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영이라는 배우를 처음 보게 된 건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에서였죠. 장간호사 역할로 출연했던 장진영은 큰 인상을 주지는 못했으나 그래도 '장진영'이라는 이름을 처음 인식하게 되는 계기는 되었었죠. 송강호 주연의 <반칙왕>에 출연했던 장진영을 보게 되면서 조금씩 배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었고, 장진영 하면 누구나 가장 먼저 떠올릴 <소름>을 보고나서는 '아, 국내에도 이런 연기를 마다하지 않는 여배우가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좀 더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소름>을 보았을 때의 충격은 참 대단했었죠. 영화를 보는 내내 '괜찮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장진영 하면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소름>의 윤종찬 감독과 의기투합하여 야심차게 준비했었던 <청연>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작품은 당시로서는 상당히 많은 제작비가 소요되기도 했었고, 후반 작업 때문에 개봉이 늦춰지기도 했었으며, 장진영 역시 배우로서 거의 단독 주연에 가까운 영화였기 때문에 많은 준비를 하고 열정을 가졌던 작품이었죠. 아시다시피 극중 실제 인물의 친일내력 때문에 영화는 제대로 빛을 보지도 못한 채 완전히 사그라들고 말았지만, <청연>은 다시 봐도 장진영이 참 많은 애정을 가졌던 작품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소름>과 <청연> 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그녀의 배우 인생의 한 장면을 꼽으라면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여우주연상을 받고 많은 눈물을 흘렸던 그녀의 모습이었습니다. 사실 그 당시 상황으로 보면 장진영 스스로도 정말 전혀 수상을 예상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더더욱 갑작스러운 장면이기도 했는데, 왜냐하면 이미 <청연>의 실패로 너무 많은 실망과 상처를 받았던 그녀였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그 보다는 못하다고 생각했던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대한 수상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고, 이로 수상하자 <청연>의 아쉬움이 떠올라 더 큰 눈물을 쏟았던 것이죠. 그래서 당시 이 장면이 더 안쓰럽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아직 배우로서 한 참 더 꽃을 피울 나이에 너무 일찍 가버린 그녀가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아...이제 적어도 <국화꽃 향기>를 다시 볼 용기는 생기지 않을 것 같네요 ㅠ
Rest In Peace. 배우 장진영
국화꽃 향기 중, 성시경 - 희재
참..눈물이 마를 날 없는 2009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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