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문 _ 외로운 존재의 독백

개봉 영화 리뷰 2009. 12. 3. 10:01 Posted by 아쉬타카




더 문 (Moon, 2009)
외로운 존재의 독백


던칸 존스 감독의 <더 문 (Moon)>은 참으로 단순하다. 그간 SF 장르에서 수없이 반복되고 진화해 온 이야기를 여전히 배경으로 택하고 있으며,  제목도 그저 '달'일 뿐이고 주인공이라고는 샘 록웰이 전부라고 봐도 무방하며 기술적인 측면의 역시 그 다지 새로울 것은 없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던 관람 전에는 그저 샘 록웰이 우주에서 펼치는 무언지 모를 이야기 정도라는 예상이 고작이었는데, 이야기는 오히려 크게 새로울 것이 없었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나 <솔라리스> 등을 닮았으며, 그 가운데에 있는 영화의 주된 갈등 요소는 철학하는 SF영화라면 꼭 한 번씩은 겪어야 하는 '존재의 이유'인 듯 했기 때문이다.


(이후부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맨마지막 단락으로 이동해주세요~)



Lunar Industries. 플래니스 엔터테인먼트. All rights reserved


영화는 달 표면에서 자원을 채굴하고 있는 샘 벨 (샘 록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샘은 회사와 3년 계약을 하여 이 곳 달에서 홀로 남아 자원 채굴 업무를 하기로 되어 있는데, 이제 그 계약 기간은 2주 밖에 남질 않았다. 아무도 없는 우주선에서 샘이 의지할 곳이라고는 로봇 거티(케빈 스페이시 목소리 연기)와 지구에 있는 아내와 딸 '이브'의 사진들 뿐이다.

일단 <더 문>이 초반 느껴지는 감정은 외로움이다. 사람이라고는 혼자 밖에는 없는 달 표면 위 공간에서, 우주의 고요함 만큼이나 적막한 분위기 속에 하루하루를 같은 일로 시간을 보내며 그저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샘의 모습에서는, 일의 고됨이나 피로함보다 오히려 외로움이 깊게 느껴진다. 이런 샘의 3년이란 시간을 반영하듯, 우주선 곳곳 기기들에는 저마다 이름표가 붙어 있으며 외로움을 덜해줄 대상들을 만들어내려던 노력의 흔적을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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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샘은 어느 날 작업 중 사고를 당하게 되는데, 회복실에서 깨어나보니 자신과 똑 같은 또 다른 '샘 벨'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사고로 인해 상처투성이고 약해진 자신에 비해 강해보이고 세련된 모습이지만 분명 그는 자신과 같은 샘 벨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영화 줄거리상이나 관객에게나 모두 당연히 샘 벨은 인간이라는 서두의 분위기를 단 번에 뒤집는 '클론'이라는 사실을 발견함에도 소스라치게 놀라거나 생각보다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놀라기는 했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나와 똑같은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며, 새롭게 등장한 샘 역시 발견 당시에는 많이 놀랐었지만 이내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여기서 다시 외로움의 이야기로 돌아온다. 이 두 명의 샘 벨에게는 자신이 클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충격보다도, 3년 간이나 혼자였던 시간에서 벗어나 드디어 누군가 이야기하고 만져보고 싶은 대상이 생겼다는 (그것이 설령 자신일지라도) 것에 더 반가운 눈치다. 존재의 반가움에 더해 매일 비슷한 얘기 밖에는 할 이야기가 없었던 거티와의 대화에 새로운 주제가 생긴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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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문>이 비슷한 주제를 다뤘던 SF영화들과 가장 차별되는 점은 바로 이 지점이다. 스스로 인간인 줄 알고 있었던 클론, 그들이 겪는 <블레이드 러너>와 같은 자아에 대한 존재의 이유와 혼란에서 오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한 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샘이 자신이 클론임을 알고서도 크게 놀라거나 자신의 존재에 대해 크게 반문하지 않는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만약 내가 그랬다면 어땠을까. 과연 수십년을 인간인 줄 알고 살아왔는데 어느 한 순간 내가 그저 클론임을 알게 되었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그 동안 내 삶이 조작되어 지고 이식되어 진 것이라고 해서 그 기억들을 단숨에 부정할 수 있을까. 주입된 기억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해서 내 아내와 딸 아이 역시 모르는 사람, 그저 만들어진 관계라고 인정해 버릴 수 있을까.

