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쌍 _ 6집 - Hexagonal


01. Intro[HEXAGONAL] (Feat. Enzo.B)
02. 우리 지금 만나 (Feat. 장기하와 얼굴들)
03.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 (Feat. 정인)
04. Carousel (Feat. 이적)
05. 변해가네 (Feat. 정인)
06. 부서진 동네 (Feat. Lucid Fall)
07. 일터 (Feat. Bizzy)
08. Journey (Feat. Casker)
09. Dying Freedom (Feat. 김바다)
10. skit-벌칙
11. 운명 (Feat. Malo)
12. Canvas (Feat. Tiger JK, Dynamic Duo, Bizzy)
13. Run (Feat. YB)
14. To. LeeSSang
15. skit-내 몸은 너를 지웠다
16. 내 몸은 너를 지웠다 (Feat. Enzo.B)



1. 리쌍은 다이나믹 듀오와 함께 국내 오버그라운드 힙합씬에서 꾸준히 활동해오고 있고 꾸준히 좋은 앨범을 들려주고 있어, 매 앨범마다 출시일에 꼭꼭 음반을 챙겨 들었던 팀 중 하나입니다. 사실 그들의 음악을 나름 좋아했었기에 최근 예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길의 모습을 볼 때면 재밌는것도 사실이지만 한편으론 뮤지션으로서의 포스를 잃은 것 같아(아니 다른 사람들이 잘 못알아볼까봐)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죠.

2. 실제로 최근 리쌍의 새앨범과 관련된 글들을 보다보면 글이나 리플들을 통해 '무한도전에 길이 리쌍이었어?'하는 반응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더군요. '윤종신이 가수였어?'하는 반응들과 같이, 이런 반응들을 보면 사실 예능인보다 뮤지션으로 먼저 알았던 이로서는 당황스럽고 안타까운 것이 사실인데, 온전한 '리쌍'이 아닌 '무한도전으 길이 멤버로 있는 리쌍'으로만 받아들여질까봐 걱정되기도 하네요.

3. 힙합 앨범의 특성상 피처링이 많기는 하다지만(사실 리쌍의 경우는 다른 힙합팀들과는 다르게 피처링 없이도 보컬이 포함된 곡을 완성시킬 수 있는 팀이죠. 길은 래퍼라기 보다는 거의 보컬에 가까우니까요), 이번 리쌍의 신보는 이것이 과연 리쌍의 앨범인지 V.A(Various Aritsts)의 앨범인지 모를 정도로 피처링이 많습니다, 아니 스킷과 14번 트랙 'To. LeeSSang'을 제외하면 전부 피처링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4. 개인적으로 피처링이라는 것은 잘 쓰면 약이 되지만 과하게 쓰면 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리쌍의 앨범은 이 수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몇몇 곡은 피처링 아티스트와 리쌍의 음악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기도 하지만, 일부 곡들은 리쌍의 곡에 다른 아티스트가 피처링 했다기 보다는 다른 아티스트의 온전한 곡에 오히려 리쌍이 피처링한 느낌이 들기도 하거든요. 특히 장기하와 얼굴들과 함께한 '
우리 지금 만나'의 경우가 가장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거야말로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악에 리쌍이 피처링한 곡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이것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리쌍의 음악에 장기하의 색깔이 더해지면 어떨까를 기대했었기 때문에 그 반대의 경우라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5. 거의 반은 리쌍의 멤버라고도 볼 수 있는 정인과 함께한 '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의 경우, 여전히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기는 하지만 어딘가 너무 익숙한 느낌인 것도 사실입니다. 베이스가 되는 리듬은 자신들의 곡인 'Rush'와 크게 다르지 않고, 전체적인 곡 구성과 스타일은 JAY-Z의 'Song Cry'라고 할 수 있거든요. 물론 이런 스타일의 곡들 가운데 과연 어떤 곡이 'Song Cry'의 구성과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있겠느냐 하는 점도 있겠지만, 무언가 더 새로운 정인과의 호흡을 원했던 팬 입장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네요.

6. 이적과 함께한 '
Carousel'은 레드제플린의 유명한 곡인 'Stairway to Heaven'의 코드구성을 따라가고 있는데, 깔리는 빗소리와 이적의 보컬이 잘어울리는 편입니다.

7. 리쌍의 앨범을 비롯한 힙합앨범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플로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진솔하고 솔직한 가사 때문이기도 한데, 특히 게리가 쓴 가사들은 참 '날 것'의 느낌이 나서 좋아하는 편이죠. 이번 앨범에서도 게리의 현실적이고 날 것 느낌나는 가사는 여전하네요. 몇몇은 수위를 넘나들기도 하는데, 특별히 못할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되네요. 사실 10대 걸그룹들이 쏟아내는 성적인 은유의 가사들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8. 루시드 폴과 함께한
'부서진 동네' 역시 루시드 폴의 인상이 너무 강한편이긴 합니다. 루시드 폴의 음악을 워낙에 좋아하는터라 개인적으론 좋았지만, 앨범이라는 측면에서는 장기하의 곡처럼 너무 독립적인 컨셉이 아니었나하는 생각도 드네요.

9. 그 외에, 공개된 이후 가장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마지막 곡 '내 몸은 너를 지웠다' 같은 경우 리얼한 19금 가사와 찐득한 곡의 분위기가 조화를 이뤄 색다른 분위기를 내고 있는데, 이 곡에서 게리의 랩은 거의 내레이션에 가깝더군요.

10. 개인적으로 이번 리쌍의 앨범은 새 앨범을 기다렸던 팬으로서는 조금은 아쉬운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리쌍의 느낌보다는 피처링한 뮤지션들의 분위기가 더 인상깊게 와닿은 탓에 리쌍의 앨범에서만 느낄 수 있는 유니크한 맛이 조금 덜했고, 각자의 색깔들이 다들 너무 다른 탓에 앨범에 타이틀로서 확 오는 1,2곡이 없었다는 것도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었구요.

11. 어쨋든 오랜만에 TV에서 라이브하는 리쌍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얼마전 놀러와를 보니 게리도 예능을 탐내고 있던데 무대에서의 포스는 남겨두었으면 좋겠어요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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