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미라클 (Big Miracle, Blu-ray Review)
실화에 근거해 돌 직구를 던지다


1988년. 아무 일도 일어날 것만 같지 않은 알래스카의 어느 한적한 마을에 멸종 위기의 회색 고래 세 마리가 얼어버린 바다 속에 갇혀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빙벽에 뚫린 작은 구멍을 통해 위태롭게 숨을 쉬는 고래들의 모습이 방송에 공개되자 많은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되었고, 결국 이 알래스카 고래 세 마리의 안타까운 사연은 국제적인 사건이 되어 전 세계의 주목 속에 해결책을 모색하게 된다.






'빅 미라클'이 실화라는 점을 글의 초반에 강조하는 이유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많은 영화들이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경우 너무 허구가 심하다고 느낄 수 있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이 영화는 특히 더 그런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즉, 만약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라는 설명이 없다면 '에이~ 이건 너무 심하잖아' 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말해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실제로 벌어진 사건을 담고 있는 영화가 '빅 미라클' 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빅 미라클'이란 제목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아내고 있기도 하다). 더군다나 스토리텔링의 대가 '워킹 타이틀'에서 제작한 작품이라 하마터면 또 하나의 훈훈한 (허구의)이야기구나 하고 오해할만한 근거도 다분하고.





이 영화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과연 이 실화 같지 않은 놀라운 이야기를 어떻게 관객들이 믿도록 만드느냐 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일단 부가적인 장치들을 보자면, 실제 당시 보도되었던 뉴스 영상들을 곳곳에 배치하여 현실감을 높였고 (아마도 예전에 AFKN을 자주 보았던 이들이라면 익숙할 앵커들의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촬영 역시 실제 현장에서 상당 부분을 촬영한 것 등을 들 수 있을 텐데, 이러한 양념들이 전혀 없었던 것들은 아니지만 근본적으로 '빅 미라클'이 취한 방식은 이른바 '돌 직구'라고 할 수 있겠다. 즉, 실화와 실화가 주는 감동의 힘을 믿고 그대로 밀어 붙인 것이다. 





▲ 차인태 아나운서 만큼이나 익숙한 그들의 얼굴 ^^


보는 사람에 따라 이 같은 '돌 직구'는 영화 전체를 너무 심심하고 평이하게 만들어 버릴 수도 있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 자연과 동물 그리고 이를 둘러싼 사람 (정치/경제/문화/사회적 문제)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실화를 그리는 방식으로 무식하리만큼 정직한 이 방식은 괜찮았다고 생각된다. 실화이면서도 내러티브가 부족하다고 느낄 만큼의 설정이 많았지만 이 부분을 굳이 보충하려 들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한 영화의 정직함은, 결국 1988년 당시 고래 세 마리를 구하기 위해 모두 한 마음으로 모여들었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처럼, 작지만 훈훈하고 따듯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빅 미라클'이 말하고자 하는 건 두 가지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사건을 통해 재차 확인하게 되는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차이와 그 차이로 인한 현실 그리고 그럼에도 기적처럼 이뤄낼 수 있다는 실화로서의 가능성 일 것이다. 이건 인간이 미처 다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인 고래가 만들어낸 기적이었을까, 아니면 사람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기적이었을까? 영화 속, 아니 실화 속 사람들에게 그 답이 있다.


Video


MPEG-4 AVC 포맷의 1080p 블루레이 화질은 최신작답게 준수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알래스카의 그 차가운 공기와 단단한 얼음들의 질감이 잘 표현되고 있으며, 로봇 고래이긴 하지만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 때에는 고래라는 존재에 특유의 신비감이 잘 느껴질 정도로 이질감 없이 표현되고 있다.







대부분의 장면이 하얀 얼음 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덕에 좀 더 확연한 대비가 느껴지는데, 고래의 어두운 얼굴 부분과의 대비는 물론, 주요 인물들의 의상과도 대비가 돼 (그리 화려한 색의 의상들이 아님에도) 좀 더 화질 측면에서 체감이 높다고 할 수 있겠다. 조금 아쉬운 점은 블루레이의 화질 탓은 아니지만, 드류 베리모어가 바다 속으로 들어간 장면에서 CG라는 점이 좀 도드라지게 표현돼 이질감이 살짝 느껴진 부분이었다.


Sound


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 역시 크게 흠잡을 데 없는 수준이다. 사운드 적으로 귀 기울여 볼 만한 장면들이라면 역시 얼음 밑 바다 속에서 유영하는 고래들이 서로 대화하는 그 소리, 그 소리의 공명을 주의 깊게 들어볼 필요가 있겠다. 조금 공간감이 더 풍부했으면 좋았겠다 싶은 아쉬움도 들지만 비교적 만족할 만한 소리를 들려준다.






