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 (My Mother The Mermaid, 2004)
설날 TV영화 2탄으로 보게 된 우리영화 <인어공주>
이 작품 역시 극장에서도 DVD도 놓쳤지만 한 번은 보고 싶다 생각했던 영화였는데,
이번에 설을 맞아 EBS에서 고맙게도 수준급의 HD화질로 방영해주어 좋은 퀄리티의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이번 인어공주 HD의 퀄리티는 설 연휴 방영된 HD영화 가운데서도 다섯 손가락에 드는
화질인듯).
이 영화는 전도연과 박해일, 고두심이 출연하고, 전도연이 1인 2역을 한 것으로 잘 알려진 영화인데
보기 전에는 보고는 싶었지만, 그냥 신파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참으로 괜찮았던 영화였다.
이 영화는 나이든 나영(전도연)이 어느 날 그동안 몸이 아프다는 사실을 속여온 아버지가 회사를 관두고
고향으로 내려갔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고향집을 찾던 어느 순간, 나영이 과거로 이른바 시간여행을 하게 되어, 젊은 시절에,
즉 어머니, 아버지가 서로 막 만나기 시작했을 때의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
근데 이 영화는 장르가 장르이다보니 이 시간여행에 관해 전혀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굳이 이상한 설정을 말해보자면, 극 중 나영도 이러한 황당한 시츄에이션에 대해 별로 당황하거나
놀라지도 않고 거의 바로 적응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 영화는 시간여행에 관한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나영이 과거로 돌아갔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특히나 영화가 다 끝난 뒤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게 된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팀 버튼 감독의 <빅 피쉬>가 자꾸 떠올랐는데, 스타일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좀 다르겠으나, 본질적으로 부모에 대해 전혀 이해를 하지 못했던 아들, 딸이 어떠한 계기로 인해
부모님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인어공주>는 이러한 설정이 없었다면 그냥 풋풋한 시골 소녀의 사랑이야기 정도로 끝날 수도 있었지만,
부모님에 관한 설정을 엮으면서 좀 더 좋은 감정선을 유지할 수 있는 영화가 되었다.
영화 속에서 전도연은 '공주'같지는 않았으나 박해일은 참으로 '왕자'같더라.
우도에 한산한 바람과 풍경을 배경으로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 박해일의 모습에서 어찌나 광채가 나던지.
전도연의 영화는 의외로(그녀를 그리 좋아하는 편도 아니면서)많이 본 것을 이번에 알았는데,
<밀양>과 같은 열연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전도연이 출연했던 영화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영화는 바로 이 영화가 될 것 같다. 우정출연한 이한위의 연기도 좋았으나 무엇보다 이한위의 어린시절
역을 맡은 아역 배우의 연기가 매우 좋았으며, 고두심의 연기도 나무랄대 없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시종일관 투덜대던 연순(고두심)의 기분 좋은 독백으로 마무리 한 것이
개인적으론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오랜만에 보게 된 풋풋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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