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사제들 (The Priests, 2015)

강동원이어서 가능한 매력적인 엑소시즘 영화



'검은 사제들', 무엇보다 '검은' 그리고 김윤석과 강동원이라는 조합 만으로도 이미 보통의 영화가 갖고 싶어하는 매력은 충분히 가진 채로 출발한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 (The Priests, 2015)'은 그 매력을 끝까지 잘 활용해 낸 영리하고 매력적인 영화다. 엑소시즘이라는 우리나라 영화에서 흔히 찾아보기 힘든 소재와 신부복을 입은 강동원이라는 설정은, 안먹어도 배부른 반찬 같은 재료였는데, 하나 우려했던 건 그냥 재료로만 소비하고 마는 겉만 화려한 그런 영화가 아닐까 했던 걱정이었다. 왜냐하면 무언가 특별한 설정이나 배우의 이미지를 가져오는 것이 너무 분명한 영화들의 경우, 그것 이상으로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해 그냥 그런 영화가 되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검은 사제들'은 기대 이상으로 영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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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놀랐던(?)건 이 영화가 엑소시즘을 다루는 방식과 비중이었다. 국내 상업영화에서 엑소시즘을 다룬다면 그저 커다란 설정이나 배경 정도로 활용하고 다른 갈등을 불러와 전개하는 경우가 예상되었으나, '검은 사제들'은 그야말로 엑소시즘이 중심이 된 그 자체의 영화였다. 물론 그 악의 기원이나 성장 등에 대한 과정과 설명을 역사적으로 풀어내지는 않았지만 이 영화가 택한 구성이 상업영화로서 거의 최적이 선택이었다고 말하고 싶을 만큼, 보여줄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의 정수를 이끌어 낸 편이다. 다시 말해 군더더기가 없어서 좋았다. 김윤석이 연기한 김신부 캐릭터의 과거나 트라우마 등을 드라마 적으로 길게 소개한다거나, 강동원이 연기한 최부제의 캐릭터에 대한 설명도 딱 그 정도로만 묘사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쓸데없이 감동을 일으키기 위한 설정이나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바로 엑소시즘에 집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이 작품을 끝까지 몰입도에 있게 즐길 수 있었던 요소였다.


부마자로 부터 사령을 끌어내기 위한 구마예식은 이 영화의 전부이자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구마예식을 이 정도 비중으로 전부로 만든 선택이 무엇보다 탁월했다. 그리고 이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구마예식을 관객들이 끝까지 몰입할 수 있도록 한 디테일들과 영화적 구성은 국내 영화에서 이런 수준의 엑소시즘 영화를 본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흥분되기까지했다. 이 작품을 보는 내내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콘스탄틴'이 떠올랐는데, 커다란 액션 없이 기도문 위주의 구마예식으로 '콘스탄틴'과 비슷한 재미를 이끌어 낸 것은 다시 생각해도 '검은 사제들'이 이뤄낸 최고의 성과라 할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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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영화가 매력적인 큰 이유 중 하나는 강동원이라는 배우라는 걸 부정할 수 없을 텐데, 영화 역시 그걸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러니까 영화가 강동원이라는 배우의 이미지를 의식해 일부러 캐릭터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 자체의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하여 이 캐릭터를 완성하고, 또 카메라도 최대한 이를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마예식 중 최부제가 기도문과 외국어로 통역을 하는 장면의 경우, 이 긴장감과 몰입감에 적지 않은 이유를 제공한 것은 다름 아닌 강동원이라는 배우가 만들어낸 비주얼 그 자체였다. 키아누 리브스의 '콘스탄틴'이 그랬던 것처럼, 강동원의 '검은 사제들'도 강동원이어서 성립 가능한 부분이 분명히 존재했고 영화가 그걸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박소담 배우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을 텐데, 웰메이드 특수분장과 특수효과에 힘입은 그녀의 연기는 '검은 사제들'을 기억에 남는 엑소시즘 영화로 만든 포인트 중 하나였다. 관객을 그저 눈을 감았다 뜨거나, 갑자기 눈을 뜨거나 하는 것으로 놀래키는 수준이 아니라, 엑소시즘 영화답게 사령에 사로잡힌 (영화 내용상으로 보았을 땐 사로잡고 있는) 캐릭터를 이 보다 더 잘 연기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놀라운 연기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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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적으로 보았을 땐 이 영화의 배경을 서울 명동 한복판으로 설정한 것이 인상적이었고, 영화는 반복적으로 이 사실을 인지시키려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디 인적드문 시골의 폐가나 외국의 오래 된 성당 등이 아니라, 사람들로 북적이는 명동 한 가운데. 고몇 걸음만 나오면 바로 북적이는 상점들로 연결되는 이 골목과 건물에서 벌어지는 구마예식이라는 설정은, 이 엑소시즘 영화를 더 현실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포인트였다. 더 나아가 영화 속 대사로도 등장하는 것처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일이자 관심을 갖지 않으면 그것으로 끝나는 일에 자의로 몸을 담게 되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적지 않게 생각할 만한 거리를 주고 있어 이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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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영화의 마지막은 속편의 가능성을 충분히 열어두고 있는 듯 했다. 물론 이 이야기가 국내 시장에서 속편까지 가능할까 싶기도 하지만, '검은 사제들'은 시리즈로 연결되기에도 충분히 매력적인 첫 번째 영화였다. 아, 그러고 보니 예전에도 강동원이 출연했던 영화 중에 속편이 나왔으면 하는 작품이 하나 있었더랬다. '초능력자'라고. '검은 사제들'도 속편이 가능할까? 아마 안되겠지.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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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 : 민란의 시대

