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andah Project - Day Off
바람이 느껴지는 두 남자의 여행


처음 김동률과 롤러코스터 출신인 이상순이 프로젝트 앨범을 낸다고 했을 때, 그 기대는 분명 이상순 때문이었다. 뭐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당연히 둘 모두 때문이라는 것이 맞겠지만, 이미 '전람회'와 '카니발'을 경험한 적이 있는 김동률과 롤러코스터의 이상순이 만나면 어떤 음악을 들려줄까 하는 궁금증 (보다는 기대) 때문이었는데, 역시 이 둘의 프로젝트 verandah project의 음악은 예상한 것처럼 편안하고 여유로운 음악이었지만, 또한 기대한 것처럼 (기대 이상이 기대한 것이라니 말이 안된다 ㅋ) 그 이상을 담아낸 음악은 역시나 만족스러웠다.

사실 '휴식같은 여유로움'이라는 표현을 두고 많이 고민했는데, 이게 너무 평범한 표현 그러니까 이들의 음악을 제대로 100% 어필하기 적당하지 않은 문장 같아서였다. 그런데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이것만큼 제대로 이들의 음악을 표현하는 문장도 없다는 생각에 그냥 밀어붙이기로 했다. 이렇게 써놓으면 그냥 듣기 편하기만한 이지 리스닝 계열로 생각하기 쉬운데, 아이러니하게도 이지 리스닝은 맞으나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는 좀 더 본연의 뜻의 충실한 경우라고 보면 되겠다. 일단 앨범을 플레이어에 걸어 놓고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10곡의 수록곡이 모두 다 마칠 때까지 정말 '여유로움'을 만끽하게 된다. 이상순의 기타는 그 어떤 보컬보다 따듯하고, 김동률의 보컬은 여전히 따듯하다(이번 리뷰의 부제는 아이러니라고 해야될 것 같다 ㅎ)

첫 곡 'Bike Riding'은 제목 그대로 자전거를 끌고 바람 솔솔 부는 동네를 여유롭게 거니는 모습이 연상된다. 보사노바 리듬 못지 않게 스토리 텔링에 신경 쓴 가사도 재미있다. 이상순의 담담한 보컬로 시작되는 '벌써 해가 지네'는, 제목과는 다르게(?) 벌써 부터 잠자리에 들라 하는 듯 하다 (좋은 의미다). 이 두 남자의 은은한 하모니는 포근한 이불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한다. '어쩐지'의 황홀한 순간은 이상순의 기타 선율에만 몸을 맡겼던 김동률의 보컬에 다른 악기들이 더해지며 더한 리듬감을 갖게 되는 지점이다. 굉장히 은은하게 변화를 주고 있는데 아무 생각없이 듯다가 이 순간에서 움찔했던 기억이다. 아, 그리고 조원선의 감미로운 보컬 역시 빼놓을 수 없겠다.

자전거를 타고 난 뒤, 이번에는 밤 기차에 몸을 싣는다. 베란다 프로젝트의 앨범을 듣고 있노라면 한 곡 한 곡 가사 속의 상황을 그대로 그려보게 된다. 그만큼 몰입도가 깊고 이미지화되는 음악을 수록하고 있다. '기필코'는 지금까지 들려주지 않았던 피아노 선율로 시작되는 빠른 템포의 곡이다. 이 곡은 김동률의 이전 앨범들에서 만난 듯한 느낌이 드는 곡으로, 한편으로 생각해보자면 이번 프로젝트의 다른 곡들과는 약간 괴리감이 들기도 한다. '꽃 파는 처녀'의 스토리 텔링은 루시드폴이 맡았다고 하는데, 이야기 뿐 아니라 음악마저 루시드폴을 닮아있다. 애잔한 분위기가 가슴을 심하게 적신다. 루시드폴이 직접 부르는 모습도 상상이 되는데 언젠가 콘서트에서라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Good Bye'는 페퍼톤스의 신재평이 가사를 돕고 있다고 하는데, 앞선 루시드폴의 경우처럼 분명 이야기만 전달했을 뿐인데 그들이 느껴지는 멜로디와 곡의 분위기가 흥미롭다. '괜찮아' 같은 곡은 국내 가요 씬에서 자주 만나볼 수 있었던 분위기의 편안한 곡인데, 신선함은 덜하지만 익숙함과 따스함이 이를 받쳐준다. 자전거를 타고, 기차를 타고 떠났던 이들의 여행은 산행으로 마무리 된다. 다시 산을 오르는 두 남자의 음악에서는 바람과 여유가 느껴진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김동률 _ 5집 - Monologue

01. 출발
02. 그건 말야
03. 오래된 노래
04. JUMP
05. 아이처럼
06. The Concert
07. Nobody
08. 뒷모습
09. 다시 시작해보자
10. Melody

김동률의 새 앨범이 어느 새 발매되었다.
앨범 커버의 폰트는 마치 bjork을 연상시키는데 피아노가 아닌 기타가 등장한 것이 이채롭다 했더니
음악을 들어보니 역시나 기존의 김동률의 곡들에 비해 기타의 비중이 상당히 커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음반사에서 공개한 정보를 보니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좋은 대중가요'를 만들고 싶었다는 의도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 앨범은 그 의도에 부합하는 좋은 음반이 될 것 같다.
이번 앨범을 듣다보면 기존 김동률의 곡들처럼 피아노와 오케스트레이션이 강조된 곡들보다는
기타 사운드의 적극 활용과 동시에 재즈와 집시 스타일의 곡을 수록하면서 좀 더 다양한 시도를 한 점이
돋보인다. 그래서 인지 기존 스타일의 곡들이 많이 위치한 초반부보다는 중후반부의 곡들이 더 귀에 감긴다.
분명 김동률은 김동률만의 스타일이있다. 이 앨범은 변화를 살짝 주기는 했지만 여전히 김동률 스타일의
연장선이며 그래서 좋은 대중가요가 될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전람회'의 김동률말고 '솔로' 김동률이 된 이후에는 그 관심도가 많이 줄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 앨범은 역시나 그렇듯 이지 리스닝으로서 만족할 만한 앨범이 될 듯 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뭔가 심심한 것이 사실이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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