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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Captain America: Civil War, 2016)

어벤져스 식으로 풀어낸 슈퍼히어로의 딜레마



어벤져스와 관련된 사고로 부수적인 피해가 일어나자 정부는 어벤져스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시스템인 일명 ‘슈퍼히어로 등록제’를 내놓는다. 어벤져스 내부는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는 찬성파(팀 아이언맨)와 이전처럼 정부의 개입 없이 자유롭게 인류를 보호해야 한다는 반대파(팀 캡틴)로 나뉘어 대립하기 시작하는데... (출처 : 다음영화)


루소 형제가 연출한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저 (Captain America : The Winter Soldier, 2014)'는 '어벤져스'로 대표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작품들 가운데서도 작품성 측면에서 가장 뛰어난, 그리고 독립적인 작품이었다. 시네마틱 유니버스 작품들 가운데 몇몇은 이 세계관을 구성하는 역할로서 더 의미를 갖는 작품이라 조금씩 아쉬움을 남기는 편이었는데, '윈터솔저'는 단순한 볼거리 위주의 오락 영화의 한계와 MCU를 구성하는 하나의 조각 이상의 독립적 완성도와 이야기를 그려내는데 성공, 결국 마블의 세계관을 더 견고하게 쌓아 올리는데 큰 역할을 한 작품이었다. 이런 기대를 한 껏 등에 업은 것은 물론, 원작 코믹스의 팬들이 가장 기대하던 이야기중 하나인 '시빌 워'를 담은 이번 작품은, 처음부터 '어벤져스' 이상의 기대를 갖게 한 작품이었다. 결론적으로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는 '어벤져스'가 보여줄 수 있는 화려한 볼거리와 오락성 그리고 '윈터솔저'가 보여주었던 내적인 깊이와 성장의 작품성 가운데서 적당한 균형을 이룬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이하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미 공개 된 내용들도 있지만 아직 안보셨다면 가급적 모르시는 편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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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전작 '윈터솔저'의 이야기와 그간 다른 마블 작품들에서 벌어졌던 일들 (특히 '어벤져스 2'의 소코비아 전투)의 영향력 하에서 시작된다. 원작 코믹스에서 주 된 갈등 요소가 초인등록법을 두고 벌어진다면 영화 '시빌 워'에서는 소코비아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결정타가 되어 어벤져스 활동에 대한 전 세계 국가들이 이른바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이를 두고 찬성파 (아이언맨)와 반대파 (캡틴)로 의견이 나뉘게 되며 갈등이 깊어지게 된다. 일단 이 갈등의 당위성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데, 이미 전작 '윈터솔저'에서 속해 있던 쉴드라는 조직의 문제를 깨닫게 된 캡틴과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더 직접적으로 자신과 어벤져스의 역할과 관계에 대해 깊이 고민하기 시작한 아이언맨의 모습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시빌 워'의 갈등은 그리 급작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웠다. 즉, 코믹스를 봐야 만 이해 가능한 전개가 아니라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작품들만으로도 충분한 당위성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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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어벤져스' 같은 영화에서 갸우뚱 하게 되거나 공감을 얻지 못하게 되는 부분은 바로 캐릭터가 겪는 갈등과 그 해결의 순간인 경우가 많은데, 아마도 전작들이 없었더라면 '시빌 워'에서 캡틴과 아이언맨 등이 협정문의 사인을 두고 겪는 갈등이 그리 와닿지 않았을 것이다. 다시 말해 영화는 심각한데 관객은 '뭐지?'싶은 경우가 아니라, 관객들 역시 양쪽 입장이 모두 공감은 되지 않을 지언정 (한쪽의 손을 완벽히 들어줄 지언정) 양쪽의 입장 모두가 이해는 되는 상황을 이뤄냈다는 것 만으로도 이번 '시빌 워'는 목표를 달성했다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균형이 무너져 버리면 본래 같은 편이었던 주인공들이 다른 편에서서 대립하게 되는 구도 자체가 성립되지 못했을 텐데, 다행히도 '시빌 워'는 끝까지 그 균형점을 아슬아슬하게 지켜 냈다. 그렇다보니 '시빌 워'의 몇몇 장면은 대부분의 히어로물이 갖고 있는 익숙한 딜레마를 반복하고 있음에도 또 한 번 집중하도록 만들었는데, 토니 스타크가 피터 파커, 그러니까 스파이더 맨을 처음 만나 대화하는 장면 역시 그렇다. 