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궁극적인 꿈, 본격적인 꿈은 아직도 갈팡질팡 정체상태다. '아직도'라고 한 이유는 이런 비슷한 패턴이 주기적으로 반복되오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꿈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영감 (Inspiration)'이다. 영화, TV, 음반, 공연 등 다양한 컨텐츠들로부터 얻는 영감은 나를 이쪽 끝까지 데려갔다가 다시금 저멀리로 날려버리기도 한다. 기타를 정말 미치도록 멋지게 치는 존 프루시안테를 보고 나면 그와 같은 기타리스트까지는 아니더라도 (아, 기타리스트는 벌써 이 만큼 멀어졌구나...) 언제 기회가 있을 때 무대에서 저 정도로 기타와 물아일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정말 멋진 영화를 한 편 보고 나오면 꼭 감독이 되어 나만의 영화 한 편을 연출해보고 싶다거나 멋진 시나리오 한 편을 써보고 싶다고도 생각을 하고, 페이스북 처럼 쿨한 서비스를 보고 있노라면 나도 좀 더 아이디어 개발에 몰두해서 전세계인들이 사용할 만한 서비스를 만들어봐야 겠다고도 생각한다.

물론 이 정도에서 끝나지 않는다. 무대 위에서 멋지게 공연하는 뮤지션을 보면, 아 나도 고등학교 때 용감하게 이 분야로 뛰어들었더라면 뭐가 되도 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무럭무럭 샘솟는다. 이런 갈팡질팡은 꼭 뭐가 되고 싶다 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어떨 땐 도심 속 시크한 삶을 동경하다가도 곧 전원 생활의 고즈넉함, 그리고 단순한 환상이 아닌 현실임을 알고 있는 귀농의 꿈도 꾸곤 한다.

이 갈팡질팡에 가장 큰 문제는 어느 한 곳에 집중하지 못한 다는 것, 아니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어느 하나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성격 탓이다. 만약 음악을 들을 시간에 영화를 더 봤다면 아마 영화에는 더 깊은 조예를 갖게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음악은 적어도 지금 정도의 취향은 갖지 못했을 것이다. 또 고등학교 때까지 이어져온 특기를 살려 바로 음악계로 뛰어들었더라면 죽이되던 밥이 되던 지금쯤 적어도 '무엇'은 되어 있을 것이지만, 지금 처럼 영화 글 쓰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고,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는 일은 하지 못할 뿐더러 이 분야에 관심조차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 수 많은 가정들은 사실 하나도 중요하지가 않다. 내가 지금 한 말은 '아, 나 축구하면 프리미어리그 선수가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운동 안하고 영화 공부해서 지금은 감독으로 만족하고 있어' 이런 말이나 별반 차이 없는, 오히려 선택을 하지 못한 자에 비겁한 변명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병의 원인과 처방전까지 스스로 다 내렸음에도, 나의 꿈은 아직도 갈팡질팡 어느 한 길을 택하지 못했다. 하고 싶은게 많다는 것은 분명 하고 싶은게 없다는 것 보다는 행복한 고민일런지 모르지만, 매번 선택에 기로에 놓이기 때문에 잘못하면 지금의 나처럼 여러가지 분야에 관심과 습자지 같은 능력은 있지만, 결국 어떤 분야에서도 다른 사람은 둘째치고 본인 스스로도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낳게 되는 것 같다.

결국 2010년도 이제 겨우 한 달 정도가 남았는데 아무것도 속된 말로 '지르지' 못했다. 이것저것 조금씩은 나아졌을 런지 몰라도 한가지에만 절박함을 담아 노력하는 이들과의 거리는 계속 멀어지고 있다. 과연 나는 언제쯤 나에게 더 맞는 단 한가지를 선택할 수 있을까? 아니, 선택은 꼭 해야만 하는걸까?


2010.12.02. am. 11:37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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