차라리 더 조윤의 영화였더라면



'범죄와의 전쟁'을 연출했던 윤종빈 감독이 다시 한 번 배우/스텝들과 함께 의기투합하여 만든 사극 '군도 : 민란의 시대'는 그의 신작이라는 점과 하정우, 강동원의 대결 구도 등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었다. 화려한 캐스팅은 물론이고 예고편에서 뿜어나오는 타란티노스러운 리듬감과 스타일은, 강동원이라는 보증되어 있는 비주얼과 함께 어떤 스타일리쉬한 액션 활극이 될지 큰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군도'는 위의 기대를 대부분 충족시킨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윤종빈 감독에게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면 그것은 균형감이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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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의 스토리는 대략 히어로물과 유사하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능력도 없고 평범한 주인공이 우연한 기회에 이미 대의를 위해 오랜 시간을 준비해 오던 무리에 일원으로 합류하게 되면서, 그들에게 훈련을 받아 그들이 오래 계획했던 대업을 결국 마무리하게 되는 중책을 맡게 되는 그런 구조인데, '군도'는 바로 여기에서부터 조금씩 흔들렸다고 하겠다. 저런 스토리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그리고 이 스토리가 관객에게 더 큰 감동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서는 초반 평범한 주인공의 이야기가 관객에게 공감을 얻어야 하고, 무리로 등장하는 선의의 그룹의 이야기 역시 진정성이라는 이름의 이유가 필요한데, '군도'의 경우는 이 두 가지가 조금은 부족했다. 돌무치는 불운한 사건을 겪으며 도치가 되지만 이 성장 아닌 성장 과정에서 관객은 별다른 동요를 느끼지 못하고, 불합리한 세상 속에서 백성을 위하고자 하는 도적떼의 이야기 역시 더 큰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에는 시간도 깊이도 부족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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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빈 감독은 이 부족한 부분을 내레이션을 통해 설명하려 하는데, 아쉽게 느껴졌던 것은 이 부분에서 필요했던 건 설명이 아니라 공감대였다는 점이다. 역사적인 내용은 설명으로 해결이 될 수 있었지만 이 설명 만으로는 지리산 도적떼가 이루려고 하는 진짜 세상과 주인공 돌무치의 울분이 생각보다 와닿지 않았다. 써놓고 보니 특히 돌무치의 경우 그 울분이 더 강렬하게 표현되어도 좋았을 법 했는데 너무 쉽게 대의에 섞여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즉, 개인적인 사정과 시대적인 사정이 결합하는 구조에서 둘 모두가 조금은 미지근하게 표현되다 보니, 전반 부는 조금 지루하고 후반 부는 빠르게 진행되나 감정적으로 공감되기는 조금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인가.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단연 강동원이 연기한 조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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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빈 감독이 설정한 이 영화의 대립 구도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구도가 아니라 둘 다 갖지 못한 자들의 싸움 구도였다. 재산은 물론 먹을 것 조차 제대로 갖지 못한 백성들과 처음 부터 서자로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만 했던 이의 이야기다. 그런 면에서 앞선 군도들의 이야기는 진정성이 미처 다 어필되지 못했지만, 그 반대 편에 서 있는 조윤의 이야기는 비교적 절제된 방식으로도 충분히 설명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후반 부의 클라이맥스에서도 도치가 아니라 오히려 조윤에게 감정이입이 되는 결과까지 낳게 되었다. 솔직히 강동원이라는 배우의 연기가 100% 이를 가능케 했다기 보다는 조윤이라는 캐릭터와 강동원이라는 배우의 비주얼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겠다. 긴 도포를 휘날리며 신선처럼 걷고 그 누구도 당해낼 수 없는 무를 겸비한 조윤은, 강동원이라는 배우를 통해 곱지만 강렬한 선으로 표현되었다. 그리고 조윤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돌무치와 군도들의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갖지 못한 것에서 시작되었기에, 말미에 가서도 그 반대 편에 서 있는 '적'이라기 보다는 또 다른 주인공 (사실상 주인공)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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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보니 차라리 더 조윤에게 포커스가 맞춰진 영화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랬다면 지금과 같은 캐스팅은 어려웠을 지도 모르지만, 조윤의 캐릭터가 워낙 강렬하다보니 조금 더 많은 비중을 조윤에게 할애하고 지금과 같은 구도가 아닌 조윤에게 더 포커스를 맞춘 구도였다면, 혹은 돌무치의 비중과 공감대를 조윤에게 버금가도록 끌어냈다면 (사실은 조윤을 넘어서야 하지만) 더 흥미로운 구도의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군도'는 한 편으로 감독의 전작 '범죄와의 전쟁'과 닮아 있는데, 여럿을 등장시키면서도 그 균형점을 잘 잡아내었던 전작에 비해 이번 작품은 조금은 그 균형이 흔들렸던 것 같다. 하지만 조윤 때문이가. 극장을 나온 뒤로도 계속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런 영화이기도 하다.



