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 (Fur: An Imaginary Portrait Of Diane Arbus, 2006)

그저 니콜 키드먼과 로버트 다우닝 주니어가 출연한다는 것 외에는 다른 정보를 미리 접하지 않고
보게 되었던 영화 <퍼>. 이 영화는 부제인 'An Imaginary Portrait of Diane Arbus'에서 알 수 있듯이
여류 사진작가 디앤 아버스의 관한 일종의 가상의 자화상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실존 인물인 디앤 아버스를 실명으로 등장시키고 있지만, 이 이야기에는 허구의 인물들이 등장하고
다큐라기보다는 '이랬지 않았을까'하는 가상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즉 정상적인 육체가 아니라 독특하고 특별한 육체의 사진들로 유명한 사진작가 디앤 아버스가
사진 작가가 되기 전에 어떻게 사진작가가 되게 되었는지의 과정을 '이랬지 않았을까'하고 가정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배우 이름 외에는 별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야
알 수 있었는데, 디앤 아버스의 사진들은 몇몇 작품 본 적이 있어서 알고 있었지만, 우습게도 그 작품의 작가인
'디앤 아버스'라는 이름을 잘 모르고 있던 터였다.
이 영화는 포스터에서 느껴지는 '약간' 이상한 분위기는 별 것도 아니라는 듯이, 별 다른 정보가 없다면
상당히 흔히 말해 '이상한' 영화로 느껴질 수 있는데, 이는 단순히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들 때문만은
아니었다. 감독인 스티븐 세인버그가 무엇을 말할려고 했는지는 대충 알 수 있을 것 같다.
극 중 라이오넬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다모증으로 털 속에 가려져 있는 그처럼, 그리고 디앤 아버스의 작품에
등장하는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처럼, 다른 겉모습으로 인해 사람을 판단하기 보다는
그 내면을 봐야한다는 이야기를, 그 내면을 볼 수 있었던 디앤 아버스의 이야기를 통해 하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영화의 분위기 만큼이나 약간은 이상한 느낌이 든다.
극중 디앤이 어느 날 이사온 라이오넬에게 끌리게 되는 배경이나, 그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갑자기 친해지게
되는 전개과정, 그리고 더 나아가 남편과 아이들을 떠나가면서까지 라이오넬과 함께 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데에는 상당히 설득력이 부족한 편이다. 이해하려고 해보자면 그녀는 정형화되고 권위적인 가족 사이에서
무언가 억눌린 감정이 항상 있었고, 여기서 더 나아가 좀 특별한 성향을 갖고 있었던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만나게 된 라이오넬 이라는 특별한 존재의 등장으로, 한 순간에 급격히 빠져들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데,
그렇다고 해도 남편은 몰라도 아이들까지 사실상 버려가면서 라이오넬과 함께 하려고 한 동기를 관객에게
설득하는 방식은 효과적이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이 영화는 평범한 영화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그렇기 때문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그렇다치더라도
니콜 키드먼이라는 스타 배우의 캐스팅은 이런 평범하지 않은 소재를 좀 더 많은 대중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런 호기심으로 보게 된 관객들을 완전히 만족시켜주기에는
조금 부족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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