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6일 이른 아침. 문자 메시지 오는 소리에 얼핏 잠이 깨지만 별로 중요한 일 아니겠지 하고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데 다시 문자 메시지가 오는 소리가 들린다. 혹시 무슨 급한 일은 아닐까 해서 확인해봐야 겠다하고 생각할 때쯤, 때마침 핸드폰으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뉴스 봤어?, 마이클 잭슨 오늘 죽었데' '뭐라고?' '진짜야, 지금 속보로 막 나오고 있어' '무슨 말이야, 마이클 잭슨이 죽다니' '심장마비래, 빨리 TV틀어봐' 급하게 전화를 끊자마자 TV를 틀었다. 여기저기 속보가 터져나온다. 이 바보 같은 상자에서는 도대체가 믿을 수 없는 사실을 계속해서 쏟아낸다. 나의 영웅 마이클 잭슨이 죽었다니. 마이클이.... 믿을 수 없어.


이 이후로도 이 날 하루는 참 많은 친구들에게 전화와 문자를 받았습니다. 그 중에는 고등학교 졸업한 이후로 거의 한 번도 연락을 안했던 친구도 있었고, 그렇지 않더라도 평소 자주 연락하지 않는 친구들도 많았는데, 이 친구들은 저에게 이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하려는 것도 있었고, 다른 한 편으론 아마도 이 사실에 가장 많이 충격받았을 저를 위해 위로를 전하려고 오랜만에 용기를 내어 연락한 것 같았어요. 학창 시절 제게는 마이클 잭슨과 서태지라는 두 인물을 때어놓고는 설명이 되지 않을 정도로 우상 그 자체였는데, 중학교 수학여행때 'Heal the world'를 불렀던 탓에 제가 잭슨 팬이라는 것을 모두가 다 알게 되었죠. 그래서 인지 이 친구들은 마이클 잭슨의 충격적인 소식에 저를 떠올렸던 것 같더군요. 하지만 정말 오랜만에 들려온 친구들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잭슨의 죽음 소식은 너무도 충격적이었어요. 아직 50밖에는 안된, 올해 10월부터 세계 투어 공연을 앞두고 한창 연습 중이던 마이클에게 죽음이라니요. 이런 일이 어디있습니까 ㅠㅠ




제게 있어 마이클 잭슨이라는 존재는 'KING OF POP' 그 이상이었어요. 제가 아주 어렸던 시절 부모님이 제가 옹알대는걸 녹음한 테잎이 있는데, 들어보면 아직 우리말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어린 나이지만 라디오를 통해 그리고 녹음된 테이프를 통해 흘러나오는 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말도 안되는 발음으로 따라부르는게 나옵니다. 정말 말도 안되는 엉터리 영어지요. 제가 아마 음악이라는걸 처음, 인지하지는 않았어도 분위기로 접하게 된 것은 아마 마이클 잭슨의 음악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왜 어렸을 때는 TV속에 등장하는 뮤지션들의 모습을 집에서 혼자 따라도 해보고 춤도 춰보고 하잖아요. 저에게 그런 첫번째 대상은 마이클 잭슨이었으며, 우습게도 나이를 제법 먹은 이후에도 그의 몸짓과 습관들은 몸에 배어서 혼자 있을 때면 자주 흉내내보곤 했었지요. 재미있는 건 어렸을 때 엉터리로 외워버린 영어 가사 때문에 나중에 영어를 배우고 난 뒤에도, 몸에 익어버린 엉터리 영어를 전부 다 떨쳐내지 못했다는 거죠. 그 만큼 제게 있어 마이클 잭슨은 머리로 배우고 받아들인 존재가 아니었어요. 몸으로, 가슴으로 받아들였던 존재였죠.



