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줘 (Gone Girl, 2014)

결국은 시선에 관한 영화



데이빗 핀처의 신작 '나를 찾아줘 (Gone Girl, 2014)'를 보았다. 핀처의 작품이라면 아무런 고민 없이 선택하게 되기도 하지만, 그의 최근 작이었던 '소셜 네트워크'와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 워낙 좋았고 완성도가 높았었기 때문에 이 작품 '나를 찾아줘 (원제를 따르자면 '사라진 소녀'가 적당하겠다)' 역시 아무런 주저 없이 선택하게 되었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개봉 전 어디에선가 핀처의 최고 작품 중 하나인 '조디악 (Zodiac, 2007)'과 비교하는 평들이 있었기에 더더욱 큰 기대를 앉고 극장을 찾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를 찾아줘'는 '조디악'과는 전혀 다른 영화였으며, 스릴러 이기는 하지만 스릴러 본연의 재미와 요소에 집중하기 보다는 이를 둘러싼 이야기와 시선에 더 관심이 많은, 조금은 다른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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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아무런 정보를 얻지 않고 보는 편이 최적의 관람 방법입니다)


기본적인 시놉시스는 대략 이러하다. 어느 날 닉은 잠시 외출을 했다가 집으로 돌아와 보니 집은 사고가 난 것처럼 어질러져 있고 아내 에이미는 사라져 버렸다. 아내 에이미를 찾기 위한 노력은 언론 등에 노출되며 더 큰 사건으로 퍼져 나가는 가운데, 닉과 에이미의 이야기는 플래시백을 통해 관객에게 조금씩 이 둘의 결혼 생활에 이미 균열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 시놉시스를 접했을 때까지만 해도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핀처의 전작인 '조디악'과 스타일이 유사한, 그러니까 실종된 아내를 찾기 위한 아주 치밀하고 긴장간 넘치는 추리극 일 줄로만 알았다. 에이미가 처음 실종되었을 때만 해도 이렇게 흘러가겠구나 싶었지만 영화는 관객에게 단서를 던지고 이른바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게임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이 실종 사건을 두고 주인공 닉 던 (벤 애플렉)을 바라보는 언론과 주변의 시선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조금씩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 영화는 어느 순간 부터 이 영화의 또 다른 부제라고 할 수 있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 맞아 떨어지는 놀라운 에이미 던 (어메이징 에이미)의 활약상(?)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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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는 노골적으로 실종 사건을 두고 성급하게 판단을 내리고 마녀사냥에 빠져드는 언론과 움직이는 주변인들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데, 조금 연출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라면 언급했다시피 너무 노골적이었다는 점이었다. 물론 한 편으론 정말로 사라진 소녀를 찾아가는 과정의 스릴러를 기대한 관객들에게 '이건 그런 영화가 아니야'라는 의도를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해 더 노골적으로 표현해야 했을 수도 있겠지만, 조금은 형식적으로 표현되는 주변과 언론의 반응들은 그야말로 어메이징 한 에이미라는 캐릭터에 비해 굉장히 단편적으로 묘사되고 있었다 (물론 아주 단편적이고 형식적인 모습을 통해 더 바보스럽고 멍청해 보이도록 의도했을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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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로자먼드 파이크가 연기한 에이미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벤 애플렉이 연기한 닉 던에 대해 이야기해볼 필요가 있겠다. 극 중 닉 던이라는 캐릭터는 참 묘한 느낌을 주는데, 치밀한 에이미와 같은 레벨로 맞설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에너지를 갖고 있지도 않을 뿐더러, 그렇다면 관객들로 하여금 '불쌍하다'라는 생각에 공감대 혹은 동정심이라도 얻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도 멋대로 인 부분이 있어서 100% 부합하지는 않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극 중 많은 장면에서 닉 던이라는 캐릭터와 벤 애플렉이라는 배우가 겹쳐지면서 의도치 않았던 (그 중 반은 의도 되었다고도 볼 수 있는) 유머러스한 장면이 발생하기도 했는데, 이 부분이 의도되었다고 볼 수 있는 이유는 영화 전체가 이 사건을 약간의 조롱기 있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심각한 사건 속에서도 당사자들은 황당할 정도로 허술하고 초라한 행동을 하게 되는 인물들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으로, 아마 영화가 보여주지 않았더라면 극 중 대중들처럼 오해했을 관객들에게 '자, 현실은 이럴 때도 있어. 쉽게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해선 안되'라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여튼 농반진반 이지만 이 작품은 벤 애플렉의 필모그래피에 있어서 연기력이 최고조로 발휘 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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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 애플렉 이야길 하긴 했지만 누가 뭐래도 '나를 찾아줘'는 에이미 역을 연기한 로자먼드 파이크의 영화다. 이 영화는 그녀의 다양한 매력을 모두 담고 있는 영화로, 초반에는 고급스러운 아름다움은 물론 마치 중간계의 갈라드리엘을 연상시키는 신비스러운 보이스의 내레이션으로 묘한 매력을 선보이는 한 편, 후반부 본색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의 모습은 극장 내 관객들이 모두 무서워서 치를 떨 정도로 소름 돋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나 역시도 올해를 통 틀어 무서워서(이것도 공포긴 공포다) 소름 돋기는 거의 처음이었다. 


