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빈 인 더 우즈 (The Cabin in the Woods, 2012)
뒤집고 쏟아내는 공포의 축제
개봉 당시에도 보고 싶었으나 극장 상영시 필름에 (정확히 말하자면 화면 밝기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지인의 이야기에 나중을 기약하고 관람을 못했었는데, 역시나 빠르게 IPTV를 통해 만나볼 수 있었다. '캐빈 인 더 우즈'를 다 보고 나서 제일 먼저 떠올랐던 영화는 다름 아닌 '드래그 미 투 헬 (Dreg Me To Hell, 2009)'이었는데, 왜인고 하니 '드래그 미 투 헬' 이후로 마음에 드는 공포 영화를 만나보지 못했던 것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그 사이에 무언가 맘에 드는 공포 영화가 있었는지는 좀 더 자세히 따져봐야겠지만, 어쨋든 순간의 기억으로는 바로 이 영화가 떠올랐을 정도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쾌감이었다.
ⓒ Lionsgate. All rights reserved
제목이나 홍보 타이틀에서 이미 잘 알려졌다시피 '캐빈 인 더 우즈'는 대놓고 공포 영화의 법칙을 모두 뒤집겠다고 공포하고 나선 영화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공포 영화의 법칙을 빗겨가는 것 자체에 대한 재미가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이 또 다른 반전의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실 법칙을 모두 빗겨간다는 얘기를 반대로 하면 정반대로 생각하면 다시금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된다는 얘긴데, 그럼에도 '캐빈 인 더 우즈'의 이야기는 지루하지 않은 힘이 있었다. 즉, 뒤집기를 그냥 겉핥기 식으로 한 것이 아니라 공포 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을 잘 이해한 시나리오였다는 얘기다. 그냥 뒤집는 것으로 끝났다면 말그대로 뒤집기라는 점을 아는 순간 전혀 재미를 느낄 수 없는 작품이 되어버렸을 텐데, '캐빈 인 더 우즈'는 다행히 거기에 머무르지는 않았다. 오히려 뒤집기가 없었어도 나름 흥미로운 공포영화라고 했을 만큼의 매력이 있는 작품이었다는 얘기.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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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장으로 여행을 떠난 다섯 명의 청춘들에 대한 이야기 뒤에 존재하는 이야기는 이 영화의 진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개인적으로 이런 류 (무언가 거대한 악이 도사리고 있는)를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어찌보면 별로 구체적이지도 않고 한편으론 허무맹랑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 배경에 깔린 분위기가 좋았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가 본격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로 주인공들이 이 실체를 알아내면서 부터였다. 보통 같으면 주인공과 공포(악마나 괴물 등)의 대결 구도로 당연히 주인공의 편에서서 영화를 바라보게 되었을 텐데, 이 영화는 그 중간에 이를 조정하는 조직이 있다보니 어쩌면 더 큰 악을 위해 중간에서 소비되다시피 이용 당하는 각종 크리쳐와 좀비 등등 (이 영화를 본 이들은 알겠지만 더 정확히 하려면 '등'을 한 50번은 써야할 것이다)의 애환마저 느껴져 좀 다른 분위기를 형성했다. 이들은 대사 하나 없지만 그 잠깐의 눈빛들 만으로도 무언가 슬픔이 느껴졌는데, 인간에게 이용 당하는 상황과 맞물려 단순한 공포 영화가 아닌 좀 더 인상 깊은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그래서인지 막판에 수많은 크리쳐들이 모두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때는 단순히 장르 영화에서 느껴지는 쾌감과 더불어 이 같은 감정적인 부분이 겹쳐져 더 시원하고 신나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뭐랄까, 이 쏟아지던 장면은 보통 같으면 주인공과 같은 심정으로 절망적인 절정의 공포를 느끼게 되는 장면이었겠지만, '캐빈 인 더 우즈'에서는 마치 '축제'와도 같은 장면이었다. 이 한 장면 만으로도 '캐빈 인 더 우즈'는 또 보고 싶은 영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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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IPTV로 보면서는 그렇게 어둡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극장에서는 어느 정도였는지 모르겠네요. 만약 블루레이로 국내 출시된다면 구매할 의향이 있어요.
2. 마지막 장면에 공포영화 시리즈로 유명한 여배우가 까메오로 등장합니다.
3. 오래만에 정말 신나는 공포영화였어요. 전 무서우면서도 신나는 공포영화가 좋더라구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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