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Spotlight, 2015)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미국의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보스턴 글로브 내 ‘스포트라이트’팀은 가톨릭 보스턴 교구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취재한다. 하지만 사건을 파헤치려 할수록 더욱 굳건히 닫히는 진실의 장벽. 결코 좌절할 수 없었던 끈질긴 ‘스포트라이트’팀은 추적을 멈추지 않고, 마침내 성스러운 이름 속에 감춰졌던 사제들의 얼굴이 드러나는데… (출처 : 다음영화)


2002년 미국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지 내 스포트라이트 팀을 통해 폭로된 가톨릭 사제들의 충격적인 아동 성추행 스캔들 실화를 다룬 토마스 맥카시 감독의 '스포트라이트 (Spotlight, 2015)'는, 충격적일 수 밖에는 없었던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다시 한 번 고발하려는 것에 목적이 있는 영화가 아니라, 영화의 제목처럼 이 스캔들을 세상에 폭로하기 위해 스포트라이트 팀이 겪어야 했던 과정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영화다. 단순하게 성직자들이 어린 아이들을 성추행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충격적이지만, 영화는 이 충격적 사실이 세상에 나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를 조명하는 것에 더 많은 공을 들인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보스턴이라는 오래되고 견고한 도시의 특성을 배경으로 보스턴에서 가톨릭이라는 종교가 단순한 종교 이상의 지배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지, 즉 이 가톨릭 커뮤니티가 가족, 동료, 학교, 회사 등 모든 영역에 근본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배경 가운데 오로지 진실 만을 위해 사실을 세상에 알려야 했던 스포트라이트 팀의 활동을 건조하지만 치밀하게, 비교적 감상적이지 않는 입장을 취하며 전개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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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사명감을 강조한다. 꼭 언론과 기자라는 직업군을 이유로 들지 않더라도 여러 일 가운데는 반드시 내가 해야만 하는 일과 굳이 하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 일이 있는데, 이 영화는 후자의 일을 전자의 일로 감수해 낸 용감한 자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바로 내 가족과 동료, 그리고 내가 다닌 학교 등 나를 구성하는 많은 커뮤니티들이 묵인했던 진실, 아니 그보다는 내가 믿고 있고 나를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너무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무너져 버릴 수 있기 때문에 묵인하고 부정할 수 밖에는 없었던 현실 속에서, 그 모든 것을 무릅쓰고 반드시 '내'가 해야만 했던 일을 해낸 이들에 관한 이야기다. 일차적으로 요금 같이 꼭 기자가 아니더라도 (기자라면 더욱)자신이 하는 일과 직업에 대해 사명감과 장인정신을 찾아 보기 힘든 세상에서, 기사를 내 자식처럼, 온전히 내 것이라는 인물들의 열정과 신념은 그 자체로 주는 감동이 있었다. 굳이 취재라는 것이 거의 실종되어 버린 국내 언론의 현실을 비춰보지 않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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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영화는 사명감의 이유나 목적을 추상적인 것으로 그리지 않는다. 어쩌면 앞서 언급한 상황을 무릅쓰기엔 너무 먼 개념인 추상적 정의로움이나 선의 등의 이유가 아닌, 그 아동성추행의 대상이 바로 내가 될 수도 있었다는 아주 현실적인 질문을 통해, 누군가가 이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이 조직적이고 거대한 범죄와 고통은 결코 끝나지 않음은 물론이요, 다음 피해자는 나나 내 가족이 될 수 있다는 현실적 조언을 한다. 실제로도 현실에서 보면 뉴스에 나오는 어떤 끔찍한 사건 등을 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타까워 하면서도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하곤 하는데, '스포트라이트'에서는 단순히 '내가 될 수도 있었어' 수준이 아니라 '내가 선택되지 않은 것이 운이 좋은 것 뿐이야'라고 더 센 강도로 이야기한다 (놀라운 건 실제 이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 수를 본다면 정말로 운이 좋아서 피해자가 되지 않았다고 충분히 볼 수 있을 정도다).


그리고는 마지막에 가서 만약 이들이 이 기사를 내지 않았더라면, 그들 역시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처럼 아무 일 없이 덮으려고 했다면 얼마나 더 많은 피해자들이 그 이후로도 발생되었을 지를 단적인 자료들로 보여준다. 그 엄청난 수의 리스트는 이 스캔들의 규모를 보여주는 데이터라기 보다는 이들이 살려 낸 생존자 리스트로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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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크 러팔로는 이번에도 참 좋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를 비롯해 이 스포트라이트 팀은 정말 다 진짜 같아요.

