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깅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서부터, 나는 광고나 배너를 다는 대신에 기존에 업으로 해왔던 원고를 더 적극적으로 받아써보자 라는 생각을 했었다. 예전에는 우연한 기회에 디비디언이라는 월간 소잡지에 1년 정도 기고를 할 기회가 있어서 어줍잖은 '뮤직칼럼니스트'로 활동도 했었고, 케이블 방송의 DVD소개 프로그램에 방송원고를 써주기도 했었는데, 블로깅을 하고 나서는 현재 필자로 활동하고 있는 dvdprime 외에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진행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다시 예전처럼 본격적으로 일거리를 찾아보자 라는 심산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여기저기 올려야 할 글, 간혹 내 100%의 의도대로 쓸 수 없는 글, 시간에 쫓겨 어쩔 수 없이 써야만 하는 글들이 점점 생겨나면서 글 쓰는 것 자체가 결국 일이 되어버리려 했고, 글쓰기의 즐거움을 점점 잃어가는 듯 했다. 이렇게 되다보니 뭔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들 수 밖에는 없었다. 글로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스스로에게 자랑스럽고 뿌듯한 일이기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쓴 글들이 100% 자랑스럽지만은 않다는 생각에 스스로의 시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가능하면 하나씩 줄여나가려고 보이지 않게 노력을 했었다. 물론 여기에는 예전에는 어려서 몰랐지만 (돌이켜 예전 글을 보면 '이 정도 글을 잡지에 기고했다니!' 싶은 글들이 참 많다) 이제는 충분한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스스로에게도 원고를 받는 곳에서도 만족스럽지 못한 글 밖에는 쓸 수 없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된 것도 작용했다.

그래서 나는 현재의 내 블로깅과 글쓰기 범주에 그럭저럭 만족하기로 했다, 아니 만족하는 편이다, 아니 그냥 극장에서 영화보고 집에서 블루레이 보고 가끔 dp에서 넘어오는 원고를 쓰는 것만으로도 제법 시간이 빠듯해 그 이상은 소화하기 어려운 것이 맞다. 사실 가끔은 회사를 다니지 않고 온전히 영화보고 음악듣고 글쓰는 것에만 집중한다면 여유있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이것은 몇년 전 직접 실험해본 결과 막상 시간이 여유있게 주어져도 여유있게 쓰지 못했던 경험으로 미뤄봤을 때,

그냥 지금 주어진 시간에 할 수 있는 것들을 즐겁게 해내면 그것이 가장 좋은 것이 아닐까 한다.


2010.03.09 pm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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