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킬 빌 1,2>와
<데쓰 프루프>, 그리고 <플래닛 테러>에 이르기까지 모두 '얼 맥그로'라는 동일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는
마이클 팍스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얼 맥그로는 앞으로도 타란티노와 로드리게즈의 작품에 계속 등장하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
아, 그리고 물론 나와서 엽기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쿠엔틴 타란티노의 모습도 지워지지 않을 만큼
인상적이었다(살이 더 찐듯한 모습이더라. 하긴 이것도 2007년 혹은 2006년 모습이니 요즘과 비교하기는
어려울듯).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영화 속에 다코타의 아들로 나온 어린 소년은 감독인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실제 아들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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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게즈! 이 천재적인 욕심쟁이 만능맨 같으니라고!)

로버트 로드리게즈를 좋아하는 이유는 누가 뭐래도 자신만의, 자신이 좋아하는 길을 고집스럽게 가는 감독이기
때문이다. 그가 직접 만든 영화사인 '트러블메이커 스튜디오'라는 이름답게, 대놓고 일을 벌이기 좋아하는
그는, 이제 단순히 재능이 넘치고 장난끼 넘치는 감독으로 보기엔 부족함이 많아 보인다. 그는 코엔 형제가
그랬던 것처럼 이미 장인이며, 앞으로의 작품 하나 하나가 모두 기대되는 감독의 대열에 올라섰다 하겠다.
자신에 집에 만든 스튜디오에서 연출, 촬영, 각본, 음악까지 모두 다 혼자 해치워버리는 그의 원맨쇼는
앞으로도 계속 될테니 말이다.


1. 엔딩 크래딧은 항상 다 보고 나오는데, <플래닛 테러>는 필름의 상태가 안좋아 스탭롤을
   살펴보기가 불편했다 ^^;

2. <데쓰 프루프>도 그렇고 <플래닛 테러>도 그렇고 음악이 참 좋다.
    음악은 로드리게즈가 직접 만든 곡도 있으며, 로즈 맥고완이 직접 부른 곡도 있다.

3. 엔딩 크래딧 맨 마지막에 아주 짧은 보너스 장면이 있습니다.

4. 텍사스 바베큐가 달래 유명한게 아니더라. 그 맛의 대한 장인의 자부심과 고집이란.

5. R.I.P에 그런 의미도 담겼었는지 몰랐다 ㅋ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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