2. 리브 슈라이버의 저런 지적인 연기는 처음 본 것 같아요 ㅎ

3. 전혀 다른 얘기로 요새 (주)더쿱 에서 수입한 영화들을 자주 극장에서 보게 되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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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인 파리 (Midnight is Paris, 2011)

우디 앨런의 엑설런트 어드벤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는 감독 중 한 명인 우디 앨런의 신작이었기에 심히 로버트 레드포드처럼 나온 오웬 윌슨의 영화 포스터만 보고는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포스터만 보고는 워낙에 도시를 중심으로 한 영화를 좋아하는 우디 앨런이라 파리에 대해 흠뻑빠진 그의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소소한 작품이 아닐까라고만 예상했었다. 하지만 이미 '스쿠프 (Scoop, 2006)' 같은 작품을 통해 재치를 보여주었었던 그는, '사랑해, 파리' 연작이 아닐까 싶었던 영화를 또 한 번 우디 앨런다운 작품으로 아기자기하게 그리고 자신감있게 만들어냈다. 보는 내내 큭큭 거리고 흐뭇하게도 되었던 '미드나잇 인 파리'는 마치 우디 앨런이 쓴 '엑설런트 어드벤처' 같았다. 키에누 리브스가 출연했던 바로 그 '엑설런트 어드벤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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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인 파리'는 좁게 보자면 작가에 대한 이야기이고 넓게 보자면 개개인의 느끼는 삶의 만족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우선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들었던 가장 앞선 생각은 오웬 윌슨이 연기한 주인공 '길'이 너무도 부러웠다는 점이다. 나도 종종 그런 꿈을, 내가 평소 동경하는 인물들과 친구 관계로 설정되어 있는 꿈을 꾸곤 하는데, 그 때마다 얼마나 꿈에서 깨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쳤는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이 평소 존경하던 작가, 예술가 들을 만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과 친밀한 인간관계를 만들어 가게 되는 '길'의 모습에 대리 만족을 해볼 수 있었다.


극중 '길'은 소설을 한 편 쓰고 있는데, 주변 얘기를 빌리자면 돈 되는 것과는 무관한 그리고 대중들의 취향과도 좀 멀어져 있는 자신만의 세계에 근거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 현실에서 이렇게 냉대를 당하던 '길'은 자신이 동경하던 예술가들을 만나 그들로 부터 영감을 받는 것은 물론, 좋은 반응을 듣게 된다. 앞서 이 영화가 좁게는 작가에 대한 넓게는 삶의 만족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는데, 작가로서 '길'이 갖고 있는 평소 생각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다시 말하자면 이 영화는 '길'이 사건을 겪고 변하게 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본래 갖고 있었던 자신의 생각을 의심없이 믿게 되는 얘기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글에 대해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고 그 얘기는 곧 평가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밖에는 없다는 얘기가 된다. 작가인 '길'의 이야기는 감독인 우디 앨런과 겹쳐질 수 밖에는 없는데, 이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구성 자체에서도 바로 그 작가로서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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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등장하는 수 많은 예술가들의 면면은 매우 흥미롭지만 그들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다면 사실상 100% 소화하기는 어려운 구성을 취하고 있다. 물론 극 중 등장하는 헤밍웨이, 피카소, 스콧 피트제럴드 등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대중 측면에서 보았을 때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이들이 있는 반면, 분명 유명한 예술가로서 등장하는 것 같기는 한데 누구인지는 모르겠는 경우가 많은 편이었고, 영화는 기존 비슷한 설정을 갖고 있던 영화들과는 달리 누구나 다 알만한 유명인만을 등장시키지도, 이들에 대해 친절한 설명을 해주지도 않는다. 그런데 반대로 얘기해서 만약 영화가 이들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했다면 그건 정말 아니었을 것이다. 이건 '길'의 이야기고 '길'에게 이들은 너무나도 익숙한 동경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우디 앨런은 바로 자신이 동경하는 이들에 대해 아는 만큼의 이야기를 자신있게 풀어놓았다. 대사 하나 하나에도 깨알 같은 사전 지식을 기반으로 한 조크들을 배치했는데, 쉽게 얘기해서 아는 사람만 웃어도 좋다는 식이었다. 물론 우디 앨런 쯤 되니 이런 자신감도 이상할 것이 없지만, 극 중 '길'이 깨달은 것처럼 개인적으로도 글을 쓸 때 이러한 자신감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글을 쓸 때 무엇인가를 100% 설명하려다보면 오히려 내가 길을 잃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차라리 누구나에게 이해받지 못하더라도 그 정수를 깨닫고 있는 이들을 만족시키는 글이 결국은 더 많은 '누구나'를 끌어 안을 수 있는 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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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면 결국 누구나 동경하는 바가 다르고, 호불호가 갈리고, 만족도가 다를 수 밖에는 없다는 것에 근거해 지금(현실)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지만, 그 가운데 오히려 과감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바를 위해 그 세계에 남기로 한 아드리아나(마리온 꼬띨라르)의 이야기가 '길'의 선택 만큼이나 인상 깊게 다가왔다. 이런 저런 현실적인 것들을 다 던져버리고 자신이 좋아하고 믿는 것들에 대해 100%를 던질 수 있는 가에 대한 의문은 항상 겪고, 최근 더 절실하게 겪고 있는 문제인데 영화 속 '길'과 아드리아나의 이야기가 전한 작지만 임팩트 있는 깨달음은, 파리의 그 아름다운 풍경들 보다도 더 깊게 남았다. 뭐 그래도 파리는 꼭 가보고 싶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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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에도 있지만 극 중 등장하는 예술가들과 그들의 이야기에 대한 사전 지식이 더 있었더라면 영화를 좀 더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더군요. 물론 이것 없이도 즐길 수 있는 영화이긴 하지만 말이죠;;


