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 (Inception, 2010)
스포일러 없는 단상들


1.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보기 전 정보를 최소화 하는 것이 영화를 즐기는데에 (더군다나 많은 것을 좌우하는 첫 관람일 경우라면 더) 최적화된 상태라고 보는 입장에서, 가능한한 직간접적인 누설을 다 피하였으나 그마저도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과감히 이 글을 패스해주시길 바랍니다. 보는 이에 따라서 아주 약간의 정보나 아님 본 사람의 대력적 느낌은 자신의 관람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상상력을 제한하는 점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완벽한 무지의 상태에서 보길 원하시는 분들께서는 개봉일을 꾹 참고 기다려주세요 ^^;

2.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을 시사회에 초대되어 먼저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첫 경험을 아이맥스로 하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그러지는 못했네요. 사실 시사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입장에서 패스하려고 했는데, 이번 만큼은 개봉일까지 혹시라도 당할지 모를 일말의 스포를 아예 차단하기 위해, 가능한 빨리 보는 쪽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3. 예상했던 바와 같이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은 굉장히 복잡한 다층적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가 시작하고나서 끝날 때까지 단 한시도 주의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모든 것은 복선이 되고 단서가 되며, 파편의 조각이 되거든요. 이건 거대한 퍼즐 (혹은 미로) 같아서 조각마다 크기의 차이는 있겠지만 한 조각이라도 없으면 그림이 완성되질 않습니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본인은 다 맞추었다고 생각할런지 모르지만, 감독이 그린 그림과는 조금 다른 그림이 될 수도 있겠죠 (영화는 어차피 감독의 것이 아니라 관객의 것이지만, 이처럼 '퍼즐'형식인 경우에는 영화에 담긴 단서를 포착하면 할 수록 더 깊은 작품이 될 수 밖에는 없을 것 같네요).

4. 아무래도 필연적으로 '인셉션'은 감독의 전작 '다크나이트'와 비교될 수 밖에는 없을 텐데, 개인적으로 '다크나이트'는 매력적인 영화적 구조와 형식을 빌어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작품이었다면, '인셉션'은 형식 그 자체에 대한 영화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미 '메멘토'를 통해 영화적 기술자임을 유감없이 보여준 놀란은 다시 한번 자신이 왜 이런 측면에서 '기술자'인지 더 나아가 '장인'의 소리를 들을 정도인지를 보여줍니다. 

5. 즉 '인셉션'의 이야기 구조나 스토리 자체가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에요. 무엇에서 가져왔다고 말하는 것조차 미묘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제외하고 이야기하자면, 이야기의 구조는 새로울 것이 없지만 이를 설계하고 배치하는데에 있어서 크리스토퍼 놀란은, 새로운 이야기를 즐길 때 만큼의 황홀한 감흥을 선사합니다. 

6. 사실 이렇게 완전히 메시지나 주인공의 이야기 (영화적 이야기 말구요)가 배제된 작품만으로도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놀란 감독은 이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어요.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주인공의 이야기도 분명 존재하죠. 그래서 저 같이 주인공에게 쉽게 동화되어 감정이입 되는 이들에겐 여기서 오는 감동도 빼놓을 수 없겠죠.




7. 영화 속에 테마 곡으로 등장하는 노래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 곡이 어떻게 쓰였느냐도 재미있지만, 그 곡의 제목과 가사가 주는 의미를 영화의 내용과 비교했을 때 오는 아이러니가 있죠. 크리스토퍼 놀란이 이 곡을 사용한 이유는 바로 이 아이러니에 있다고 생각되요. 물론 단순히 분위기 측면에서 훨씬 우아해지고 낭만적인 효과도 있었지만요.

8. 전 영화를 보기 전 포스터 조차 제대로 살펴보질 않았기 때문에 몇 명을 제외하고는 정확히 누가 출연하는지 파악하지 않았었는데, 톰 베린저가 출연하더군요. 정말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보는 그여서 그것만으로도 반갑더군요. 개인적으로는 레오를 제외하면 조셉 고든-레빗의 연기가 좋더군요. 사실 다 좋았는데 그냥 개인적 취향 때문에 조셉이 아주 조금 더 눈에 들어왔다는 정도에요. 그 좁은 어깨와 올백으로 빗어넘기는 헤어스타일이 인상적이더라구요.

9. 한스 짐머의 음악은 '다크나이트'를 연상시키는데, '다크나이트'의 경우 그 메시지를 더 돋보이게 했다면 '인셉션'은 역시, 장면에 더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10. '매트릭스'와 비교되는 부분도 있고 '이터널 선샤인'을 연상시키는 부분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엠파이어지의 평가에서 언급되었던 것처럼 찰리 카우프만의 '시네도키, 뉴욕'을 더 떠올리게 했습니다 (참고로 '시네도키, 뉴욕'은 현재까지 올해 저의 베스트 작품). 두 작품 모두 심연에 심연으로 파고들지만 추구하고자 하는 바는 정반대죠. 그런 면에서 이 두 작품은 각각 같지만 다른 길을 보여준 베스트라고 할 수 있겠네요.

11. 엔딩에 추가 장면은 없지만 놀란 감독이 넣어둔 장난스런 부분은 존재합니다. 영화의 엔딩과 맞물려 다시 한번 심연을 고민하게하는 감독의 장난이죠 ㅎ

12. 스포있는 본격적인 글은 많은 분들이 보신 후인 정식 개봉 후에 다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때는 마음껏 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볼 수 있겠네요. '다크나이트'를 인상깊게 보신 분들 가운데는 여러 의견을 갖고 있는 분들이 함께 섞여있다고 생각하는데, '인셉션'을 보고나면 조금은 이 집단이 나뉘어지지 않을까도 생각되네요. 

13. 아, 얼른 스포있는 글을 일기장에라도 적어야겠어요 ㅋ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