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leh tv now에서 이번 주말 한정으로 '베를린' 등을 무료로!


벌써 몇 년 째 집에서는 올레tv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최근에야 PC, 모바일, 타블릿에서 이용할 수 있는 olleh tv now 서비스를 알게 되었네요. 올레 tv now 서비스를 알게 된 키워드는 바로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 등이 바로 내일과 모레 22~23일 간만 무료로 제공된다는 이벤트 소식 때문이었는데요, 안 그래도 류감독님의 '베를린' 블루레이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던 와중에 미리 IPTV로 볼까 말까 고민 중에 무료로 먼저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참 바람직한 타이밍이다 싶네요 ㅎ


그래서 처음 olleh tv now 앱도 아이폰에 깔아보고 서비스도 이것 저것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그 전에 당장 급한 이 이벤트부터 먼저 소개할 필요가 있겠네요. 바로 당장 내일과 모레만 한정으로 진행되는 이벤트거든요.





일단 현재 6월 한 달 간 최신 영화를 매주 2편씩 선착순 1만명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가 진행 중이네요. 6월 19일 ~ 25일까지는 지성과 김아중 주연의 '나의 PS파트너' 그리고 설경구, 손예진 주연의 '타워'가 선착순 무료로 제공되며, 이번 주말 22~23일 양일 간에는 한정으로 하정우, 전지현 주연의 '베를린'과 한석규, 이재훈 주연의 '파파로티', 송중기, 박보영 주연의 '늑대 소년', 그리고 신하균 주연의 '런닝맨'까지 선착순 반짝 무료로 제공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많은 '베를린' 외에도 '파파로티'는 극장에서도 아쉽게 놓친 작품인데, 그냥 놓치기에는 배우들 만으로도 관심이 가는 작품이라 이번 주말을 노려봐야 겠네요. 그 외에 극장에서도 재미있게 본 '늑대 소년'도 시간이 되면 한 번 더 다시 보고 싶네요. 


더불어 오는 6월 26일 부터 7월 2일까지는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과 고수, 한효주 주연의 '반창꼬'가 또 한 번 반짝 무료로 제공된다고 하니, 두 작품들도 가볍게 한 번 더 봐줘야겠네요. 아, '반창꼬'는 아쉽게도 극장에서 못 봤었는데 나름 고수 팬이니 이렇게 라도 한 번은 봐야 할 듯.


이번 반짝 할인 이벤트는 아래 KT미디어허브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바로 확인하실 수도 있습니다.






겸사겸사 olleh tv now 앱을 좀 살펴봤는데 그 동안 몇 가지 개인적으로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줄 수 있는 기능들이 있네요. 최근 집에서 올레 tv를 통해 화제의 애니 '진격의 거인'을 보고 있는데, 워낙 바쁜 회사 생활 탓에 거의 12시나 새벽 1시에 한 편 씩 보게 되다 보니 약 25분 정도의 시간도 다 못 버티고 조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ㅠ

그래서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에서 모바일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olleh tv now로 가능하네요;; 이걸 왜 이제까지 안 찾아봤는지 좀 당황 ㅋ





앞서 얘기한 영화들 말고도 '통큰 무료관'에는 볼만한 무료 영화들이 많네요. 보통 이런 무료 관에는 무료라도 별로 보고 싶지 않은 영화들이 대부분인 편인데, olleh tv now는 좀 다르군요. '이층의 악당' 같은 경우는 꼭 한 번 봐야겠어요.





바로 앞에 얘기한 '진격의 거인'!

이제는 졸지 말고 열심히 따라가야 겠네요 ㅋㅋ





그 밖에 공중파는 물론 케이블 TV프로들까지 볼 수 있고, 무엇보다 프로야구 중계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 스포츠를 빼놓지 않고 보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지루하지 않은 퇴근 길이 될 것 같네요. (왜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는지 좀 당황 X2 ㅋㅋ)





그렇게 olleh tv now 앱을 사용하기 위해 요금제 등을 본격적으로 확인해 봤는데 저처럼 가정에서 올레 인터넷이나 올레 TV 그리고 모바일 서비스를 사용하는 이용자들은 무료로 사용하거나 결합 이용으로 저렴한 가격에 이용이 가능하더군요. 기본적으로 olleh tv now는 월정액 5천원의 이용료가 발생하는데 (저 개인적으로는 월 5천원에 유료 외에 이 정도로 즐길 수 있는 무료 서비스가 있다면 결코 비싸지 않은 것도 같지만), 이 월 이용료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들이 몇 가지가 있습니다.


