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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2008 넥스트 플러스 영화축제 개막식과 함께 개막작으로 선정된
<영웅본색>을 감상하고 왔습니다.

1. 일단 저의 간략한 감상기

제 평생에 가장 인상깊게 본 영화이자 가장 많이 본 영화 중하나인 <영웅본색>.
극장에서 보기를 고대고대 했었는데 드디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허리우드 클래식에서 본격 개봉전에 넥스트 플러스 영화축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아........정말 당년정 테마 음악이 흐를땐 소름과 눈시울이 붉어지는 걸 겨우 참을 수
있었습니다(겨우 참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후에 밝혀집니다).
수도 없이 본 영화이지만 근래에 본지가 오래되서인지 너무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었고
너무너무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주윤발의 젊은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이제는 만나볼 수 없는 장국영의 풋풋한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가장 인상적인건 적룡 형님의 모습이었죠.

제 감상기는 짧게 마치고, 나중에 본격적으로 다시 감상기를 따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2. 2008년 극장에서 영웅본색 보기

오늘 제가 관람한 극장은 CGV나 메가박스 같은 대형 멀티 플렉스도 아닌
나름 예술영화 전용극장인 씨네큐브였고, 아트플러스 체인간의 행사인 넥스트 플러스
영화축제 개막식이 있었던, 나름 의미있는 자리였습니다.
저는 씨네큐브에서 운영하는 블로그의 공동운영자를 맡고 있어서 부모님 모시고
초대를 받아 관람할 수 있었는데요, 표를 전달해주시던 극장 담당자께 여쭈어보니,
오늘 관객들은 모두 초대관객이며 넥스트 플러스 쪽에서 초대된 관객이라고 하시더군요.
여기서 조금 불안감을 느꼈어야 했는데, 그래도 대형 멀티 플렉스에서 하는 행사도 아니고
더군다나 신작도 아닌 <영웅본색>같은 볼사람은 이미 다 본 영화였으며, 극장도
씨네큐브 였기에 걱정하지 않았었죠.

그런데 객석을 채운 관객들의 면면을 슬쩍 둘러보니 젊은 여성분들이 많았습니다.
영화가 <영웅본색>임에도 여성 관객이 거의 80%에 달하고 있는 것에 약간 의외라고
생각되기도 했었죠. 아니나 다를까 영화 시작 얼마되지 않고서 부터 사건이 시작됩니다.

저는 시작과 동시에 심한 감동을 받고 있을즈음, 주윤발이 성냥을 입에 물자
몇몇 여성관객분이 웃음을 터트립니다.

'이게 뭐가 웃길까' 저는 속으로 생각해봅니다.

그 이후로 이상한 분위기가 이어집니다.

저는 <영웅본색> 정도의 영화라면 볼 사람은 이미 다 보았을 것이고,
추억을 더듬어 극장을 찾은 관객이 대부분이 아닐까 했으나, 의외로 극장내의
대부분 여성 관객분들은 이 영화를 오늘 처음 보는 듯 했습니다.
모든 장면장면에 반응했고, 그 반응은 대부분 웃음이었습니다.

주윤발이 쌍권총을 화분에 숨기는 것보고 우습다며 웃고, 총을 막쏴도 거의 맞지 않자
또 웃고, 나중에 연발 총을 쏠땐 쏘는 모습이 우스웠는지 또 웃고.
맞아서 얼굴이 멍들고 붓자 또 웃고, 주먹을 맞고 쌍코피가 나자 또 웃고.
장국영이 총 맞아 병원에서 수술 받는 장면에서 웃고, 적룡이 수술실 문을 박차고 들어와
눈물을 글썽거리자 또 웃고.

'도대체 어디가 우스운 거지?' 저는 또 생각합니다.

영화속 핸드폰의 크기가 큰 것을 보고 웃는 것도 이해하려고 했지만,
이게 우습다면 사극은 전부 우스운 것이지요. 아니 사람들이 촌스럽게 다 한복을 입고
다니니 말이지요. 시대적인 배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영화를 관람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드나 이해하려고 애써보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저 위에 언급한 장면들 말고도 도대체 뭘 보고 웃는 것인지 알아차릴 수 조차
없는 장면에서도 많은 여성 관객들이 박장대소, 그야말로 박장대소를 하셨습니다.
박수까지 치시면서 웃으셨으니깐요. 더 놀란건 한 두분이 아니라 대부분의 관객이
웃으며 영화를 관람했다는 것입니다. 전 영웅본색을 보면서 웃은 적이 거의 한번도
없었은데 오늘 함께 본 관객들은 영화의 7~80%는 웃으며 박수치며 보셨습니다.

전 예전에 극장에서 보신 분들이 남기신 글들에서 '마크가 배를 돌려 돌아올때 관객들이
박수를 쳤다'라는 얘기를 듣고는, 그런 분위기를 혹시나 생각했으나,
전혀 다른 장면에서 박수와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오늘 영화를 처음 본 대부분의 여성 관객들은 이 영화를
인터넷에 공개되었던 류승완 감독의 '다찌마와 Lee'를 보듯 감상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약간은 오버스럽고 촌스러운 설정(20년 전 영화니 촌스러운게 아니죠)이
마치 다찌마와 Lee처럼 의도된 코믹한 장면인냥 너무 재미있게 웃으시더라구요.


전 원래 이 영화를 여러번 관람할 예정이었지만,
다시는 초대나 무료 관객과는 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주 일요일 이번 행사의 작은 이벤트인 천원의 행복이란 이벤트로
허리우드 클래식에서 천원에 영웅본색을 볼 수 있는 이벤트가 있는데,
이날도 패스해야 겠습니다. 그냥 6천원이나 7천원주고 다시 몇번 관람해야 될듯합니다.
아마도 그 때는 이런 분위기가 덜 나겠죠. 저처럼 예전에 영웅본색을 인상깊게
보셨던 분들이라면 이런 날은 꼭 피하시길 조심스레 권유해 드립니다.


전 <영웅본색>이 코미디 였다는 걸 오늘 알았거든요.

극장에서 떠드는 것보다, 저와는 전혀 다른 포인트에 웃는 것이 훨씬 짜증난다는 것을
오늘 확인하였습니다.

제가 유난히 이상한 걸까요? --;;
흑.....ㅜㅜ




제대로된 감상기는 나중에 좋은 분위기에서 다시 보고 다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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