로자먼드 파이크는 어메이징 에이미라는 전국민이 알고 있는 캐릭터와 평생을 비교 당해야 했을 에이미의 스트레스와 (아마도)그것이 시발점이 되어 내적으로는 망가지고 폭력적이고 정신이상의 행동일지라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최적화 된 행동을 하게 되는 캐릭터를 '왜 저래?'보다는 '무섭다'가 먼저 느껴지도록 이끌어 냈다. 아마도 많은 영화 팬들이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그녀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게 될 정도로 그녀의 연기는 무서우리 만큼 소름 돋았다.


데이빗 핀처의 '나를 찾아줘'는 핀처의 또 다른 재주를 엿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는데, 막장 드라마에 익숙해진 국내 관객들에게는 극장판을 보는 듯한 느낌이 워낙 강해 그 이면의 디테일이 다 전달되지 않는게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하긴 그게 너무 강하긴 했다.



1. 정말로 '사랑과 전쟁' 극장판 같은 느낌도 들었어요.

2. 핀처는 최근 작품들에서 영화 음악을 특히 더 매력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번 작품 역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어요. 영화 음악에 의도가 많이 담겨있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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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운 (The Town, 2010)
클리셰 그 자체의 나쁘지 않은 범죄영화

척 호건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벤 애플렉 감독의 작품 '타운 (The Town)'은 '디파티드', '히트' 등을 비롯해 범죄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클리셰에 매우 충실한, 클리셰 그 자체로 보아도 좋을 만한 작품이다. 주인공 무리는 은행강도를 일삼는 범죄자이고, 배경이 되는 '찰스타운'은 대대로 범죄가 가업처럼 되물림 되는 것이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동네이며, 이러던 가운데 주인공은 자신의 처지를 벗어나려 애쓰던 중 우연한 기회에 한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이곳 (찰스타운)을 떠나야 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마지막 범죄를 계획하게 된다. '타운'은 위의 내용이 전부라고 봐도 좋을 만큼 범죄 영화를 많이 보지 않은 이들도 쉽게 짐작할 만한 이야기로 전개되며, 그 가운데 범죄 영화의 클리셰도 거의 모두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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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타운의 아이들. 이 아이들이 바로 그 아이들이다)

'타운'이 괜찮은 영화일지 아닐지는 철저하게 이 영화에 기대하는 바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겠다. 만약 서두에 언급했던 '디파티드'나 '히트' 등을 기대했다며 정말 하나도 새로울 것이 없는 이야기에 허탈함을 느끼게 되겠지만, 반대로 기대하는 바가 크지 않고 장르영화로서 범죄영화를 만나려고 했던 관객이라면, 적절한 클리셰와 괜찮은 무게감에 만족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사실 다른 장르영화들도 그렇지만, 범죄영화의 경우 무언가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하는 것과 동시에 그저 범죄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그 무게감과 적당한 희열을 느끼기 위해 작품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을텐데, 이런 점에서 봤을 때 '타운'은 결코 나쁜 선택은 아니라 할 수 있겠다.