아마도 저는 기억 못하지만 제가 마이클 잭슨 보다 먼저 듣게 되었던 것은 잭슨 파이브(Jackson 5)일지도 몰라요. 물론 잭슨 파이브가 활발히 활동했을 당시 제가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부모님께서는 모타운 레코드 소속 뮤지션들의 곡들을 즐겨 들으셨으니(그중 잭슨 파이브를 가장!) 더 먼저 들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나중에 마이클 잭슨을 본격적으로 좋아하게 된 뒤에 그가 5살 때부터 잭슨 파이브라는 패밀리 밴드에 보컬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자연스레 잭슨 파이브의 음악을 찾아 듣게 되었죠. 저는 지금도 마이클 잭슨의 음악 만큼이나 잭슨 파이브의 음악을 좋아합니다. 모타운 사운드를 워낙에 좋아하기도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그 중심에는 분명 잭슨 파이브가 있어요. 잭슨 파이브의 음악은 정말 마이클 잭슨이 보컬로 활동했던, 5살짜리가 보컬로 활약해서 화제가 되었던 밴드가 아니더라도, 정말 좋은 곡들이 많습니다. 지금 들어도 당췌 몸을 가만히 둘 수 없을 정도로 흥겨운 댄스곡들 부터, 도대체 어린 소년이 부르는 소울 보컬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발라드들까지. 잭슨 파이브는 이미 레전드 밴드였어요. 그 보컬인 마이클 잭슨이 'KING OF POP'이 되는 바람에 빛이 바랬지만요 ^^;





잭슨 파이브라는 그룹은 수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과 영감을 주었지만, 마이클 잭슨 본인에게는 누구에게나 있는 '유년기(Childhood)'를 빼았아갔죠. 이 부분은 마이클에게 가장 큰 상처이기도 했어요. 그에 관한 여러 다큐 작품들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어린 마이클은 항상 불만이 있었어요. 왜 몇 년씩 정신없이 여기 저기로 투어를 다녀야 하는지, 왜 타기 싫은 비행기를 매번 타야하는지, 왜 자기는 다른 친구들처럼 그냥 평범하게 놀면 안되는지 잘 이해하지 못했죠. 아니 할 수 없었죠. 예전 미국에서 방영했던 '잭슨가의 사람들'이라는 특집 드라마를 보면 잘 알 수 있지만, 그의 어린 시절은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았던 시간들이었죠. 그는 스스로 원해서 잭슨 파이브의 보컬이 되었다기 보다는 아버지의 강요와 나중에는 뮤직 비지니스의 요구 때문에 원치 않게 행동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죠. 이렇게 유년기가 없었던 마이클 잭슨은 어른이 되어서도 이 유년기의 공백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아직 동심이 그대로 남아있는 마이클이 겪기에는 너무 어른들의 더러운 일들이 그의 주변에 많았었죠. 성추행 혐의를 비롯해, 전세계 수많은 언론의 그를 향한 더러운 공격들까지. 많은 이들이 모르고 있지만, 성추행 혐의는 최종 무혐의 처리된 것은 물론 그가 죽은 이후에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던 아이의 아버지는 돈을 뜯어내기 위한 자작극이었다고 실토하기도 했습니다. 이제와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입니까. 이미 그를 공격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를 성추행범으로 못박아 버린 지금에 와서 말이에요.