후반 부 등장하는 대형 해빙선 장면의 경우 거대한 빙벽과 충돌할 때 좀 더 임팩트 있는 소리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잔잔한 드라마 장르인 탓에 멀티 채널의 활용도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Special Features


부가영상의 첫 번째로는 삭제장면이 수록되었는데, 켄 콰피스 감독의 삭제 장면에 대한 소개가 곁들여져 있어 해당 장면에 대한 부가적인 설명과 의미를 자세하게 만나볼 수 있다. 삭제 장면으로는 아담이 평소 선망의 대상으로 삼고 있던 여 리포터와 한 방에서 지내게 된 에피소드를 비롯해, 이 사건을 다루는 CNN 방송국의 토크쇼에 석유회사 수장이 출연하여 인터뷰를 하는 장면들이 수록되었다.






'A "Big Miracle" in Alaska'는 전반적인 제작과정을 담은 부가영상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좀 더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실제 알래스카의 로케이션 촬영을 감행하게 된 에피소드와, 마치 실제 이야기의 주인공처럼 이 프로젝트에 두 손 두 발을 걷어 붙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보여준 여주인공 드류 베리모어의 열정도 엿볼 수 있다. 단순히 영화를 영화로만 접근하고 있지 않은 드류 베리모어를 비롯해, 실제 알래스카 원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더 풍성해지고 현실감을 갖게 된 영화의 구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Truth is Stranger than Fiction'에서는 이 믿기 힘든 실화의 주인공인 실제 인물들의 이야기와 영화 속 이야기를 비교하여 들려주는데, 어쩌면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실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임은 처음부터 밝히고 있지만 어디까지가 정말 실화의 범위인지는 가늠하기 어려웠는데, 실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통해 거의 다큐멘터리에 가까울 정도로 실화를 담아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로 인해 새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주는 의미와 감동을 다시 한 번 새겨볼 수 있었다.





[총평] '빅 미라클'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의 기본적인 맥락은 고스란히 갖추고 있지만, 그 평범함을 일부러 벗어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진실(사실)의 힘을 믿고 우직하게 밀어붙인 정직한 영화였다. 혹자들에게는 지루하고 뻔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실화가 갖고 있는 기적 같은 힘을 믿고 부가적인 장치 없이 그대로 담아낸 영화가 결코 나쁘지 않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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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핏 (Whip It, 2009)
뻔하지만 재미있는 세가지 이유


엘렌 페이지에 저 가인스러운 아이라인의 포스터를 본 순간, 그리고 감독인 드류 베리모어를 비롯해 영화 속에 터프한 '언니'들이 많이 등장한다는 걸 알게 된 이후부터 <위핏>은 쭈욱 기대작이었다. 사실 드류 베리모어의 첫 연출작이라는 점에서 기대한 것보다는 엘렌 페이지를 비롯한 수 많은 여자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더 기대되는 포인트였을 것이다. 드류 베리모어는 연출작은 처음이지만 이전 몇몇 작품의 제작자로서 나선적이 있어서 이런 감독으로서의 행보가 크게 낯선 것만은 아닌데, 결과적으로 '엇, 드류 베리모어에게 이런 점도 있었어?'라기 보다는, '딱 봐도 드류 베리모어 스타일이 묻어나네'하고 느낄 정도의 통쾌하고 깔끔한 가족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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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핏>의 줄거리는 사실 이보다 더 간단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흔한 소녀의 성장드라마이다. 이제 막 소녀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려는 찰나에 놓인 주인공은, 애정 문제로 진로 문제로 그리고 부모와의 문제로 갈등을 겪는다. 여기에는 우리가 너무도 많이 보아왔던 멋진 밴드 보컬의 남자친구, 시골 작은 마을 소녀로서 이곳을 빠져나가 더 큰 세상으로 나가고픈 욕망,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이것저것 다 해보지도 못했는데 한가지 길만 가라하는 부모님과의 갈등이 또 다시 등장한다. 여기서 조금 다른 점이라면 소녀의 분출구 중 하나가 조금은 특별한 '롤러 더비' 경기라는 점일 것이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 이 영화는, '과연 소녀가 나중에 어떻게 될까?' '더비 경기에서 우승할까?'라는 점에서 보게 된다면 정말 재미없는 영화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위핏>은 뭐가 재미있는걸까? 개인적으로 그 첫 번째로는 캐릭터를 들 수 있겠다. 이 작품은 하나같이 몹시도 만화 같은 캐릭터들로 채워져 있는데, 이들에게 영역 설정을 적절하게 해준 감독의 연출력을 눈여겨 볼 만 하다. <위핏>의 캐릭터들은 분명 만화같은 캐릭터들이지만, 별로 만화같은 행동들을 저지르지는 않는다. 그 말은 즉슨 좀 독특해 보이기는 하지만 완전히 만화처럼 오버스런 캐릭터로 나아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헐 스카우트' 팀을 비롯해 상대팀원들도 그렇고, 더 오버하여 완전히 스포츠 만화로 이어질 여지가 많았지만, 이들은 어쩌면 자신의 캐릭터를 제대로 다 소개하지도 못한채 (그런데 이렇게 되었다면 가족 영화로서의 동력을 떨어졌을지 몰라도, 다른 한편으론 더 재밌는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존재하고 있는데, 별로 결정적인 장면 없이 항상 '팀'으로 등장한다는 점은 (개성은 부여하되 항상 팀으로만)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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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는 역시 이런 캐릭터들을 잘 살린 수 많은 배우들을 들지 않을 수 없겠다. 주인공을 맡은 엘렌 페이지에게서는 아직도 <주노>의 그림자가 남아 있긴 하지만, 좀 더 엘렌 페이지만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달까. 엘렌 페이지가 언제쯤 소녀 이미지에 기대지 않은 캐릭터로 다가올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어쨋든 현재 엘렌 페이지의 소녀 이미지는 언제든 환영이다. 많은 여배우들 가운데 가장 반가운 배우는 줄리엣 루이스였다. '메이븐' 역할을 맡은 줄리엣 루이스는 예전에도 그랬지만 망가지면 망가질 수록 지나 데이비스를 떠올리게 하는데, 거칠고 '찌든(?)' 언니 역할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메이븐 역할은 악역으로 빠지기 쉬운 캐릭터였으나 이 정도의 롤을 부여한 것은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탁월했다 여겨진다.