1. olleh tv 기본형/고급형 사용자 or olleh tv skylife 스탠다드/프리미엄 사용자는 무료!

2. olleh tv/olleh tv skylifeolleh 모바일 결합하여 사용 중인 사용자는 무료!

3. 가족이 결합되어 있는 경우, TV와 휴대폰 명의자가 달라도 무료!


- olleh tv now 가입하기 페이지 URL

http://now.olleh.com/jsp/view/enjoyOllehTvNow.jsp?code=SBB00


저는 이 중에 2번이 되겠네요. 결합 상품 사용자는 100번으로 전화하여 결합 여부 확인 뒤 가입을 하면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olleh tv now 앱은 아이폰 외에도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 버전도 모두 지원합니다.


iPhone : https://itunes.apple.com/kr/app/olle-tv-now/id438653868?mt=8

iPad : https://itunes.apple.com/kr/app/olle-tv-now/id438653868?mt=8

안드로이드 폰 :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kt.otv

안드로이드 패드 :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kt.otn.pad


아직 '베를린'이나 '파파로티' 늑대소년' 못 본 분들은 물론, 다시 한 번 보고 싶었던 분들은 이번 주말 olleh tv now에서 무료로 즐겨보세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늑대소년 (2012)

손발이 멀쩡하고 눈물마저 흘린 노스텔지어



평소 손발이 오그라드는 영화도 남들보다 잘 보는 편이고 쉽게 공감되는 편이라 손발이 오그라드는 경우도 별로 없는 편인데, 박보영, 송중기 주연의 영화 '늑대소년'이 개봉하자마자 터져나온 반응들은 바로 이 '손발'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포스터와 시놉시스를 보고는 아마도 '트와일라잇'과 비슷한 영화가 아닐까 예상했었는데, 다행히 보게 된 영화는 손발이 없어지거나 '트와일라잇'과는 좀 다른 영화였다. '세상에 없던 사랑'이라는 홍보 문구 등 처럼 로맨스 영화로 이 영화를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순이(박보영)와  철수(송중기)의 로맨스라기 보다는 오히려 철수로 기억되는 유년 시절과 현재까지도 다 채워지지 않은 결핍을 향한 일종의 향수 (노스텔지어)로서 받아들여지는 영화였다.



ⓒ  영화사 비단길. All rights reserved



설정 상 늑대소년이라는 특이한 점이 있지만 이 영화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야기는 박보영이 연기한 '순이'라는 캐릭터의 향수어린 추억과 그 속에서 결핍을 치유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영화에 대부분이 비교적 만족스러웠기에 아쉬운 점부터 먼저 이야기하자면,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늑대소년'이라는 설정은 이 영화가 말하고자하는 핵심은 아니었기에 이 설정에 기인한 곁가지 이야기들과 추가 설정들은 조금 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순이 가족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지태의 경우, 이 영화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아닐까 싶은데 (개인적으로 늑대소년이라는 설정보다도 지태의 캐릭터가 더 판타지스러웠음), 저렇게까지 악당으로 몰아가야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렇다보니 지태의 행동을 둘러싼 일들도 전체적인 이 영화의 구성에서는 조금씩 오버되는 경향이 있었고, 늑대소년을 둘러싼 과학자와 군대의 이야기도 양념치고는 어정쩡한 포지션이 아니었나 싶다.



ⓒ  영화사 비단길. All rights reserved



그 반면 순이와 철수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에서 개인적으로 이들 외에 가장 인상적으로 느껴졌던 것은 장영남이 연기한 순이 엄마로 대변되는 그 가족이었는데, 어쩌면 이 역시도 판타지스럽다고 볼 수 있겠으나 (현실적으로 극중 늑대소년 같은 존재를 발견했다고 했을 때 순이엄마와 순이 동생처럼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밥과 음식과 잠자리를 챙겨주고 더불어 친가족처럼 대해주는 이가 얼마나 있겠나) 순이 가족들이 철수를 대하는 방식은 그 자체로 순이의 추억 속에 노스텔지어로 남아있는 조각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순이가 철수를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도 물론 절절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못지 않게 순이 가족이 철수를 거리낌 없이 가족 안으로 완전히 포용하는 장면들에서 큰 감동을 얻을 수 있었다. 잘못을 했다고 마치 엄마가 아들에게만 할 수 있는 애정어린 손찌검을 할 때 (아이구~ 이녀석 하며) 정말 야생성으로 가득 찬 늑대소년이라면 엄마를 바로 해하는게 더 현실적이겠지만, 마치 엄마의 마음을 알 듯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철수의 모습은 이 영화가 갖고 있는 판타지이자 매력이라 하겠다.



