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나미 레이에 정체에 관해서는 참 말들이 많다. 그리고 무엇 하나 확실하다고 결론지을 수 있는 사실들도 많지 않다. 그저 유추와 추측을 되풀이 한 끝에 ‘그럴 것 이다‘라고 마무리 지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카리 신지의 내면세계를 연구하는 것이, 곧 에반게리온의 주제를 연구하는 것이었다면, 아야나미 레이의 존재에 관한 탐구는, 곧 에반게리온의 수많은 의혹들을 풀어가는 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우선 그녀의 존재에 대해 널리 알려진 사실들부터 알아보자.
레이의 존재는 여러 면에서 신지와 비교되기도 한다. 이 둘의 관계는 남녀(男女)의 관계로 규정할 수도 있고, 모자(母子)의 관계로 설정할 수도 있으며, 오누이(男妹)의 개념을 들 수도 있다.
먼저 오누이의 개념에 대해 얘기해보자. 일단은 이미 위에서도 언급하였듯 ‘아들을 낳으면 신지, 딸을 낳으면 레이’라는 말에서 이런 개념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신지는 아버지인 이카리 사령관에게는 호의적이지 못하고 자신을 어머니처럼 지켜주는 에바 초호기 에게서 편안함을 느꼈고, 반대로 레이는 오로지 이카리 사령관에게만 의지하는 모습(이러한 설정은 레이가 이카리 사령관을 아버지가 아닌 남편으로 여기는 것에도 통용된다)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신지의 독백에서와 같이, 아니 존재에 관한 물음은 레이에 관한 것이 더욱 깊이 빠져드는 걸 알 수 있다. 레이의 독백 대사 중 몇 가지를 살펴보자면...
너는 왜 가짜 몸과 가짜 마음을 가졌지?
가짜가 아니야, 난 나야.
아니야, 너는 이카리 겐도라는 사람에 의해 가짜 영혼으로 만들어진 사람이야. 넌 인간이 된 것인 체 하는 가짜야.
봐. 네가 실제로 존재하는 곳인 네 안은 어둡고, 보이지 않고,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이 있어.
난 나야. 난 나와 다른 사람의 연결된 도움으로 내가 된 거야.
자신은 사라질 거야.
두렵니 않니?
아니, 기뻐. 내가 원하는 건 죽는 거야. 내가 필요한 것은 사라지는 거야.
난 무(無)가 되길 원해.
아니, 아니야. 넌 무(無)가 될 수 없어.
그 사람은 네가 없어지게 하지 않을 거야.
아직 돌아오는 게 허락되지 않았어.
그가 날 필요로 하기 때문에 내가 존재 하는 거야
하지만, 끝이야. 난 소용없게 될 거야.
난 그에게 버림받게 될 거야.
지금은 두려워도 그 날을 원했어.
이러한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한 반문은 [블레이드 러너]나 [메트로폴리스]등의 복제인간, 로봇들이 깨달았던 것과도 닮아있다. 가장 가깝게는 신지가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되기까지의 과정과 레이가 자기 자신을 극복하기까지의 과정 역시 닮아있다 하겠다. 신지가 ‘나는 내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 지도 몰라’ 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레이가 ‘가짜가 아니야, 난 나야’라며 자신의 존재를 극복하는 대사도 참으로 인상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에바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중 하나인 레이.
p.s / 오랜만에 읽으니 내가, 내가 안 쓴 듯한 느낌 이상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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