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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질주 : 더 익스트림 (The Fast and The Furious 8, 2017)

뭘 해도 되는 장기근속 시리즈의 위엄


새삼 놀랍다. 자동차 액션을 중심으로 한, 어쩌면 이색 혹은 콘셉트 액션 영화라 할 수 있는 영화가 단순한 시리즈를 넘어 무려 8편의 속편을 이어오게 되다니 말이다. 이미 5편 정도를 넘어섰을 때 느끼기 시작했던 점이기도 하지만, '분노의 질주 (The Fast and The Furious)' 시리즈가 이렇게 롱런할 줄은 아마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여러 가지 일들과 평가들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영화는 살아남았고 8번째 신작을 맞았다. 8번째 '분노의 질주'에 (참고로 '더 익스트림'이란 부제는 본래는 없다)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전에 시리즈 전체에 대한 이야기를 또 한 번 꺼낸 이유는, 오랜 기간을 버텨 온 시리즈 만의 여유와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작품이 이번 신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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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초반 도미닉 토레토 (빈 디젤)의 능력과 성격을 재차 한 번 소개하는 짧은 에피소드가 등장하는데, 이걸 보며 살짝 웃음이 났다. 왜냐하면 이 인트로에 가까운 에피소드는 마치 시즌제 시트콤의 한 회차에서, 그것도 초반에 등장할 법한 아주 단순하고 또 너무 노골적이라 살짝 어설프기까지 한 에피소드였기 때문인데, 그래도 별로 실망스럽지 않았던 건 바로 시즌제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구성이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이제 거대한 시즌제 드라마처럼 한 편 한 편을 완전히 에피소드의 형태로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재미가 가능해진 이 시리즈만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미 캐릭터 소개와 세계관 소개 등이 완전히 끝난 것은 물론 그 캐릭터 들에 대한 애정까지 얻게 된 드라마의 경우 각각의 에피소드의 퀄리티와는 별개로 중간 이상의 흥미와 공감대를 얻게 되는 것처럼, '분노의 질주' 시리즈 역시 한 편 한 편을 마치 드라마의 에피소드인 것처럼 접근하는 방식이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이 말을 바꿔 말하면 그간 에피소드처럼 등장한 한 편 한 편의 이야기들은 전부 아주 새롭고 신선한 독립적인 것들이었다기보다는 오히려 전형적이고 또 클리셰로 물든 아주 일반적인 경우라 할 수 있을 텐데, 오랜 시간을 지속해 온 시즌제 드라마 들이 그런 것처럼 이 영화 역시 이미 획득한 캐릭터와 세계관의 공감대를 기반으로 그 어떤 에피소드들도 중간 이상의 재미는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딱 잘라 말해 어느 시점을 지나며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뭘 해도 중간 이상의 재미는 보장하는 시리즈가 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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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질주 8'은 자신 만이 가질 수 있는 자동차 액션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존의 장르 영화들이 보여준 익숙한 구조 위에 펼쳐 놓는다. 주인공이 가장 강력한 적으로 등장하거나, 예전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중요한 복선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또 팀을 이루는 여러 캐릭터 가운데 잠시 이별을 예고하거나 반대로 적에서 동료로 합류하는 등,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는 전개이지만 오랜 시리즈여서 뻔하지 않게, 아니 뻔해도 괜찮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반대로 말하자면 사실 이번 작품은 어떤 면에서 너무 뻔하고 익숙한 전개라고도 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한 번쯤은 이 시리즈에서 만났으면 했던 설정이라 오히려 재미있었달까. 극단적으로 말해서 아무런 새로운 요소 없이 그동안 익숙하고 검증받은 클리셰 들을 골라 앞으로의 시리즈 스토리 라인에 하나씩 적용한다고 해도 충분히 앞으로도 생존 가능한 시리즈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이미 궤도에 안정적으로 올라 있는 상태다. 