<미스트>의 '그랜드 캐년'(!) 마샤 게이 하든 여사 역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는데, 그녀의 특유의 무서움과 그 이면에 따듯함을 동시에 보여준 캐릭터로서 뻔한 가족영화가 되지 않는 중요한 캐릭터라고 생각된다. 남편 역할을 맡은 다니엘 스턴의 경우 다들 알아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나 홀로 집에>의 그 도둑인데, 나이가 들어서도 아직까지 그 천진한 표정이 남아있어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만약 그가 하지 않았다면 존 굿맨이 맡았을 역할로 생각되었을 정도 ㅎ
<데스 프루프>의 그녀 조 벨 역시 반가운 배우였는데, 그녀가 출연했길래 당연히 스턴트에도 관여를 했을 줄 알았는데 (물론 어느 정도는 했겠지만), 크레딧을 보니 온전히 배우로만 출연을 했더라. 힙합 아티스트로 더욱 유명한 이브도 있는 듯 없는 듯 했고, '버드맨' 역할로 나온 카를로 알반은 어디서 봤는가 했더니 TV시리즈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NBA저지를 항상 입고 있던 그였더라. 드류베리 모어나 크리스틴 위그를 비롯해 여기 언급하지 않은 많은 조연배우들이 많든 캐릭터 덕에 한층 재미가 배가 되었던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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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는 뻔하지만 감동적인 연출과 영화에 사용된 음악들을 이야기할 수 있겠다.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을 보고도 나름 재밌다고 생각했던 나여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뻔한 가족 드라마의 몇몇 순간에서는 찡해지기도 했는데 이런 부분을 과잉으로 몰아가지 않고, 그 정도로 두는 연출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영화 삽입곡들은 사실 맨처음 드류 베리모어에게 기대했던 작품이 있었던 것처럼, 음악 역시 '아마도 이런 분위기의 곡들이 나올 것 같다'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선곡에 반가움이 먼저 들었다. 'The Ramones'와 'Clap Your Hands Say Yeah'를 비롯해 특히 영화의 후반 하이라이트 경기 부분에 'the Go! Team'의 익숙한 곡이 들려왔을 땐 박수라도 칠 뻔했다 (그런데 기억이 정확하지 않아서인지는 몰라도 분명 기억엔 'The Power Is On'이었던 것 같은데 사운드트랙에는 'Doing It Right'가 수록되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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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드류 베리모어의 첫 연출작인 <위핏>은 이 정도면 성공이다. 그녀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차기작을 통해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더욱 펼칠 수 있을지 기대된다.


1. 스페셜 땡스란에 '스티븐 스필버그'의 이름을 보니 왠지 뿌듯하더군요 ^^
2. 그런데 이 '롤러 더비' 경기는 실제로 북미지역에 존재하는 건가요? 살짝 궁금해지더군요.
3. 크레딧의 맨 마지막 프로덕션 이름을 보고 또 한번 재미있어 했네요 ;;
4. 상하는 정확하지 않아도 좌우는 확실히 짤린 화면비였는데, <더 문>에 이어 두 번째군요 윽..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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