이 영화가 다른 범죄영화와 조금 다른, 아니 이 영화가 선택한 소재라면 '찰스타운'이라는 보스턴의 지역적인 특성을 강조하며 팬웨이파크를 범죄의 무대로 삼는 다는 점과 더불어 주인공이 벗어나려는 굴레를 지역과 가족으로 구체화 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이야기를 가족과 특히 지역적인 것으로 한정하면서 좀 더 지역적 특색을 갖게 되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이것이 한계로 작용하기 보다는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겠다. 만약 '타운'이 '찰스타운'을 벗어나는 더 큰 메시지를 그리려 했다면 정말로 기술적인 클리셰만이 남는 영화가 되었을텐데, 감독 자신이 사랑하는 지역의 이야기로 한정지으면서, 오히려 욕심을 덜어낸 결과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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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포스틀스웨이트. 그가 없는 헐리우드는 분명 조금은 심심해 졌을거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극 중 조직의 대부로 등장하는 피트 포스틀스웨이트 때문이었다. 얼마전 세상을 떠나 많은 영화 팬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던 그의 출연사실을 몰랐던 터라 더욱 그랬는데, 스크린을 통해 그의 모습을 만나게 되는 건 '인셉션'이 마지막일 줄 알았는데 결국 이 작품 '타운'이 마지막 작품이 될 것 같다 (올해 4월 영국에서 개봉예정인 'Killing Bono'라는 작품이 유작이라 할 수 있을텐데, 아마도 이 작품은 개봉이 어려울 듯해 국내 극장에서 그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는 건 '타운'이 될 것 같다). 배우가 세상을 떠난 후에 얼마지나지 않아 그 배우를 스크린에서 만나게 되는 경험은, 이미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의 히스 레저를 통해 경험한 적이 있었는데, 피트 포스틀스웨이트 역시 영화와는 별개로 쓸쓸한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그가 맡은 캐릭터가 맞게 되는 상황 때문에 더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그는 이 작품에서 역시 분량과는 상관없이 별다른 장치나 과장 없이도 조직의 대부 역할을 완벽하게 연기해 낸다. '타운'은 그 자체로도 나쁘지 않은 범죄영화지만, 피터 포스틀스웨이트로 인해 조금 더 특별한 영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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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피터 포스틀스웨이트 외에 크리스 쿠퍼도 매우 짧은 분량 출연하지만 강한 인상을 줍니다.

2. 제레미 레너의 연기가 좋더군요. 범죄 영화에 저런 캐릭터는 꼭 하나씩 등장하는데, 그럼에도 별로 나쁘지 않았어요.

3. 엔딩 크래딧에 실제 찰스타운에 대해 관객들이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을 설명해 주기도 합니다. 뭐 찰스타운의 사람들 가운데 대다수의 사람은 저렇지 않다는 얘기에요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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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State Of Play, 2009)
활자의 감성을 그리워하는 스릴러


<박쥐>야 그렇다치고 또 하나의 화제작이었던 <울버린>을 재치고 더 먼저 보고 싶었던 영화가 바로 이 영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였다. 러셀 크로우, 벤 에플렉, 헬렌 미렌, 레이첼 맥아담스, 제프 다니엘스 등 연기자들의 이름만으로도 본전은 얻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던 것이 사실이었고, 포레스트 휘태커 주연의 <라스트 킹>을 연출했던 케빈 맥도날드 감독과 본 시리즈와 <마이클 클레이튼>을 썼던 토니 길로이의 이름은 이러한 기대감을 더 굳히는데 톡톡히 한 몫을 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2003년 영국 BBC에서 방영한 TV시리즈를 원작으로 각색한 버전을 담고 있는데, 이런 기본적 정보들 외에 영화에 대해 알고 있던 정보는 단순히 스릴러라는 것 정도였다. 보고나니 이 영화는 권력과 음모에 관래 파해치는 기자와 언론에 관한 스릴러였으며, 무엇보다 블로그로 대변되는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활자로 인쇄하는 신문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있는 영화이기도 했다.




스릴러 영화를 리뷰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이제는 정말 스릴러 영화를 만들기가 더욱 어려워져만 가는 것 같다. 대개의 줄거리들은 이미 다 알려져있는 상황이고, 갈수록 똑똑해지는 관객들을 이끌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도 사실인 듯 하다.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의 줄거리도 아주 새로울 것은 없다. 특히 고물 데스크탑에 마우스 보다는 펜을 신봉하며 책상 앞에 앉아 취재하는 것보다는 몸으로 뛰는 세대의 기자인 칼 맥카프리(러셀 크로우)와 블로그 운영을 하고 있으며 펜은 매번 잃어버리곤 하는 여기자 델라(레이첼 맥아담스)의 관계는 매우 전형적이라 할 수 있다. 누구나 예상하듯이 결국 델라는 칼의 방식과 가치관을 가슴 깊이 받아들이게 되는데, 그 과정도 새로울 것은 없다.