한 편으론 조금 다른 의미이기는 하지만 마치 '해리포터' 시리즈가 그랬던 것처럼 언젠가는 맞이 해야 할 이 시리즈와의 이별이 벌써부터 걱정되기도 한다. 후반부에 들 수록 더 강하고 견고해진 가족이라는 테마와 이를 든든히 뒷받침하는 한 명 한 명 캐릭터들은 이미 앞선 시리즈에서 영화가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이별을 겪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욱 앞으로의 이별 과정이 예상되기도 하는데, 그 시점들을 언제로 선택할지 또 어떻게 그려낼지가 앞으로 이 시리즈의 남은 과제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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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으로 드웨인 존슨이 합류하면서부터 계속 드는 생각이지만, 그의 합류는 정말 신의 한 수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아이디어가 기반이 되는 자동차 액션 만으로 버거워질 때쯤 근래에는 보기 드물게 몸으로 하는 육중한 액션을 선보이는 그의 합류는, 이 영화의 완전히 다른 활력소를 불어넣었다. 이번 작품 역시 제이슨 스테덤과 더불어 (참고로 이 시리즈에선 스테덤이 다른 작품들에 비해 훨씬 더 날렵하고 가벼워(?) 보이기까지 한다) 무게감 넘치는 격투 액션 장면을 연출해 내는데, 이 액션의 쾌감이 한 편으론 자동차 액션의 그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그리고 더 락 시절을 기억하는 그의 팬들이라면 마치 링 위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그의 현란한 마이크웍을 연상시키는 대사나 은연중에 등장하는 레슬링 기술 (락 바텀 같은)들이 반갑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진짜로 10편 쯤에서는 토레토가 우주에서 싸우는 모습 (아, 그건 리딕인가? ㅎ)을 보는 건 아닐지 기대(?)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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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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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질주 : 더 세븐 (Fast & Furious 7. 2015)

