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 Frusciante _ The Empyrean

01. Before the Beginning
02. Song to the Siren
03. Unreachable
04. God
05. Dark/Light
06. Heaven
07. Enough of Me
08. Central
09. One More of Me
10. After the Ending


많이 늦었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 (Red Hot Chili Peppers)의 기타리스트이자 솔로 뮤지션으로서도, 그리고 무엇보다 한 명의 기타리스트로서 많은 록 음악 팬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는 존 프루시안테(John Frusciante)의 새 앨범 'The Empyrean'에 관한 글 말이다. 사실 앨범 발매 당시에는 국내에 수입된 물량도 적었거니와 1차 수입 시기를 놓쳐 한 동안 기다려야만 했기에 실제로 음반을 손에 넣을 수 있던 것은 발매된지 몇 달 뒤었으며, 그로 부터 또 몇 달이 흐른 뒤에야 짧게 나마 글로 정리해보게 되었다.




일단 인상적인 자켓 이미지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다. 실제로 존 프루시안테의 이전 솔로 앨범 자켓들은 하나 같이 심플하면서도 무언가 심미함이 가미된 이미지들로 꾸며지기도 했었는데, 이번 앨범 '
The Empyrean'의 자켓은 그 중에서도 가장 '작품'스럽다.



(왼쪽 위에서 부터 시계방향으로, Curtains (2005) / Shadows Collide with People (2004) / The Will to Death (2004) / A Sphere in the Heart of Silence (2004) )


이번 앨범 타이틀인 'The Empyrean'을 우리 말로 해석해보자면 '가장 높은 하늘', 고대 우주론에 등장하는 '불과 빛의 세계로서 후에는 신과 천사들이 사는 곳으로 믿어진 곳' 으로 해석할 수 있을텐데, 일단 자켓이 표현하고 있는 이미지와 앨범 타이틀이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그리고 얼핏 수록곡들의 제목을 보아도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Before the Beginning' 'God' 'Heaven' 'After the Ending' 등 이런 의미에서 보았을 때 하나 같이 일맥상통하는 곡 제목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첫 곡
'Before the Beginning'은 9분이 넘는 연주곡이다. 이 곡에서는 프루시안테의 와우 기타의 절정을 맛볼 수 있는데, 정말 미친듯이 울어대는 기타 소리에 내 눈물이 절로 동할 정도다. 존 프루시안테는 상당히 실험적이고 창조적인 기타리스트로도 정평이 나있는데, 이 곡에서도 그런 존의 특징이 잘 나타난다. 앨범에 실리긴 했지만 아마도 똑같은 버전으로는 다시는 연주하지 않을 듯한 이 곡. 존의 나른한 보컬을 만나볼 수 있는 'Song to the Siren'을 지나면 이번 앨범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Unreachable'을 만나볼 수 있다.




6분 10초짜리 이 곡은, 초반에는 참 평범하게 시작한다. 평범한 리듬과 편안하게 노래하는 존. 중간 몇 번 리듬의 변화를 주고 난 뒤, 후반 부쯤 가서 본격적인 솔로가 시작되면서 곡은 급변하게 되는데 그 순간이 정말 짜릿하다. 존 프루시안테의 많은 곡을 들으며 비슷한 경험을 하긴 했었지만, 정말 그 가운데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이 곡 후반부의 솔로와 전개부분은 정말 최고. 최고다. 기타 솔로가 전자 오르간 사운드와 합쳐지면서 계단식으로 발전하는 이 부분은 마치 King Crimson의 곡에서나 들었을 법한 전개로서,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정말 이 앨범을 통틀어 최고의 순간을 선사한다.




'God'에서는 존 특유의 가성을 잔뜩 만나볼 수 있으며, 'Dark/Light'의 중반 부 코러스는 개인적으로는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실험적인 요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상당히 드라이한 보컬과 기타 사운드와 선굵은 베이스 라인이 돋보이는 'Heaven', 시작부터 흘러나오는 피아노 선율이 의외스럽기까지 했던 'Central', 후반 부 현악기로 이뤄진 연주마저 만나볼 수 있었던  'One More of Me', 그리고 일렉트로니카적인 사운드로 앨범을 마무리하는 'After the Ending'까지. 전체적으로 앨범으로서 짜임새 있는 구성이었으며, 단순한 기타 연주를 넘어서서 다양한 실험으로 접목시키려는 시도 역시 계속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음반 활동이 잠정 중단 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존 프루시안테의 새 앨범이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 물론 R.H.C.P 보다도 (어쩌면) 더 존을 좋아하게 되어버리긴 했지만, 존과 함께 R.H.C.P가 다시 한번 무대 위로 날아오를 그 날도 기다려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본문에 사용된 앨범 자켓 사진은 모두 본인이 직접 촬영하였으며, 리뷰를 위해 인용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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