이 영화가 보여주고 있는 주된 음모에 대한 것도 비슷하다. 각종 스캔들 등으로 자신들의 과오를 덮으려는 배후 세력, 그리고 여기에 정치권이 아주 깊이 관여해 있으며, 모든 시장을 독점해가는 거대기업이 얼마나 일반인들이 모르는 사이에 합법적으로 세상을 지배해 나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에 맞서는 이는 역시 힘없고 보잘 것 없는 한 사람의 기자일 뿐이다.




줄거리가 새로울 것이 없다면 역시 그 짜임새를 봐야 할텐데,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런 장르의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는 토니 길로이가 각색을 맡아서인지 깔끔한 스릴러 한편을 보여준다. 이야기는 전형적이지만 극적 긴장감과 몰입도는 여전히 전해주고 있으며, 또한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를 통해 관객들은 쉽게 여기서 눈을 떼지 못하게 된다.

러셀 크로우는 요 몇 작품에서 계속 배나온 캐릭터를 연기한 셈이 되는데, 그래도 이번에 맡은 역할에서는 최소한 얼굴만큼은 강한 포스를 그대로 전해주고 있다. 액션을 하는 캐릭터도 아니고 더군다나 누구를 심하게 공격하는 입장이라기 보다는 힘없는 자를 대변하는 캐릭터이지만 러셀 크로우는 이런 역할도 매끄럽게 소화하고 있다. 레이첼 맥아담스는 캐릭터가 좀 전형적이어서 그 나름의 연기를 평가받기에는 조금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 똘망똘망한 표정과 눈빛 만큼은 여전히 빛이 난다. 벤 애플렉 역시 전혀 가볍지 않고 진중한 의원 역할을 연기했는데, 초반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 듯도 보였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았던 것 같다.

헬렌 미렌은 생각보다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았으며, 그저 닥달하는 편집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 같다. 만약 <더 퀸>의 그녀를 떠올리고 갔다가는 한참 기대에 못 미칠듯 하다. 이건 캐릭터 자체의 문제라고 봐야겠다. 그 외에 제프 다니엘스 같은 경우도 캐릭터의 비중은 적었지만 배우의 무게감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다우트> 이후로 기대를 모았던 비올라 데이비스는 거의 까메오 수준이라 알아보는 것 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최근 숀 펜과의 이혼 소식을 들을 수 있었던 로빈 라이트 펜은 왠지 2% 부족한 다이안 레인을 보는 듯도 했다.




(이번 단락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의 반전이라면 반전일 수 있는 마지막 의원의 실체는 이 영화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텐데, 기존 영화 같으면 주인공의 친구였던 의원이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하면서 거대 음모를 드러내는 것을 선택하는 것으로 마무리 할 수도 있었겠으나, 이 영화는 한 발 더 나아가 이 의원의 부조리마저 물고 늘어진다. 그런데 이 부분은 단순히 물고 늘어지는 것으로 치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전에 끝이 났다면 우리는(미국은) 이런 거대음모 속에서도 정치권의 소수일지언정 자신을 희생해가며 음모와 맞서기 위해 싸우고 있다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이런 자위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럴것 같아 보였던 의원마저 어쩌면 이런 음모를 둘러 싸고 있는 또 다른 음모였으며 부패한 정치인이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더나아가 이들에게 속아넘어가는 혹은 이들과 운명적으로 한 배를 타고 있는 이른바 '찌라시' 언론들에 대한 경종을 울리려는 것이다.

영화 속 러셀 크로우가 연기한 '칼'을 통해서도 계속 보여주었던 것이지만, 영화는 엔딩 크레딧에서 매우 노골적으로 이런 감정을 드러낸다. 의원의 비리가 담긴 다음날 조간 신문이 어떻게 인쇄되고 완성된 신문으로서 태어나는지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주면서, 표면적으로는 활자(아날로그)를 통한 뉴스 전달에 대한 그리움을, 내면적으로는 부패해버린 거대 언론들의 모습을 조용히 비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따지고보면 이 모든 것이 결국 영화니까 가능한 일인 것 같아 더 슬퍼지기도 한다. 영화니까 저런 기사를 1면에 낼 수 있었지, 현실이었다면 음모에 가담한 권력자들이 이런 상황을 놔둘리 만무하니 말이다. 칼 역시 어떻게 되었을지 모를일이고..쯧..



1. 영화에서 이렇게 블로그가 직접적으로 나온 것은 거의 처음인 것 같아요.

2. 꼭 봐야 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메시지가 있는 괜찮은 스릴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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