형제들이 폴을 추모하는 방법



사실 이제와 고백하자면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내게 있어 처음부터 그렇게 특별했던 시리즈는 아니었다. 자동차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래서 꼭 봐야 할 만큼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고, 1,2편에서 주로 보여주었던 액션 역시 다음 편을 꼭 봐야지 할 정도까지는 아니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 시리즈가 꼭 봐야 할 영화가 되었던 이유는 지금 와 생각해 보면 폴 워커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대중들에게는 이 시리즈를 통해 각인이 된 배우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폴 워커라는 배우를 좋아하게 된 건 '러닝 스케어드'를 비롯해 대중적으로는 그리 성공하지 못한 작품들 때문이었다. 폴 워커라는 배우에 매력에 빠지게 된 뒤, 자연스럽게 더 관심을 갖게 된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아이러니하게도 폴 워커 때문에 전혀 다른 영화, 아니 시리즈가 되어버렸다. 너무 안타깝게 우리 곁을 떠나 버린 폴을 추억하려 하지 않고, 그저 신나게 러닝 타임을 즐기고자 극장을 찾았던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은, 결국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을 쏟게 만들어 버린, 특별한 영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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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영화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시리즈를 거듭하며 더 강력한 적들과 자동차 액션 외에 몸으로 하는 육탄전의 비중이 커지게 된 일곱 번째 작품 답게, 전편의 루크 에반스를 훨씬 능가하는 진짜 형님 제이슨 스테덤의 등장으로 기선 제압에 성공한다. 제이슨 스테덤의 캐릭터는 사실 어느 영화에 나오든지 비슷한 이미지를 소비하고 있긴 하고 이번 영화에서 역시 그렇지만, 싱크로율이 나쁘지 않다고 해야할까? 빈 디젤, 드웨인 존슨과 1:1로 맞붙어도 중압감을 줄 수 있는 흔치 않은 배우로서 극의 대결 구도를 긴장감 있게 전달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제이슨 스테덤이 등장하면서 시리즈에 더해지게 된 것은 앞서 언급한 격투 액션 측면일 텐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를 비롯해 무려 '옹박'의 토니 쟈까지 출연하면서 (여기에 UFC 챔피언 론다 로우지의 특별 출연까지) 오랜만에 육중한 볼거리의 액션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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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향은 전편 드웨인 존슨이 등장하면서 부터 좀 더 가속화 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본 시리즈의 영향력 하에 있는 전문 격투 액션이 너무 보편화 되면서 오히려 이렇게 큰 근육과 몸을 더 쓰는, 무게 있는 액션을 보기가 귀해짐에 따라 '분노의 질주' 시리즈 역시 자동차 액션 외에 또 다른 볼거리를 준다는 점에서 또 다른 매력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 아날로그 액션에 대해 좀 더 이어가자면, 드웨인 존슨이나 빈 디젤 정도의 근육 (혹은 덩치)이 발달해야만 성립이 가능한 도구나 액션 시퀀스는 보는 것 만으로도 쾌감을 선사했는데, 약간은 억지스럽고 '저게 가능해?' 싶은 설정이 분명 있지만 그냥 '가능해'라는 식으로 밀어 붙이는 뚝심도 무식해 보이기보단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특히 소소한 재미이기는 하지만 론다 로우지와 미셸 로드리게즈의 격투 장면은 론다 로우지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챔피언이라는 걸 잘 알기에 오랜만에 로드리게즈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었으며, '더 락' 드웨인 존슨이 락 바텀을 시전 할 땐 남모를 쾌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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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액션 영화로서 '분노의 질주' 만큼 창의력 돋보이는 영화는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이번 편의 자동차 액션은 그 '창의력' 면에서 아주 새롭지는 않았다. 일례로 비행기에서 자동차를 자유 낙하 시키는 것은 영화가 아니라 '탑기어 코리아'에서도 시도했던 장면이어서인지, 영화가 주려고 하는 만큼의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 낭떨어지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시퀀스도 새롭다기 보다는 조금은 진부한 감이 없지 않았다 (이 시퀀스는 '미션 임파서블 2'의 첫 시퀀스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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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리고 폴 워커. 개인적으론 서두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처음부터 그의 얼굴을 어찌볼까 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본 것이 아니라, 완전히 러닝 타임을 즐기고자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관람하는 것에 성공했던 터라, 다른 개인적 감정 없이 영화의 스토리를 따라가고 있었는데, 영화가 계속 폴 워커에 대해 특별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쭉 봐온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이 작품은 액션 영화를 표방하는 가운데 우정과 가족에 대한 메시지를 아주 강하게 지속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영화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7편의 내러티브도 평범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일 수 있겠으나, 폴 워커라는 특별한 한 사람 때문에 이 평범할 수 있는 (혹은 신파처럼 느껴질 수 있는) 뻔한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그대로 꽂힐 수 밖에는 없었다. '더 이상 장례식을 치루고 싶다 않다'라던지, 그를 바라보는 진짜 친구 빈 디젤의 표정 하나 하나에서 영화와 현실이 혼동되는 경험을 여러 차례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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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영화는 결국 마지막에가서 스스로 현실과의 경계선을 넘어버리는 것을 택한다. 바로 폴 워커를 위해서. 이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인 해변 장면은 아마 올해 가장 슬프고 인상적인 장면이 될 것이다. 해변에서 가족과 함께 뛰어오는 폴을 바라보는 친구들의 표정은 이미 스크린을 벗어난 감정이었다. 특히 여기서 울음을 억지로 참아내는 미셸 로드리게즈의 표정은 연기가 아니었음을 장담할 수 있다. 작별 인사를 하지 않으려는 친구들. 영원히 함께 있다는 것을 꼭 이야기하고 싶었던 이 친구, 아니 형제들의 이야기는 정말.


15년 가까운 시간을 한 영화에서 함께한 동료이자 친구이자 형제를 보내는 그들의 방식은, 그 자체로 아름다웠고, 옳았다. 아... 폴 워커가 오늘도 그립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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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셰티 킬즈 (Machete Kills, 2013)

우주로 가기 위한 예고편



로버트 로드리게즈와 쿠엔틴 타란티노의 '그라인드하우스'의 가짜 예고편에서 시작된 (결국 가짜가 아니게 된 건가) 대니 트레조 주연의 '마셰티' 시리즈의 속편 '마셰티 킬즈'를 보았다. '마셰티'는 그 시작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실상 로드리게즈의 장난 같은 프로젝트 (하지만 누구보다 진지한)가 거대한 농담이 된 경우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많은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영화는 '분명' 아니지만 로드리게즈의 그 독특한 유머와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약간의 저질 관객이라면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시리즈가 되었다. 전편인 '마셰티'는 이 가짜 예고편에서 시작한 작은 농담이 얼마나 진지하고 그럴싸하게 장편 영화가 될 수 있는지 스스로 뽐낸 작품이었다면, 속편인 '마셰티 킬즈'는 그에 비하자면 좀 아쉽고 심심하지만 3편을 기다리게 끔 하는 거대한 예고편으로 볼 수 있겠다.