2.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는 또 다른 재미는 역시 배우들 보는 재미죠. 너무 많은 배우들이 등장해서 다 얘기할 수는 없지만 톰 히들스톤, 마이클 쉰은 물론이요 에드리언 브로디와 앨리슨 필의 출연도 몹시 반가웠어요. 아, 그리고 '미션 임파서블 4'에 나왔던 그 바바리 언니 레아 세이두를 보게 된 것도 큰 반가움이었구요.


3. 아직 파리는 못 가봤지만 이제 가게 된다면 꼭 들러야할 명소가 한 군데 더 생겼네요. 12시되면 이제 그 계단에 앉아 있는 사람들 제법 되지 않을까 싶네요 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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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State Of Play, 2009)
활자의 감성을 그리워하는 스릴러


<박쥐>야 그렇다치고 또 하나의 화제작이었던 <울버린>을 재치고 더 먼저 보고 싶었던 영화가 바로 이 영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였다. 러셀 크로우, 벤 에플렉, 헬렌 미렌, 레이첼 맥아담스, 제프 다니엘스 등 연기자들의 이름만으로도 본전은 얻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던 것이 사실이었고, 포레스트 휘태커 주연의 <라스트 킹>을 연출했던 케빈 맥도날드 감독과 본 시리즈와 <마이클 클레이튼>을 썼던 토니 길로이의 이름은 이러한 기대감을 더 굳히는데 톡톡히 한 몫을 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2003년 영국 BBC에서 방영한 TV시리즈를 원작으로 각색한 버전을 담고 있는데, 이런 기본적 정보들 외에 영화에 대해 알고 있던 정보는 단순히 스릴러라는 것 정도였다. 보고나니 이 영화는 권력과 음모에 관래 파해치는 기자와 언론에 관한 스릴러였으며, 무엇보다 블로그로 대변되는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활자로 인쇄하는 신문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있는 영화이기도 했다.




스릴러 영화를 리뷰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이제는 정말 스릴러 영화를 만들기가 더욱 어려워져만 가는 것 같다. 대개의 줄거리들은 이미 다 알려져있는 상황이고, 갈수록 똑똑해지는 관객들을 이끌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도 사실인 듯 하다.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의 줄거리도 아주 새로울 것은 없다. 특히 고물 데스크탑에 마우스 보다는 펜을 신봉하며 책상 앞에 앉아 취재하는 것보다는 몸으로 뛰는 세대의 기자인 칼 맥카프리(러셀 크로우)와 블로그 운영을 하고 있으며 펜은 매번 잃어버리곤 하는 여기자 델라(레이첼 맥아담스)의 관계는 매우 전형적이라 할 수 있다. 누구나 예상하듯이 결국 델라는 칼의 방식과 가치관을 가슴 깊이 받아들이게 되는데, 그 과정도 새로울 것은 없다.