1. 타란티노 스타일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을 텐데 (실제로 '장고'에 수록된 음악을 그대로 사용하기도 했고), 그런 면에서 통쾌함을 주지 못했다는 건 아쉬운 점이었네요.


2.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건 극 중 캐릭터들의 나이였죠. 나중엔 이성민씨가 연기한 대호역시 25정도 아니야? 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요. 그 땐 정말 힘든 시기였나보네요;;;;


3. 처음 김성균씨가 등장했을 땐 까메오 정도인 줄 알았었는데 쭈욱 나오더라는. 결국 또 하정우의 오른팔인겁니까?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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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2010)
언브레이커블 돋는 초능력자를 지지한다


고수라는 배우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건 순전히 마스크 때문인듯) 반드시 봐야 겠다는 생각은 사실 없었는데, 그래도 '초능력자'라는 구미를 당기는 제목 때문에 극장에서 놓치면 나중에 후회가 남을 것 같다는 생각에 보게 된 영화 '초능력자'.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어설프다, 유치하다 등등의 많은 평들과는 다르게 개인적으로는 아주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강동원, 고수라는 두 배우의 이름 외에는 아무런 정보도 없었던 이 영화는 (물론 '초능력자'라는 제목자체가 엄청난 정보이긴 했지만) 봉준호, 김지운 감독의 연출부였던 김민석 감독의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특히나 데뷔작임을 감안한다면 아쉬움보다는 가능성을 훨씬 더 많이 엿볼 수 있었던 취향타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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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어린 시절부터 특별한 능력으로 인해 불운을 타고 난 '초인 (강동원)'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리고는 평범하지만 사회의 주류에서 벗어나 있는 또 다른 인물 '임규남 (고수)'의 이야기를 슬쩍 얹어 놓는다. 눈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모든 사람을 자유자재로 조종 가능한 초인은 여느 때처럼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손 쉽게 돈을 훔쳐내는데,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능력이 통하지 않는 규남과 만나게 되면서 이 이야기는 급속도로 전개 된다. 사실 초능력을 갖은 주인공과 이런 초능력이 유일하게 통하지 않는 또 다른 주인공의 이야기라는 설정을 들었을 때부터 M.나이트 샤말란의 '언브레이커블'이 얼핏 떠올랐었는데, 막상보고 나니 '초능력자'는 '언브레이커블'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유사한 점이 많은 작품이었다. 즉, 다르게 말하자면 '언브레이커블'을 보았느냐 말았느냐에 따라 혹은 어떻게 보았느냐에 따라 '초능력자'에 대한 인상이 다를 수 밖에는 없다는 이야기다. 개인적으로는 '언브레이커블'을 히어로 영화의 중요한 줄기 중 하나라고 여기는 입장에서, 이를 충실하게 따르며 또 다른 정서까지 담아내려 했던 '초능력자'가 인상적일 수 밖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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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브레이커블'이 히어로물의 세계관의 충실한 영웅과 악당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인 것과 마찬가지로, '초능력자'도 얼핏보면 단순한 에피소드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바로 이런 '탄생'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언브레이커블'은 좀 더 서사적이고 신화적인 측면에서 무겁게 다룬 것에 비해, '초능력자'는 영웅의 탄생을 유쾌하고 가벼운 터치와 더불어 다른 문화적인 공기를 좀 더 담으려고 애썼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많은 이들에게 이런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못한 것은 바로 이런 유쾌함을 통해 표현하려 했던 부분들 때문이라고도 생각이 되는데, 특히 규남의 친구들인 외국인들의 경우 한국말을 능숙하게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웃음의 포인트가 되기 때문에, 이 패거리의 이야기가 그냥 웃긴 것으로 뭉뚱그려 지는 부분이 있었고 규남의 이야기 역시 거꾸로 돌아보면 영웅의 이야기로 볼 수 있지만, 태생부터 능력 위주로 연출했던 초인의 이야기에 비해 관객들이 규남을 영웅이 되어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본래부터 영웅이었지만 스스로 깨닫지 못했던 언브레이커블의 데이빗 던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받아들이기에는 부족한 면이 없지는 않았던 것 같다. 