ⓒ  Quick Draw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누군가 그랬던 것처럼, '마셰티'의 세계관에서는 누구도 목숨을 장담할 수가 없다. 그 어떤 네임 벨류 있는 배우가 등장하더라도 예외는 없으며, 저 유명한 배우가 어떤 캐릭터를 연기할까 하고 궁금해 할 쯤이면 이미 그는 사지 절단되어 사라지기 일쑤다. '마셰티' 시리즈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들을 보고 있노 라면, 마치 홍상수나 우디 앨런 영화의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 결과 물은 전혀 다를지 모르지만, 구성이나 방식만 놓고 보면 배우들 스스로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고, 특히 배우로서의 자신을 완전히 즐겁게 소비하는 모습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로드리게즈의 '마셰티'는 그런 면에서 완전히 작정한 영화이기 때문에, 배우들 역시 매우 진지하게 임하지만 그래서 더 '큭큭'거리게 만드는 저렴한 재미가 있다. '마셰티 킬즈'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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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전작에 비해 '마셰티 킬즈'는 조금 이야기가 느슨한 편이다. 뭐 전작도 이야기가 얼마나 있었겠냐 만은, 전반적으로 이번 영화는 낄낄 거릴 만한 부분도 좀 적은 편이고, 사지 절단도 줄었으며 혼자만의 심각함이나 장르 적 유희도 조금은 심심한 편이다. 물론 기존 배우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와 장르의 팬들이라면 더 유쾌해 할 만한 농담 들이 존재하지만, '그라인드하우스'나 전편 '마셰티'에 비하면 확실히 심심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영화가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영화가 끝나기 직전인데, 이미 또 다른 가짜 예고편을 통해서 공개된 것처럼 마셰티가 우주를 무대로 펼치는 속편을 암시하는 장면들과 짧은 예고 영상은, 조금은 밋밋했던 영화를 다시금 뛰게 만든다. 즉, 이 작품만 놓고 보자면 아쉬운 점이 많은 편이지만, 좋게 평가하자면 우주를 무대로 펼칠 마셰티 3편에 대한 거대한 예고편으로서의 의미를 둘 수 있겠다.



ⓒ  Quick Draw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예고편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의외로) '마셰티 킬즈'의 이야기와 다음 속편이 매우 깊은 연관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뭐 미 시리즈에 연관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 만은, 왜 마셰티가 우주를 배경으로 또 한 번의 활극을 펼치게 되었는지 에 대한 나름 논리적인 이유와, 각 캐릭터들의 사연 들이 이 작품 '마셰티 킬즈'에서 시작된 다는 점에서, 언젠가 나올 (나와야 할) 속편을 더 재미있게 즐기려면 놓칠 수 없는 작품이 될 듯 하다. 말을 이렇게 그럴싸하게 했지만, 나중에 속편이 나온다 해도 이 작품을 안봐도 전혀 지장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부담 없이 낄낄 거리며 보는 게 이 작품의 묘미고, 로드리게즈의 취향이기 때문에. 아마도 로드리게즈는 이 작품의 형편 없는 평점을 보고 더 좋아할지도 모른다. '그래 이건 그런 영화야!' 하면서!



1. 본래 로드리게즈의 영화들은 트러블메이커 스튜디오의 이름으로 제작했었는데, 이번 작품에는 Quick Draw Productions이라고 되어 있더군요. 이름이 바뀐 것인지, 각각 존재하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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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질주 : 더 맥시멈 (Fast & Furious 6, 2013)

아날로그 박력 넘치는 액션 영화!