마이클 잭슨의 음악, 노래에 대해 하나하나 열거하자면 정말 끝도 없을 거에요. 그는 정말 'KING OF POP' 그 자체라 할 만큼 그냥 좀 인기있고 유명한 팝스타가 아니었어요. 전세계적으로 히트한 곡들만 해도 수십곡에 이르며 빌보드 앨범차트, 싱글 차트, 앨범 판매 기록 등 수많은 기록은, 수치적인 기록적 의미보다도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시대에 아이콘이었어요. 예전 AFKN을 통해서 'Billie Jean' 뮤직비디오를 처음 보았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가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바닥에 불이 켜지는 효과는 당시로서는 '와'소리가 나올 정도의 감각이었으며, 그가 모타운 기념 공연에서 보여주었던 전설의 공연 실황과 소년이라면, 아니 어른이라도 누구라도 한 번쯤은 흉내내봤을 문워킹은 두말할 필요없는 놀라운 장면이었죠. 뮤직비디오라는 형식을 과감히 넘어서서 거의 한 편의 단편 영화를 선보였던 'Thriller'는 또 어떻습니까. 실제로 이 뮤비를 처음 봤을 땐 그 반전아닌 반전에 상당히 놀랐었던 기억이 나네요. 'Beat It'과 'Bad'는 그 자체로 아이콘인 경우죠. 이 뮤비에서 잭슨이 입고 등장한 옷들이나 춤동작은 그 자체로 하나의 레전드가 되었습니다. 그가 죽은 이후에 오랜만에 'Beat It' 뮤직비디오를 다시 보게 되었는데 종반에 군무 장면의 연출은 지금 봐도 상당히 훌륭한 수준이었습니다. 마이클 잭슨이 가장 빛나던 순간이기도 했구요.




그의 모든 곡들과 뮤직비디오는 다 레전드라 부를 만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뮤직비디오와 퍼포먼스를 꼽으라면 'Smooth Criminal'을 꼽고 싶습니다. 아마 제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가장 많이본 뮤직비디오가 아닐까도 생각되네요. 흰 정장과 중절모, 그리고 그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완장까지. 이 코스튬과 설정은 게임으로 발매되기도 했었죠. 영화 <문 워커>를 통해 만나볼 수도 있었는데, 이 뮤직비디오는 얼마나 많이 봤는지 중간에 션 레논과 흑인꼬마가 나누는 대화까지 다 외웠더랬죠. 이 곡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몸이 45도로 굽혀지는 린(Lean) 댄스를 들 수 있는데, 예전에 집에서 이거 따라하려다가 앞으로 정말 수태 넘어졌었죠 ㅎ 이 댄스의 비밀을 알기 전까지는 정말 영화 속 소녀처럼 보고도 믿지 못하기도 했었죠. 그래서 수없이 넘어졌고요 ㅎ 이 뮤직비디오 혹은 라이브 실황은 정말 언제봐도 신나고 흥겨운 곡입니다.




개인적으로 마이클의 곡들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는 바로 'Man in the mirror'입니다. 영화 <문 워커>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 맨 인 더 미러의 콘서트 실황 장면은 정말 감동 그 자체죠. 감동적인 무대와 더불어 인상적인 것은 콘서트 장에서 눈물 흘리는 팬들과 실신해서 실려나가는 팬들이 모습이죠. 이것 역시 마이클 잭슨하면 떠오르는 그 만의 장면 중 하나인데, 사실 콘서트에서 안전요원들에 의해 들려서 실려나가는 팬들의 모습은 그의 팬이 아니면 잘 이해가 안될 수도 있는 부분일 거에요. 저도 처음에는 잘 이해되지 않았었는데 그의 팬이 되면 될수록 이해가 가더라구요. 그가 떠난 이후 다시금 콘서트 영상을 보았는데, 무대에서 노래하는 마이클과 그를 보고 눈물 흘리는 팬들 모습에서 예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뭉클함이 느껴지더라구요. 다시 보기 힘든 장면이었습니다. 팬들의 눈물에 저도 울컥하게 되어서요.