던칸 존스는 존재에 대한 어려운 철학적 고뇌 대신에 그저 존재 본연이 갖는 감정에 충실했다. 샘은 자신이 클론 임을 알게 된 이후, 통신을 막고 있던 인위적인 힘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난 뒤에 가장 먼저 자신이 집으로 전화를 건다. 주입되어진 가짜 인생이 만들어낸 관계를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아내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미 샘에게는 자신의 기억이 진짜 인지 거짓인지가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가짜라고 한들 기억에는 너무 생생한 '진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으로 전화를 걸고는 부쩍 커버린 딸 이브의 모습에 놀라 급하게 전화를 끊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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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 영화가 자신이 인간인 줄로만 알았던 주인공이 나중에 클론임을 알게 되 혼란을 겪고 고뇌하는 것이 주가 되는 이야기였다면 <블레이드 러너>처럼 자신들의 창조주라도 찾아가서 따지던, 그들을 모두 망쳐놓고 새로운 인류가 되던 했어야 했다. 하지만 <더 문>의 두 샘이 가장 원하는 것은 그저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그리워하던 아내는 죽고 없지만, 부쩍 커버린 딸 아이를 두 눈으로 직접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그리고 외로움에서 벗어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관객의 눈을 사악하다. 영화 속에서 클론이라고 일러주면 바로 다른 눈으로 보게 마련이다. 바로 로봇 취급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아무리 안쓰럽게 보아도 클론이라는 사실을 잊지는 못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접근 방식이라면 이야기는 조금 틀려진다. 영화 속 샘 벨에게서는 홀로 등장하던 똑같은 둘이 함께 등장하던 별로 클론의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샘을 바라보는 눈빛은 '클론이라 참 안됐다'라는 식이 아니라 그냥 '샘이 참 안됐다'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어쩌면 힘빠지고 별 것 아닌 허무한 이야기가 되어버릴 수도 있지만, 다른 이들은 오히려 잘 가려고 하지 않았던 '쉬우면서도 옳은 길'을 택한 경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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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바와 같이 이 작품은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알고 있는데, 정말 우주선 내 세트를 제외하면 달 표면 위에서 벌어지는 체굴 장면 같은 경우 미니어처 작업이 확연히 티가 날 정도의 규묘였다. 마치 미셸 공드리나 스파이크 존즈의 공작 작품들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아날로그함이 촌스럽다기보다는 기발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는데, SF나 우주를 배경으로 한다고 해서 반드시 블록버스터가 되어야한다는 생각을 갖은 이들에게는 작은 충격이 되지 않을까 싶다.

<더 문>은 올해 안봤으면 나중에 크게 후회했을 참 좋은 SF영화였다.


1. 알려진대로 감독인 던칸 존스는 데이빗 보위의 아들입니다. 데이빗 보위의 아들로 살아가는 건 어떤 느낌일까요.
2. 영화 속 우주선의 이름은 '사랑(SARANG)'인데, 이것 때문에라도 국내에서는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올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짧지만 우리말 대사도 하나 나오죠 ㅎ)
3. 영화를 제작한 회사와 (Lunar Industries) 영화 속 회사의 이름이 같습니다. 이거 은근 재미있던데요 ㅎ
4. 국내 상영시에는 수입사에서 자막작업시 좌우 화면을 잘라 화면비가 조금 외곡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크게 지장이 없을 수도 있지만 어쨋든 온전한 영화는 못본 셈이지요. 나중에 DVD나 블루레이가 나오면 다시 꼭 봐야겠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Lunar Industries. 플래니스 엔터테인먼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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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평범  수정/삭제  댓글쓰기

    좌우화면 자른건 첨 안 사실이네요. 저도 DVD 나오면 다시봐야겠어요

    2009.12.03 11:13
  2. Favicon of http://blog.naver.com/ipanova BlogIcon ipanova  수정/삭제  댓글쓰기

    으잉..화면을 잘랐었군요.. ㅡ.ㅡ;; 게다가 원제인 "Moon"이 국내에선 "The Moon"으로 바뀌었죠.

    비슷한 시기에 개봉되는 "뉴문"을 의식한건지..?

    던칸 존스는 영국에선 연예계의 "황실 가족"으로 표현되는 대표적인 부류죠.
    어릴때 비틀즈나 롤링스톤의 자제들과 함께 영국령 무스티크 제도의 아버지 별장에서 방학을 보내고
    찰스 황태자가 다니던 스위스의 명문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엄청난 명성과 부를 가진 아버지의 그늘에서 그는 나름 독립적인 자기 삶의 방향을 잘 닦아온듯 합니다.
    대부분의 유명인사의 자제들이 방향성을 잃어버리고 방탕한 생활패턴에 젖어드는데 비해서요.

    아버지의 명성에 기대지 않으려고 "보위"라는 아버지의 성이 아닌, 원래의 패밀리 네임만 쓰고있고,
    영화 자본도 순전히 자신의 커넥션으로 끌어오고 있죠.