ⓒ  영화사 비단길. All rights reserved



글의 맨 처음 이야기했던 것처럼 순이와 철수의 관계와 애정은 남녀간의 로맨스라기 보다는 존재와 존재 간의 사랑이라고 보는 편이 더 맞을 텐데, 더 나아가자면 마치 반려동물과 주인과의 애틋한 관계를 형상화한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반려동물과 주인과의 관계라는 것은 결코 이 둘의 관계를 격하시키는 표현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는데, 반려동물을 키워본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겠지만, 반려동물과 주인과의 관계는 남녀간의 로맨스와는 또 다른 차원의 강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으며, 주인이 반려동물에게 쏟는 애정이나 그 반대의 경우 모두 어쩌면 남녀간의 로맨스보다도 더 '맹목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에게 서로 밖에는 없다는 사실은 엄청나게 강한 연결고리를 제공한다), 순이와 철수의 이러한 관계 설정은 이루 다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표정과 작은 표현 만으로도 극 내내 관객을 공감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서 순이를 맹목적으로 기다리는 철수나, 그런 철수에게 '보고 싶었어'보다는 '미안해'가 앞서는 순이의 마음이 더 절절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  영화사 비단길. All rights reserved



그런 측면에 있어서 순이 역의 박보영과 철수 역의 송중기라는 캐스팅은 정말 올해 한국영화 최고의 캐스팅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꼭 맞는 맞춤옷이었다. 두 배우의 꽃 미모는 영화가 말로 하지 않는 부분을 표현해주는 최적의 도구였으며, 이 영화가 전반적으로 품고 있는 아름다운 노스텔지어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최고의 그림이기도 했다. 사실 '늑대소년'의 몇 몇 장면들은 과도한 판타지적 조명이나 이미지 등으로 인해 극의 분위기를 쉽게 말해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으로 전락시켜버릴 수 있는 요소가 없지 않았으나, 그런 장면들 마저도 손발이 멀쩡하도록 만든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배우들의 얼굴 그 자체였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개인적으로는 박보영의 연기를 다시보는 계기도 되었다. 사실 이미지로만 기억하고 있는 박보영이었는데, 후반부 클래이맥스에서 박보영의 오열에 함께 눈물 흘리게 된 것은 그녀의 이미지 때문이 아니라 연기력 때문이었다 (그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속으로 '연기 잘한다'라는 말이 터져나오기도...).




ⓒ  영화사 비단길. All rights reserved



결과적으로 '늑대소년'은 올해의 발견까지는 아니었으나 박보영, 송중기라는 두 배우가 가진 기존 이미지를 거부감 없이 가장 영리하게 영화적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라고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 손발이 오그라든다는 말에 속아 안보았으면 크게 후회할 뻔 했다.



1. 영화 초반의 설정과 맨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제목도 비슷한 '늑대아이'를 떠올리게 되더군요. 가족이 시골로 이사간 것도 그렇고, 장영남씨가 연기한 순이 엄마의 이미지도 그렇구요. 무언가 여기서 혼자 또 울컥 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영화사 비단길 에 있습니다.


