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맨 (Iron Man, 2008)
마블의 부자 히어로

5월달에는 참으로 기대되는 영화들이 많다. 아기다리고기다렸던 <인디아나 존스 4>와 워쇼스키 남매의
<스피드 레이서>, 그리고 큰 기대는 아니지만 전편을 본 입장에서 어차피 보게 될 듯한 <나니아 연대기>,
그리고 오늘 관람한 <아이언 맨>이 바로 그 기대작들이다.

사실 마블의 여러 히어로들의 관해서는 영화화된 정도만 알고 있는 이로서, '아이언 맨'의 존재는 잘 알지
못했던 것이 사실인데, 일단 그가 브루스 웨인에 버금가는(혹은 더!)부자로서, 특수 능력보다는 돈으로 해결하는
히어로라는 정도만 미리 알고 있었다. 예고편에서 탱크의 포탄을 휙 피하고는 미사일 한방 날려주고 무심하게
뒤돌아서는 모습을 보며, <트랜스포머>와 <로보캅>의 중간 정도인 히어로가 등장하는 영화가 아닐까 싶었다.



(스포일러 있음)

일단 많은 이들이 지적한 스토리상의 문제는 나도 어느 정도는 공감하는 바이다. 마블의 히어로를 비롯하여
코믹스를 원작으로한 영화들의 스토리는, 원작의 내용을 따져보면 사실상  굉장히 광범위하고 세세한 면까지
묘사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인지 한 편 혹은 2,3편으로 영화화 할때는 스토리상에 헛점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아이언 맨>의 경우도, 일반 히어로 물처럼 토니 스탁이 완벽한 '아이언 맨'이
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많이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개인적으로는 이런 액션 블록버스터에서 그리 꼼꼼한 스토리를 기대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정도라고 생각된다.

<스파이더 맨>이 우연한 기회를 통해 특수능력을 얻게 된 히어로이고, <슈퍼맨>은 본래부터 외계인이고,
<배트맨>은 막강한 제력을 동원한 히어로라면, <아이언 맨>은 막강한 제력을 바탕으로한 개과천선 히어로라고
보면 되겠다. 무기 판매회사를 운영하며 엄청난 부와 명예를 누리던 토니 스탁은, 사고를 통해 자신이
좋은 일에 쓰려고(사실 미국을 위해, 테러범을 잡기 위해 쓰는 것이나 테러범이 직접 쓰는 것이나 별 차이는
없다고 생각되어, 굳이 이것이 좋은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만) 만들었던 무기들이, 테러범이
손에 들어가 양민 학살에 사용되는 것을 보고, 뒤늦게 깨우쳐 자신의 무기가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더이상
무기를 만들지 않기로 결심하는 동시에, 신개발을 통해 자신이 직접 '아이언 맨'으로 나서서 테러범을 소탕하기에
이른다는 내용이다. 이 중간에는 회사의 중역이 토니 스탁에게서 경영권을 빼았기 위해 테러범과 거래를 하면서,
사실상 더 큰 적으로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다.

가장 설득력이 필요한 것이 '왜 아이언 맨이 되었나?'하는 문제일텐데, 이 영화의 줄거리는 이 부분에서
그리 효과적인 설득과정은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 그저 토니 스탁의 부를 관람하면서, '역시 돈 많으면
다 해결되는구나'하는 생각을 더 자주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미국적인 히어로물이니 어쩔 수는 없는
문제이겠지만, 결국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 미국식 제국주의 사고에
불편함이 들었던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개과천선 히어로라고는 하지만, 결국 악용될 우려가 있으니 남에게는
줄 수 없고, 내가(나만) 꼭 가져야 한다는 기본 생각은 변함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일단 이런 영화가 1편에서 성장과정과 동시에 화끈하게 보여줘야 할 것은 바로 액션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부분에서 <아이언 맨>은 조금 아쉬움이 있었다. 예고편에 등장하는 테러범들을 소탕하는 장면이 사실상
제대로 된 유일한 액션이라고 할 수 있으며, 후반부에 오베디아와 결투를 벌이는 장면은 그리 효과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아이언 맨이 연습삼아 도시를 휙휙 날아다닐 때는 마치 '스파이더 맨'이 마천루를
누비는 장면에서 느꼈던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언 맨'만의 특징을 잘 살리수 있는 액션 장면이라면, 아마도 전투기와 공중에서 대결을 한다던가,
수 많은 적을 상대로 자유롭게 휘젓는 분위기에 액션 장면일텐데, 그런 시퀀스의 액션이 많지 않았던 것이,
무언가 예고편 보다 더 화끈한 액션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영화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가장 우려했던 것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마블의 히어로 블록버스터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소식이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것은 누구라도 아는
사실이긴 하지만, 주로 작품성에 비중이 있는 영화들에 출연해왔던 그가, 어쩌면 가장 안어울리는 액션
블록버스터에 히어로로 등장한다는 사실은, '내가 어딜 봐서 영웅 타입이냐'라는 극중 대사처럼 걱정이 더
많이 되는 소식이었다. 원작을 보진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토니 스탁이라는 캐릭터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괜찮은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천재적인 부자 특유의 거들거림과 자신감 넘치는 분위기와 더불어 유머를
잃지 않는 토니 스탁의 모습은 그로 인해서 좀 더 살아있는 캐릭터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외에 기네스 펠트로와 제프 브리지스의 출연은 더욱 의아했었다.
이들도 이런 영화에는 사실 잘 어울리지 않는 배우들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기네스 펠트로의 모습은
뭐 연기적인 면에서는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냥 개인적으로 받은 느낌이라면 좀 어려보인다는 것
정도. 제프 브리지스는 초반에는 거의 못알아볼 정도였다. 이런 헤어스타일로 등장한 것은 거의 처음이 아닌가
싶은데 막판으로 가면서 악역으로 치닫는 연기는 좋았지만, 뭐랄까 잘 어울린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엔딩 크래딧이 끝나고 등장하는 추가 장면을 보면 완벽하게 2탄을 암시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과연 다른 히어로들과는 달리 '내가 아이언 맨이다'라고 공표한 상황에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도
사뭇 궁금해지긴 하다.


1. 근데 그 인공 심장같은 것은 결국 토니 스탁이 아니라 같이 잡혀있던 그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닌가--;
   이 부분은 잘 모르겠다 ;;;

2. 추가 장면에서는 목소리만 들어도 알만한 배우가 등장했는데, 이제 그는 이런 히어로물에서
   감초 역할로 자주 등장하게 되는 것 같다.

3. 크래딧을 보니 ILM고 더불어 오퍼너지가 참여했던데, 왠지 반갑더라 ^^

4. 그렇게 비밀스런 병기를 감추고 있는 토니 스탁의 집치고는, 보안이 너무 허술한 것 같았다.
    깨친 유리문도 고치지 않고, 아무나 지하실에 내려가도 유리문이라 다 볼 수 있을듯 하고,
    비밀번호도 겨우 3자리 밖에 안되던데;;;

5. 오랜만에 찾은 메가박스 M관은 좌석도 편하고 좋더라.
디지털로 보니 역시 생생한 화질로 감상할 수 있었음. 근데 추가장면은 디지털 버전이라 하기엔
화질이 좀 좋지 않았던 것 같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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