빈 디젤과 폴 워커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로 이뤄진 출연진으로 시리즈를 거듭해오고 있는 '분노의 질주 (Fast & Furious)' 시리즈가 벌써 여섯 번째를 맞았다. 처음에 흥미를 가졌던 시리즈는 작품이 계속되면서 조금씩 흥미를 잃게 되었는데, 그렇게 중간 몇 작품을 빼 먹었음에도 신작인 6편은 꼭 봐야지 하는 기대를 했었다. 그 기대는 거의 100% 예고편 때문이었는데 아이맥스 대 화면으로 본 박진감 넘치는 예고편은, 설사 예고편이 전부인 영화라 하더라도 이건 볼 만하겠다라는 생각에 주저 없이 아이맥스를 선택했고, 그 선택은 옳았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아니 이번 여섯 번째 작품은 시원한 액션 영화를 기다렸던 관객들에게 지루할 틈 없이 스케일 있는 액션을 선보이는 깔끔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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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작품과 이어지다시피 하는 전작들을 몇 편 보지 않은 상태라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이번 작품에서 대략적으로 설명해주는 것 만으로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물론 시리즈를 한 편도 빼놓지 않고 함께 해 온 관객들만이 느낄 수 있는 장점과 매력 들도 분명 있겠지만, 나처럼 듬성듬성 본 이들이나 처음 보는 이들도 크게 따라가기 어렵지 않은 작품이었다는 얘기다. 어쩌면 이것도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일지 모르겠다. 스토리라면 스토리가 있겠지만 (오히려 6편 단독으로 보았을 때의 줄거리는 전형적이고 단순한 편이나 시리즈를 관통하는 줄거리는 좀 더 있는 편이다), 복잡하고 심오하기보다는 바로 액션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택한다. 이미 캐릭터 소개가 예전에 다 끝난 작품이기에 바로바로 본격적인 장면을 내세울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었다. 만화 같은 조합과 장면에도 그 '박진감'과 '무게감'이 있기에 적어도 유치하다는 생각을 머리로는 해도 눈과 가슴으로는 흥분되게 하는 그런 액션 들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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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 만의 장점이라면 역시 멋진 자동차와 추격 전 그리고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배기음을 들 수 있을 텐데, 업그레이드 된 액션 시퀀스는 예고편에서 보여주었다시피 탱크와 거대한 비행기를 등장 시키기에 이르렀고, 그 스케일은 이 작품의 액션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탱크가 등장한 장면이나 비행기가 등장한 장면이 생각보다는 더 큰 임팩트를 주지 못한 것도 있지만,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그 만큼이나 본연의 자동차 액션에 더 자신이 있고 비중을 두었다는 반증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번 액션이 마음에 들었던 건 최근 본 시리즈 이후 획일화 된 기술이 중심이 된 결투 액션에서 벗어나, 그야말로 몸과 근육으로 하는 액션 시퀀스를 보여준 점이었다. 빈 디젤은 물론 WWE 슈퍼스타 출신의 '더 락' 드웨인 존슨이 함께 펼치는 클라이맥스의 액션 신은, 오랜 만에 액션 장면을 보면서 소리 내어 '와!'하는 탄성을 내뱉을 정도로 박력있는 장면이었다. 그 울퉁불퉁 우락부락한 근육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거대한 액션 들은 기술이 중심이 된 디테일 한 액션 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무게 감과 박력, 그리고 무엇보다 오랜 만이라는 신선함까지 전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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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이 박력 넘치는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으로 인해, 그 동안 빼 먹었던 전작들을 모두 다 다시금 챙겨보게 만들고 더 나아가 이제는 속편을 기다릴 정도로 좋아하는 시리즈가 되었다. 거기다가 다음 편에 더 막강한 '그'가 적으로 등장할 예정이니 이건 뭐 더 기대할 수 밖에...



1. 본 편이 끝나고 바로 이어지는 쿠키 장면에 바로 속편에 등장할 '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분도 자동차 액션 하면 빠지지 않는 분이라 더 기대!