 







과속스캔들 (2008)
좋은 가족영화, 괜찮은 성장영화

'과속스캔들'이라는 저 제목과, 저 포스터. 그리고 차태현이라는 배우와 저 홍보문구들.
이 영화는 기대는 물론이고, 볼 생각이 사실상 없었던 영화였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비슷한 제목과 설정으로 이루어진
한국영화들이 이미 여럿 있었고, 그 영화들 모두 다 이렇다할 재미를 보여주지도 이야기를 들려주지도 못했기 때문이었죠.
특히나 코미디 영화라고 하면 최근 개봉했던 <미쓰 홍당무>를 제외하면, 너무 저질 코미디 일색이라(여기서 저질이란
저질을 만들려고 작정한 코미디가 아니라, 만들다보니 저질이 된 경우입니다 ;;;) 제대로 된 코미디 영화를 보기 어려웠던
것들도 이 영화를 기대하게 하지 않았던 또 다른 이유 중 하나였구요(잘 만든 스릴러보다 잘 만든 코미디 영화 한 편 만나기가
더 어려운 것이 사실인것 같습니다). 그런데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이 영화에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개봉이후
주변 보신 분들의 평들이었습니다. 이런 영화를 절대 보지 않을 것 같았던 분들도 보고 오셔서는 괜찮다고 하시고,
'올해 최고의 영화다!' '가장 감동적 영화였다!' 등 최고의 수식어까지는 부여되지 않았지만, 다들 잘 만들어진 코미디 영화
혹은 가족영화라는 것에는 적극 공감하는 분위기였죠. 그리고 차태현을 비롯해 출연한 배우들에 대한 칭찬들과 더불어
'괜찮은'영화다 라는 평이 지배적이었구요. 영화 감상기를 쓸 때 자주 언급하곤 하는 말이지만, 영화를 선택함에 있어서
'선입견'만큼 무서운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에이~ 뭐 뻔한 얘기에, 뻔한 캐릭터들뿐인, 뻔한 영화겠지'하고 선입견을
갖었던 <과속스캔들>에서 신선한 재미와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요.



(영화는 각기 가족을 이루지 못한 인물들이 하나의 가족을 이뤄가는 '가족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과속스캔들>은 12월에 잘 어울리는 시즌 영화이자 가족영화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극중 차태현이 연기한 남현수는
가족 없이 혼자 지내는 (나름)유명 DJ인데,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딸이라는 어린 여자가 손자라는 어린 아이와 함께
집으로 들이닥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갑자기 나타난 존재 탓에 남현수는 사실을 부정하기에 급급하고,
오랫동안 홀로 지냈던 자신 만의 공간에서 남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것에 굉장한 불편함을 느끼게 되죠.
그런데 동물병원에서 검사한 혈액검사 결과를 통해 실제 부녀관계임을 알게 된 이후, 막상 떠나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되었던
이들이 떠난다고 했을 때, 남현수는 뭔가 썩 내키지는 않지만 이 모자를 붙들게 됩니다(갑자기 든 생각인데, 만약 피 검사가
이렇게 빨리 결과가 나오지 않고, <살인의 추억>의 경우처럼 한참 이후에나 결과가 나오는거라 일단은 같이 사는 걸로 했는데,
나중에 결과가 나와보니 실제 부녀는 아닌 것으로 판명되지만, 그 동안 쌓인 정들로 인해 검사결과와는 상관없이 행복하게
살기로 했다....라고 하면 오벌까요? ㅎ).

같이 살기로 했다고 해서 이 둘의 관계가 급속도로 좋아진 것은 아니었죠. 남현수는 자신의 연예인으로서의 커리어와 명성에
흠집을 내지 않기 위해서 딸인 황제인(박보영)과 손자인 황기동(왕석현)의 존재를 계속 숨기게 되고, 이 와중에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언젠가 터질지도 모를 불안요소를 계속 안고 가게 되었던 것이죠. 이들의 관계가 점점 변화하게 되는 것은
처음부터 그저 남이었으면 좋겠다하고 바라기만 했던 남현수가 점차 이들을 자신의 가족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부터 급물살을
타게 됩니다.




(가족영화이기 이전에 이 영화는 차태현이 연기한 '남현수'라는 캐릭터의 성장영화이기도 합니다)

씨네21에 수록된 강형철 감독의 인터뷰를 보니 본래부터 '가족영화'라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기 보다는, 애초에는 남현수라는
캐릭터가 변화를 겪으면서 성장하는 일종의 성장영화로 기획했었다고 하는데, 확실히 그런 측면에서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영화의 초반 타이틀컷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연예인으로서 깔끔떨고 럭셔리한 삶을 영유하는 남현수라는
인물이, 전혀 다른 상황에 맞닥들이게 되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이 이 영화에 가장 주된 이야기 줄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타이틀컷은 참 인상적이더군요. 마치 <패닉룸>을 연상시키는 장면들과 영상에 배우와 스텝들의
이름을 삽입한 센스가 돋보이는 시퀀스였는데, '남현수'라는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간단하지만 효과적으로 해내고 있습니다).

