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ke - Thank Me Later
깔끔하게 잘 빠진 Drake의 정식 데뷰앨범



지난해 몇번의 Mixtape에 수록된 싱글들을 통해 큰 히트와 관심을 일으켰던 캐나다 출신의 드레이크 (Drake)의 정식 데뷰 앨범이 최근 발매되었다. 사실 드레이크가 한창 싱글 컷 곡들을 내놓고 히트를 기록할 당시 그의 음악에 대해서는 제대로 들어보질 못했었는데 최근, 뭐 들을 만한 블랙뮤직 없나 기웃 거리던 중 심플하지만 흑인음악 냄새 물신 나는 자켓에 끌려 들어보게 된 앨범이 그의 데뷰앨범 'Thank Me Later'였다. 막상 이렇게 뒤늦게 알고 보니 왜 이제 알았나 싶을 정도로 드레이크 본인은 물론 그의 주변과 그의 음악 친구들은 다 무척이나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져 있더라.

모타운에서 발매된 'Thank Me Later'를 처음 완청한 첫 느낌은 '깔끔하다'라는 것이었다. 익숙한 것과 트랜드를 모두 반영하고 있고, 참여하고 있는 화려한 프로듀서 진들이 말하듯 한 장의 앨범으로서 손색이 없는 구성을 갖추고 있다. 드레이크의 이 앨범은 전체적으로 상당히 '좋다!'라고 할 수 있는데, 굳이 단점을 꼽자면 아주 새로운 것은 없는, 그러니까 기존 익숙하고 블랙뮤직 팬들의 구미가 당길 만한 요소들을 적절히 받아들여 자신의 색깔을 낸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Thank Me Later'를 듣다보면 곡의 구성이나 사용된 소스 혹은 전개 측면에서 상당히 유사한 다른 곡들을 많이 떠올리게 한다 (물론 이것과 표절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그러니까 칸예가 처음 등장했을 때 혹은 팈버랜드가 팀버레이크와 퓨처 사운드를 집대성하여 발표했을 때와 같은 설레임과 신선함은 없지만, 최근 블랙뮤직 신에서 유행하는 알짜 요소들을 그저 모아놓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색으로 버무렸다는 점에서, 어찌되었든 충분히 만족할 만한 앨범이다.

첫 곡 'Fireworks'부터 알리시아 키스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피처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심플한 듯 하지만 비트와 코러스, 랩핑과 멜로디가 은근히 복잡하게 배치되어 있는 곡인데, 나쁘지 않은 곡이지만 앨범의 첫 곡으로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듯 하다. 'Karaoke'는 잘 만든 비트 하나가 열 멜로디 부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심플한 구성의 곡인데, 이곡의 80% 이상은 기본 비트의 반복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 곡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효과가 깊게 깔려 있는 구성이 연달아 등장하는데, 이후 등장하는 곡들에 비하면 드레이크 특유의 장점을 부각시키기엔 조금 부족한 선택으로 보인다.

본격적으로 이번 앨범에 정감을 갖게 되는 건 역시 'Over'서 부터다. 칸예 웨스트의 앨범에 수록되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분위기의 곡은, 현이 가미된 후렴구와 절로 그루브를 타게 하는 래핑이 인상적인 곡이다. T.I와 Swizz Beatz가 피처링한 'Fancy' 같은 곡도 곡이 참 깔끔하게 잘 빠진 경우다. 이 앨범에는 밝은 분위기의 곡들과 어두운 분위기의 곡들이 50:50 정도로 수록되었는데 개인적으로 드레이크의 랩핑은 밝은 분위기에서 더 빛이 나는것 같다. 'Light Up' 역시 조금 어두운 분위기에 속하는 곡인데, 이 곡엔 무려 Jay-Z가 피처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라면 전체적으로 좀 쳐진다 싶을 때 Jay-Z의 목소리를 듣고 잠이 좀 깨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Jay-Z가 피처링한 'Light Up'보단 Lil Wayne이 피처링한 'Miss Me'의 분위기가 더 마음에 든다 (역시 힙합 비트엔 브라스가 눈꼽 만큼이라도 포함되어야 분위기가 좀 더 극적으로 산다 ;;). 칸예가 쓴 R&B 넘버 'Find Your Love'는 차트를 노린 듯 멜로디 라인과 보컬이 상당히 대중적으로 전개된다. 실제로도 빌보드 싱글차트 5위까지 올랐다니 어느 정도 목적을 이룬 곡이 아닐까 싶다. 블랙뮤직 앨범은 가끔 앨범의 맨 마지막에 보석 같은 곡을 수록하곤 하는데, 보석까지는 아니지만 'Best I Ever'는 엔딩 곡으로 아주 적절한 분위기의 곡이다(블랙뮤직 많이 들어보신 분들은 이 느낌이 어떤 느낌이신지 아실듯. 더 쉽게 설명하면 Common 앨범의 마지막 곡을 상상하면 된다).

Drake의 정식 데뷰앨범
'Thank Me Later'는 서두에 밝힌 것처럼 참 잘 빠진 R&B/Rap 앨범이다. 물론 버릴 것 하나 없을 정도의 완벽한 앨범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크게 지루하지 않게 처음부터 끝까지 즐길 수 있을 만한 구성을 갖추고 있다.