2. 예전에 얘기한 적이 있지만 전 폴 워커의 팬입니다. 그가 이 시리즈 외에 다른 작품들에서는 빛을 못 보고 있어서 안타까워 하는 사람이죠. 오랜 만에 그를 스크린에서 보게 되어 반가웠어요;;


3. 속편을 보기 전에 전작들을 다시 챙겨봐야겠어요. 바로 블루레이 박스셋을 찾아 잠복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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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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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셰티 (Machete, 2010)

일부러 그 수준으로 만든 영화



로버트 로드리게즈와 쿠엔틴 타란티노, 이 두 사람이 쿵짝쿵짝 거리며 만들었던 '그라인드 하우스 (Grindhouse,2007)'는 이들의 팬들은 물론 B무비의 감성을 그리워 했던 영화 팬들에게도 몹시 반길 만한 작품이었다. '데쓰 프루프'와 '플래닛 테러'로 이뤄진 이 B무비는 사실 보는 사람도 보는 사람이지만, 로드리게즈와 타란티노가 만드는 과정 속에서 얼마나 좋아했을까? 라는 것이 떠올라 더 훈훈했던 작품이기도 했는데, 이 '그라인드 하우스'의 가짜 예고편으로 만나볼 수 있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마셰티 (Machete)'였다. 이미 가짜 예고편 만으로도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던 이 작품은 결국 거짓말처럼 정말 장편 영화화 되었고,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B무비 아닌 B무비로 탄생했다.




ⓒ Troublemaker Studios. All rights reserved


'마셰티'의 예고편은 적어도 '플래닛 테러' 정도를 예상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만화처럼 두려움을 모르고 다양한 각도로 펼쳐지는 칼부림과 그로 인해 터져 나오는 선혈과 어긋나는 관절들, 헐벗은 미녀들과 후끈한 영상은 '야, 이거 플래닛 테러처럼 또 한 번 신나게 즐길 수 있겠구나!'하는 기대를 갖기에 충분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마셰티'는 예고편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작품이었다. 아니 다르다기보단 이런 류의 예고편들이 매번 그렇듯 조각을 전체처럼 포장한 그럴 듯한 예고편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마셰티'가 마음에 안들었다는 얘기처럼 들리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그라인드 하우스' 특히 '플래닛 테러'는 B급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들을 로드리게즈가 마음 껏 펼쳐본, 즉 갈때까지 가 본 작품이었다. 그 절제 없는 막장 에너지에  관객은 환호했고 터져나오는 폭소와 키득거림이 '이런 영화를 극장에서 즐길 수 있게 될 줄이야!'라며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마셰티'가 갖고 있는 성격은 이와는 조금 달랐다. 뭐 '플래닛 테러' 스타일을 기대하게 한 예고편 때문에 많이들 실망할 수도 있는 부분이긴 했지만, 이 영화에 미지근함과 촌스러울 정도로 전형적인 구조와 장면, 연출들은 말그대로 '일부러' 그런 것이라는 얘기다.



ⓒ Troublemaker Studios. All rights reserved


'마셰티'는 일부러 촌스럽고 미지근한 전개와 장면을 연출하려고 디테일하게 애쓴 작품이다. 사실 그 표면적인 열기는 달랐지만 작품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느꼈을 로드리게즈의 희열은 아마도 '플래닛 테러' 못지 않았으리라 예상된다. 로드리게즈는 '마셰티'의 플롯도 화면 연출도 자신이 동경하는 B무비의 사례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데, '마셰티'가 답습하고 있는 B무비의 전형은 괴상하고 유치하리만큼 이질적인 소재와 캐릭터(플래닛 테러)도, 어린 시절 TV시리즈와 영화에서  보았던 올드한 향취(데쓰 프루프)도 아닌 바로 관객에게 외면 당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 그 뻔뻔함과 촌스러움이었다.

언제부턴가 B무비라고 하면 대중적인 영화와는 조금 차별되는 감성과 소재를 다룬 저예산 영화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짙어졌는데, 우리가 B무비라고 기억하는 작품들은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작품들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매끄러움이나 세련됨, 영화적 재미 부분들은 상당히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일종의 악취미가 없다면 보기 힘든 작품들이 많았는데, 로드리게즈는 '마셰티'를 통해 바로 이런 B무비만의 성격(자의든 타의든 어쩔 수 갖게 된)을 다시금 불러오고자 했던 것이다.