앞서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황제인과 황기동을 남처럼 여겼던(여기고 싶었던) 남현수는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이들을
가족으로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그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얘가 바로 유치원에서 기동이가 헌 옷과 촌스러워 보이는 모습 때문에
따돌림을 당한다고 했을 때 불끈하게 되는 장면인데, 이건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잘 캐치해낸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리 맘에 안드는 사람이라고 해도 누가 내 가족, 내 친구를 욕하거나 하면 욱하게 되는 것이 현실인데, 그런 과정을
오버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잘 그려내고 있더군요. 이후에 라디오 방송국에서 스텝들이 황제인을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할 때 폭발하는 것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되는 장면이었구요.

이렇듯 어떻게 보면 항상 자신만만하고 자신 밖에는 몰랐던 연예인 남현수는, 자신의 딸과 손자라는 이들과의 만남과 이별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해 돌아보게 되는 것이죠. 이런 것들을 완전히 몰랐다기 보다는 애써 외면하고 살려고 했던 자신을
뒤늦게 뉘우치고 더 이상은 이렇게 살 수 없다라는 식의 구조라 더욱 마음에 들었습니다. 주변 인물들로 인해 주인공이
변화를 겪게 되는 류의 영화는 참 많은데, <과속스캔들>은 코미디라는 장르 내에서 크게 무리하지 않으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술술 풀어낸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들 그러셨듯, 이 영화는 박보영이라는 배우를 발견할 수 있었던 영화이기도 합니다 ^^)

<과속스캔들>이 좋았던 건 이 영화가 기본적으로 코미디 적인 요소를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족 영화라는 요소와
성장영화라는 요소를 코미디라는 그릇에 잘 담아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는데, 한국영화에서 보여주는 코미디라는 것이
대부분 조폭 코미디나 사투리를 이용한 코미디가 주를 이뤘던 것에 반해, <과속스캔들>은 캐릭터와 상황이 만들어내는
재미로 끝까지 힘을 잃지 않는 좋은 코미디 영화이기도 합니다. 억지스러움이 거의 없으면서도 시종일관 웃을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건 물론 시나리오의 힘이 기본이겠으며, 배우들의 연기가 크게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일단 이 영화가 재밌는 영화라고 기억되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배우라면 아역 연기자인 왕석현이 연기한 황기동 캐릭터를
들 수 있을텐데, 그저 얼굴만 봐도 미소가 지어지는 이 아역배우의 연기는 그저 아이가 어른스러워 보이는 것에서 오는
재미 그 이상의 재미를 선사합니다.

감독은 실제로 기존의 아역연기자들이 일반적으로 보여주었던 웃음 포인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가능한한 연기경험이
없거나 천진난만한 어린아이를 찾기 위해 수많은 오디션을 봤다고 하는데, 왕석현이라는 아역배우를 찾아낸 것은
이 영화의 또 다른 발견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극중 황기동은 어른같은 말투를 내뱉기도 하고, 고스톱에도 일가견이
있으며 센스또한 어른을 능가하지만, 그것보다는 그 상황을 표현해내는 방식이 너무도 귀엽고 사랑스러워 미소지을 수
밖에는 없더군요(실제로 극장에서 왕석현군이 클로즈업 되거나 개그 한 마디를 던질 때마다 객석 여기저기에서 '귀여워'라는
탄성이 터지더군요). 특히 무표정과 큰웃음을 급격하게 오가는 표정연기가 압권이었는데, 앞으로도 CF 좀 찍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황기동 역할을 맡은 왕석현 군의 독특한 표정연기 작렬! 그 배꼽인사와 더불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일각에서는 <미녀는 괴로워>에 김아중과 비교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보다 더 돋보이고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가
바로 박보영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영화 전에도 몇몇 드라마를 통해 크지 않은 배역들로 선을 보였던 그녀인데,
개인적으로 작품을 통해 보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뭐랄까 이 영화가 다른 영화들 과는 다르게 연인관계가
아닌 부녀관계가 영화를 이끄는 주요 관계설정이라고 보았을 때, 아이가 있는 애엄마 역할이긴 하지만 무언가 어려보이면서도
순수함이 묻어나는 황제인 캐릭터에 박보영의 마스크는 더할나위 없이 적역이었다고 생각되네요.
굉장히 남성스러워보이는 말투와 행동거지부터 너무 천진난만해 보이는 웃음까지....박보영이라는 배우에 흠뻑빠지게 된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노래도 가수 뺨치는 실력을 보여주었는데(감독 인터뷰를 보니 100% 박보영이 부른 것은 아니고
대부분 그녀가 소화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본래는 노래를 해야하는 캐릭터라 가수를 캐스팅할까 계획하기도 했다더군요).