물론 더 심각한 분위기와 신화적인 내용을 담아내려 했다면 영화는 더 실패했을 지언정 어쨋든 히어로 물의 범주에서 논의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바로 이 영화가 그려내려 했던 그 분위기와 문화적인 주변의 이야기가 '초능력자'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규남의 외국인 친구들의 경우 한국말을 능숙하게 한다는 것 자체와 마치 이 3인조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도색된 다마스 차량 그리고 폐차장에서 일하는 특성을 살린 각종 수공예 무기들과 후반부 만화적인 상상력마저 폭발하게 하는 부스터 개조까지! 이 3인조는 분명 독특한 분위기를 영화 전체에 제공하고 있다. 주류 사회에서 외면당한 이들의 이야기는 마치 또 다른 히어로물의 가능성을 보여준 '킥 애스'를 연상시키게도 했는데, 결국 주류 사회를 믿지 못하고 아웃사이더인 이들이 스스로 해결하려고 (해결해야만 하는) 나서는 모습은, 그리고 멍청해 보일 정도로 무심한 주류 사회의 모습은 이 영화가 숨기고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정서 중 하나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내면의 것들을 다 무시하더라도 일수회사가 몰려 있는 한국 사회의 또 다른 이면을 배경으로 한국청년과 터키, 가나 청년 이렇게 셋이서 (그리고 다마스!) 만들어내는 아우라는 이런 요상한 감성을 좋아하는 이들을 마구 자극하는 무언가가 분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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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규남의 이야기만 했던 것 같은데 초인을 그려내는 방식도 아쉬움은 있었지만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영화는 초인 역시 완전한 악당으로 그리기 보다는 능력을 타고 났지만 그 능력으로 인해 많은 고통을 겪어야만 했던, '그럴 수 밖에는 없었던' 캐릭터로 그려내려 하고 있는데, 확실히 이런 영화의 의도는 강동원이라는 배우가 초인을 연기하면서 좀 더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즉, 관객들은 다른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영화의 내러티브와 큰 상관없이 강동원이 연기한 캐릭터에 공감을 담게 되기 때문에, 악한 일들을 저지르지만 태생적 고통에 대한 여지를 저절로 얻게 된달까. 물론 이로 인해 적어도 동등한 비중과 공감대는 얻었어야 할 규남의 이야기가 오히려 덜 공감을 얻게 되어 영화가 전체적으로 꼬일 확률이 높아진 것도 있지만, 이런 외부적 요인들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은 관객들이라면 영화가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규남과 초인의 이야기를 모두 비중있게 다루려 했다는 점에 흥미를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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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과 카메라 그리고 음악에 있어서도 상당히 의도된 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콘트라스트가 강한 영상은 장면 장면에 더 힘을 실어주고 있으며 음악 역시 상당히 장르화 되고 매우 의도적으로 사용되고 있어, 다른 부족한 부분들을 힘으로 커버하고 있는 느낌이다. 카메라의 경우 한 2~30도 쯤 기울여서 찍은 장면들이 상당히 많았는데, 초인과 규남의 대결 구도를 더 돋보이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영화에 전체적으로 리듬감을 주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특히 규남이 임대리로서 첫 출근하는 날의 그 장면은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 중 하나였다. 