이 대화 시퀀스는 MCU에서 스파이더 맨이 처음 등장하는 중요한 장면이라는 이유를 제외하더라도 상당히 긴 시간 중요하게 묘사되는데, 영웅의 능력과 사용 그리고 그 능력을 사용하는 영웅의 책임과 의무에 대한 본질적이면서도 중요한 포인트를 짚어낸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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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적으로 넓게는 슈퍼 히어로물, 좁게는 '어벤져스'의 딜레마를 풀어내야 했다면, 외적으로는 종합선물세트인 '어벤져스' 시리즈 만큼이나 많은 캐릭터들이 동시에 등장하는 복잡한 영화로서 균형의 딜레마를 풀어내는 것이 숙제였다고 볼 수 있었다. 특히 갈등의 중심인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균형은 물론, 이 영화에서 처음 등장한 블랙 팬서 그리고 모든 관객이 기다려 왔던 스파이더 맨까지 이야기의 비중이나 균형을 이뤄내야 했는데, '시빌 워'는 그 균형을 적절하게 이뤄 냈다. 사실 '어벤져스' 시리즈의 경우 하나의 페이즈를 마무리 하는 일종의 보여주기 식 정리 성격이 강해 어느 정도 아쉬운 점들이 있어도 그 자체로 넘어갈 수 있지만, '시빌 워'의 경우는 내적인 이야기의 전개와 해결이 더 중요한 독립적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 역할과는 다르게 '어벤져스'급으로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구조는 가장 큰 딜레마가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블랙 팬서는 윈터 솔저의 이야기와 맞물려 영화의 뼈대가 되는 스토리에 잘 녹여냈고, 익숙하지만 새롭게 등장한 스파이더 맨의 경우 MCU의 스파이더 맨은 이런 모습이다 라는 점을 분명히 함과 동시에 관객들이 스파이더 맨에게 기대하는 액션은 부족하지 않게 보여주는 것도 적절한 균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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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워낙 아쉬운 점이 많아 더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시빌 워'가 '에이지 오브 울트론' 보다도 (긍정적인 의미에서) 더 '어벤져스 2'에 어울려 보였다. 즉, 다양한 히어로들이 동시에 등장할 때 기대되는 액션과 볼거리 측면에서도 '시빌 워'가 더 만족스러웠다는 얘긴데, 하이라이트인 공항 결투씬은 물론, 그 외에도 오히려 '어벤져스'에서는 별로 찾아볼 수 없었던, 각자의 능력을 협업을 통해 팀을 이뤄 공격하는 장면들은 마치 합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 무술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그런 액션을 담아내는 카메라도 너무 화려하지 않고 적당한 수준에서 움직였던 것 같고. 액션과 볼거리 측면에서도 확실히 '에이지 오브 울트론' 보다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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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에 '어벤져스'가 보여줄 수 있는 화려한 볼거리와 오락성 그리고 '윈터솔저'가 보여주었던 내적인 깊이와 성장의 작품성 가운데서 적당한 균형을 이룬 작품이 이 작품이라고 했는데, 이건 호불호의 포인트로 작용할 수도 있을 듯 하다. 양쪽을 다 적당히 만족시키기는 했지만 한 편으로 더 쏠렸으면 했던 관객들에게는 그 만큼 아쉬운 포인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를 다 떠나서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는 마블의 영화를 극장에 보러 갈 때 기대하는 바는 끝내주게 충족시켜주는 작품임에는 틀림 없다. 최소한 극장에서 두 번은 볼 만한 가치가 있다.



1. 청년 보다는 소년 스파이더 맨의 풋풋한 매력이 재미있었어요. 내년에 나올 '스파이더 맨 : 홈 커밍'이 몹시 기다려지네요.

2. 영화를 보기 전에는 블랙 팬서의 비중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고 다른 캐릭터들과는 달리 개별적인 소개가 없었음에도 무게있게 잘 녹아든 편이었어요. 2018년에 단독 영화가 개봉 예정인데, 그 사이에 간간히 얼굴이라도 볼 수 있을런지 모르겠네요 ㅎ

3. 앤트맨은 분량은 적지만 크게(!) 한 껀 합니다. 정말 크게.

4. 팔콘의 액션을 맘껏 본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요. 아이언맨 보다도 더 멋진 장면들을 많이 연출해 낸듯.

5. 마틴 프리먼도 등장하는데 그도 능력이 있는데 쓰지는 않더군요 (반지를 끼면 사라지는 능력)

6. 왕십리에서 아이맥스3D로 보았는데 만족스러웠어요. 한 번 더 보고, 그 다음엔 기회가 되면 돌비애트모스 2D로 한 번 보려구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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