어찌하다보니 순서가 3순위로 밀려버렸지만 차태현의 연기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사실 차태현이 기존에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주었던 캐릭터들에 조금 지루함을 느끼기도 했었고, 그다지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었던 터라
처음 영화를 선택할때 선뜻 나설 수 없는 것이기도 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영화는 차태현이라는 배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치 시나리오 단계섭부터 차태현이라는 배우를 염두에 두고
썼다고 해도 믿을 만큼, 그와 참 잘 어울리는 캐릭터였습니다.

주연배우들 외에 유치원 선생님 역할로 <미쓰 홍당무>의 황우슬혜가 출연하고 있는데, 분량이 아주 많은 것은 아니지만
역시나 그 선한 포스는 계속 내뿜어주시더군요. 옷도 천사같은 옷만 입고나와서 웃으며 차태현을 바라보는 장면들은
황우슬혜라는 배우를 좀 더 각인시키도록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제 주변에는 황우슬혜양이 출연하다는 정보만으로
이 영화를 선택하신 분이 제법 있었는데, 그 분들께는 황우슬혜양 덕분에 좋은 영화를 만나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 밖에도 분량은 짧지만 재미있는 조크를 여럿 던지고 빠지기를 반복했던 성지루의 연기도 좋았고, 무엇보다 불꽃 연기를 펼친
홍경민의 연기도 잊혀지질 않는군요 ㅋ



(황우슬혜 양이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 이 영화를 선택한 이가 제법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높아진 위상을 느낄 수
있었네요 ^^;;)

범상치 않은 인트로 장면부터 느낄 수 있었지만, 이 영화는 코미디/드라마 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영상적인 측면에서
신선하고 세련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카메라 앵글 같은 면에서 기존에 잘 사용하지 않는(특히 이런 장르에서)
구도로 인물들을 배치한다던가, 방안 구석구석을 비추는 장면을 봤을 때, 이 부분에 있어서 상당히 많은 실험과 노력을 했음을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편집측면에서도 어찌보면 참 과감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컷을 분할한 느낌을 얻을 수
있었는데 시도가 그리 나쁘지 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는 대놓고 들어나지는 않지만 어찌보면 반대로 상당히 전면적으로 패러디가 몇몇 장면 등장하고 있는데,
자칫 패러디 영화로 생각되지 않도록 짧지만 강렬하게 치고 빠지는 작전을 사용한듯 하더군요. 몇몇 장면은 카메라 앵글을
그대로 따라하기도 했는데 너무 짧게 짧게 지나간 탓에 정확하게 기억이 나질 않네요;;(분명 보면서는 저건 저 영화에서
가져왔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어찌되었든 이 영화 <과속스캔들>은 저 제목만 가지고, 혹은 다른 선입견들을 가지고 판단해 놓쳐버리기에는 후회가 남을
괜찮은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연말에 보기에 좋은 시즌 영화이자 크리스마스와도 잘 어울리고, 가족 혹은 연인들이
보기에도 괜찮은, 대중영화가 아닐까 싶네요. 올해 한국영화들 가운덴 꽤 괜찮은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네요~


1. '아마도 그건'을 대부분 모르더군요. 난 왜 알고 있지 -_-;;
2. 홍경민의 불꽃 연기!!!
3. 제목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근데 원래는 '과속삼대'로 할려고 했다는데...음....
   딱히 더 완벽한 제목이 떠오르지는 않지만 분명히 제목에서 주는 이미지가 영화와는 조금 다른것 같습니다.
4. 왕석현 군의 저 파마머리, 아들 갖고 있는 엄마들 사이에서 유행할지도 ㅋ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토일렛 픽쳐스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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