Drake - Thank Me Later

01. Fireworks (featuring Alicia Keys)
02. Karaoke
03. The Resistance
04. Over
05. Show Me A Good Time
06. Up All Night (featuring Nicki Minaj)
07. Fancy (featuring T.I. and Swizz Beatz)
08. Shut It Down (featuring The-Dream)
09. Unforgettable
10. Light Up (featuring Jay-Z)
11. Miss Me (featuring Lil Wayne)
12. Cece's Interlude
13. Find Your Love
14. Thank Me Now

15. Best I Ever




Drake - Over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R.I.P Nujabes
너무 일찍 가버린 천재 프로듀서


누자베스 (Nujabes)를 처음 알게 된 것도 따져보니 벌써 수년이 흘렀다. 한창 언더그라운드 힙합, 인스트루멘탈 음악에 빠져있을 때 Madlib과 그의 여러 프로젝트 앨범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이 바로 누자베스의 음악이었다. 누자베스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의 감동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는 편이다. 그 당시 처음 접했던 그 장르의 음악들이 대부분 그런 경향을 띄고 있기도 했지만, 누자베스의 음악은 단연 그 중 최고의 선율이었으며 범접하기 어려운 선구적인 완성도를 지니고 있었다. 힙합 음악이라는 것이 이렇게 감성적일 수도 있고, 다양한 음악들과 어울려 크로스오버를 넘어서, 완전히 새로운 장르로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을 그를 통해 알게 되었다. 단순히 그의 음악을 적절한 샘플링과 다양한 장르의 이해 정도로 설명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하겠다.

물론 누자베스가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에도 가장 타 뮤지션들보다 잘했던 것은 이런 샘플링과 타 장르(특히 재즈)와의 결합을 들 수 있겠다. 그의 예전 앨범들은 지금와 들어도 굉장히 선구적인 것인 물론, 최근 나오는 비슷한 장르의 프로듀서들에게서도 좀 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결과물들이다. 그의 음악은 흑인 음악(힙합)이 꺼려지는 재즈 팬들에게 '아, 힙합이라는 음악이 단순히 과격한 랩만 있는 것은 아니었구나'라는 것을 일깨워 주었으며, 재즈를 단순히 어렵게만 생각했던 힙합 팬들에게 '아, 재즈라는 것과 힙합이라는 것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음악이었구나'라는 것을 알려준 가교 역할을 한 음악이었다(하긴 따지고보면 힙합계에서 재즈라는 장르가 가까운 하나의 울타리로 여겨진 것은 오래 되었다 할 수 있겠다).

재즈 이야기가 나온 김에 나 스스로가 범한 우를 지적하고 넘어가자면, 사실 흑인 음악은 들으면 들을 수록 힙합, 재즈, 블루스 등으로 구분하기가 매우 애매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 근원을 따지자면 이들 모두가 하나의 뿌리라는 것을 알게 되고, 각 장르마다 음악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가 동반된 뮤지션들의 앨범을 듣다보면, 결국 다 '흑인 음악'이라는 하나의 대장르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그런 깊은 이해를 동반한 음반 가운데 최근 몇 년간 가장 뛰어난 앨범 중 하나가 바로 누자베스의 앨범들이었다. 그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흑인음악은 물론 다양한 뮤지션들과 장르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이해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누자베스의 음악은 그냥 어렵기만한 음악은 결코 아니었다. 자신이 아는 음악적 지식의 최고 수준을 가르치듯 펼쳐놓은 음악이 아니라, 마술 같은 비트 위에 리스너들이 쉽게 물들 수 있도록 비교적 친절하게 풀어놓은 선구자의 음악이었다.

개인적으로 힙합 음악을 들으며 눈물을 찔끔거린 것은 그의 음악이 아마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뭐랄까, 누자베스의 음악은 따스함으로 감동 받게 하는 그런 음악이었다. 여러 음악적 기교 역시 훌륭했지만 그런 음악적 퀄리티를 담아낸 그릇은 참으로 따스한 감수성이었다. 빠른 비트와 랩 플로우로 진행되는 곡들도 베이스에는 따스함이 존재한다. 그래서 누자베스의 음악을 떠올리면 항상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볕 좋은 오후' 같은 평화로운 그림이었던 것 같다.

그런 누자베스의 사고 소식이 오늘 들려왔다. 교통사고라길래 처음에는 그냥 사고 소식인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사망이란다. 며칠 전 에픽하이의 새 앨범을 이야기하면서 누자베스에 관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렇게 빨리 또 그에 대한 글을 쓰게 될지는 몰랐다. 그의 사고 소식에 혼란스러워하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CD장의 그의 앨범을 찾아보았는데, 제법 많이 있다고 생각했던 그의 앨범을 딱 두 장밖에는 소장하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에, 왠지 떠난 그에게 미안함이 들었다. 그의 음악을 그렇게 좋아했는데 이제 내 손에 남은 건 저 두 장의 앨범 뿐이라는 사실이 왠지 쓸쓸하다.

정말 보석같은 많은 곡들이 있지만, 슬픈 곡 보다는 무한한 희망을 느낄 수 있었던 'Modal Soul' 앨범의 마지막 수록록 'Horizon'을 남겨본다. 이제 이곳이 아니라 지평선 저 너머에서 편히 쉴 그를 추억하며.


Rest In Peace.
Nujabes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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