ⓒ Troublemaker Studios. All rights reserved

이렇게 일부러 가져다 놓은 영화의 장면들은 너무 정색을 하고 있어서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니 트레조가 연기한 마셰티 역할이야 캐릭터 자체가 상반대는 대사 하나 만으로도 코믹스런 상황을 연출할 수 있는 경우라 많이들 눈치챌 수 있었겠지만, 사실 이 작품에서 가장 멀쩡하게 정색하고 촌스러움의 전형을 연기하는 대표적인 캐릭터는 제시카 알바가 연기한 사타나 라고 할 수 있겠다. 요원인 동시에 전직 요원 출신인 마셰티에게 빠져 결국 그와 함께 정의의 편에 서게 되는 사타나 캐릭터는, 이 전형적인 스토리 가운데서도 가장 전형적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텐데, 패러디 영화에서 처럼 일부러 오버하지 않아도 제시카 알바가 이 캐릭터에 충실하면 충실할 수록 더욱 키득거릴 수 밖에는 없었다.

참 전형적인 포즈로 현장을 조사하는 모습이나, 집으로 돌아와 알몸으로 샤워를 하며 고뇌에 사로 잡히는 모습은 (비록 제시카 알바의 몸매에 눈을 빼앗겨 장면의 정서를 놓쳐버릴 확률이 높긴 하지만) 이 영화가 B무비를 지향하는 B무비이기에 웃을 수 있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해 로드리게즈가 추억을 갖고 동경하는 B무비에서 이러한 장면들은 웃길려고 연출되었다기 보다는, 그 촌스러움에 웃을 수 밖에 없었던 장면이었다는 얘기다. 



ⓒ Troublemaker Studios. All rights reserved

결국 로버트 로드리게즈는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들과 자신이 동경했던 B무비의 정취를 가져다가 역시 자신이 좋아하는 격한 표현들로 풀어내긴 했지만, '킬 빌'처럼 오마주 그 자체의 영화는 물론, '오스틴 파워'처럼 패러디 영화도 아닌 '딱 그 수준의 영화'를 만들어냈다. 단점들까지 그대로 다 갖고 있을 정도로 정말 '딱 그 수준'의 영화를 만든 터라, 앞서 언급했던 갖가지 양념들을 제외하면 관객들로 하여금 '이건 좀 심심한데?'라는 평을 듣기에 딱 좋은 영화가 되었지만, 어쩌면 이것 역시 '마셰티'가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종착지였는지도 모르겠다. 즉, 반대로 얘기하자면 개인적으로는 '플래닛 테러'나 '데쓰 프루프'가 더욱 좋긴 했지만, '마셰티'는 '마셰티'대로의 정도를 지키고 있어 나름의 의미를 갖을 수 있었다는 말이다.

확실히 이것은 절제였다. '플래닛 테러'를 만든 로드리게즈였다면 '마셰티'에서도 근질근질 할 정도로 참기 힘든 장면들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창자 탈출 씬을 제외한다면 거의 정도를 지키고 있다고 봐도 될 정도로, 자극적 욕망을 꾹꾹 눌러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것을 절제의 영화라고는 부를 수가 없는 것이, 로드리게즈는 B무비의 이런 단점들까지도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진정한 매니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마셰티'는 다시 말하면 참느라 힘들었던 영화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100%를 발휘한 작품이기도 한 것이다.



ⓒ Troublemaker Studios. All rights reserved


1. 로드리게즈는 이번에도 공동감독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그와 함께 이름을 올린 에단 마니퀴스(Ethan Maniquis)는 '플래닛 테러' '씬 시티' 등의 편집을 맡았던 인물이네요.

2. 이번 작품 역시 로드리게즈는 1인 다역을 맡고 있습니다. 연출, 제작, 편집, 비주얼 이펙트, 음악 등. 

3. 그의 작품들에서 꾸준히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익숙한 배우들의 출연도 계속됩니다. 톰 사비니, 치치 마린 같은 배우들은 그의 작품에서는 결코 빠질 수 없는 배우들로서, 이번 작품에서 역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칩니다. 이 외에 마치 실제 자신의 모습을 연상시키게도 했던 린제이 로한과 또 여전사이긴 했지만 그래도 완소 미셸 로드리게즈, 이 작품에 딱 맞아 떨어진 캐스팅 중 하나였던 스티븐 시걸과 돈 존슨 까지. 로버트 드니로 전편의 브루스 윌리스 같은 비중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4.  이 영화의 마지막엔 놀랍게도 마셰티 속편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ㅋ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Troublemaker Studios 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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