    원래는 철학을 전공하고 박사코스를 밟고있던중에 아버지 보위의 설득으로 그가 어릴때부터 관심을 보이던
    영화의 길로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고 합니다.

    데이빗 보위가 99년에 토니 스콧, 리들리 스콧 형제가 제작하던 tv 시리즈 "헝거"에 고정 출연할때
    아들인 던칸에게 영화촬영 실습을 해보게끔 주선해서 그의 재능이 스콧 형제의 눈에 띄게 된 것이었죠.

    그길로 던칸은 곧바로 본격적인 영화감독의 길로 뛰어들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자신의 재능과 관심을 지켜봐주고 자길 이끌어준 아버지에게 감사하다고 말하더군요.

    그것이 아버지가 줄수있는 돈과 명성보다 그 아들에게 더욱 중요한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2009.12.03 11:51
    •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수정/삭제

      원제목을 바꾼건 불만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 이해가 가기도 하는 부분이에요. 그냥 '달'하기도 뭐하고 '문'하기도 좀 애매모호하고. 홍보 측면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이해가 됩니다.

      말씀을 듣고보니 데이빗 보위는 어울리지 않게 정말 멋진 '아버지'이군요. 보위의 그간 행적들로 봐서는 왠지 아버지로서는 적절치 않을 것만 같은데, 조금 의외이기도 하네요 ㅎㅎ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2009.12.03 15:21 신고
    • Favicon of http://blog.naver.com/ipanova BlogIcon ipanova  수정/삭제

      보위는 무대와 실제 생활을 철저히 분리하는 인물로 유명합니다.
      광기어린 무대 페르소나와 요란한 가쉽을 몰고다니는 표면적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생활에서 보위 개인은 매우 사색적이고
      지적인 깊이를 드러내는 젠틀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지요.
      마돈나의 평전을 쓴 어느 프랑스 작가는 보위를 두고 "독일 실존주의와 예술의 본질을 가장 논리적으로 설명할수 있는
      유일한 뮤지션" 이라고 표현한적 있을만큼,
      학생시절부터 철학과 종교,예술 분야에 걸쳐 방대한 지식과 깊은 이해를 가진 인물이기도 하죠.
      평소 아들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는데, 늘 자신의 영화 현장에 어린아들을 데려와 촬영과정을 보여준다든지,
      10살짜리 아들과 함께 소형 카메라로 실험영화 2편을 집접 찍기도 했던 다정하고 친구같은 아버지였다죠.

      아 참, 그리고 이 영화로 던칸 존스는 올해초 열린 '영국 영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신인 감독상'을 수상했습니다.

      2010.06.14 16:37
  3. Favicon of http://culturemon.tistory.com/ BlogIcon 몬스터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그렇게 만들어진 달표면이 참 정겹게 느껴지더라구요 ㅎㅎ
    아쉬타카님 말처럼 촌스럽지 않고 기발하면서도 저는 아름답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살아가면서 쉽게 하지 못하는 철학적인 생각들을 이런 영화보면서라도 할 수 있으면 좋을것 같네요
    리뷰 잘 봤어요..
    근데 화면 잘린건... 이궁.

    2009.12.03 13:43
    •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수정/삭제

      저도 그 아기자기한 미니어처 모형들이 귀엽게 까지 보이더라구요 ㅎㅎ
      저도 영화에서 항상 많은 것을 배우게 되는것 같아요

      2009.12.03 15:21 신고
  4. Favicon of http://pennyway.net BlogIcon 페니웨이™  수정/삭제  댓글쓰기

    화면비하니 생각나네.. 어제 [에바:파] 전야 시사회에 또 참석했는데 좌우 화면비가 잘렸더군요 ㅡㅡ; 덕분에 하야시바라 메구미 사마가 부르는 동요부분의 가사가 1/3정도 잘려 나오더라는.. ㅡㅡ;;;

    2009.12.03 17:01
  5. Favicon of http://kimseongyeon.tistory.com/ BlogIcon MyName!!™  수정/삭제  댓글쓰기

    엥? 좌우 화면을 잘랐다구요?
    그게...그렇게 해도 되는건가요?
    제작사와 수입사가 합의하면 괜찮은건가???
    좀 어이없네요...ㅡㅡ;;

    2009.12.03 22:50
    •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수정/삭제

      제작사야 모르겠지만 수입사에서 자막을 입히면서 임의로 이렇게 한 것 같은데, 문제가 심각하다 아니할 수 없겠습니다. 웹상에서 보실 수 있는 예고편 동영상과 비교해보시면 차이가 나는 것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2009.12.05 01:2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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