아, 그리고 말 많은 규남의 엔딩 장면에 대해서는, 이 영화가 그냥 '초능력자'였다면 필요없는 과한 장면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언브레이커블'과 마찬가지로 영웅의 탄생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이 장면이 반드시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를 그리는 방식이 좀 세련되다기 보다는 너무 직접적이고 코믹하긴 했지만 (그런데 이렇게 오버스러운 연출이 오히려 귀엽고 이 영화를 더 오래 기억하게 할 것 만 같다), 이 장면이 있어야 '아, 그래서 규남이 결국 그렇게 되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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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쉬운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아쉬움 보다는 감독의 마니아적 취향과 정서가 인상적이었던 작품이었고, 유쾌함과 통쾌함도 느껴졌던 힘이 있는 작품이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좀 더 세련된 작품이 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작품인 것도 분명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날 것의 느낌이 살아있는 이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 아마도 속편이 나온다면 아, 속편이 나온단 얘기 따윈 없었지. 하지만 유토피아 임대리가 매편 다른 초능력자를 상대하는 시리즈물로 기획된다면 어떨까. 그럴리 없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이 작품 '초능력자'는 갈수록 의미있는 '임규남 비긴즈'가 될지도 모른다. 순전히 개인적인 공상이지만.


1. '유토피아 임대리다!' 아, 이 대사가 주는 정서가 좋았어요. '유토피아'라는 회사 이름도 의미심장하고 말이죠 ㅋ

2. 많은 분들이 단순히 '왜 안죽어?'라는 의문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영화를 더 재미있게 즐기지 못하는 것 같아 조금 아쉬웠어요. 여기서 자유로워지면, 아니 왜 안죽는지를 인정하고 나면 영화가 좀 더 재미있어지는데 말이죠;

3. 몇몇 말깔나는 대사들이 있었어요. '엄마가 단추 끝까지 채운 놈들은 조심하랬어'라는 대사 같은거요. 김인권 씨의 애드립일 수도 있겠군요. 

4. 두 주인공 만큼이나 두 명의 외국인 친구들이 주는 인상이 컸어요. 단순히 유창한 한국말을 하는 외국인을 넘어서서, 연기도 나쁘지 않았거든요. 아, 이 3인조를 오래 기억하게만 될 것 같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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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2007)

이명세 감독은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감독가운데 둘째 가라면 서러울 스타일리스트이다.
전작 <형사>가 많은 이들에게 외면 당하면서도 한 편에선 극찬을 받았던 것도 바로
그 '영상미' 때문이었다.

사실 <형사>는 나도 적잖이 당황스런 시츄에이션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었지만
하지원과 강동원이 펼치는 달밤의 결투씬은 그야말로 이명세만이 만들 수 있는
미쟝센이었다. <M>을 처음 보는 순간 바로 그 장면을 떠올리게 되었다.
하지원과 강동원이 서로 담벼락에 드리워진 어둠 속에 몸을 숨겼다 나타냈다 하면서
펼쳤던 바로 그 액션 장면.