이 영화가 보여주고 있는 주된 음모에 대한 것도 비슷하다. 각종 스캔들 등으로 자신들의 과오를 덮으려는 배후 세력, 그리고 여기에 정치권이 아주 깊이 관여해 있으며, 모든 시장을 독점해가는 거대기업이 얼마나 일반인들이 모르는 사이에 합법적으로 세상을 지배해 나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에 맞서는 이는 역시 힘없고 보잘 것 없는 한 사람의 기자일 뿐이다.




줄거리가 새로울 것이 없다면 역시 그 짜임새를 봐야 할텐데,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런 장르의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는 토니 길로이가 각색을 맡아서인지 깔끔한 스릴러 한편을 보여준다. 이야기는 전형적이지만 극적 긴장감과 몰입도는 여전히 전해주고 있으며, 또한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를 통해 관객들은 쉽게 여기서 눈을 떼지 못하게 된다.

러셀 크로우는 요 몇 작품에서 계속 배나온 캐릭터를 연기한 셈이 되는데, 그래도 이번에 맡은 역할에서는 최소한 얼굴만큼은 강한 포스를 그대로 전해주고 있다. 액션을 하는 캐릭터도 아니고 더군다나 누구를 심하게 공격하는 입장이라기 보다는 힘없는 자를 대변하는 캐릭터이지만 러셀 크로우는 이런 역할도 매끄럽게 소화하고 있다. 레이첼 맥아담스는 캐릭터가 좀 전형적이어서 그 나름의 연기를 평가받기에는 조금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 똘망똘망한 표정과 눈빛 만큼은 여전히 빛이 난다. 벤 애플렉 역시 전혀 가볍지 않고 진중한 의원 역할을 연기했는데, 초반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 듯도 보였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았던 것 같다.

헬렌 미렌은 생각보다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았으며, 그저 닥달하는 편집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 같다. 만약 <더 퀸>의 그녀를 떠올리고 갔다가는 한참 기대에 못 미칠듯 하다. 이건 캐릭터 자체의 문제라고 봐야겠다. 그 외에 제프 다니엘스 같은 경우도 캐릭터의 비중은 적었지만 배우의 무게감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다우트> 이후로 기대를 모았던 비올라 데이비스는 거의 까메오 수준이라 알아보는 것 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최근 숀 펜과의 이혼 소식을 들을 수 있었던 로빈 라이트 펜은 왠지 2% 부족한 다이안 레인을 보는 듯도 했다.




(이번 단락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의 반전이라면 반전일 수 있는 마지막 의원의 실체는 이 영화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텐데, 기존 영화 같으면 주인공의 친구였던 의원이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하면서 거대 음모를 드러내는 것을 선택하는 것으로 마무리 할 수도 있었겠으나, 이 영화는 한 발 더 나아가 이 의원의 부조리마저 물고 늘어진다. 그런데 이 부분은 단순히 물고 늘어지는 것으로 치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전에 끝이 났다면 우리는(미국은) 이런 거대음모 속에서도 정치권의 소수일지언정 자신을 희생해가며 음모와 맞서기 위해 싸우고 있다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이런 자위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럴것 같아 보였던 의원마저 어쩌면 이런 음모를 둘러 싸고 있는 또 다른 음모였으며 부패한 정치인이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더나아가 이들에게 속아넘어가는 혹은 이들과 운명적으로 한 배를 타고 있는 이른바 '찌라시' 언론들에 대한 경종을 울리려는 것이다.

영화 속 러셀 크로우가 연기한 '칼'을 통해서도 계속 보여주었던 것이지만, 영화는 엔딩 크레딧에서 매우 노골적으로 이런 감정을 드러낸다. 의원의 비리가 담긴 다음날 조간 신문이 어떻게 인쇄되고 완성된 신문으로서 태어나는지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주면서, 표면적으로는 활자(아날로그)를 통한 뉴스 전달에 대한 그리움을, 내면적으로는 부패해버린 거대 언론들의 모습을 조용히 비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따지고보면 이 모든 것이 결국 영화니까 가능한 일인 것 같아 더 슬퍼지기도 한다. 영화니까 저런 기사를 1면에 낼 수 있었지, 현실이었다면 음모에 가담한 권력자들이 이런 상황을 놔둘리 만무하니 말이다. 칼 역시 어떻게 되었을지 모를일이고..쯧..



1. 영화에서 이렇게 블로그가 직접적으로 나온 것은 거의 처음인 것 같아요.

2. 꼭 봐야 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메시지가 있는 괜찮은 스릴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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