마이클 잭슨의 노래나 퍼포먼스를 조금이라도 관심 깊게 본 음악 팬들이라면 90년대 이후 등장한 팝스타들의 모습에서 마이클 잭슨의 그림자를 어렵지 않게 찾아보실 수 있었을 듯 합니다. 해외 팝스타들은 마이클 잭슨을 보고 꿈을 키워왔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밝히곤 했고, 그의 스타일을 모방했다고 얘기하는 것 역시 거리낌이 없었죠. 굳이 해외스타로 눈을 돌리지 않고 국내 스타만 봐도 마이클 잭슨의 영향력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실 지금 저스틴 팀버레이크나 어셔, 비 등의 퍼포먼스의 뿌리에는 모두 마이클 잭슨이 있지요. 호흡에서부터 손동작 하나까지 잭슨의 영향력에서 파생된 음악적 후계자들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그의 죽음이 이렇게까지 저에게 큰 영향을 줄줄은 몰랐었어요. 그의 오랜 팬이긴 하지만 어찌보면 단 한 번 만난적도 없고 만날 수도 없었고, 딴 세상 사람일 수도 있는 그의 죽음이, 저를 며칠 간 아무것도 못하게 할 정도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심한 두통에 회사를 조퇴하게 만들 정도로 큰 영향을 줄줄은 몰랐죠. 그 동안 30년이라는 세월을 살아오면서 같은 나이의 친구들의 죽음도 가족인 할머니의 죽음도 겪었었고, 가장 최근에는 그래도 응원했던 지도자를 슬프게 잃기도 했었지만, 이번 같진 않았던 것 같아요. 장국영이 떠났을 때도 이러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죠. 왜 그랬을까요. 마이클 잭슨이란 존재는 제게 과연 어떤 존재였을까요. 이 사람은 제게 알게 모르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고 있던 것일까요. 왜 저는 이런 사실은 그가 떠난 다음에야 조금이나마 실감할 수 있게 되었을까요. 이제와 이렇게 밖에 얘기할 수 없는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런데 본래 이렇게 딴 세상에 가까운 삶을 살던 존재가 떠나면 크게 실감이 나지 않게 마련인데, 마이클 잭슨의 경우는 이상하게도 앞으로 그의 노래와 퍼포먼스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크게 와닿네요.




그의 죽음이 더 안타까운 이유는 바로 올해 10월 런던 공연을 시작으로 전세계 투어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본격적으로 새 앨범과 함께 다시 한번 KING OF POP의 재림을 알리는 투어가 진행될 예정이었는데, 그리고 바로 세상을 떠나기 전날에도 리허설 연습을 했던 그였는데, 이제는 이 공연을 볼 수 없데 되었다는 점이 더욱 더 안타까운 것 같습니다. 그 어느 죽음이 안타깝지 않겠느냐만은, 오랜 어두운 터널을 지나 이제 막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던 그의 죽음이기에 더 큰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잭슨이 진행하려던 이 공연은 그의 오랜 팬이었던 저스틴 팀버레이크를 중심으로 그를 그리는 팝 스타들이 함께하는 추모공연으로 채워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이 공연은 정말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공연이 될 것 같네요. 가까운 일본에서라도 한다면 정말 꼭 가고 싶네요.





바로 사망 이틀전에 공연 리허설을 하는 마이클이 모습인데, 한 편으론 여전하면서 다른 한 편으론 몹시 수척해보이는 모습에 더 눈물이 나기도 합니다.





지금 분명히 얘기할 수 있는건 아마 앞으로도 마이클 잭슨과 같은 전 세계적 인지도와 커리어,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뮤지션을 없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누가 또 이렇게 전세계의 시골 구석구석에 사는 노인들까지 그 이름만은 알고 있을 정도의 인기와 유명세를 얻을 수 있을까요. 또 누가 이렇게 수 많은 사람들의 인생에 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요. 마이클 잭슨의 죽음이 슬픈 이유는 그를 잃어서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그를 대체할 수 있는 이가 없을 것이라는 걸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네요.

마이클 잭슨 (Michael Joseph Jackson). 그는 나에 영원한 영웅이자, 두 말할 필요없는 KING OF POP이었습니다.
당신을 대체할 수 있는 존재는 앞으로도 없을 거에요. 당신과 함께한 짧은 세월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미처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요. 앞으로도 당신이 들려준 그 음악들에 힘입어 하루하루를 더 열심히 살아갈께요.

누군가가 그렇게 얘기하더군요. 마이클의 죽음은 어떤 의미에서 드디어 편히 쉴 수 있게 된 거라구요.
이젠 편히 쉬세요.


Rest In Peace
Michael Jackson
1958.08.29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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