그 장면에서 빛과 그림자의 대한 활용방법을 맛뵈기로 보여주었다면
이 영화 <M>은 본격적으로 빛과 그림자의 효과를 극대화시킨 영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커피빈 로케이션의 조명은 정말로 최고로 마음에 들었다. 이 장면을 처음으로 보았을 때
<블레이드 러너>에서 데커드가 걷던 비오는 거리 장면이 바로 떠올랐는데, 그 이유는 비가 세차게 내리 듯,
콘트라스트와 음영이 강조된, 햇살이 비추는 효과가 그 만큼 강렬했기 때문이었다)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매우 어두운 분위기로 진행이된다.
일단 조명이 매우 어둡게 진행되며 밤과 낮, 안과 밖의 경계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외곡되어진(혹은 오히려 강조된) 빛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거울(Mirror)을 자주 이용하여 화면 속에서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는 동시에
분할의 효과를 가져다주어 만화적인 느낌과 동시에 페이드 아웃과 인이 용이해지는 효과를 내고 있다.

그리고 영화에 계속 등장하는 골목들과 성냥갑 같은 소품들은 이 영화를 단순한 멜로가 아니라
(이 영화는 본질적으로 분명 멜로 드라마이다)좀 더 미스테리하고 신비스런 분위기를 내는데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모나리자'미용실은 둘째 치더라도, 루팡이라는 바(Bar)는, 아니 그 간판이 있는 골목만은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마치 줄리 런던의 'Cry Me a River'를 떠올리게 하는 정훈희의 '안개'를 비롯하여 적재적소에 스타일을 더해준 각 종 장르의 음악들도 매우 효과적이었다.
나중에 엔딩 크래딧을 보다보니 역시나 조승우씨의 영화음악!



(나중에 DVD가 출시된다면 꼭 저 루팡(Lupin) 성냥갑을 포함한 한정판으로 발매해주길!)

이 영화가 이명세 감독의 팬들뿐만 아니라 전 대중에게 관심을 받게 된 이유는, 누가 뭐랄 것도 없이
강동원의 캐스팅 때문.
<형사>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명세 감독과 강동원은 <M>에서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추게 되는데,
이 영화는 대사도 대사지만(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화면 가득 대사를 나열해 줄 정도로 대사의 중요성도 상당하다) 미장센으로 말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강동원은 기존의 신비스럽고 고급스런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와서
더욱 효과적으로 소비하고 있고(효과적으로 소비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에는 보여주지 않았던
오버스런 대사처리라던가(극중에서),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등의 연기도 보여주는데,
조금 확신할 수 없는 건, 극중 '민우'의 어설픈 발성과 대사처리가 강동원의 연기부족 탓인지
캐릭터의 성격인지 완벽하게 이해할 수가 없다는 점(이 점은 이연희가 맡은 '미미' 캐릭터도 마찬가지).

분명 <M>은 평범한 스타일의 영화는 아니기 때문에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연기 스타일또한 정형화된것이 아니여서
뭐 어느 정도는 그럭저럭으로 남겨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이 영화에서 밝고 환하게 표현된 시퀀스는 바로 미미와 관련된 추억씬. 모나리자 미장원 씬 뿐이다)

'미스테리 스릴러'를 표방하고 있지만, <M>은 본질적으로 '멜로 드라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명세 감독의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이, 일반적인 영화들과는 다른 보는 방식으로 풀어냈을 뿐
민우가 첫사랑인 미미를 찾아가는 멜로드라마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감독이 더 말하고 싶었던 중요한 것은 바로 꿈(夢 Mong)의 관한 이야기이다.
첫사랑과 추억에 관한 민우의 꿈의 관한 이야기이며, 꿈과 현실의 경계라는 것에 대해 모호함을 남겨둔
작품이기도 하다(꿈속에서만 존재하는 루팡의 성냥갑이 실제 민우의 서랍속에 존재하는 것과 미미의 머리카락 또한 그러한 것이 그 이유).

꿈.

첫사랑.

그리고 빛과 그림자.

이명세 감독이 만들어낸 강동원 주연의 <M>은 황홀한 미장센만큼이나
개인적으론 그의 영화를 보고는 처음으로 여운이 깊게 남은 작품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와 이어져있는 이명세 감독의 전작인 <첫사랑>을 찾아 봐야 할 것 같다.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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