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마당은 '오아시스'다!

아주 복잡한 홍대. 요 근래 들어 더더욱 발 딛을 틈조차 없을 정도로 복잡해진 홍대 거리 한 가운데 어느새 부턴가 눈길을 끄는 건물이 하나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 건물을 처음 보았을 때만 하더라도 과연 이 건물 내에 어떤 것들이 더 구체적이라면 어떤 회사들이 자리잡게 될까 하는 궁금증이 아니 생길 수 없었죠. 이내 '상상마당'이라는 이름과 함께 1층에는 까페를 비롯해 각종 완소 아이템들을 구할 수 있는 샵이 자리잡았고, 뮤지션들의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라이브 공연장, 그리고 영화 상영이 가능한 극장도 지하 공간에 마련되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홍대 바로 인근에 살면서 상상마당과 함께 해온지도 벌써 제법 오래 된 것 같은데 이번 기회에 조금이나마 추억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홍대라는 복잡한 공간 속에 자리잡고 있는 상상마당이라는 존재는 마치 사막 한 가운데에 있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인 것 같아요. 발 딛을 틈, 소음으로 부터 벗어나고 싶을 때, 찌는 듯한 더위를 잠시나마 시원하게 적셔줄 수 있는 오아시스처럼, 전혀 다른 세계로 빠져드는 듯한 느낌이 들곤 하거든요.




입구에 마련된 안내처럼 상상마당에는 지하 4층에는 극장이 지하 2층엔 라이브 홀, 2층엔 겔러리, 4층은 아카데미, 5층은 스튜디오, 6층은 까페 등 다양한 문화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튜디오나 겔러리 등은 거의 가보질 못했지만 지하 공간에 위치한 극장 만큼은 자주 찾는 곳으로 몇 가지 추억거리를 자랑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사실 1층 매표소 옆 복도에는 지하로 내려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마련되어 있지만, 저는 거의 위 사진 속에 등장하는 계단을 이용하는 편입니다. 내려가는 길이 심심하지 않도록 흥미로운 포스터들도 전시되어 있고, 무엇보다 인기 밴드의 공연이 있는 날만 아니라면 조용한 분위기에서 천천히 공간을 음미하며 한 계단 한 계단을 걷는 맛이 남다르기도 하거든요. 그렇게 햇살이 아스라히 내리 쬐는 계단을 내려갑니다.




사실 처음 홍대 '상상마당'이라는 공간에 극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멀티플렉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상업영화들이 주가 되는 극장일 줄로만 알았었는데, 상상마당에 오셨던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이 곳은 아트플러스 체인으로서 국내에 그리 많지 않은 수를 보유하고 있는 예술영화 전용관입니다. 저 같이 일반 상업영화들은 물론 국적을 가리지 않고 특히 인디나 애니메이션, 음악 영화들을 즐기는 영화팬으로서는 집과 이리도 가까운 공간에 예술영화 전용관이 생겼다는 것만큼 반가운 일은 없었죠. 특히 국내 인디영화들을 지속적으로 상영하면서 꾸준한 관객층을 불러 모으고 있으며, 역시 국내 단편 애니메이션들을 비롯한 다양하고 알찬 영화제 프로그램들도 많아 꼭 극장을 찾지는 않더라도 항상 주시하게 되는 극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따져보니 '상상마당'에서 결코 적지 않은 영화들을 관람하였네요. 일단 생각나는 것은 DVD로는 수차례 관람하였으나 꼭 한 번 극장 스크린을 통해 보고 싶었던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기쿠지로의 여름>도 이른 아침 관람할 수 있었고, 등급 판정 논란, 삭제/무삭제 여부로 더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던 존 카메론 미첼의 아름다운 영화 <숏버스> 역시 상상마당에서 준비한 '존 카메론 미첼 특별전' 덕에 온전한 버전으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참고로 존 카메론 미첼 특별전 같은 경우는 당시로서도 영화팬들 사이에서 인기가 대단했던 걸로 기억이 되네요). 그리고 지난해 제가 보았던 영화 가운데 열 손가락에 꼽았던, 조이 디비전 (Joy Divison)과 이언 커티스를 주인공으로한 영화 <컨트롤>의 인상적인 흑백필름 역시 상상마당에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참 많은 영화들을 우연한 기회에, 그리고 집이 가까운 탓에 계획적이지 않고 급작스럽게도 보게 되었던 것 같아요.




참고로 위 사진 속 공간은 제가 상상마당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극장 상영관 옆으로 영화 관련 서적과 잡지, 만화책 등 다양한 도서들이 구비되어 있고 간단하게 읽어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이 공간은 영화를 보러와서 상영전 대기 시간에 잠시 책 한 권 읽기에도 물론 좋지만, 꼭 영화를 보러 오지 않았더라도 가끔씩 책 한 권 읽고 싶을 때라도 오고만 싶은 공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만화책들도 만화책이지만, 영화 관련 서적들 가운데는 차분히 앉아서 읽어볼 만한 관심 서적들이 가득하고 조용한 분위기도 책 읽기에 참 도움이 되거든요. 사진 보니 오랜만에 또 가고 싶어지는군요 ^^;




이 가을, 조용한 날을 골라 바람에 이끌려 또 한 번 상상마당에 가서 영화 한 편 봐야겠습니다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직접 촬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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